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학 공부하기

어쩌다보니 각 전공 과목별로 공부하는 방법에 관한 글을 다 쓰게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전자기학에 관한 글이다. 어디까지나 이 글은 좀 더 고급의 공부를 원하는 고등학생, 물리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뭔가 해보려는 일반인 또는 비전공자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미 다 배우신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므로 그런 분들은 이 글의 오류와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시면 되겠다.

전자기학은 물리학의 4대역학, 그리고 다른 물리학 과목을 통틀어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의외로 양자역학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실제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물리학의 응용 사례가 바로 전자기학이기 때문이다. 당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등의 통신기기, 그리고 그 통신기기를 연결하는 통신망(전기통신, 전파통신, 광통신 등), 그 통신기기를 작동시키고 업무와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컴퓨터, 거기에 세탁기, 전자레인지, 선풍기 등등과 같은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자기학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심지어 에어컨과 같이 열역학/통계역학을 적용한 것 같은 제품이라 해도 핵심 원리를 제외한 구동, 제어 부분은 여전히 전자기학의 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전자기학은 특수 상대성이론을 만든 모티브가 되었고, 고전 전자기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광전효과와 수소 원자핵 모형은 양자역학의 뿌리가 되었다. 본-오펜하이머 근사는 원래 전자기학의 후속편인 광학에서 등장한 방법론일 지경이다. 게다가 전자기학에 양자역학을 끼얹은 양자전기역학은 핵물리학으로 끝날 것 같아 보였던 기본입자의 세계를 더 작은 광자와 전자, 그리고 쿼크와 같은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분해할 수 있게 한 양자장론 및 게이지 장론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전자기학은 그만큼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엄청나게 중요한 과목이다.

전자기학에서는 그럼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전자기학은 전기장, 자기장의 변화와 전하의 움직임에 관한 이론이다. 즉, 당신이 주어진 조건에서 전기장의 분포와 변화, 자기장의 분포와 변화, 전하의 움직임을 모두 알아냈다면 전자기학 문제는 다 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골치아픈 이유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벡터장이라는 것과, 전하가 전자기장을 만들면서 동시에 전자기장이 다른 전하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하가 전자기장을 만들면서 동시에 전자기장에 영향을 받는 경우에 대한 이론은 전하가 많아지고 전자기장이 강력해질 때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플라즈마 물리학”과 “비선형 동역학” 등으로 떨어져 나갔다. 만약 당신이 플라즈마 물리학을 전공할 생각이라면 전자기학은 껌처럼 씹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분야가 “전자기학”이라는 학문의 큰 범주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전자기학이라는 “과목”에는 들어가지 않으니 초심자인 당신에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전자기학에도 풀어야 할 운동방정식이 있다. 크게 분류하자면 2개이다. 하나는 전하가 공간에 분포하고 있을 때 전기장과 자기장이 어떻게 생성되는가에 대한 방정식, 즉 맥스웰 방정식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공간에 분포하고 있을 때 전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방정식, 즉 로렌츠 방정식이다. 이 두 종류의 방정식을 자유롭게 갖고 놀 수 있다면 당신은 전자기학을 잘 공부한 것이다. 이제, 어떻게 그것들을 갖고 놀아야 하는지 살펴보자.

맥스웰 방정식은 다시 4개의 방정식으로 나누어지고, 그 방정식의 항에는 모두 이름이 붙어있다. 그 법칙과 이름 자체는 모든 전자기학 책에서 당연히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 굳이 설명을 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중요한 것은, 그 법칙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물리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당연한 말이지만 전자기학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둘째, 맥스웰 방정식의 각 항마다, 심지어 그 항에 붙어있는 +와 -부호에도, 역사와 실험이 숨쉬고 있는데 전자기학의 역사에서 그 항이 어떻게 추가되었는지 공부하는 것은 물리학적 직관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맥스웰 방정식의 풀이에서 나온 미분방정식들은 물리학을 공부하는 한, 심지어 물리학이 아닌 다른 분야로 가더라도, 다른 과목에서 계속해서, 꾸준히, 끝까지 나타나서 당신을 괴롭힌다. 그러므로 미리 익숙해 지는 것이 좋다.

그럼 이번엔 교재를 어떻게 파헤쳐야 할지 살펴보자. 대부분의 학부 전자기학 교재는 전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풀고, 그 다음 전류, 자기장, 맥스웰 방정식 순서로 설명을 하고 있다. 특히, 첫 챕터에서는 전자기학에 관한 소개, 둘째 챕터에서는 쿨롱 법칙, 셋째 챕터에서 가우스 법칙과 라플라스 방정식, 푸아송 방정식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다. 쿨롱 법칙까지는 고등학교 때 배우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 다음 세번째 챕터는 그렇지 않다. 바로 이 세번째 챕터에서 소개하는 라플라스 방정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잘 다루느냐가 앞으로 당신의 전자기학 성적 및 물리 실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반복하는데, 라플라스 방정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잘 다루느냐가 앞으로 당신의 전자기학 성적 및 물리 실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너무 중요해서 두번 말하고 굵은 글씨에 빨간색으로 칠했다. 왜냐하면, 라플라스 방정식은 죽지않고 살아남아서 옴의 법칙에서 당신을 또 괴롭힐 것이고, 자기 스칼라 퍼텐셜에서 당신을 세번째로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한 르장드르 함수, 베셀 함수와 같은 특수 함수는 양자역학과 광학에서, 그리고 또 다른 과목에서도, 다시 되살아나서 마주치게 된다. 그러니까 라플라스 방정식의 풀이법은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또, 대칭성에 관한 논의가 여기서 처음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개념 또한 물리학에서 두고두고 우려먹을 예정이기 때문에 깊이있게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그 중요한 라플라스 방정식은 어떻게 접근해야 좋은가? 라플라스 방정식의 수학적 구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형성”이다. 선형성(Linearity)이란 무엇인가? 미래의 언젠가 비선형 미분 방정식을 만나게 되면 울면서 이 방정식의 선형성을 되찾아 달라고 할지도 모르는 바로 그것이다. 라플라스 방정식의 선형성이란 만약 f(x)이 하나의 솔루션이고, 또 다른 g(x)가 하나의 솔루션이라면 그 둘의 선형 결합인 af(x)+bg(x) 또한 그 라플라스 방정식의 솔루션이라는 뜻이다. 미분방정식과 선형대수학 수업을 들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익숙한 개념이겠지만, 대부분의 물리학과 학생들은 미처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또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한 채 전자기학의 고통 속으로 내던져지기 때문에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지만, 라플라스 방정식의 선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라플라스 방정식의 선형성은 또 다른 특징인 “유일성(Uniqueness)”과 만나면서 그 참다운 빛을 발한다. 라플라스 방정식의 유일성이란, 주어진 경계조건에서 만약 어떤 솔루션을 하나 찾아냈다면, 그 솔루션은 반드시 유일한 솔루션이며, 다른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어떻게든 답을 찾기만 하면 그건 정답”이기 때문이다. 이 챕터에서 변수분리법을 이용해서 좌표계마다 해법이 등장하고, 영상전하법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들이 없었다면 전자기학은 아마 지금보다 수십배는 더 어려운 과목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각종 하모닉스 함수들은 라플라스 방정식의 선형성에 의해 그 함수들의 선형 결합으로 솔루션을 나타낼 수 있게 해 주고, 그 선형 결합의 계수를 찾아내기만 하면 유일성에 의해 정답인 것이 보장된다. 즉, 매개변수가 3개인 2차 편미분 방정식이 그냥 산수 문제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축복이 아닐 수 있을까?

라플라스 방정식을 이해하고 나면 그 이후는 맥스웰 방정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쉽다. (어딜봐서?) 쉽다니까.

라플라스 방정식을 비균일한 편미분 방정식(우변이 0이 아닌 경우)으로 바꾼 것이 푸아송 방정식인데, 이건 또한 반대로 전혀 쉽지 않다. 물론 많은 수학자들이 푸아송 방정식의 해법을 샅샅히 파헤쳐 놓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면 잘 할 수 있겠지만, 푸아송 방정식에 주어진 전하분포가 대칭적이지 않고 막돼먹은 경우를 마주쳤을 때 생기는 그 당혹감은 앞에서 라플라스 방정식을 처음 마주쳤을 때에 못지 않다. 당혹스럽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아직 푸아송 방정식이 왜 어려운지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푸아송 방정식은 우변이 0이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대학원 과정에서 깊이있게 배우게 되는데, 만약 깊이있게 보고 싶다면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그린 함수 기법(Green function method)이다. 그린 함수 기법은 푸아송 방정식에 주어진 전하분포를 점전하들의 집합으로 보고, 그 점전하들이 만들어 내는 전기장을 전부 다 더해서 풀어버리겠다는 발상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그 자세한 내용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딱 하나만 언급하자면, 그린 함수 기법은 나중에 양자장론에서 다시 등장한다. 그린 함수 기법의 그린 함수가 양자장론의 Propagator 함수와 동등하기 때문인데, 이게 무슨 뜻인지는 양자장론을 공부할 때 가서 알게 될 것이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가우스 법칙과 전기장에 관한 라플라스 방정식을 공부하고 나면, 옴의 법칙, 자기장에 관한 가우스 법칙, 암페어의 법칙, 패러데이의 법칙, 렌츠의 법칙을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고 변위 전류(Displacement current)를 끼얹은 맥스웰 방정식에 도달하게 된다. 이 법칙들은 각각의 물리적 의미가 있으므로 잘 알아두자. 특히, 자기장에 관한 가우스 법칙 \nabla\cdot\vec{B}=0은 어떤 물리적 조건에 대해서도 우변이 항상 0이라서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우주에는 자기 홀극(Magnetic monopole)이 없다”는 아주 중요한 물리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렌츠의 법칙도 자기 유도 항의 부호가 -라는 간단한 공식이지만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 중 하나인 “에너지 보존법칙”을 뜻하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하다.

공부를 하다 보면 책 중간쯤 어딘가에서 축전기와 코일에 관한 챕터를 만나게 되는데, 쉬어가는 코너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자공학에서 다루는 전자회로이론 중 가장 간단한 키르히호프의 법칙 2개를 배우고, 선형 회로만 풀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를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맥스웰 방정식까지 오면서 많은 연습문제들을 만났을 텐데, 그 많은 연습문제를 고등학생이나 학부생 때 처럼 시간이 많을 때 가능한 한 많이 풀어보는 것이 좋다. 이게 수학인지 물리학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계산을 하게 되는데, 그 때 철저하게 훈련이 되어야 대학원에 가서 그나마 덜 고생할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지나고 나면 당연히 전자기파에 관한 파동방정식을 유도하게 될 것이고, 그 파동방정식의 솔루션을 구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맥스웰 방정식의 파동 방정식은 “전자기학”의 수준에서는 선형 편미분 방정식이기 때문에 앞에서 배운 여러가지 수학적 기술들을 잘 써먹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이제 당신은 전자기학 공부를 한번 했다고 할 만한 정도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보다 더 어려운 전자기학은 광학, 플라즈마 물리학, 비선형 광학, 양자전기역학 등으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럼 로렌츠 방정식은 어떠한가? 로렌츠 방정식은 안타깝게도 학부 수준의 전자기학에서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고전역학을 열심히 공부했다면, 주어진 전자기장에서 움직이는 전하에 대한 고전역학적인 운동방정식을 세울 수 있을 텐데, 그것이 바로 로렌츠 운동방정식이다. 그러므로 이 부분의 풀이는 고전역학에서 배운 기법으로 풀 수 있다.

전자기학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계산 문제가 많다. 물론 다른 과목도 계산하려고 작정하면 어렵고 복잡한 계산 문제가 많이 있겠지만, 전자기학은 당신이 굳이 작정하지 않더라도 복잡한 계산을 많이 다룬다. 하지만 전자기학은 그 어려움에 비례하여 물리학과의 물부심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말해주는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물리학을 더 깊이있게 공부하기 위해서 대학원에 가게 되면 이론을 하든가 실험을 하든가 할텐데, 그 어디에서도 전자기학에서 배운 기술은 다 써먹을 수 있다. 이론을 하는 경우는 그 수많은 편미분 방정식과 적분을 연습한 것이 헛되지 않을 것이며, 실험을 하는 경우는 차라리 전자공학과를 갈걸 그랬나 싶을 만큼 깊이있게 전자회로를 다뤄야 하는데 전자기학의 기초가 탄탄할 수록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실험 할 때 양자역학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양자역학은 실험 결과의 해석에서 써먹는 이론이지 실험 셋업을 꾸리고 장비 세팅하는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물리학을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전자기학만큼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4 thoughts on “전자기학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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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로드맵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부때 정신없이 배우다 보니 단편적인 지식만 남아서 대학원을 준비하는데 정신없이 떠다니는 지식이 머리아프게 하더라구요. 로드맵을 제시해주신덕에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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