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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짧게 소개하는 양자장론

    뜬금없이 양자장론에 관한 설명이다. 원래는 양자광학에 관한 글을 쓰고 비선형 광학 과정의 양자광학적 처리 방법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으나 그걸 다루기 위해서는 일단 양자장론에 관한 초보적인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글을 먼저 쓴다.

    양자장론이란 장론에서 말하는 장을 양자화해서 다시 (정확하게) 계산하는 방법에 관한 이론인데, 이게 사실 입자 이론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이나 쓸 것 같아 보이는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거의 모든 물리학 영역에서 사용된다. 양자장론의 파생 분야로 양자전기역학, 양자색역학 같은 주제들이 있고, 양자광학은 양자전기역학에서 상대론을 뺀 분야라고 보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쉬운건 아니고. 또, 포논이나 플라즈몬 같은 준입자를 다뤄야 하는 응집물질 물리학에서도 등장하며 이제 물리학자들의 연구는 쿼크, 렙톤, 글루온 같은 기본입자에서부터 포논, 플라즈몬, 엑시톤, 폴라리톤 같은 준입자까지 모두 양자화해서 입자로 다루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이란 무엇일까? 이것도 사실 고전장론에서 다루긴 하지만 학부 수준의 물리학에서는 잘 배우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고전역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물리적 대상 중 하나는 조화진동자이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용수철에 매달려서 흔들리고 있으면 조화진동자인데, 이 물체에 대해 시간에 따른 위치의 변화는 간단한 삼각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조화진동자를 여러개 묶어서 질량-용수철-질량-용수철… 이런식으로 여러개의 조화진동자 계를 만들면 장에 대한 간단한 모형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는 경우, 어느 질량 하나가 움직이면 용수철의 흐름을 타고 다른 질량체들이 같이 움직이게 되어서 질량의 움직임이 다른 질량으로 전달된다. 이것이 장에 대한 가장 간단한 모형이다. 이것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 물체는 고체인데, 고체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과 그 원자들을 붙들어 매고 있는 전자기력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물론 이 고체가 깨지거나 변형되지 않는 선에서 한정된다.)

    우리가 양자역학에서 사다리 연산자를 배울 때, 처음에 조화진동자를 배우고, 이게 아주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실제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나오는 내용은 x와 p를 a와 a+로 바꿔서 열심히 계산하는 정도의 내용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게 왜 중요한지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그럼 이 사다리 연산자를 위에서 말한 장을 구성하는 조화진동자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조화진동자의 사다리 연산자는 질량이나 용수철 하나에 대해 작용하는 연산자가 아니라 “질량+용수철”이라고 하는 전체 계에 대해 그 상태를 바꿔주는 연산자이다. 물론 사다리 연산자는 질량이 가지는 파동함수(또는 켓 벡터)를 바꾸는 역할을 하지만, 질량이 용수철이 없으면 조화진동자가 아니므로 사다리 연산자의 작용 범위는 질량과 용수철을 포함한 계라고 봐야 한다.

    질량과 용수철이 흔들리면, 고전역학적인 계에서는 이 운동이 다른 곳에 있는 조화진동자를 진동시킨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걸 양자역학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특정 위치에 있던 사다리 연산자가 다른 곳에 있는 사다리 연산자를 만들어 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상황에서, 전체적인 에너지가 보존되어야 하므로, 어느 한쪽의 상태가 올라가면 다른 위치는 내려가야 하고,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즉 a와 a+는 항상 같이 등장해야 한다.

    양자역학에서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연산자로 바꾸고, 그걸 조합해서 사다리 연산자로 바꾸는 과정을 양자화라고 부른다. 양자장론에서도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연산자로 바꾸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 경우 어느 특정 물체나 운동량을 지정해서 연산자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질량 전체와 용수철 전체를 하나의 장으로 나타내고, 특정 위치에 해당하는 사다리 연산자가 위치마다 분포되어 있다고 하여 그 모든 가능한 조합들의 합으로 나타내는 것이 양자화 과정이다. 이렇게 장을 양자화 시키는 것을 1개짜리 조화 진동자의 양자화 과정이랑 구분하기 위해서 “2차 양자화(Second quantization)”라고 부른다. 2차 양자화라고 해서 양자화를 두번 하는게 아니라는 것이 포인트.

    2차 양자화된 장에서 입자의 움직임은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입자의 수를 사다리 연산자의 작용에 대응 시켜서, 생성 연산자가 특정 위치에 작용하면 그 위치에 입자가 1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입자가 움직인다면, 먼저 있던 위치에는 소멸 연산자를 작용시켜서 입자를 없애버리고, 새로 나타난 위치에 생성 연산자가 작용해서 입자가 나타나는 것이 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양자장론을 적용하기 전의 양자역학에서 사용하던 파동함수는 사다리 연산자의 분포를 나타내는 함수가 된다. 즉, 파동함수의 값이 큰 곳은 사다리 연산자가 빽빽하게 밀집해 있는 부분이고, 작은 곳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한 후에, 파동함수의 절댓값 제곱을 취해서 확률밀도 함수를 구해 보면, 확률밀도함수의 특정 위치에 그 위치마다 갯수 연산자가 붙어있는 걸 알 수 있다. 즉, 확률밀도함수가 그 위치에서의 입자의 수를 나타내는 함수가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양자역학이랑 해석도 맞고 참 보기에 좋다.

    그렇다면, 여기에 양자광학이나 양자전자기학 같은 것은 어떻게 도입되는가?

    고전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운동 방정식이나 해밀토니안들이 있는데, 가령 그것이 빛에 대해서는 맥스웰 방정식이다. 그런데 이 맥스웰 방정식을 풀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기장의 크기이고, 빛의 밝기는 전기장의 절댓값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전기장이 곧 빛에 대한 확률진폭함수가 된다.

    또, 상대론적인 양자역학 방정식을 풀어서 클라인-고든 방정식이나 디락 방정식을 풀면 그에 해당하는 파동함수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양자전자기약역학(Quantum electroweak theory)과 양자전기역학이 된다. 물론 양자전기역학은 빛에 관한 맥스웰 방정식과 전자에 관한 디락 방정식과 그 결합에 해당하는 걸 모두 포함한 좀 더 복잡한 이론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다음 시간에는 양자광학에서 이론을 어떻게 전개하는지에 관하여 간단하게 해석을 해보도록 한다.

  • Avalanche photodiode 눈사태 광검출기(1)

    Avalanche photodiode는 광학 연구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전자부품중의 하나이다. 대표적인 업체의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사고 싶으면 아래 홈페이지에서 알아보고 주문하면 된다.

    http://www.hamamatsu.com/jp/en/4003.html

    https://www.edmundoptics.com/testing-detection/detectors/avalanche-photodiodes/

    줄여서 APD라고 하는데, 광자 1개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중의 하나다. 광자 1개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단광자 검출기(Single photon detector, SPD)라고 부르는데, 그중 특별히 APD를 갖고서 Single photon avalanche detector(SPAD)라고 부르기도 한다. SPD에는 APD만 있는 것은 아니고, 광전증배관(Photo-multiplier tube, PMT)이나 Micro-channel plate(MCP)등이 있다. 다들 각자의 쓰임새와 전문분야가 있는데, 오늘은 그중 APD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Avalanche photodiode에서 Avalanche는 “눈사태”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눈사태가 일어나듯이 전자의 증폭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참고로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전자사태 광다이오드”라고 나와 있으므로 참고하도록 하자.

    일단 APD도 PD의 일종이므로 photodiode가 어떻게 신호를 만들어내는지 알아야 하는데, 사실 어려울 것은 없다. PD는 일단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diode이다. diode는 2가지 종류의 반도체로 구성되는데, 그 기반이 되는 반도체 물질은 같지만 한쪽은 양공(hole)이 많은 p형 반도체이고, 다른쪽은 전자(electron)가 많은 n형 반도체로 되어 있다. 즉, p-n 접합이 되어 있다. p-n접합이 되어 있는 반도체는 전압이 어느 방향으로 걸리게 되느냐에 따라 저항이 달라지는데, p형에 높은 전압이 걸리면 전류가 잘 흐르고(=저항이 작고, 정방향) 반대로 n형에 높은 전압이 걸리면 전류가 잘 흐르지 않는다(=저항이 크다, 역방향). 그리고 그러다가 n형에 너무 높은 전압이 걸리면 절연 파괴 현상이 일어나서 전류가 오히려 잘 흐르는 현상이 나타난다.(Breakdown)

    PD의 작동은 역방향의 전압이 걸리는 상황이 필요하다. 역방향의 전압이 걸려 있다는 뜻은 p형 반도체에 낮은 전압이 걸려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양공이 p형 반도체를 향해 달려가야 하지만 p형 반도체에는 이미 양공이 많이 존재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 즉, 전압은 걸려 있지만 전류가 흐르지 않는 이제, 이 상황에서 다이오드에 빛이 들어간다고 해 보자. 빛이 다이오드에 들어가면, 특히 그중에서도 반도체의 띠틈(bandgap)보다 큰 에너지를 가지는 빛이 다이오드에 들어가면, 반도체 내부의 어느 적당한 지점에서 흡수된 빛은 전자와 양공의 쌍을 만들어 낸다. 방금 말했듯이, 빛이 들어가기 이전의 반도체 내부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전자와 양공이 하나도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빛이 흡수되면서 만들어 낸 전자와 양공은, 그 원인이야 어쨌든 “반도체 내부에 존재하는” 전자와 양공이다. 따라서 전압을 따라서 흘러갈 수 있고, 이것은 다이오드에서 전류로 나타난다. 이 전류는 빛이 더이상 흡수되지 않게 되면 새로운 전자와 양공이 생성되지 않으므로 멈추게 된다. 또한, 빛의 세기가 셀 수록 전자와 양공의 쌍이 더 많이 생성되므로 더 큰 전류가 흐르게 된다. 즉, 전류의 세기와 빛의 세기는 비례한다. 같은 전압에서 전류의 크기는 저항을 결정하게 되므로, 간단한 브릿지 회로를 꾸며서 이 다이오드의 저항을 결정하면 우리는 이 다이오드에 들어온 빛의 양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APD의 작동을 알아보자. APD는 좀 더 강한 역전압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작동한다. 사실 위에서 PD가 적당한 역전압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작동한다면, 빛이 약해서 전자와 양공이 몇개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자와 양공이 양 극단으로 끝까지 달려가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와서 재결합되어 버린다. 우리가 원하는 APD의 작동은 단 1개의 전자-양공 쌍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가서 전류로 흘러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더 강한 역전압이 걸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이 다이오드에 붙은 이름에 포함된 avalanche라는 현상이다.

    눈사태는 아주 작은 눈덩어리가 톡 떨어지면서 산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눈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과정이다. 연쇄작용(Chain-reaction)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하나의 전자가 역전압에 의해 달려가면서 에너지를 얻게 되고, 그 에너지를 갖고 다른 전자와 충돌한다면 전자의 수가 2배로 늘어난다. 그렇게 늘어난 전자들은 또 달려가면서 에너지를 얻게 되고, 이 과정을 반복해서 전류에 참여하는 전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큰 전류를 얻게 되는데, 이 때 대략 100배 정도로 전자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전자 1개에 대응하는 광자 1개라 하더라도 우리가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은 광자 1개라도 검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하나는 열에 의해서 전자-양공 쌍이 생성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럼 우리가 원하지 않는 신호가 생성되므로 신호에 잡음이 끼게 된다. 물론 이 현상은 역전압을 줄이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그렇게 되면 APD로 써먹지 못하게 되므로 의미가 없다. 온도를 낮춰서 해결해야만 한다.

    두번째 문제는 광자 1개가 들어온 것과 여러개가 들어온 것이 구분이 안된다는 점이다. 광자 여러개가 들어왔을 때에도 전자-양공 쌍이 생기는데, 초반에 몇개의 쌍이 있든지 상관 없이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전류의 세기는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 Single photon detector는 few photon detector라고 해야 좀 더 과학적으로 올바른 표현이 된다.

    세번째 문제는 빛이 들어오지 않게 된 이후에 전자-양공이 모두 흘러서 전류가 더이상 흐르지 않게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 시간 동안 만약 광자가 다시 들어온다면 두번째 문제에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광자가 1개인지 여러개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므로, 일단 신호를 얻었다면 역전압을 꺼서 더이상 전류가 흐르지 않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 이 시간을 죽은 시간(Dead time)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Afterpulse라는 현상도 있다. 이것은 앞에서 전자-양공 쌍이 생성된 후, 다 흘러가지 못하고 반도체 내부에 남아있다가 다시 역전압이 걸렸을 때, 그 때 가서야 흐르기 시작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것은 처음에 나타난 큰 펄스 직후에 작게 뜨는 신호로 나타난다.

    이제 APD의 작동 원리를 알아봤으니, 다음 글에서는 스펙을 보고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 물질에서의 비선형 현상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은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이다. 물리학자에 한해서겠지만. 아무튼. 이런 이야깃거리가 있는 경우, 빛과 물질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길래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이야기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 소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에 여러분들도 알아듣고 뭔가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써 보도록 한다.

    빛이 물질을 지나갈 때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길래 비선형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 것인가?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미시적으로,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빛은 전자기파이고, 전기장과 자기장의 파동이다. 따라서, 빛이 물질을 지나간다는 것은 그 물질이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흔들림 속에 놓여있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아는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있다. 원자핵과 전자는 둘 다 전하를 띠고 있는 입자들이므로 당연히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우는 전기장이 전자에 영향을 주는 현상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자핵과 전자의 질량을 비교할 때, 전자의 질량은 가장 가벼운 원자핵인 수소 원자핵(=양성자 1개)보다 1800분의 1 정도로 가볍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하는 물질들은 여러개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가진 원자핵으로 되어 있으므로, 원자핵은 전자에 비해서 엄청나게 무겁다. 따라서 같은 크기의 전기장에 의해 힘을 받는 경우에, 힘의 크기는 같지만 질량이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자의 움직임에 비해서 원자핵의 움직임은 무시해도 괜찮을 정도이다. (물론 매우 강력한 전기장이나 빛에 대해서는 원자핵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할 수도 있다.) 전자에 비해서 원자핵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있는 경우, 이론을 간단히 하기 위해서 무시하는 것이 좋다. 또, 전기장과 자기장의 영향을 비교하는 경우, 자기장에 의한 영향은 전자의 이동 속도가 상대성이론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경우에 문제가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전자의 이동속도는 상대성이론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느리다. (물론 매우 강력한…이하 생략) 이와 같은 이유로, 전자가 전기장과 상호작용하는 것만을 고려해도 별 문제는 없다.

    그럼, 전기장의 파동이 물질에 들어가서 전자와 무슨 짓을 하느냐? 아주 간단하다. 진동하는 전기장은 전자를 흔들고, 흔들린 전자는 전기장의 파동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흔들린 전자가 만들어낸 전기장의 파동은 당연히 원래 존재하던, 즉 전자를 흔들어 주던 전자기파와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간섭현상에서, 보강간섭이 되는 경우는 딱 한가지 경우밖에 없는데, 물론 두 전자기파의 파장이 같은 경우이다. 그 외에는 상쇄간섭이 일어나서 금방 사라져버리게 된다. 이 사실로부터 우리는 물질을 통과하는 빛이 어째서 파장이나 진동수가 들어가기 전의 빛과 같은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설명은 가장 간단한 경우에 대한 설명이다.

    위의 설명이 작동하는 영역은 전자의 반응속도가 충분히 빨라서 전자가 전자기파의 진동을 다 따라잡을 수 있을 경우에 대한 설명이다. 만약 전자의 반응속도가 느리다면, 전자의 진동에 의한 전자피가는 두가지 성분으로 나누어서 생각해야 한다. 일단 들어온 전자기파와 같은 진동수를 가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다. 여기서, 들어온 전자기파와 같은 진동수를 가지는 부분은 당연히 들어온 전자기파와 보강간섭을 일으켜서 잘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분은? 이 부분들은 진동수가 다르기 때문에 들어온 전자기파와 보강간섭을 일으킬 수 없다. 하지만, 전자가 하나밖에 없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상은 물질이라고 부를 만큼 큰 대상이므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전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어떤 전자가 내보낸 전자기파는 들어온 전자기파 뿐만 아니라 다른 전자들이 내보내는 전자기파하고도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 그 결과, 들어온 전자기파 외의 성분들이 모두 보강간섭을 할 수 있게 되는 경우, 이 진동수에 해당하는 빛은 실제로 실현되어서 외부로 나타나게 되고, 그 결과 들어온 빛과 다른 진동수에 해당하는 빛이 물질을 통과하면서 나타날 수 있다.

  •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산업혁명은 산업에 대단히 큰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첫번째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계화, 두번째 산업혁명은 공장식 대량화, 세번째 산업혁명은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 그리고 네번째 산업혁명은 가상화에 의한 분산화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Industry_4.0

    나는 4차 산업혁명을 가상화에 의한 분산화라고 생각하는데, 가상화와 그로부터 가능하게 된 분산화가 기존의 컴퓨터 자동화를 뛰어넘어서 생산과 소비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부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상화라는 것은 실존 또는 실체를 추상화하여 실체가 없는 객체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실체가 없는 객체이지만, 가상화 기술에 의해서 그 객체는 실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령,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화폐의 등장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어떤 국가나 기관에서 발행한 화폐도 아니고, 금덩어리나 철광석처럼 실체가 있는 자원으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비트코인은 오직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연결망에 담겨진 정보에 의해 정의되는데, 만약 전 세계의 컴퓨터가 꺼진다면, 또는 인터넷이 끊긴다면 비트코인은 사라진다. 우리는 상평통보나 로마시대의 금화를 보고서 그러한 화폐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런 실체가 전혀 없으며, 굳이 실체를 찾는다고 한다면 비트코인에 관한 수학적 이론을 처음으로 제안한 논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 존재에 대한 이야기일 뿐 우리가 비트코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며, 사기를 당하지 않는 한 그렇게 구입한 물건은 확실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된다. 이것이 기술의 발전에 의해 나타난 가상화의 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가상화가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그 자체를 넓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는 여러 법칙에 의해서 제약을 받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법칙이란 물리적 법칙, 생물학적 법칙 등 자연 법칙을 비롯하여 인간의 법, 특정한 규칙 등 각종 규칙이 있다. 법칙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동시에 세계에 의해서 정해져 있고 그것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상화 기술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상 세계는 실제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가상 세계의 법칙은 얼마든지 쉽게 바꿀 수 있다.

    가상화에서 법칙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어째서 중요한가? 만약 우리가 날씨를 마음껏 조절할 수 있다면 농업 생산성이 매우 크게 늘어날 것이고 식량난은 사라질 것이다. 또, 물리 법칙을 바꿔서 초광속 통신이나 초광속 여행이 가능하다면 땅걱정 할 필요 없이 온 우주를 다니면서 널찍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 물리 법칙에 기반한 세계에서 살고 있으므로 이런 것들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상세계 역시 실제 세계 위에 만들어져 있으므로 실제 세계의 법칙을 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 세계의 법칙을 어길 수 없다는 제약 조건은 오직 가상세계가 실제 세계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만 작동한다. 즉, 가상 세계가 실제 세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상태로 남아있는 한 가상 세계는 얼마든지 그 법칙을 바꾸고, 그 모습을 바꾸며 변할 수 있고, 우리가 마음껏 변화시킬 수 있다.

    이 특징은 우리에게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데, 실제 세계에 영향을 줄 때, 같은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통신 매체가 발달하면서 전자우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우리 생활에 가져온 변화는 매우 놀라울 정도이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실체가 있는 편지를 사용한다면 최소한 몇 시간에서 며칠씩 걸리는 것이 매우 당연하지만 전자우편을 사용한다면 1초 이상 걸리지 않는다. 여기서 시간이라는 자원이 절약되며, 남는 자원을 이용해서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자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현실의 자원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같은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화는 우리에게 분산화를 가능하게 하였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다. 가상화는 물리적 실체의 구체적 상태나 위치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런 현실의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해도 그에 맞춰서 가상 세계의 법칙을 고칠 수 있으므로 여전히 그 객체는 변함없이 존재할 수 있다(!). 이 자유로움을 잘 활용하면 가상 세계에서는 하나의 큰 덩어리로 존재하는 객체라 하더라도 실제로 꼭 연결되어 있는 연속체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세계에서 하나로 연결된 연속체를 가상 세계에서는 여러개로 쪼개어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가상화에 의해 가능하게 된 분산화이다.

    분산화는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자원의 낭비는 해당 자원이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않으면서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없는 자원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무토막을 깎아서 밥그릇을 만들어 낸다고 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자원은 밥그릇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깎아낸 톱밥은 낭비되는 자원이다. 분산화가 가능해지면, 나무토막에서 밥그릇을 만들어 낸 후 남는 톱밥을 다른 곳에 보내서 사용할 수 있다. 비료의 재료로 쓴다거나, 난방 연료로 쓴다거나 하는 것들이 가능하다. 물론 이런 사례들은 기존에도 이미 충분히 하고 있던 것들이기 때문에 잘 와닿는 사례는 아니다. 하지만 가상화를 통한 분산화는 쪼갤 수 없었던 것들을 쪼개어 낭비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택근무의 일상화이다. 재택근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출퇴근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없고, 사무실 비용이 줄어들고, 교통비도 절약되고, 업무시간이 자유로워진다. 하지만 ‘업무’라고 하는 것이 갖고 있는 특성상 쪼개기가 매우 어려웠으며 업무는 다들 회사에, 사무실에 모여서 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대중화, 일상화 될 수 없었다. 여기에 가상화를 도입하면, 현실에서 쪼갤 수 없었던 업무가 가상적으로 쪼갤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나눠진 업무들 중에서 자신이 처리해야할 분량만을 가져다가 자신의 집이나 편한 장소에서 처리하여 결과물을 반환하면, 가상 세계에서 결과물이 다시 합쳐져서 현실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또한, 가상화는 그 속에서 가상의 처리자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기존에는 현실 세계의 객체나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 반드시 그와 연관된 물리적 실체가 필요했고, 그 물리적 실체를 설계하거나 운전하기 위해서 지능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이 필요했다. 즉, 지능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현실의 법칙이기 때문에 이것을 어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지능을 가진 객체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그 부분을 프로그램이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재택근무를 다시 가져와 본다면, 분리된 업무 덩어리들 중에 어떤 것들은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들을 인공지능에게 맡긴다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의 수가 줄어든다. 따라서 그만큼 사람들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도 결과적으로 이 세계에서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줄어들게 된다. 사람이 개입해야만 하는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람이 필요없어지는 것이고, 동시에 사람은 자유를 얻게 된다. 만약 사람의 가치가 사람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행복을 빼앗아 갈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그 존재 자체로써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고 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그 사람이 다른 일들을 덜 하는 대신에 더 가치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 미래 예상

    오래간만에 퓔 받아서 몇가지 미래 예측을 적어둔다.

    무선 조종 드론

    요즘들어 드론이 유행하고 있는데, 아마 드론은 조만간 유해조수와 반려동물처럼 다뤄질 것이다. 즉, 허가받은 구역에서 등록된 드론의 비행은 자유롭게 허락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드론이나 비행금지구역에서 하는 드론의 비행은 격추시켜도 재산권 침해를 배상받지 못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등록된 드론과 등록되지 않은 드론의 구분은 아마 드론마다 유심칩을 심어고 무선신호를 발신하도록 사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도시에는 휴대전화망이 이미 가설되어 있다. 그리고 드론이 날아다니면 안되는 위험한 구역은 대체로 사람이 많이 사는 구역이다. 그리고 등록된 드론에는 반드시 배터리가 떨어지는 경우 근처의 충전 스테이션으로 돌아가서 강제로 충천후에 다시 비행을 시작하도록 하는 기능이 들어갈 것이고. 참고로 등록된 드론을 구분하는 무선신호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어서 드론을 조종하는데 같이 사용될 것이다. 한국이라면 스마트폰이 없으면 국민이 아니니까 이런식으로 등록을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사물인터넷

    현재 IPv6로 충분한 수의 주소를 보유하고 있다.(물론 이것도 언젠가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사물인터넷이 강력해지는 경우는 인터넷에 연결된 그 사물이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경우이다. 적어도 다른 사물과의 관계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면, 그 위치 정보와, 사물에 내장된 센서 또는 기능을 연동해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 사람을 편리하게 한다면 집 주인의 생활패턴에 맞춰서, 또는 집 주인의 이동 경로를 따라서 항상 일정한 밝기를 유지하는 자동 조명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건 유치한 사례이고, 좀 더 발전적인 아이디어를 내 본다면, 사물인터넷이 발달하는 경우 사람의 주거가 아무런 제한이 없게 된다. 지금 일부 회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스마트 오피스의 사례가 있는데, 회사에 출근해서 어느 자리든 앉아서 자신의 랩탑을 꺼내서 일을 한다거나, 자리에 있는 콘솔에 접속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기분 따라 창가에, 복도쪽에, 옥상에, 3층에, 어디든 앉아도 된다. 물론 아가씨 옆자리에 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사물인터넷이 더 발달하면 고정된 주거지가 크게 의미가 없게 될 수 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취향, 장식, 실내 온도, 조도, 이런것들을 태그에 들고 다니면, 또는 생체 인식으로 확인시켜줄 수 있게 되면, 주거 구역의 아무 빈 집이나 들어가서 로그인하면 된다. 그럼 그 즉시 자신이 익숙한 환경으로 변한다. 집안 구조는 다를 수도 있지만 장식, 온도, 조도 등이 익숙하므로 크게 어색하지 않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런 유형의 주거지가 보급될 것이다. 만약 여러 사람이 같이 있는 가족이 들어온다면 그 자리에서 벽을 없애고 두 집을 합쳐서 큰 한채로 개조하는, 변신하는 집이 보급될 수도 있다. 음, 그럼 출퇴근은 어떻게 하냐고?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의 집이 다른데 어떻게 하는가? 사람은 자기가 어디에 살고있는지 신경쓸 필요가 없다. 무인자동차에 타서 “퇴근”을 입력하기만 하면,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가게 된다. 그 집이 내가 어젯밤에 잤던 집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익숙한 환경에 반가운 가족들이 있으면 되는거지.

    어딘가 여행을 가더라도 거주지 예약이 필요 없다. 충분한 수량의 빈 집들을 공급해두면, 그냥 빈 집에 들어가서 쉬면 된다. 이 모든 비용은 은행에서 생체인식과 태그를 통해 자동으로 지출될 것이다.

    이런 시대가 되면 뭐가 무섭냐면, 노숙자는 진짜(!) 갈데가 없다는 것이다. 통장에 돈이 없으면 아무 빈집도 못 들어갈테니까. 복지정책은 뭐 이런 노숙자들이 무료로 집을 쓸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빈 집이라고 해도 공짜로 들어가서 자면 불법이다. (절도?!)

    인공지능

    요새 알파고가 바둑으로 이세돌을 이기면서 인공지능이 뜨고 있는데 사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발전하느냐가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인공지능에 의존하느냐다. 지금도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르지 않으면 아무데도 못가는 운전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참고로 난 차에 네비게이션이 아예 없다.)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어떤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준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어떤 인공지능 채팅 봇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가 망했는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개가 짖었다고 인종차별로 욕하는 것과 비슷하다. 차이점은 우리는 개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지만, 우연찮게도 인공지능 채팅봇이 내뱉은 말은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고, 인공지능에게 그런 유형의 가치판단을 맡겼을 때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다시 판단해서 인간의 가치관에 맞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일본에서 개발한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이 소설을 쓴다고 하는데, 기계가 소설을 쓰는게 문제가 아니다. 기계가 소설을 심사하게 되는 상황이 문제다.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면 판단을 인간이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아자 황이 알파고의 착수를 참고만 하고 두기는 자기 맘대로 두었다면 그것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아닌 아자 황과 이세돌의 대결이 되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보조적 역할이었을 것이고.

    하지만 미래는 항상 바보들의 것이었고, 그 바보들은 아마 인공지능에게 수많은 판단을 맡길 것이다. 그 판단이 기계적인 일이라면, 가령 비가 내리는데 세차를 해야 하느냐, 운석이 우주에서 떨어지는데 어떻게 요격해야 하느냐, 그런 수준의 일이라면 인공지능이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고 믿고 맡겨도 될 것이다. 하지만 범죄의 심판과 같은 윤리적 문제는 최종적으로 인간이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게 안되면 인간은 기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설마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처럼 인간을 억압하고 뭔가 인간에게 괴로운 것을 강요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가? 틀렸다.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은 인간에게 매우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것이다. 뭐가 문제냐고? 그게 문제다. 등따시고 배부른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

    인간을 지배하는 권력자들도 인간을 지배하는 일이 귀찮을 수 있다. 돈을 아무리 벌어봐야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되어 있다. 가고싶은 곳을 마음껏 다니고, 먹고싶은걸 마음껏 먹고, 애인을 마음껏 만들고, 다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가고싶은곳을 간다고 해도 멀리 가봐야 달나라, 먹고싶은걸 먹어봐야 한끼에 1인분이다. 애인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하룻밤에 몇 명이상은 안된다. 이 얘기는 내가 한게 아니라 수천년 전에 장자가 먼저 했던 이야기이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사실 매우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이걸 기계에게 맡긴다. 인간은 기계를 지배하고, 기계는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기계가 권력자의 속성을 그대로 받아서 지배한다면, 아마 그 밑에서 지배당하는 인간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냥 적당히 먹고살만 하므로 대충 살지 않을까.

    수십년 안에 그렇게 될 것이다. 한가지 장점이라면 그 결과 제 3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왜일까? ㅎㅎ)

    사회 변화

    당신이 느끼는 사회는, 세상은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도, 컴퓨터가 나타나기 전에도,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도, 그 전에도, 그 이전에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편하게 잘 살아왔다. 사회의 계급 구조는 계급을 나누는 기준은 변해왔어도 계급 구조 그 자체는 없어지지 않았고, 계급에 매여있는 사람들은 그 계급 안에서 적당히 만족하고 적당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적당히 버티며 살아왔다. 하지만 드론이 날아다니고, 컴퓨터가 지배하고, 사물인터넷이 온 사방에 깔린 사회는 오히려 취약하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인터넷 여론에 더 신경쓰게 된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은 아마 직장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와 학교 친구 정도가 될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지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인터넷 여론은 어느 강력한 권력자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무섭다. 중앙 권력자가 있는 경우, 언론은 그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언론의 존재 가치와 존재 의미는 그 권력자의 권력을 견제하고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에서 있는 것이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그 어떤 언론도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은 세상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관점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언론과 다르다. 언론을 장악하고 싶은 경우 권력자는 언론사의 간부와 임원진을 통제하면 된다. 즉, 계층 구조이기 때문에 상층부를 제어하면 그 아래도 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은 그 상층부가 없으므로 통제할 방법이 없다. 통제를 한다면 인터넷 전체를 끊어야 하는데 그럼 더욱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자는 인터넷 여론의 강력한 힘을 알지만 통제할 수 없어서 괴로워한다. 좋은거 아니냐고? 인터넷 여론은 그 무엇도 통제할 수 없지만, 그 강력한 힘을 결집시키는 일은 매우 쉽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대체로 그냥 외면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되고, 자기 주변 사람들의 일이 되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바로 여기에 개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불만이 쌓였을 때 목소리를 낸다. 따라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불만이 생기게 만들면 된다. 불만은 어떤식으로든 만들게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의 세계에서는 더욱 간단하다. 사물인터넷이 센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절기, 스위치가 ƒˆ이 있는 경우, 이 조절기와 스위치는 분명 그 주인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미묘하게 오차가 생겨서 불만이 생기게 한다면?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사물인터넷 해킹이다. 사물인터넷은 아마 폭발적으로 보급될 것이다. 값싼 센서와 통신칩이 조만간 출시될 것이고, 그럼 전 세계의, 적어도 대도시 급의 동네에는 전부 보급된다. 모든 곳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하겠지. 사물 인터넷 보안은 반드시 뚫린다. 뚫기는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뚫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사물인터넷은 분명 여기저기에 설치된다. 그럼 여기는 이 집단에 뚫리고, 저기는 저 집단에 뚫리고. 큰 세력이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작은 세력들이 서로 충돌한다.

    어쟀든.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편하게 살아갈 것이다. 점점 왜 사는지 잘 모르게 될 것이고. 아마 이런 생각 자체가 귀찮아질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매우 행복한 미래를 안겨줄 것이다. 아무 걱정없이 살 수 있는 행복한 미래를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아무 걱정 없이 살다 못해 아무 생각 없이 살게 되는. 자신의 미래와, 자신의 꿈과, 자신의 죽음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그런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다.

    어떤가?

  • 요령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273

    미디어오늘의 칼럼이다. 백종원이 요리가 아니라 요령을 가르친다는 것과, 우리 사회가 제대로 하기보다는 빠르게 하는 요령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그보다는 그런식으로 빠르게 요령을 배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진 세상이 된 것이 더 문제인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고 나 역시 그럴 필요가 없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전문가가 되기를 요구한다. 그러니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처럼 보일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이 요령이다. 요리든 뭐든 그렇게 잘하게 되는데에는 엄청난 고생이 필요하다. 그럼 모든 사람이 그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 건가? 또, 그런 고생을 하지 않은 지식은 가치가 없는 것인가? 단순히 따라하기만 하는 따라쟁이는 의미가 없는건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그런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그런 고통을 강요한다는 것은 폭력이다.

    솔직히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외식비가 쌌으면 사람들이 집에서 자기의 허접한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 따위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사먹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재료 사기도 귀찮고 요리도 귀찮고 설거지는 더 귀찮다. 이런데 쿡방이 흥할리가 없다. 여기에 뭔 요령 타령이냐. 물가가 비싼거고 밥값이 비싼거지.

  • 균형잡힌 시각

    페이스북을 보고 있다보면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가 보고싶지 않은, 내 의견과 반대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그냥 두고 있는데, 왜냐하면 내가 편견이나 편향된 의견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차단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듣고 싶은 의견들만 듣는다면 내 주변에는 내 생각과 같은 주장들만 넘쳐나고, 나는 내가 진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편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그냥 두고 있다.

  • 밀도 연산자

    밀도 연산자는 양자역학에서 사용하는 연산자이다. 이 연산자는 뭔가 양자역학적인 대상이 뭔지 잘 알 수 없을 때 사용하면 좋다. 양자역학에서는 파동함수를 이용해서 현상을 기술하는데, 파동함수는 진폭과 위상을 둘 다 가지는 함수이다. 진폭은 어떻게든 알 수 있는데, 위상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때 밀도 연산자를 이용한다.

    밀도 연산자는 그 대각합이 1이고, 에르미트 연산자이다.

    만약 제곱한 것과 원래의 밀도 연산자가 같으면 그건 순수한 밀도 연산자이다. 아니면 섞인 연산자이다. (더러운 연산자가 아님.) 그리고 어떤 밀도 연산자의 제곱의 대각합이 1이면 그건 순수한 밀도 연산자이다. 아니면 섞인 연산자이다. (더러운 연산자가 아니라는거…)

  • 강자성체

    전자는 스핀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전자 1개가 아주 작은 자석이 된다는 뜻입니다. 전자들은 다들 음전하를 갖고 있으므로 서로 반발하여 뭉치지 못하고, 따라서 전자 1개의 자기장은 서로 합쳐지지 못해서 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원자핵 주변에 전자가 존재하는 경우, 즉 원자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원자핵이 전자의 음전하를 상쇄시켜주므로 원자핵 주변에는 여러개의 전자들이 존재할 수 있고, 이러한 원자들이 모여서 덩어리를 만들게 되면 엄청나게 많은 전자가 뭉쳐있으므로 자기장이 모두 합쳐져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러나 아무 원자나 그렇게 큰 자기장을 나타내지는 않죠. 전자가 원자핵과 달라붙을 때, 가급적이면 위치에너지가 낮은 쪽으로 달라붙으려고 합니다. 이것은 여러개의 전자가 원자핵 주변에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인데, 원자핵과 전자는 전기적인 힘으로 상호작용하고, 이 힘이 전자들 사이의 전기력보다 강하기 때문에 서로 달라붙어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전자들 사이의 스핀은 남아있고, 이것은 원자핵이 상쇄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스핀이 서로 상호작용하게 됩니다. 자석을 갖고 놀아본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자석은 서로 반대 극으로 달라붙으려고 합니다. N극은 S극으로 달려가지 N극으로 가지는 않죠. 전자도 마찬가지인데, 서로 반대 방향으로 존재하는 것이 좀 더 위치에너지가 낮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원자에 있는 전자들은 두개씩 짝지었을 때 서로 스핀이 상쇄되는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고, 원자는 자기장을 내보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자가 하나 남아서 스핀이 남는 경우에는 이 자기장이 밖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런 원자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는 물질 덩어리에 외부에서 강한 자기장을 걸어서 이 스핀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 이 덩어리는 자석이 됩니다. 이게 강자성체죠.

  • 행복의 조건

    요즘들어 알게 된 주변 친구들의 소식들과 지금까지 경험한 여러 사건들을 종합해 볼 때,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그럼 몰랐다는 거냐?”

    아니, 그건 아니고. 물론 알고 있었지만 더 분명하게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 중에는, 행복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xx라는 조건이 있으면 나는 행복할거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조건이 사라지는 순간 불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조건을 만족하고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자신이 직접 정한 행복의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 행복의 조건을 잘못 잡은 경우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속였다고 하면 될 것이다. 행복에 대한 자신의 고집이 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이 행복의 조건이라면, 행복할 수 없다.


    주변의 상황과 환경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빠져나가지 못하고, 불행한 삶 속으로 더 처박혀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거기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양보하고 싶지 않은 어떤 조건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저 멀리에 있는데, 멀리 돌아가는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멀리 돌아가지 않겠다. 그러므로 나는 행복해질 수 없다.

    물론 그 양보할 수 없다는 그 조건이, 웃어 넘길만큼 사소하지도 않고, 아마도 본인에게는 매우 중대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그 조건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걸 바라보고 있는 제3자의 눈으로는, 너무 안타까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