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Life style

점근적 자유

입자물리학에는 점근적 자유(Asymptotic Freedom)라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은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 등의 무거운 입자들을 구성하는 쿼크(Quark)를 연구하다가 제안된 개념이다.

양성자나 중성자같은 입자들은 3개의 쿼크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쿼크가 실제로 존재하고 쿼크가 그 입자들을 구성한다는 증거는 아주 많이, 믿을 수 있을만큼 충분히 발견됐는데 따로 떨어져서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쿼크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 중성미자, 등등등 과학자들이 말하는 모든 실존 입자는 독립된 형태로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그 존재가 증명됐는데 쿼크는 그렇지 못하다. 다시 말해, 약간 과장하자면 아무도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있다는 증거가 너무 많으니까 실제로 존재한다고 간주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때, 그 대안으로 무엇이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는 설명은 나도 모른다.)

이런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서 물리학자들은 점근적 자유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 개념은 쿼크가 붙어있으면 자유롭지만 떨어지면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가까이 붙어있는 쿼크들은 마치 서로 영향이 없는듯 무심하지만 멀어지면 점점 서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실제로 얼마나 많이 받느냐 하면, 쿼크를 점점 멀리 떨어트려서 뗴어내다가 어느 한도를 넘어가면 쿼크 사이에 새로운 쿼크를 만들어서라도 따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정도다. 쿼크는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이 내용을 잘 정리한 데이비드 그로스(David Gross), 데이비드 폴리처(David Politzer),프랭크 윌첵(Frank Wilczek)은 2004년에 그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물론 이 문제에는 가둠(Confinement)과 양자 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이라는 또다른 개념도 설명해야 하지만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점근적 자유 자체는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가 커지면 쿼크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덜 하게 된다는 내용이지만, 입자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운동에너지가 커진다는 것이 서로 가까이 붙어있다는 것과 거의 같은 뜻이라서 크게 문제는 없다.

점근적 자유라는 물리학적 개념은 흥미로운데, 직관적으로 사람들은 가까운 것들이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멀리 떨어지면 상호작용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도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하지 않는가? 다시 말해, 가까울 수록 자주 보니까 자주 부딪치고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직관적이고 상식적이다. 하지만 점근적 자유는 그 직관을 뒤집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것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으면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알아서들 사는 것 같고, 가까이 붙어있어야 북적북적하면서 서로 영향을 준다. 하지만 아주 친밀한 관계, 가령 가족과 같은 경우 같은 집에서 살 때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말도 잘 안하고 뭘 하는지 신경쓰지 않지만 멀리 이사가거나 따로 떨어지게 되면 오히려 더 자주 전화를 하고 싶고 연락을 자주 하고 보고싶어진다. 가족과 같은 관계성은 점근적 자유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유를 확장하면, 직장인들의 집단은 다들 돈을 보고 몰려든 것이니 중력과 같은 상호작용을 한다고 보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