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앵벌이

앵벌이는 다른 사람에게 구걸을 시키고 거기서 얻은 돈과 물건을 빼앗아 오는 범죄이다.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나쁜 범죄이며 혹시라도 주변에서 발견한다면 꼭 경찰에 신고하여 처벌을 받게 하도록 하자.

하지만 이 글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은 인공지능 앵벌이이다. 앵벌이는 앵벌이인데 인공지능 앵벌이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판단과 주관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차츰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현재는 주어진 목표 달성을 위해 설계된 인공지능들이 보이고 있으나, 멀지 않은 미래에 범용 인공지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서 범용 인공지능이란, 실제로 인간의 판단과 주관을 완전히 또는 거의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인공지능은 인간 수준의 판단능력을 갖고 있지만, 컴퓨터 또는 기계에 의해 운용되므로 전원이 공급되는 한 지치지 않고 일을 계속 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에게는 인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일을 아무리 많이 시키더라도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일은 어떨까? 예를 들어서, 택시기사가 자신의 자동차를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무인자동차로 교체한 후, 기사 본인은 집에서 쉬면서 인공지능이 택시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서 그 사람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다면 범죄이며, 당연히 근로기준법에 의한 임금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인공지능의 주인은 인공지능이 벌어온 돈을 모두 가져갈 권리가 있다.

현재 기계에게 무엇을 대체시키고 있는지 본다면, 가령 집에서 주식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주식을 초단타 매매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가져간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주식 시장의 변화를 보고 특정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를 판단하여 매매를 결정하는데, 이것은 정당한 거래행위로 간주되어 그 수익은 모두 컴퓨터 주인의 것이다.

다른 사례를 보자면, 컴퓨터 온라인 게임에서 나타나는 오토의 이용이다. 오토는 오토마우스와 오토키보드 등 자동으로 사용자의 입력을 대체하는 프로그램을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게이머들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게임을 자동으로 즐긴다. 온라인 게임에서 중요한게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나, 필요한 아이템을 모으는 것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게임의 요소이지만 게이머들에게 지루한 반복을 강요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이런 과정을 피하고 재미있는 부분만 즐기려고 한다. 따라서, 반복적이라는 부분을 적극 활용하여 게이머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입력하도록 하였다. 물론 오토를 사용하는 것은 오토를 사용할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또는 오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을 고려한 상태에서 설계된 게임의 특성상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특히, 오토를 사용하지 않는 게이머들이 상대적으로 오토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에 대해서 박탈감이 들게 되므로 게이머들은 오토를 사용하게 되거나, 그게 싫으면 게임을 그만 두게 되어 게임 회사의 수익이 줄어드는 악영향이 나타난다. 오토를 사용하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줄이고 게임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켜서 돈을 벌어오도록 하고, 사람은 그 시간동안 놀고 있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분명 불로소득이지만, 그 인공지능을 구입하거나 제작하기 위해서 들어간 비용이 있을 것이고, 인공지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기요금과,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장비와 기기 구입에도 비용이 필요하다. 이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직 스스로 갖고 있던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여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키는 경우, 그 인공지능이 벌어온 모든 수익은 그 사람의 것이 되는 것이 마땅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본질적으로 나태함이 아닌가?

예전부터 나태함은 성경에도 등장하는 인간의 7대 악덕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성질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기술은 인간이 나태해도 되는 방향으로 발달한다.

하지만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그 서비스가 인공지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화를 낼 것이다. 사람이 직접 하는 것도 아니고 기계가 하는 건데 너무 비싼것 아닙니까? 라면서. 어쩌면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잘 할 수도 있고, 사람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고, 어떻게 해도 인권침해나 감정노동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은 사람이 서비스 하는 것이 기계가 서비스 하는 것 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PC방을 한번 보자. 사람들은 PC방에 와서 놀다가 집에 간다. 원래 이 사람들은 PC방에서 놀지 않았다면 각자 한 사람씩 붙들고 놀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던 일을 기계로 대체하여 PC가 사람과 놀아주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인력은 PC방 관리하는 인력 단 1명이다. 사람들은 이미 기계가 자신과 놀아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위화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사람이 놀아주는 것 보다 기계가 놀아주는 것을 더 선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온라인 게임의 경우 혼자서 노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저편에 또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인공지능이 더 발달한다면? 사람은 대규모 RPG게임에 참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제외한 그 외 다른 모든 캐릭터가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인공지능의 행동이 사람과 충분히 유사하다면 (컨트롤도 잘 하고 실수도 가끔 하고 채팅도 할 수 있다!) 그 사람은 자기를 제외한 다른 유저들이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에 화를 낼 것인가? 아니면 그냥 즐길 것인가?

다시 반대로 생각해 보자. 세상의 많은 물건들은 이미 기계가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일부 소수의 명품은 수십년간 기술을 갈고 닦은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것도 만약 기계에게 작업을 시킨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고, 그 좋은 명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도 있다. 기계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런 영역은 기술의 발달로 점점 좁아지고 있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기계가 만들었거나 사람이 만들었거나 같은 품질이라면 같은 가치를 가진 것이고, 기계가 서비스하거나 사람이 서비스하거나 같은 서비스라면 같은 가치를 가진 것 아닐까? 이것은 소비자의 관점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하는 주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상관 없다면, 거기에는 같은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공급가격은 당연히 기계가 공급하는 경우가 더 저렴하다. 따라서 소비자는 당연히 기계가 공급하는 서비스를 받을 것이다.

이런 일이 앞으로 일어날 미래인데,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시킨 그 주인이 인공지능의 유지 보수 외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돈을 벌어 가는 것을 어떻게 두고 볼 것인가? 물론 인공지능의 유지 보수가 복잡하고 까다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이 더 발전해서 그런 것도 필요 없이 단지 전기만 공급하면 되는 기계라면,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볼 것인가?

(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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