[카테고리:] 상담

  • 물리학과 진학 상담

    며칠 전 상담한 학생에게 답변해준 내용. 상담 신청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상담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물론 상담 요청은 언제나 환영이다.


    일단 결론부터 요약해서 말하자면, 물리학과 가도 됩니다.

    취업 생각해도 물리학과 가는것이 도움이 됩니다. ‘취직
    잘되는 학과’에 가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어른들의 조언이 있을텐데, 물리학과 취직 잘 됩니다. 물리학과의 장점이 기계과나
    전자과 같은 공대보다, 졸업하던 시점에 실력은 부족할 수 있어도 배우는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취직 후에 금방 따라잡고 더
    뛰어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건 회사 들어간 후 무슨 일을 하더라도 다 적용됩니다. 상품 개발, 설계, 컴퓨터
    프로그램, 영업, 인사, 마케팅, 홍보, 분야를 막론하고 물리학 전공이라는 것은 장점이 돼요. 왜냐하면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것은
    복잡한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 시켜서 해결하고, 이 단순한 문제를 발전시켜서 복잡한 문제에 적용하는 기법을 배우거든요.

    물론 다른 학과에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취직 측면에서 봤을 때. 그런데, 어차피 전공 못 살려서 취직할 거라면 어느
    학과를 가든 상관 없을 거예요. 그런데 물리학과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거의 다 잘해요. 이건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앞에서
    말한 대로 물리학 자체의 특징이랑, 두번째로는 물리학과 출신들은 세상에 물리학보다 어려운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외에 나머지는 다 쉽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죠.

    공대 가더라도 물리학은 기초적인거 다 배워야 해요. 그만큼 물리학이 기본이라는 거죠. 졸업할 때 쯤 돼서 대학원 갈 생각이
    없어지더라도 취직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고, 다른 전공자들과 비교해서 불이익 받을 점도 없으니까 물리학과 진학한다고 해서 취업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취업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죠. 어차피 취직하려면 빨라도 5년 후에나 할 텐데, 지금 시점에서
    취직 걱정하는건 너무 일러요. 그때 가서 어느 학과가, 어느 전공이, 어느 분야가 유망할 것인지 말하는 것은 위험해요. 물리학과는
    매우 기초적인 분야라서 그때쯤에 어떤 분야가 유망하더라도 다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만 기억해 두죠.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가 되는 그런거요.

    그 다음, 물리학과에서 뭘 배우느냐는 건데요, 솔직히 쉽지는 않아요. 일단 뭐가 어려운지 얘기를 먼저 하고, 어떻게 공략하면 되는지 설명할게요.

    대학교 1학년때의 일반물리는 물리2를 확장한 부분이라 물리에 관심이 있었다면 할만할 거예요. 실제로 어려워지는건 2학년때 전공 과목을 배우면서부터인데요, 본격적으로 어려워져요. 심지어, A+을 받아도 뭐가 뭔지 이해
    못하고 졸업하는 사람도 있어요. 고전역학, 전자기학, 열/통계역학, 양자역학, 이렇게 네 과목을 4대역학이라고 해요.
    상대성이론은 아쉽지만(?) 정식으로 과목이 개설되는 것은 대학원 때네요. 특수 상대성 이론은 고전역학의 끝, 전자기학의 끝에서
    잠깐 배우는데 교수님에 따라 강의 안하고 건너 뛰는 분도 많아요. 일반 상대성이론은 대학원 수준이라 이거 배우려면 박사과정에
    진학해야돼요.

    왜 어려워지냐하면, 본격적으로 개념들이 추상화되기 시작하거든요. 고등물리2나 일반물리학 까지만 해도, 실제로 공을
    던지거나, 회로의 저항을 본다거나, 압력과 온도를 잰다거나, 이렇게 실생활에 익숙한 개념들을 이용해서 문제를 내고 풀고 하잖아요.
    전공 과목에서는 이런 개념들을 전부 다 추상화해요. 즉,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던 물리에서 상상조차 잘 안 되는 개념으로
    발전한다는 거죠. 이 부분을 고등학교에서 생각하던 그것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건데요. 음, 뭐랄까, 쉽게 말해서, 요새 고등학교
    교과서에 파인만 다이어그램이 나온다던데, 그 교과서에 실린 파인만 다이어그램을 실제 우리가 아는 숫자로 계산하려면 A4용지로
    수십장 정도의 적분 계산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그 적분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빼버리고 “파인만 다이어그램 덕분에 계산이
    쉬워졌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당연히 대학에 가서 기대하던 것과 다르죠.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파인만이 노벨상을 받았겠어요?
    심지어 슈윙거랑 도모나가는 그거 안쓰고 계산한 천재들인데요.

    하지만 물리학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아요. 아무리 어려운 계산과 개념이 난무해서 멘탈을 난도질 해도,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숫자는 우리가 실험에서 측정할 수 있는 그 수치거든요. 가령 옴의 법칙이 대학에서는 벡터 미분 연산자 형식으로 얻어지는데, 이걸
    이용하면 위치마다 다른 전류와 저항값을 구할 수 있어요. 고등학교 때에는 덩어리의 저항을 얻었다면, 대학에서는 그 덩어리의 각
    위치마다 저항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다는 거죠. 최근에 LHC에서 얻은 힉스 입자의 발견도 마찬가지로, 앞에서 말한 수십
    수백 페이지의 적분을 해서 얻은 결과를, 입자 검출기에서 나온 수치와 비교해서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거든요. 이 맛에 물리를 하죠. 다른 학문이 따라 올 수 없는 그 맛. 화학이나 생물은 이론과 실험 중 실험이 훨씬
    중요하고, 수학은 오직 이론만이 있잖아요? 물리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실험 결과는 그냥 레포트고, 실험 결과를 설명하지
    못하는 이론은 쓰레기이기 때문에, 이론과 실험이 항상 같이 맞아 떨어져야 하고, 실험을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어 냈을 때, 또는
    이론이 아직 설명하지 못한 결과를 얻어냈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비교할 수 없다고 봐요. (물리학과니까, 찬양좀 할게요. ㅎㅎ)

    그럼, 대학에서는 도대체 뭘 배우는가? 그건 이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nowall.tistory.com/9

    그 다음…


    이언스 캠프 같은데서 박사들이 강의한 내용을 주변 친구들이 다 이해한 것 같아 보였나요? 장담컨대, 그중 95%는 이해한 척 한
    친구들이고, 나머지 5%도 다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친구들일거예요.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 똑같이 다른 애들은 다
    이해했는데 나만 모르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겠죠.

    집안 형편은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힘내라는 응원밖에는 해줄 수가 없네요. 다만, 잘 찾아보면 장학금
    주는데도 많이 있고, 카이스트, 지스트, 유니스트 같은 곳의 대학원은 학비가 100% 무료에 용돈도 주기 때문에, 실력만 있다면
    대학원 가는게 부담되지는 않아요. 언어에 소질이 있다고 했으니, 영어에 자신 있다면 유학을 노려봐도 되고요. 참고로 대학원 유학은
    무조건 장학금 받고 가는 거예요. 합격한다면 그건 장학금 줄테니까 오라는 뜻. 이쪽 진학 상담은 4년쯤 뒤에 다시 해줘야겠네요
    ㅎㅎ

    물리학과에 진학한다고 치고, 물리학과에서 공부를 잘 하려면 고등학교때 기초를 잘 해두는게 중요한데요, 고3이니까 이제 어쩔 수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수학, 물리, 영어에 힘써야 해요.

    특히, 수학에서는 미분적분 부분이랑 행렬과 벡터 부분이 매우 매우 매우 (x1000) 중요해요. 물리는 당연히 중요하고, 영어는 2학년때부터는 전공 교과서가 거의 다 영어책이므로 중요해져요.

    저는 중앙대 물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으로 왔는데요.

    처음에 물리학과 지원할 때는 밥 굶어도 하겠다고 해서 왔었어요. 와보니까 선배나 후배나 동기나 다들, 거의 대부분, 취직 하더군요. 심지어 성적이 그렇게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요. (물론 성적이 낮아도 된다는 건 아님.)


    등학생들이,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 하도 명문대 가라, 유망학과 가라, 말을 해서 걱정스러울텐데, 그렇게 잘 아시는 그분들은 그
    학교 그 학과 가서 성공하시지 왜 그렇게 살고 계신가요. 미래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고, 어른들의 경험도 결국은 10년 이상
    지난 해묵은 경험들이에요. 특히 유망 분야에 관한 경험은 더욱 그렇죠. 지금은 의사도 변호사도 월급쟁이에 영업 뛰는 세상이에요.
    어느 분야를 가든, 뭘 하든, 거기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먹고 살 수는 있어요.

    고급 외제차 몰고 다니고, 백화점에서 물건 살 때 가격 신경 안써도 되고, 회사 가면 다들 90도 인사하는거 부러우면
    물리학과 오면 안되죠. 하지만 그냥 대충 먹고 살 정도로 벌면서, 연구하는거 좋아한다면, 물리학과에 오는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에요. 힘들지 않냐고요? 다른 직장, 어떤 직업도, 그만큼은 힘들어요. 세상에 돈 벌면서 안 힘든게 어딨나요? 있으면 좀
    알려줘봐요. 내가 하게.

    그리고 지금 잘하는 애들 부러워 하지 마세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어요. 물론 노력형 천재는 못 이기지만, 그런 사람들하고는 친구 먹으면 되는 거고요.


    내가 재능이 없는건 아닐까?” 이거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나이는 29살이에요. 그때까지 해도 안됐다면 바꿔야겠죠. 하지만 19살에
    해야 하는 고민은 “내가 정말 하고싶은 것이 이것일까?”예요. 저는 석사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서, 하루에 수백번씩 그만둘까
    말까 고민했어요. 스트레스성 편두통까지 찾아오고. 그래도 그만둬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해야겠다는 답을 하면서 버티고 여기까지
    왔네요. 저는 이제 30살이기 때문에, 이제는 재능 없어도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 못 바꿔요 ㅎㅎ

    이런 말이 있죠. 해도 병신, 안해도 병신이면, 해본 병신이 낫다고.

    아무튼간에, 이건 물리학과에 진학해도
    나쁠게 없다는 일방적인 이야기였으니까 다른 분들 조언과 상담도 모두 참고해서 결정하도록 해요. 인생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요.
    부모님도 못 책임지고 선생님도 못 책임져요. 내가 잘못한게 없어도 책임져야 할 때도 있고, 억울해도 울 수도 없는 상황도
    나타나요. 그러니까, 알아서 잘 결정하도록 하세요. 물리학과 갔다가 망해도, 저 역시 책임 못지니까요.

    다음 글들이 참고해볼만 할 거예요.


    http://snowall.tistory.com/

    3288




    http://snowall.tistory.com/

    2735




    http://snowall.tistory.com/376



    http://snowall.tistory.com/

    1825




    http://snowall.tistory.com/

    1826




    http://snowall.tistory.com/

    2789

  • 진학 상담

    의학 계통 전공하신 30대 후반인 분이 방명록에 질문했던 내용에 대한 답변이다. 물리학과 편입 또는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저보다 한참 연배가 높으신 분이 물어보시니 제가 오히려 상담받아야 하는데, 답변드리기 어렵네요.

    지금 주변 환경이 어떤지 모르겠으나, 물어보신 내용으로는 가족이나 본인의 생계 걱정은 할 필요가 없고 하고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후 제 답변은 읽으실 필요가 없고, 생업에 매진하시면서 시간 날때마다 공부하시는 것이 모범답안입니다.

    언짢은 부분이나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인생 선배님이시니까 적절히 걸러내고 판단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단지 제가 아는 선에서만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계산이 느린 것, 생각이 느린 것은 나이가 들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이건 남들만큼 빠른 결과를 낼 수는 없지만 공부하는데 그 자체로 장애가 되지는 않습니다. 계산이 느리다는 것이 문제인 경우는 본인이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짜증내면서 집어 치우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내를 갖고 천천히 계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여, 느린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오개념은 문제가 됩니다. 사실 고등학교 까지 물리를 배우다 보면 많은 오개념을 갖게 되는데요, 교과서에도 오개념이 걸러지지 않은 채 수록되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잘못 가르치는 것도 있고, 학생이 배우는 과정에서 잘못 이해한 채로 굳어지는 것도 많습니다. 이런 오개념은 일상 생활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지만 연구하는데에는 문제가 됩니다. 물리 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기존에 밝혀진 사실들을 바탕으로 아직 설명되지 않은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세우는 것이 과학 연구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소한 오개념이라도 잘못 사용하면, 이후 연구 전체를 걷어내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굳어진 오개념이 오개념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고, 오개념이라고 누군가 알려주더라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다른 전공에서 오신 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물리적 개념과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본인이 배운 전공의 범주에서 해석하다가 완전히 다른 길로 빠져버린다는 점입니다. 만약 본격적으로, 전문적으로, 물리학 연구를 하려고 하신다면 기존에 아는 모든 과학적 개념은 그저 교양 수준에서 배운 것으로 간주하고 완전히 새로 공부하신다는 느낌으로 책과 논문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리학과의 어떤 과목을 청강하셨는지 모르겠으나, 그 수준이 고등학교 수준으로 느껴지셨다면, 졸업하신 고등학교가 과학고등학교이거나, 물리에 대한 감각이 좋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 물리학 과목들은 결코 그렇게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제가 아는 분 중에 37살에 대기업 때려치고 물리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하신 분이 있습니다. 당시 입학생 중 가장 우수하다고 하네요. 나이는 그 자체로는 공부하는데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는데, 공부 이외의 여러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대체로 교수님들이 매우 어려워 할 거예요. 아무래도 대학원생이면 지도교수가 이것저것 시키게 마련이고, 뉴스에 나온 악덕 교수처럼은 아니더라도, 간단한 심부름(논문 복사, 책 대여 등)은 시키게 마련인데 나이가 많으면 아무래도 부담스럽겠죠. 나이를 걱정하신다면 공부보다는 오히려 이런 쪽을 걱정하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독학으로 공부하는 분들의 가장 큰 착각중의 하나는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높은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도 제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변에 같은 길을 가는 다른 사람들이 많으면 아무래도 비교할 수 있으니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독학은 그게 안되죠.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는 간단한 방법은 친한 물리학 전공자에게 자신이 풀이한 문제 풀이를 보여주고 채점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그 전공자에게 갖고 있는 중간/기말고사 기출문제를 부탁해서 풀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마 완전히 틀릴수도 있을거예요. 실력이 현재 얼마나 좋은가 그 자체보단, 현재 실력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 어떤식으로든 실력 평가를 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해가 빠르다’라는 것조차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걱정되네요. 자신이 이해가 빠른 줄 알고 있었다가, 진학해서 수업 듣고 완전히 좌절할 수도 있거든요. 이 좌절의 정도를 줄이고, 더 빠르게 빠져나와서 실력있는 물리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실력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초부터 착실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학부 편입이나 신입학을 생각하시는 것이 좋겠고, 기초는 어느정도 괜찮으니 혹독하더라도 대학원부터 시작하겠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선택은 본인의 몫입니다.

    학부과정부터 시작한다면 기초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만약 실력이 부족하고 뭘 모르는 것 같다면 학부과정부터 시작하셔야 할 겁니다.

    Marion이나 Gasiorowicz책을 좀 보고 재미도 있게 읽으셨다면 대학원으로 가서 공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상위권 학교로 가시면 첫 학기에 쓰러지실수도 있습니다만…)

    학사 편입 관련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아마 기존 출신 대학의 성적과 영어 성적을 제출하라고 할 겁니다. 아니면 영어 시험을 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건 학교마다 다를테니 지원하려는 학교의 모집요강을 살펴보시거나, 학교 입학처에 문의하셔야겠습니다.

    물리학과 대학원은 일반대학원에 있기 때문에 어느 대학이든 학사 학위 소지자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 나이가 많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면접 준비하실 때 물리학을 왜 공부하려고 하는지, 졸업후에 뭘 할건지,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있는지, 진학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는지 보여주셔야 합니다. 대체로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한테는 그렇게까지 까다롭게 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저것 시켜볼 수도 있고 하다가 잘못되면 전공을 바꿔도 되고 하니 크게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나이가 많으면 아무래도 뭘 바꾸기도 힘들고, 잘못되면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교수 입장에서도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생깁니다. 이런거 전혀 걱정할 필요 없고 합격만 시켜주면 그 뒤의 공부는 정말 잘 하겠다는 열정과 의지와 실력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특히, 의대를 졸업하셨으니 아시겠지만 , 면접보는 교수도 그렇고 누구나 ‘아니, 대체 왜?’ 라고 생각할 거예요. 이 부분을 잘 설득하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간에, 지원하는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모집 요강 확인하고 서류 준비해서 일정 맞춰서 잘 지원하시면 됩니다. 어느 학교에 지원할 것이냐가 문제겠네요. 모집 요강은 4월~6월정도에 발표되고, 서류 지원은 7월~11월 사이에 이루어집니다. 학교마다 기간과 전형방법이 제각각이므로 일찍부터 조사해서 일정표에 박아두고 체계적으로 서류 접수하시는게 좋습니다. 저는 그거 일정 못맞춰서 떨어질 뻔 했습니다…

    질문에서 ‘미시계’라고 말씀하셨는데, 물리에서 미시계라고 하면 고체물리, 원자/분자 물리, 생물물리, 핵물리, 입자물리 등이 포함됩니다. 당장 이렇게만 보더라도 매우 범위가 넓어집니다. 입자물리는 원자핵보다 더 작은 존재들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는 분야입니다. 이쯤 되어야 ‘미시세계’라고 생각하신다면 이게 맞겠지만, 고체물리나 원자물리에서 다루는 것들도 딱히 눈에 보이거나 하지는 않으니 미시계는 참 넓은 범위네요.

    추가로, 노파심에 사족을 다는 것 같지만, 영어 공부를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괜찮다는 물리학 교과서는 다 영어로 되어 있고, 어차피 교수님들은 영어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시며, 논문은 다 영어로 써야 하고, 학회가서 발표할 때는 영어로 발표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천천히 말하고 이해하는 것은 상관 없으나, 어쨌든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은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겨우 30살에 대학원 진학하는 것도 덜덜 떨리는데 38살에 진학을 고려하신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고 제 후배로 들어오실까봐 걱정(?)되기도 하네요. 제 답변이 결론을 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어떤 결론이든 좋은 결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 물리학과 지망생을 위한 조언

    *얼마전 물리학과 지망생이 댓글로 문의해서 이메일로 답변을 해준 적이 있다. 적당히 편집해서 올린다. 나에게 문의한 그 학생이 “나만 알아야 하는데!”하면서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조언을 들었다고 해서 다 합격할 수 있다면, 내 적성은 과학자가 아니라 입시 브로커겠지…

    물리학을 전공한다고 하니, 일단 걱정이 앞서는건 물리를 좋아하는 것과 물리를 잘하는 것이 많이 다르다는 거예요. 물론 좋아하는만큼 잘할 수 있지만, 아주 많은 후배들이, 본인은 고등학교 때 물리를 잘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하고서 물리학과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수업을 듣고 잘 하는 사람은 한 학년에 한명? 정도라는 것이죠. 물론 이건 제가 교수님께 전해들은 것들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요.

    어차피 인성 관련 면접은 다른데서도 많이 알려줄 것이고, 잘 할거라 생각해요. 전공 면접만 몇가지 알려줄게요.

    대체로 물리학과 교수님들은 Brilliant한 학생을 좋아해요. 우리말로 하면 “똘똘하다” 정도 되겠네요. 이건 genius나 smart와는 조금 달라요. 단지 계산이 빠르고, 암기가 좋고, 그런것도 아니고, 대학 물리학 과정을 선행하는 것도 아니예요. 다시 말해서, 물리적 감각이 있는? 정도로 생각해야겠네요.

    예를 들어서, 이런 질문에 대해서 그냥 별 생각없이 대답한 것이 거의 정답인 것들이죠.

    빈 공간에 망치가 하나 떠 있어요. 이 망치의 어디를 밀면 망치가 회전하지 않고 평행이동할까요?

    빈 공간에 도체 구가 하나 있어요. 여기에 +전하를 가까이 가져가면 이 도체 구는 힘을 받을까요 안받을까요? 받으면 어느쪽일까요?

    면접에서 전공 관련된 질문들은 절대로 어렵지 않아요.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보면 당황하고, 결국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끝나겠죠. 하지만 결코 쫄 필요 없어요. 물리적으로 상황을 따져가는 방법을 알면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어느정도는 이야기하고 나올 수 있어요.

    추천도서로는 “생각하는 물리(=재미있는 물리여행), 폴 휴이트, 루이스 앱스타인”와 “물리가 나를 미치게 해”, “현대물리가 나를 미치게 해” 같은 책을 추천할게요. 본인이 진짜 천재라면 “하늘을 나는 물리의 서커스”라는 책도 있지만, 진짜 천재가 아니라면 함부로 읽지 않는게 좋아요. (들춰보는건 적극 추천.) 교수님들 앞에서 조금 더 아는척을 하고 싶다면 “신화, 마술, 미스테리 속에 물리가 있다”라는 책이나 “알기 쉬운 생활속의 물리”같은 책도 들춰봐요. 물리학과 교양 물리 책이긴 한데, 초끈이론 다룬 책들보다는 더 많이 도움이 될거예요.

    앞에 세 권은 아직 고3이 아니라면 반드시 읽기를 추천할게요. 이번에 수능을 보고 바로 면접을 봐야 한다면, 생각하는 물리나 물리가 나를 미치게 해 중에 한권 정도는 읽고 생각해 보는게 좋을거예요.

    교수님들에게 줘야 하는 인상은 “물리를 잘한다”보다는 “물리에 소질이 있다”는 거예요. 열정도 있어야 하고,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중요하면서 간과하기 쉬운건 소질(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단순히 공식을 많이 알고, 엘러건트 유니버스나 초공간 같은 책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런거 말고, 이녀석은 정말 한번 키워보고 싶다. 어디까지 갈지 가르쳐 보고 싶다. 교수님들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그런 학생이 되어야 해요. 슈퍼스타K같은거 보면 그렇잖아요. 실력과 발전가능성 모두를 보는 거죠. 특히 발전가능성이예요.

    어차피 고등학교때 물리를 잘해봐야, 송유근 정도의 실력이 아닌 이상 교수님이 보기엔 전부 다 꼬꼬마 아가들밖에 안되거든요.

    앞에 추천한 책들은 다 문제집인데, 읽고 정답 확인하는 수준으로 끝나면 안되고, 답이 어떻게 될 것인지 최대한 생각해보는게 좋아요. 그걸 생각하는 과정이 물리 연구거든요.

    물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럼 어떻게 되는데?”예요. 앞에 나온 망치나 도체구 문제도 있고, 예를 들어 자기장 속에 전선이 있어요. 전선에 전류가 흐르면 어떻게 될까요? 전선은 어디로 갈까요? 왜 그렇게 될까요? 교수님들은 이런 문제를 주고서 말끔히 대답할때까지 끝까지 압박할거예요.

    그래서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에 나온 내용은 완전히 숙지해두세요. 사실을 정확히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대충 배우고 대학 과정을 뒤적인 것보다, 고등학교 과정이어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고등학교 과정을 완전히 이해한 다음에 대학 과정을 보는거라면 모를까, 고등학교 과정을 이해 못한 상태에서 대학 물리를 보는건 그냥 … 솔직히 말해 미친짓이죠.

    이게 왜 미친짓이냐면, 면접때 헛소리를 할 수 있거든요.

    면접관으로 들어온 교수님은 고등학교때부터 물리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분들이며, 대학을 나와서 대학원 유학도 다녀오셨고, 다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분들이예요. 그것도, 다른 물리학자들과 피와 침을 튀기는 논쟁을 벌이면서 자신의 논리와 이론을 정립한 분들이죠. 즉, 적어도, 누군가 물리와 관련된 얘기를 하는데 헛소리를 하고 있으면 콕 찝어서 너 닥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특히 가장 위험한건 양자역학 부분인데, 고등학생들이 양자역학에 대해서 교양 물리책을 보고 대충 이해한 다음에 면접에 들어와서 헛소리하고 있으면 교수님들은 얘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고 계시죠. 귀찮으니 대충 갈궈서 내보낼까, 노력은 가상하니 점수를 더 줄까, 헛소리했으니 깎을까. 물론 대학 수준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정확히 이해하고 정확히 설명한다면 아주 좋아요.

    무슨 얘긴지 알겠죠? 수준은 고등학교 수준이든 대학교 수준이든 상관 없어요. 다만, 자신이 말하고 있는 용어와 이론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해야 돼요. 정확히 말할수만 있다면야 대학 수준을 이야기하는게 도움이 되죠. 하지만 그게 안되면, 고등학교 수준에서라도 정확히 제대로 이해하는게 더 중요해요.

    그리고 물리학자를 꿈꾸는 물리학과 지망생은 내가 보기엔, 그리 많지 않다.(그러나 물리학과 경쟁률이 낮다는 뜻은 아님.)

  • 물리교육과 vs 물리학과

    안녕하세요.

    저는 지방 4년제 물리학과를 이번학기로 졸업하고 ‘교육대학원 물리교육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졸업반 입니다.

    저번학기에 물리학교수가 되는 방법에 대한 검색도중 블로그를 발견하고는 가끔 기웃기웃 거리다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 진로에 대한 고민에 조언을 해주셨으면 해서 입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물리가 좋았고 물리학과를 선택해서 진학하였고. 성적은 좋지 않지만 나름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상당히 즐겁기도 했습니다)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유는 ‘물라학사’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고 임용고시에 대한 꿈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물리학에 대한 공부를 좀더 하고싶습니다. 몇몇 교수님들께 여쭤어 봤을때 하시는 말씀이 임용고시도 나쁘지 않다. 임용고시공부 하고 나중에 연구과정이든 박사과정이든 시작해도 늦지 않다. 라며 임용고시를 고려해여 대답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한편으로는 일반대학원으로 가서 지금부터라도 전공을 확실히 정해서 공부를해야 한다. 라고 하시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물리교육과를 다녀서는 물리학에 대한 심화과정을 배우기는 힘들다. 라고 하는게 정설인것 같습니다. 어떤것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공부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리학공부를 더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 라고 묻는다면 참 대답하기 애매합니다. 전 연구보다는 강의가 좋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현상을 설명하고 이것을 이해시키는 과정역시 즐겁습니다. 사실 이런 이유로 교직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욕심을 이야기하자면 좀더 고차원적인. 좀더 심화적인. 좀더 전문화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은게 속마음입니다.

    그럼 무엇이 궁금한가라고 한다면 이렇습니다.

    과연 물리교육과로 석사를 마치더라도 물리학으로 박사를 할수 있을까요?.

    만약 물리교육과로 박사를 마치게 된다고 한다면. 물리학과에서 강의를 할수 있을까요?.

    아니면 역시 일반대학원 물리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일단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면요.

    1. 물리교육과 석사를 받고 물리학과 박사과정 진학 가능합니다.

    2. 물리교육과 박사를 받고 물리학과에서 강의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물리교육과는 기본적으로 “교육학과”입니다. 물리학 자체를 심도있게 공부하지는 않고, 물리학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학습시킬 것인가를 심도있게 공부합니다. 물리학과는 물리학을 심도있게 공부하죠. 따라서 연구하는 영역이 다릅니다. 즉, 물리학과에서는 물리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관심분야가 아닙니다. (쉽게 말해, 물리 교육은 물리학적 방법론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물리학이 아닙니다. )

    반대로 물리학 박사가 물리교육과에서 강의할 수는 있습니다. 물리교육과도 물리학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는 있기 때문에, 물리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물리학 박사가 강의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죠.

    정확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일반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일단, 중등교사가 되겠다고 한다면, 물리학 박사학위는 그냥 개인적인 만족밖에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등교사는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주 업무인데, 그들에게 가르쳐야 할 물리학의 수준은 고등학교 수준입니다. 박사 수준의 물리학은, 강의자가 깊이 애해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본질적인 설명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강의하면 “제물포”교사가 한명 늘어날 뿐이겠죠. 그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천재 고등학생들은 아마 그 고등학교에 있지 않고 과학고에 가 있을거예요. 어쩌다, 물리만 잘하고 나머지 모든 과목을 못하는 학생이 질문하신 분의 학교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3년 후에는 졸업하죠. 그럼 그런 학생은 다시 만나기 힘들거예요. 박사학위 자체는 교사 일을 하는데는 별 필요가 없고, 아마 박사과정에서 알게된 인맥 등으로, 학생들에게 실험실 체험이나, 우수한 학생들 대상으로 방학때 특별활동반을 편성한다거나 할 수 있을 거예요. 박사학위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유일하게 경시대회반을 운영할 때일거예요. 그러나 요새는 경시대회도 대학가는데 별 도움이 안되다보니 인기가 시들하죠.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지방 4년제”에 “성적은 좋지 않지만” 부분이네요.

    물리학 박사과정은 쉽지 않아요. 교수님들이 강의할 때도, 학부 수준의 내용은 다 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학부때 다루지 않은 부분만 강의합니다. 문제는, 학부때 다루지 않은 부분을 강의한다고 해서 학부때 배운 방법론을 안쓰는게 아니거든요. 학부때 배운 도구들을 자유롭게 갖고 놀아야 강의를 따라잡을 수 있어요.

    물론, 대학원은 강의가 중요하진 않고, 성적은 대체로 잘 주는 편이긴 합니다.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라면 오직 연구 성과만으로 – 논문으로 –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실험도 그렇고 이론도 그렇고,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연구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성과도 없어요. 아마 자기비하에 빠져서 좌절할거예요. 만약 본인의 전공 학점이 B+이하라면, 특히 4대역학중 3개 이상 A이상이 아니라면, 박사과정 진학할 때 까지는 그정도 수준으로 만들어 놓는게 “예습”의 의미가 있을 거예요.

    “물리학사”에 특별히 관심이 있다면, 박사과정 진학할 때 대학원에 물리학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잘 골라야 할거예요.그런데 물리학사를 가르치는 물리학과 대학원은 못 본것 같네요. (앞서와 마찬가지로 물리학사는 “물리학”의 연구 범위가 아니거든요.) 이 경우에는 물리학 자체를 심도있게 공부하지는 않을 거예요.

    박사과정의 난이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볼게요.

    질문에서 언급한 “좀 더 고차원적인, 심화적인, 전문화된 물리학”의 수준을 어느정도로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끈이론, 양자장론, 초전도체, 우주론, 양자컴퓨터, 이런 정도의 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학부 4대역학은 전부 A+을 받아야 “이해”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물리학 박사와 임용시험을 모두 보는 것은 꽤 문제가 있어요.

    1. 교육대학원 물리교육전공 석사

    2. 일반대학원 물리학전공 박사

    3. 임용시험

    이 세가지를 다 합치면, 석사 2년, 박사 5년, 임용 2년, 합쳐서 9년 걸립니다. 9년후에 나이는 아마 33~36세 사이겠군요. 즉, 돈을 버는 나이가 그만큼 늦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30대 중반인데 사회초년생이예요. 다른 친구들은 30대 중반이면 과장급 달고, 교사가 되어었어도 최소 5년차 이상 베테랑이겠죠.(박사과정 5년이 차이가 나니까) 남자분이라면 결혼할때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떨어질 수 있어요. 이걸 지금은 신경 안쓴다고 하지만, 막상 30대 중반이 되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아요. 임용 합격 못하면 30대 후반에 고학력 백수가 됩니다.

    반대로.

    1-3-2순서로 간다고 하면 일단 돈은 벌 수 있는데, 박사를 받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물리학과 대학원은 대체로 전일제(full time)이고 수업도 당연히 특혜 없이 주중 주간에 편성됩니다. 교사를 하면서 출석하기 힘들거예요. 휴직을 해서 2년을 벌 수는 있긴 해요. 그러나 연구과정도 쉽지는 않아요. 만약 실험물리를 한다면 실험실에 붙어있어야 하는데, “붙어있는다”는 기준이 1주일에 100시간 정도는 실험을 해야 하거든요. 학기중에는 안 나겠죠? 학교 방학때만 실험을 하면 1년에 5개월 정도 할 수 있는데, 대체로 1년 내내 있는 학생이 연구과정을 2~3년 하죠. 24개월에서 36개월인데, 이걸 1년에 5개월만 해서 하려면 5년에서 7년 걸립니다. 앞에 석사+임용=3~4년인데, 여기에 5~7을 합치면 8~11년이죠. 박사 받으면 30대 후반이예요. 게다가, 박사학위로는 딱히 쓸데가 없다는 거. 물론 자기가 공부를 해서 얻는 성취감은 비할바 없지만, 배우자가 있다면 졸업식에서 축하의 꽃을 전달하며 썩소를 지어줄 가능성이 높아요.

    교직을 포기한다면, 깔끔하게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물리학과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도 좋아요. 그럼 5~6년 걸립니다. 30대 초반에 박사를 받고, 박사학위를 바탕으로 취직할 수 있어요. 만약 교수를 노린다면 유학을 다녀오는게 좋을거예요. 우리나라는 아직 학벌에서 자유롭지 않아서, 지방의 물리학과 출신이라면, 그것만 갖고서는 거의 포기하는게 좋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예요. 엄청나게 암울한 상황을 써놨는데, 사실 어떤 선택을 할 때 좋은 얘기보다는 나쁜얘기를 많이 들어보고 결정하는게 좋아요. 그래서 위험한 것들에 미리 대비할 수 있죠. 좋은얘기만 듣고 낙관하며 진입했는데 엉망진창 가시밭길에 대비도 안되어 있으면 좌절밖에 더 하나요.

    꿈을 꾼답시고 하늘만 바라보면 땅바닥의 돌뿌리에 걸려서 넘어질수밖에 없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도 보고 아래도 보고 주변도 살피면서, 한걸음씩 차분히 나가야 해요.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잘 생각해 봐요.

    잘 모르겠다면, 지금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단 하나네요. 일단 교육대학원 진학하고나서 생각해 볼 것이예요. 대학원 가서 공부를 더 배우다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모르던걸 알게 되요. 생각이 바뀔수도 있는거고.

    그리고 물리학 분야에서도 세부전공이 아주 많아요. 고체, 플라즈마, 광학, 입자… 방법론 측면에서도 이론물리와 실험물리가 있고, 이론물리는 다시 수리물리와 전산물리로 나눠지죠.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간다는 것은, “세부전공”과 “방법론”을 선택하는 거예요. 물론 요새는 입자물리학의 방법론을 써야 하는 그래핀같은 고채물리학적인 대상도 있지만요.

    신중하게 선택하고, 선택했다면 후회하지 말고 갈데까지 가요.

    나도 20대인 주제에(말년이지만) 할아버지같은 이야기만 했다. 이 틀도 깨부숴야 하는데, 일단 깨보고 나서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답장이 왔다.

    요 몇일 제 꿈이 무엇이었나 다시 한번 오랜시간 공들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강압적이고 성과주의 선생들에게 이리 저리 치이다 공부다 뭐다 다 버리고 대학조차 포기해 버렸던 나자신이 어떻게 보면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한명이라도 이런 사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 선생이라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언젠가 그런 학생들이 한명도 배출되지 않는 학교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리라 했습니다.

    물리라는 학문이 좋아서 즐기며 공부하다보니 꿈으 잊을 정도로 물들었었나 봅니다.

    몇일전 교육대학원 합격발표에 너무 들떠서 그동안 잡고있던 정신줄을 놓아버린것도 한몫하겠지요. 내 꿈을 위해서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야 하는데 긴장이 풀려 마음을 다잡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따끔한 질책과 충고에 제 꿈이 무엇인지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다음에 내가 무엇을 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내가 이루고자 했던것은 이루고나서 결정하자 마음먹었습니다.

    좋은 날 되시구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그다지 따끔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내가 무딘 것이거나…) 사족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진로선택에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요.

    물리 교사가 되신다고 하니, 몇가지만 – 사족인셈 치고 – 덧붙이겠습니다.

    물리 이해 못하는 학생을 이해 해주세요. 물리는 원래 어렵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물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므로 당연한 것들도 학생들은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물리 과목 시험의 전교 평균은 60점이었고 제 반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하도 답답해서 반 친구들
    15명정도 모아놓고, 토요일날 오후에, 특별 과외를 2시간 정도 해줬는데 우리반만 평균이 70점이 나왔었어요. 다른 반은 여전히 6
    0점이었고. 결국 저는 물리 선생님에게 불려가서 혼났죠. 당신이 시말서 쓰셨다고.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시말서 쓰는게 맞아요.
    고3 학생이, 전체 36명중 15명 모아서 2시간 가르쳐줬을 뿐인데 반 전체 평균이 10점이 향상되었다면 그건 강의 자체가
    글러먹었다는 뜻이죠. 그 선생님이 실력있고 열정적인 물리교사인건 알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강의 내용 자체는 어려웠다는 뜻이죠.

    그러므로, 학생들이 물리를 싫어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열정과 실력만으로는 물리를 쉽게 가르치기 어렵죠. 그래서 “물리교육과”가
    따로 있는 것이고요. 대체로, 물리학과 학생들은 물리교육과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리 못한다고.

    그러나, 어찌 보면 물리교육과의 목표는 물리학 연구가 아닌, 물리교육의 연구이므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죠. 그렇게
    무시하는 물리학과 사람들 중에, 물리를 “쉽게 배운”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물리를 “쉽게” 이해한 사람은 있어도. 그러니 당연히
    물리교육과도 엄청나게 중요하죠. 우리나라 물리학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학생들이 물리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해요. 물론 그렇게 하시겠지만. 나이가 더 들다보면, 아마 본인은 열심히 하는데 학생들이
    물리를 싫어하는 건 학생들의 적성이 안 맞아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갖고 있는 그 열정이 식었음을 뜻할 거예요.

    그 학생들이 커서 물리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방사광 가속기, 극초단 초고출력 레이저, 중성미자 측정실험,
    K-STAR프로젝트같은 기초물리학 연구가 왜 중요한지 아는 것은 대체로 학창시절에 물리학을 얼마나 즐겁게 배웠는가에 따라 달라질
    거예요. 대체로,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 “물리? 에이 몰라” 하면서 거부하거든요. 뭐에 쓰는지도 잘 모르고,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죠. 별로 쓸모도 없어 보이는 연구에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한다고 생각할거예요. 실제로 본인들이 매일 쓰는
    스마트폰에, 인터넷에, 냉장고에, 자동차에, 나라를 지키는 탱크에, 비행기에, 얼마나 많은 물리학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는지
    느끼지도 못하고요. 입자물리학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고에너지 입자가속기가 암치료의 최첨단에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요. 블랙홀, 초끈, 쿼크, 이런것들만 멋있고 의미있는게 아니라 냉장고, 자동차, 이런것들도 멋진 물리학적 연구
    주제죠.

    물리 수업때, 맨날 공을 던지고, 떨어트리고, 자기장 속에서 도선을 움직이고, 그런 문제를 풀어봐야 도대체 왜 쓰는지도 모르고
    어디에 쓰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찬 축구공이 왜 골인할수밖에 없는지, 사람이 높은데서 떨어지면 왜 죽는지,
    자이로드롭이 왜 안전한지에 대한 문제를 풀면 재밌겠죠. 아마 이보다 더 재미있는 사례와 문제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물리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고, 정말 바로 눈앞에, 피부 곁에 밀착된 학문인데도 아무도 몰라요.

    물리 교사가 되신다면, 물리학을 과목으로서가 아닌 실용학문으로서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물리학자가 될 것이다.

  • 진로상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받을 때는 독하게 받아야 한다. 자기가 가려는 길을 방해하는 사람으로부터, 그 길에는 온갖 장애물이 있어서 가기 어렵다는 걸 주장하며 그 길을 포기하라고 설득하려는 사람으로부터 진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가 제시한 장애물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애물이 있는지 모르고, 장밋빛 미래만을 바라보며 “나는 할 수 있다! 아자!” 라는 기개만으로 과감하게 뛰어들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애물에 놀라게 될 것이다. 미리 알아야 그 장애물을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우고 비켜가든 이겨내든 넘어가든 할 수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그냥 포기할지라도.

    어떤 계획에 대해, “아마 그거 안될거야”라고,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이야말로 그 계획을 성공시켜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그가 제안한 부정적인 점을 모두 극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미리 알고서 대비한다면 성공에 한층 더 가까울 수 있다.

    포기하는 것은 비굴하거나, 용기가 없거나, 나약한 것이 아니다. 포기하는 것과 포기하지 않는 것 모두 같은 크기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한걸음 나아가든, 한걸음 뒷걸음질치든, 똑같은 한걸음이다. 천재와 바보는 둘 다 비정상이다.

    어떤 일이 이루어질 때, 좋은 면은 저절로 잘 이루어질 것이다. 일을 이루려고 하는 입장에서, 특히 그 일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면, 장점과 단점을 고루 알고 강점과 약점을 두루 알아야 한다. 특히, 중점적으로 단점과 약점에 신경써야 한다. 장점과 강점은 신경쓰지 않아도 일을 잘 이루어 갈 것이다. 실패와 성공은 모녀관계가 아니다. 시도(trial)에서부터 성공과 실패가 갈라지며, 어떤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가 사실은 성공의 어머니이다. (물론, 동시에 실패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누군가 이 세상의 나약함으로 자신을 단련하고, 어두운 면으로 앞날을 밝히고, 부정적 편견과 시선으로부터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는 웬만하면 성공할 것이다.

    어떤 회사원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로또를 사지 않고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놈은 도둑놈 심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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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tp://kldp.org/node/125873#comment-569524

  • 물리학과 교수되기

    누군가 방명록에 질문을 올렸다. 난 교수는 아니지만 교수 되면 좋지… 그래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적어둔다.

    전 물리학과 교수가 되고싶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저도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길 바라거든요 교수가 되려구 박사과정까지 밟을 생각을
    하고있는데요 고등학교과정에서 물리는 누구나 다 똑같은 주제를 다루는데 대학교부터는 물리학이 여러가지 분야로 나뉘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전 입자쪽이랑 전체적인 현상을 다루는 두개가 상반되는 느낌이라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주제를 다루는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데요 이런
    분야는 어느 전공에서 공부할 수 있는거죠? 대학교가면 다 알게된다고 하는데 미리 사전지식을 갖고 시작하는거랑 아무래도 다르겠지
    싶어서…ㅎㅎㅎ 핵물리 입자물리 유체물리 이런거 있잖아요 전공과목으로 정하는거요

    대학교 가면 다 알게 된다. 그리고 물리학과는 이공계 학과 중에서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전과목 다 잘해야 대학원 가서도 잘하게 된다. 가령, 화학과는 유기화학, 무기화학, 생화학, 양자화학, 분석화학… 등 중에서 하나만 잘해도 대학원 가서 그 과목을 파면 된다. 생물학과도 동물학, 식물학, 분자생물학, 해부학, 생리학 … 등에서 한두개만 잘해도 대학원 가서 그 과목을 파게 된다



    [각주:

    1

    ]



    . 그런데 물리학과는 고전역학, 통계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광학은 기본적으로 다 잘해야 하고, 고체물리, 입자물리, 핵물리, 수리물리 등을 두루 잘 알아야 대학원 가서 잘 할 수 있다. 그래서 물리학과 교수님들은, 이공계 학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교수님 전공에 상관 없이 아무 과목이나 강의해도 된다. 화학과는 유기화학 전공한 교수님이 무기화학을 강의하지는 않는다. 모르진 않겠지만, 무기화학 전공자 만큼 잘 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리학과는 고체물리 전공한 교수님이 입자물리를 강의하는 경우도 봤다.



    [각주:

    2

    ]


    답 – 대학교 가면 다 알게 된다. (진짜임) 대학교 가서 분야가 나눠지는 건 맞는데, 교수 할거면 어차피 다 잘해야 한다. 양자역학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고전역학 못하면 연구고 뭐고 망함.

    한줄요약 – 물리학과 전과목 다 잘할 것.

    참고로, 유체역학은 공대로 완전히 넘어간 연구 분야이다. 네비어-스토크스 방정식이 유체역학의 기본 방정식인데, 이거 풀면 클레이 수학 재단으로부터 100만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못푼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은 전산 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이 잘 자리잡았고, 엄청나게 많은 툴이 있어서 유체역학 기초만 배우고 컴퓨터 시키면 컴퓨터가 대충 정답을 내놓는다. 따라서, 유체역학에 관심이 있다면 공대로 진학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하는데 생각처럼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든요..ㅎㅎ 그래도 전 석사랑 박사과정쪽에 더 욕심이
    있는데요 석사랑 박사과정을 국내에서 밟느냐 국외에서 진행하느냐가 국내에 다시 와서 교수로 자리잡는데 영향을 미치나요? 전
    개인적으로 국외유학을 욕심내고있거든요 시각을 넓히는 기회도 될 수 있고 아무래도 학력사항이 영향을 받겠지 싶어서요

    교수가 되는 방법은 교수 임용공고를 보고, 지원자가 지원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후 임용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되는 여러가지 사항이 있는데, 그건 그때쯤 되서 조언을 듣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지금 입시 준비하는 학생이면 교수 되려면 10년~15년정도 남았는데, 그때쯤 다시 물어보는 것이 좋을 듯.)

    기본적으로 교수 임용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논문 실적과 추천서이다. 논문이 많을수록, 추천서가 강력할수록 좋다. 유학 갔다온 사람이 조금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국내 박사라고 해도 논문 실적이 좋으면 교수 임용에는 아무 문제 없다. (교수 임용과 관련된 상세한 얘기는 대학교 합격 후에 술 한잔 사면 해줄 수 있음. 이 얘기는 함부로 꺼내면 내가 망하는 얘기라…)

    또 하나 궁금한게 학사는 4년, 석사는 2년인데 박사는 기간이 없더라구요? 얼핏 듣기론 논문작성하고 그 논문이 인정받으면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는데 정확하게 박사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거죠?

    질문이 많긴 한데;; 한 나라의 꿈나무 뿌리에 양분좀 쥐어준다 생각하시고~~답변부탁드려요ㅎㅎ

    박사학위는 수업 듣는 기간이 2년이고 그 이후부터는 연구과정이다. 대체로 총 5년정도 공부를 하게 된다. 천재 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3년(수업 2년 듣고 수업 들으면서 논문 쓰고, 1년간 졸업논문 작성) 걸린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목숨을 걸고 노력하면 4년 걸린다. 아니면 대충 5~6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건 개인차가 있다. 졸업은 1. 논문자격시험 통과 2. 졸업요건 합격 3. 학위논문 심사 통과의 과정을 거친다. 셋 다 통과해야 한다. 석사도 마찬가지다. 논문자격시험(Qualifying exam)은 박사과정 수업들으면서 배운 내용이 문제로 나온다.


    http://www.stanford.edu/dept/physics/publications/oldquals/


    예를들어, 스탠포드 물리학과 박사과정의 논문자격시험 기출문제는 위에 있다. 참고로 나도 현재 수준에서 저 문제들은 책 찾아보면서 풀어야 한다.

    졸업요건은 대체로 학술지에 몇 편의 논문을 출간하는 것이 많다. 한국은 거기에 추가로 영어 성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위 논문은 자신이 박사 학위를 받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논문이다.

    박사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정식화 하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과 이론을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각주:

    3

    ]



    박사 학위 논문은 이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박사학위 이후의 진로에 대하여 제대로 된 책을 보고 싶다면 “박사학위로는 부족하다”라는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 블로그 어딘가에 좋은 글들이 파묻혀 있다는 정보도 알려준다.

    중요한건, 일단 대학교 물리학과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가서 잘 하는 것이다. 미리 겁주는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물리2와 대학교 물리는 차원이 다르다.



    [각주:

    4

    ]



    꿈을 포기하지 말기를.

    1. 이상, 내가 주워들은 지식에 의한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실일 수도 있음.

      [본문으로]
    2.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본문으로]
    3. 참고로 석사는 “자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되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본문으로]
    4. 물리2는 1차원, 2차원 문제를 주로 풀고 대학교 물리는 3차원 이상에서도 놀줄 알아야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도 있다.

      [본문으로]

  • 세상을 쉽게 살면 안될까?

    어제 교수님이랑 얘기하다가 내 진로에 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왔다. 대략 느낌은 도마위의 횟감이랄까.

    잠시 내 이력을 소개하자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는 큰 길(4차선과 8차선 도로)을 3번 건너는 한수중학교 대신 작은 길(2차선)을 1번 건너면 되는 오마중학교로 진학했다. 그것도 교육청가서 투쟁한 결과로 얻어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는 동네에 있는 한 10개 정도의 고등학교 중에서 서열상 3번째 하는 주엽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 이유는 앞에 두 학교는 가려면 못갈것도 없지만 통학거리가 버스로 20~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주엽고등학교는 걸어서 5분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오직 이것이 유일한 이유이다. 중앙대학교는 수시모집에 합격해 버려서 연대나 고대나 좀 더 높여서 서울대를 가라는 담임선생님이랑 좀 싸우고 중앙대에 굳이 등록을 했다. 왜냐하면 수능을 볼 경우 합격할지 어떨지를 가늠할 수 없었기에 확실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이때 수능을 봤다면 중앙대도 못 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고, 재수를 해야 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 시간은 누가 보상해 주는가. 또한 내년부터 군대에 현역으로 입대하는 대신 병역특례업체에서 돈 많이 받으면서 일하게 되었다. 당연히 남들보다 쉬운 길이다. 오직 집에서 30분 걸린다는 이유로 연세대에 가고 싶긴 했지만, 못갔으면 어떤가.

    교수님이 내게 제기한 문제는, 내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즉, 잘 하는 사람들 옆에 있어야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한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하지 않는 애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대학교 와서도 열심히 하지 않는 애들만 본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교수님에게 내가 느낀 것은 은근히 연세대가 더 좋은 학교이고 우리학교가 비교적 좋지 않은 학교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연대 학생들은 더 열심히, 더 실력있는 학생들이고 우리학교 학생들은 비교적 덜 노력하고 적은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같이 공부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수능 점수가 좀 낮게 나와서 중앙대에 오긴 했지만 머리가 나빠서 노력해도 실력이 안쌓이는 사람은 없더라. 즉, 자신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 실력을 쌓지 못하는 경우는 봤지만 대부분은 노력한만큼이나 그 이상의 실력을 만들어 나갔다. 연세대와 비교해서 그다지 밀릴 것이 없다.

    내가 연세대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오직 가까워서이지 명문이어서가 아니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이 말이 연세대를 비하하는 뜻은 또한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교수님이 내게 가지는 불만은 내가 세상을 너무 쉽게만 살려고 한다는 점인데 난 그게 좋다. 쉽게 살고 싶다. 피할 수 없는 고생이야 당연히 이겨내야겠지만, 사서 고생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대학교 와서 세운 인생 전체의 계획은 대략 20년치다. 지금까지, 즉 지난 6년간은 계획대로 잘 가고 있다. 앞으로 3년도 잘 될 것이 분명하다. 그 이후에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루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몫이다. 공짜로 얻을 생각도 없고, 노력하지 않을 것도 아니다. 단지 쉽게 해보겠다는 것이다. 난 내가 가진 능력과 열정을 물리 공부 이외의 것에 쏟아붓고 싶지 않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오직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이고, 대학을 다닌 것도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이다. 나를 키워줄 충분한 실력을 가진 선생님이 있는 곳에서 공부하면 됐을 뿐, 최고의 선생님 밑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같은건 없다. 그건 단지 나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내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지만, 난 나보다 성실하고 노력하며 머리까지도 좋은 사람들이 의대와 법대를 가는 대한민국이 너무너무 좋다. 진짜로. 그런 사람들이 물리학과로 몰려왔다면 아마 난 파묻혔겠지. 다행히도 물리학과는 천재만 다닌다는 인식이 있고 취직이 안된다는 편견이 있어서 그렇게 몰려오지는 않는다. 사실 천재 아니라도 물리 잘할 수 있고 취직도 꽤 잘되는데 말이다. 나보다 공부 못한 친구들이 모두들 남들이 바라마지 않는 삼성, 현대, 동부 등등의 대기업 계열사에 취직했다. 아니면 포항공대, 카이스트, 서울대 등 유명한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런 대학원 가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잘 다니고 있다. 이 상황에서 왜 그보다 공부를 잘했던 내가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을, 세상 쉽게 산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뭐, 조금 억울했다는 것이다.

  • 직업, 진로, 진학

    일하는데서 어느 학생이 문의하길래 상담해줬다.

    안녕하세요,, 대구에 사는 중1 남자아이입니다.

    제가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런데요,, 몇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제 꿈은 아직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겠습니다 .

    저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고 재밌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치킨집 같이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치킨을 개발하여 소비자에게 팔아서 돈을 버는 일을 하고싶습니다. 꼭 음식에 관련된 일을 하고싶다는 말은 아니구요,

    ‘경제야놀자’를 보고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같은 직업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애널리스트에 관한 글을 읽어보고 경제학을 읽어보면 잘 이해도 안되고 너무 어려워서 ㅠㅠ..

    저희집이 그렇게 잘사는것이 아닌 중소득층이라서 의사같이 돈을 많이버는 직업도 하고싶고요 ,,

    그래도 제 흥미에 맞는 직업이 가장 좋을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커리어넷에서 진로상담도 해보고 해도 딱 이거다 하고 필이 꽂히는 직업이 없네요 ㅠ

    직업을 좀 추천해주세요,,

    그리고 특목고 진학하고 싶은데요,,

    제가 5학년 – 대구교육대학교 영재교육원 , 6학년 -대구경북대학교 영재교육원

    지금 – 대구남부교육청 영재교육원을 다니고 있는데요,,

    요즘들어 책을 많이 안읽고 나태해져서 노력도 많이 안하는 것 같아요,,

    제가 외고를 갈려고 했었는데요,, 어떤분이 외고가면 언문계열의 직업을 선택할수 밖에 없다고 하시는데 맞나요?? 물론 언문계열이 싫은건 아니지만 어릴때부터 이때까지 읽어온 과학서적들로 쌓아둔 과학지식이 아까워서요 ..

    물론 저는 과학올림피아드는 몇번씩 나가도 수상은 5학년때 한번밖에 못했습니다..

    그것도 장려상요 ㅠㅠ.

    가족과 친척분들도 많이 기대하시고 계셔서 부담감도 생기구요,,

    부산영재고, 대구과고, 대구외고 등으로 생각하고있어요..

    민사고는 경제적 부담이 커서 ;;

    물론 저런 학교에 갈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하버드에 간 쌍둥이형제의 책을 읽고 자극이 되서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서요 ㅠㅠ

    제가 1학기때 전교 7등 했는데요ㅠㅠ 수행평가때문에 많이 떨어졌어요.

    그래도 수학은 415명중 5등, 과학은 415명중 1등 했어요,,

    수학 중간고사 망해서 ㅠㅠ

    이정도 성적으로 특목고 갈수있나요??

    제가 특목고 갈려는 이유는 나중에 대학진학과 직업선택에도 유리할것 같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꼭 노력할것입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ebs강의나 인터넷강의를 들으면서 고등학교 수학,과학 다 독학할 것이구요,, 질문에 성심껏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제 인생이 걸린 문제라서요,,

    추가질문: 그리고 어떤 직업과 고등학교를 가르쳐주시고 그 고등학교와 직업을 갖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장래희망부터 정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 중1이면 14살정도일텐데, 꿈을 이룰때까지 한 15년에서 20년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길게 봐야 합니다.

    일단 대학부터 좋은데 가고 보자는 심리는 대학 가서도 공부 안하게 되는 지름길이므로 지금 공부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깊이있게 장래에 대해서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목적이나 고민 없이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만 바라보고 선택한 직업은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목고가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고 명문대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모두 수단이며 과정일 뿐, 중요한건 최종적으로 장래희망을 이루었느냐가 중요하겠죠. 그 장래희망에 도착하는데 특목고나 명문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노력해서 가면 됩니다. 또한, 노력했지만 못 가게 되더라도 그건 실패가 아니라 그냥 갈 길을 좀 멀리 돌아가는 겁니다.

    창의적인 작업은 어떤 직업에서도 대부분 가능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인재를 원하고 있죠. 지금은 학교 공부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알아보고 고민해도 되는 시기입니다. 중고등학교때의 청소년기가 아니면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게 되죠. 대학교만 올라와도 취직의 압박이 1학년때부터 시작되며, 대학 졸업하면 백수입니다. 이때쯤 되면 직업이 뭐냐는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회사든간에 아무튼 채용되느냐가 중요하게 됩니다. 이미 장래희망의 실현은 물 건너가는 거죠. 이때 와서 고민하는 것도 아주 늦는 건 아니지만, 이럴 바에는 어릴때부터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학 와서는 본격적인 장래희망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업을 가졌을 때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는 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인데, 사실상 현재의 인기 직종이 10년~20년 뒤에도 인기있고 돈 잘버는 직종일지는 잘 모르는 문제입니다. 공무원이 지금처럼 최고 인기직업이 될 줄이야 20년전에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그러므로 수입과 관련된 문제는 당장 고민하기보다는, 현재 자신의 적성이 어떤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직업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직업 선택과 관련한 한가지 조언은, 직업은 결코 취미가 아니라는 겁니다. 가령 어릴때 피아노를 좀 잘 쳤다고 해서 직업을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작정했다면, 그건 더이상 취미로 즐기는 수준이 아니게 됩니다. 아무리 재능이 있고 피아노치는 것을 즐기더라도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죠. 그것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잘 알려진 예로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의 어마어마한 연습과 훈련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재능도 있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최고가 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는 사람들이죠. 그것이 “직업”이라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건 그렇고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만나느냐는 심도있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