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공부하기

이번에는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 써 보도록 하겠다. 이 글은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공부해볼 기회를 얻지 못한 고등학생, 물리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물리학과 초심자를 위한 글이다. 당신이 이미 양자역학을 많이 공부한 상태라면 “후훗”하고 비웃어 주면서 이 글의 부족한 부분과 오류를 바로잡아주기를 바란다.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에서 통하던 물리적 직관이 대체로 통하지 않는다. 물론 고전역학을 완전히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고전역학에서 설명하던 모든 현상은 당연히 양자역학으로도 설명할 수 있지만, 거기에 “어라, 뭐지?” 싶은 새로운 현상들이 추가된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직관적으로 생각했던 모든 현상은 양자역학에서도 일어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일도 일어나기 때문에,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그냥 “고전역학이랑 똑같네”하고 넘어간다면 놓치고 넘어가는 것이 매우 많다는 뜻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전역학적인 직관에 추가적으로 양자역학적인 직관을 훈련해야 한다.

양자역학은 수학이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양자역학을 공부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미분적분학, 선형대수학, 미분방정식의 기본적인 부분을 공부해야 하고, 편미분방정식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면 좋다. 당신이 고급 과정까지는 필요 없고 양자역학의 껍데기를 핥아보고 싶은 정도라면 미분적분학과 선형대수학만 알아도 좋다. 특히 선형대수학은 단어만 좀 바꾸면 양자역학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양자역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장 필수적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런거 다 몰라도 양자역학 교과서 중간 부분을 딱 펼쳤는데 막힘없이 술술 넘어갈 수 있다면 당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니 물리학과로 진학해도 좋다.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자세는 꼼꼼함과 수식을 믿는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미시세계이다. 플랑크상수를 0으로 간주하면 틀릴 정도로 아주 작은 세계에서 나타는 현상을 다루고 있으며, 그것은 곧 눈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양자역학 공부에서는 아무리 말이 안되는 결론이라 하더라도 수식을 계산하는 산수에서 틀리지 않았다면 결론을 믿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말이 안되는 결론이라고 생각했다가 이후에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들도 많기 때문에 수식의 결과를 믿고 그 결과를 이해, 해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이 부분이 고전역학과 차이가 나는 부분인데, 고전역학의 경우 기존에 알고 있던 직관적인 결과와 수식의 결론이 다르다면 직관을 믿어도 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수식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직관과 수식의 결론이 다른 경우, 수식을 다시한번 꼼꼼히 검토하고 산수에서 틀리지 않았다면 그 계산 결과를 믿어야 한다. 유명한 불확정성 원리의 경우에도, 언뜻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결과지만, 이론으로 나타나고 실험으로 증명된 결과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계산을 자세히 검토하는 꼼꼼함은, 물론 안 그런 과목과 학문이 없겠지만, 양자역학 공부에서도 중요한 학문적 미덕이다.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적인 직관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것은 계산 결과뿐이다. 그러므로 계산 과정에서 실수를 하면 걷잡을 수 없이 그 오류가 전파된다. 어디서 틀렸는지 찾기도 어렵고 어디부터 고쳐야 하는지 감도 안온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틀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계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런 자세를 갖고 있으면, 양자역학 공부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물론 어느 과목이든지 다 그렇듯 좋은 교과서를 하나 붙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으면서 예제와 연습문제를 모두 풀어가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첫 장, 첫 페이지부터 막히는 것이다. 양자역학 교재를 보면 어떤 책은 역사적 순서로, 어떤 책은 개념적 순서로, 어떤 책은 수학적 순서로, 어떤 책은 그냥 자기가 생각난대로(…) 서술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어떤 책을 붙들고 읽든지 배우는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그런 설명과 당신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궁합이 맞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많은 책을 추천 받아보고,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교재를 조금씩 읽어보고(서문이라도 읽자), 이거 한권 읽어서 끝나는게 아니라는 걸 감안하고 교재를 선택하자. 읽다가 막히면 다른 책에서 해당 개념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다. 양자역학은 교재에 따라서 설명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다른데 그건 저자가 갖고 있는 물리적인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 교재는 모두 같은 개념을 다루고 있고, 그 개념들은 설명이 다를지는 몰라도 물리적 실체와 그 안의 수학적 구조는 같은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양자역학의 개념에 대한 당신 나름의 이해와 설명을 갖는 것이다.

자기 나름의 이해를 갖기 위해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일단 교재를 한번 읽어서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가면서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논리적 순서나 수학적 엄밀성을 갖고 쓴 책의 경우 앞에서부터 꼼꼼히 이해해 가면서 읽는 것이 좋긴 한데, 그런 경우에 “내가 이 개념을 왜 배우지?”라는 질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 무작정 습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보고 지금 배우는 개념이 뒤에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감을 잡아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대충 쓴 교재라 하더라도 앞에서 썼던 개념은 다 뒤에서 다시 쓰이는 법이다.

또, 교재의 각 챕터 첫 부분에는 그 챕터에서 다루는 개념이 왜 등장했고, 왜 중요하고, 어떻게 쓰이게 될 것인지 간략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런 부분들을 꼼꼼하게 읽어야 양자역학을 공부하는데 재미를 붙일 수 있다. 더불어, 역사적으로 어떻게 그런 개념이 등장했고, 실험적으로는 어떻게 검증되었는지를 인터넷(=구글)에서 검색하면서 공부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교재의 연습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물리학 전공 과목들이 그렇겠지만, 연습문제는 방대한 계산을 필요로 하는 것들도 있으며, “이게 연습인가?” 싶을 정도로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여기서 복잡하다는 것은 어렵지는 않은데 계산이 복잡한 것을 뜻한다. 가능하면 그런 계산 문제들을 꼭 풀어보고 넘어갈 것을 권한다. 많이 풀다 보면 드디어 양자역학적 직관이 생길 것이다. 만약 그러기 귀찮거나(?) 다 알 것 같거나(?) 하는 경우라면 연습문제 중 앞에 5개 정도는 꼭 풀어보도록 하자. 자기가 진짜 아는지 모르는지 테스트 해 볼 수 있다. 진짜 알고 있다면 그정도는 손쉽게 풀 수 있어야 한다.

앞서 고전역학 공부하는 법을 다룬 글에서 고전역학적인 운동방정식을 얻는 세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그렇다면 그에 대응하는 양자역학에서의 논의는 무엇일까?

고전역학에서 중요한 것은 물체의 위치와 속도라고 했다. 그것을 구할 수 있다면 고전역학의 문제를 다 해결한 것이다. 양자역학에서는 그에 해당하는 것이 파동함수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입자 또는 물리계의 파동함수를 구할 수 있다면 그 계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이 파동함수를 구하기 위해서 찾아야 하는 것이 운동방정식일텐데, 양자역학에서는 그에 해당하는 방정식이 여러개가 있다. 슈뢰딩거 방정식, 디락 방정식, 클라인-고든 방정식, 폰 노이만 방정식 등등. 양자역학 교과서에서는 이런 운동방정식들을 일반 원리에서부터 (대충) 유도하거나, 아니면 그냥 던져주거나 한 후, 곧바로 예제와 연습문제가 등장한다. 이미 양자역학을 한번 공부하고서 복습하거나, 고급 과정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급 교재를 읽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초심자인 당신이 이렇게 덜컥 내던져준 운동방정식을 곧바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좋은 교재는 이 방정식이 튀어나온 역사적 맥락이나 이유를 설명해주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있는 것이 바로 “현대물리학(Modern physics)”이다. 현대물리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과목은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같은 학부 심화 전공 과목의 역사적인 이해와 개념적인 설명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초심자가 양자역학을 공부할 때는 “현대물리학(Modern physics)”이라는 교재를 같이 두고 필요할 때 마다 찾아보는 것이 좋다.

수학적인 기법도 중요한데, 양자역학 문제는 교재의 초반부에 나오는 것들을 빼면 후반부 또는 연구 과정에서는 섭동법(Perturbation method)을 쓰는 경우가 많다. 섭동법을 써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니까”인데, 대표적으로 본-오펜하이머 근사가 그런 것이다. 만약 우리가 물리 문제의 정답을 알고 있다면 그 정답을 대입해서 검증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를 풀기 전에 그걸 알 수 있을리 없으니 정답을 찾아야 하는데, 그 정답을 찾으려면 정답을 알아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본-오펜하이머 근사법을 공부해 보면 이 말이 왜 나오는지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근사적으로 풀어야 하는 기법을 동원하는데, 여기서 바로 당신의 물리학적 수학적 센스가 중요하다. 근사적으로 푸는 기법은 결국 파동함수를 어떤 무한 급수로 근사하는데, 그걸 다 계산하려면 무한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신의 수명은 유한하므로 그걸 다 풀 수는 없고, 적당한 시점에서 끊어야 한다. 바로 그 “적당한” 시점을 얼마나 잘 정하느냐가 당신의 물리학적 센스에 달려있다. 1차, 2차항 정도는 이미 기존에 많은 물리학자들이 다 풀어놓았을 것이고, 3차나 4차도 논문 수준에서는 다 풀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 당신은 5차항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기법을 쓸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포기하고 다른 문제에 도전할 것인가? 이걸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급의 물리학을 공부하면 할 수록 중요해지는 것이니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이제 당신이 양자역학을 잘 알게 되었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어떤 물리계 또는 물리 문제가 주어져 있을 때, 1. 그 계를 설명하는 해밀토니안을 찾고 2. 그 해밀토니안에 걸맞는 적절한 운동방정식을 찾을 수 있으며, 3. 그 운동방정식을 양자화 할 수 있어야 하고 4. 양자화된 운동방정식을 5. 필요하다면 적당한 근사식을 통해서 풀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다섯가지 단계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양자역학을 그럭저럭 이해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쯤에서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방법에 관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당신의 양자역학 공부에 깨달음이 함께 하기를.

추신 – 이 글을 읽고 나서, 이 글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면 아직 당신은 양자역학을 공부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일반물리학 부터 보시라.

추신2 – “양자역학 쉽게 이해하기” 종류의 교양 책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는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종류의 책은 양자역학에서 어려운 부분은 다 빼고 달달한 부분만 추출해서 만든 책이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 물리를 공부할 생각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물리를 진지하게 공부할 생각이 있는 경우에는 교양 책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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