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역학 공부하기

이번에는 고전역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글을 써 본다. 고전역학은 양자역학에서 플랑크 상수가 0인 경우에 대한 근사 이론이다. 뉴턴의 역학은 여기에다가 상대성이론에서 빛의 속력이 무한대인 경우에 대한 근사이론이다. 즉, 흔히 “물리학과”에서 이야기하는 고전역학이란 플랑크 상수는 0이고 빛의 속력은 유한한 경우에 대한 역학 이론이다. 이런 포함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고전역학을 공부하는 것이 고전역학을 공부하면서 개념 전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고전역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고전역학이 왜 중요한 과목인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전역학은 다른 모든 역학 이론의 기본이며, 역사적으로는 고전역학의 이론과 실험에서 발생한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같은 이론이 고안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은 그 뿌리를 고전역학에 두고서 확장한 이론이기 때문에 고전역학 자체를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이 이론들을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 똑같은 상황에서 고전역학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공부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물리를 공부하는데 깊은 영감을 줄 수 있고, 만약 그 중에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깊이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즉,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면 여러분들은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 고전역학을 공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고전역학에서 다루는 역학이란 물체의 위치와 속도에 관한 이론이다. 역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끝까지 이 개념을 고수하면서 지금 풀고 있는 문제에서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물체의 위치와 속도에 관한 문제는 반드시 역학 문제이다. 사실 물리에서 역학이라고 이름 붙은 많은 과목들이 있다. 고전역학, 열역학, 통계역학, 양자역학, 전자기역학 등등. 이것들은 모두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어떻게 표현하고 구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이며, 각각의 분야에 맞는 적당한 이론 체계와 근사가 적용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 고전 역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해서 다루어 보려고 한다.

앞에서 고전역학은 물체의 위치와 속도에 관한 이론이라고 했다. 즉, 위치와 속도는 우리가 풀게 될 문제의 “답”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답에 대응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그 문제를 우리는 “운동방정식”이라고 부른다. 고전역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운동방정식을 푸는 것이 아니라 운동 방정식을 구하는 것이다. 즉, 주어진 상황에 맞는 운동방정식을 구하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 일단 운동방정식을 구한 다음에 그 운동방정식을 푸는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공부하는 것이 고등학교나 대학교 학부 수준의 교재라면 그 운동방정식은 쉬운 해법을 갖고 있으며, 아마도 답을 외워서 풀 수 있을 정도로 쉬울 것이다. 또, 당신이 풀고 있는 문제가 대학원 수준의 어려운 문제라면 적당한 적분식으로 바꾸는 정도에서 해법이 끝나게 될 것이다. 더 어려운 문제는 아직 답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진 답이 없다고 알려진 미분방정식인 경우인데, 연구 과정에서 흔히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경우 수치해석적 기법으로 풀면 대체로 손쉽게 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운동방정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고전역학에서 운동방정식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 방법이 알려져 있다. 뉴턴의 방법, 라그랑주의 방법, 해밀톤의 방법이다. 이 세가지 방법은 어떤 고전역학 문제에든지 적용 가능하며, 당신이 운동방정식을 찾아낼 수 있고, 그 운동방정식을 풀어낼 수만 있다면 모두 같은 답을 알려준다. 앞에서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고전역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이 세가지 기법을 어떤 문제를 만나더라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는 뜻이다. 각 기법에 대해서 하나씩 그 특징을 알아보자.

뉴턴의 방법은 고전역학에서 가장 먼저 알려졌고,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고등학교에서(또는 중학교에서) 배우므로 가장 처음 만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아주 간단하다.

\vec{F}=m\vec{a}

이게 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운동방정식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데, 이 방법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신은 문제에서 주어진 힘과 물체의 위치, 물체의 질량을 모두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중에 하나라도 빠트린다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다. 운동방정식이 틀렸으니까 그 답도 틀릴 수 밖에 없다. 뉴턴의 방법을 적용하기에 적당한 문제는 주어진 계가 중력이나 전기력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 2개로 이루어진 경우, 강체의 운동 문제, 마찰력이 존재하는 경우에 미끄러지거나 굴러가는 문제 등이 있다.

라그랑주의 방법은 그 이론적 근원은 뉴턴의 방법보다 복잡하지만 운동방정식을 찾아내는데 좀 더 쉬운 방법을 제공한다. 뉴턴의 방법과 비교할 때 가장 구분되는 점은 “일반화된 좌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뉴턴의 방법에서 사용하는 좌표계는 대체로 (x,y,z)로 이루어진 3차원 직교 좌표계이다. 하지만 만약, 어떤 시스템의 움직임이 여러개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입자들 중 어떤 것들은 직교좌표계로 표현하는 것이 쉽고, 또 다른 것들은 구면좌표계로 표현하는 것이 쉽다면? 게다가 주어진 힘은 원통좌표계에서 표현하는 것이 쉽다면? 이런 경우 뉴턴의 방법은 운동방정식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된다. 물론 그렇게 찾아냈다 해도 문제를 푸는 것은 또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라그랑주의 방법은 직교좌표계로 나타나는 힘과 위치를 찾을 필요 없이, 주어진 문제의 물리계를 나타내는 “일반화된 좌표”를 편한대로 설정한 후, 여기서부터 일반화된 힘을 유도해 낼 수 있다.

\frac{\partial}{\partial q}L - \frac{d}{dt}\frac{\partial}{\partial \dot{q}}L=0

여기서 L은 라그랑지안이고, 위치에너지에서 운동에너지를 뺀 값이다. \dot{q}은 일반화된 좌표 q의 시간 미분으로, 보통 “일반화된 속도”라고 부르는 값이다.

이렇게 라그랑지안을 썼을 때의 장점은, 연속체를 다루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연속체의 경우 질점이 모두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각 “입자” 하나하나를 생각하기가 어려운데, 라그랑지안은 그 부분에 저장된 “에너지”만 생각해도 되므로 운동방정식을 세우기가 쉬워진다. 또, “힘”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으므로 좌표계 변환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뉴턴의 방법에서 힘은 벡터량이므로 좌표계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힘이라도 그 표현 방식이 달라지고, 그렇기 때문에 좌표변환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라그랑지안은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어떻게 좌표를 바꾸더라도 좌표변환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라그랑주의 방법을 적용하기 좋은 문제는 연속체 문제, 입자가 여러개인 문제, 그 외 골치아픈 문제 전부 다이다.

해밀톤의 방법은 라그랑주의 방법과 비슷한데, 라그랑주의 방법에서 주는 운동방정식이 2차 미분 방정식이라면, 해밀톤의 방법에서는 1차 미분방정식을 준다. 물론 그 대신 운동방정식의 양이 2배로 늘어나긴 하지만. 일단 먼저 일반화된 운동량을 유도해야 한다. 일반화된 운동량은 라그랑지안을 일반화된 속도로 미분한 것이다.

p = \frac{\partial}{\partial \dot{q}}L

그리고 나서 라그랑지안에 대해서 르장드르 변환을 취해서 해밀토니안을 얻는다. 르장드르 변환은 다음과 같은 계산을 하면 된다.

 H = \sum_i p_i \dot{q}_i - L

인덱스 i는 입자가 여러개 있는 경우이며, 만약 연속체인 경우에는 적분으로 바뀌게 된다. 아무튼, 좀 복잡해 보이지만 이렇게 얻은 해밀토니안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운동방정식을 얻으면 된다.

 \dot{p}=- \frac{\partial}{\partial q}H

 

 \dot{q} = +\frac{\partial}{\partial p}H

이렇게 하면 운동량과 속도에 관한 1차 연립 미분방정식 2개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해밀톤 방법에서 말하는 운동방정식이다.

해밀톤 방법은 사실 운동량도 구해야 하고 르장드르 변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까다로울 수 있지만, 1차 미분방정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로 구현하기에 좋다. 또, 해밀톤 방법의 이론적 토대로부터 양자역학으로 확장되는 부분이 있어서 양자역학을 보다 깊이 공부하기 위해서 해밀톤 방법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대성이론에서 물체의 속도보다 운동량을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나오는데, 이 때 적용하기에 편하다. 즉, 해밀톤 방법을 쓰는 경우는 상대성 이론이 등장했을 때 좋다.

앞의 내용에서 고전역학 문제를 다루는 세가지 방법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설명을 해 보았고, 각 설명의 마지막 부분에 어떤 문제에 적용하면 좋은지 적어두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여러분들이 아주 많이 문제를 풀어보고 고전역학에 익숙해진 후에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고, 만약 당신이 아직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학생이라면 이 세가지 방법을 모두 배운 후 모든 문제를 세번씩 풀어 보는 것이 좋다. 즉, 어떤 하나의 주어진 역학 문제를 이 세가지 방법으로 모두 풀기 위해서 시도해 보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세가지 방법은 물리적으로, 그리고 수학적으로도(!) 동등한 방법이므로 당신이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면 동일하고 동등한 운동방정식을 얻게 된다. 즉, 이 세가지 방법으로 모두 풀어보라는 뜻은 세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운동방정식을 얻어보라는 뜻이다. 그렇게 많은 연습문제를 풀어보다 보면 점점 이 방법들에 익숙해지고, 역학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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