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광학을 어떻게 공부하는가에 대한 글을 써 보도록 한다. 광학은 거의 모든 종류의 실험에 사용되는데, 크게는 우주를 연구하는 망원경에서 부터 시작해서, 작은 물질을 연구하는 현미경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안경도 광학기기이고, 스마트폰에 달려있는 카메라도 광학기기이다. 최근에는 빛을 이용하여 물질을 다루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 원자를 특수한 상태로 만드는 양자광학 실험이라든가, 레이저를 이용해 입자가속기를 만드는 연구라든가 하는 것들이 흥미로운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광학은 빛에 관한 학문이지만, 빛만 다루는 것은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분야이다.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은 전자기학에서 잘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중 광학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광학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대상은 파동으로서의 전자기파이다. 전자기학에서는 전자기파 뿐만 아니라 전기장, 자기장이 변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나, 광학에서는 그런 경우에 대해서는 잘 다루지 않고 전자기파의 행동에 대해서만 깊이있게 다룬다. 이 부분이 광학을 전자기학과 구분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물리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광학에서도 여러가지 근사적인 접근이 가능한데, 그에 따라서 광학의 영역이 나눠진다.
기하광학 – 전자기파를 빛살(Light ray)로 근사하여 취급한다. 기하광학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은 파장이 충분히 짧아서 회절이 잘 일어나지 않는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 빛은 근사적으로 직진하며, 그 직진하는 것을 빛살로 나타낼 수 있다. 반사법칙과 스넬의 법칙이 이 영역을 지배한다.
파동광학 – 전자기파를 파동으로 생각하는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 빛은 진폭, 진동수, 파장을 갖고 있으며 맥스웰 방정식에서 유도된 헬름홀츠 방정식이 이 영역을 지배한다. 굴절이 왜 일어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종류의 간섭계가 파동광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리광학 – 파동광학에서 다룬 전자기파에 편광이 있는 경우를 다룬다. 이 영역에서 빛은 진폭, 진동수, 파장에 이어서 편광까지 갖고 있다. 물질의 굴절률이 빛의 편광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복굴절(Birefringence)이 있는 경우를 다룰 수 있다. 각종 편광 광학기기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양자광학 – 물리광학에서 다룬 전자기파에 2차 양자화를 끼얹어서 진정한 “장론”을 다루게 된다. 물론 양자장론을 도입한 양자전기역학에서 제대로 다루려면 클라인-고든 방정식이 이 영역을 지배하겠지만, 그렇게까지 막 나가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빛의 결맞은 상태, 쥐어짠 상태 등 통계적으로 신기한 현상과, 빛과 원자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을 이용해서 제대로 다루게 된다.
광학은 이렇게 크게 봐서 4가지 영역으로 나눠지는 구분이 있고, 대부분 기하광학은 고등학교 시절에, 물리광학까지는 학부 때, 양자광학은 대학원 때 배우게 된다. 여기에 푸리에 광학, 초고속 광학(Ultrafast optics), 비선형 광학(Nonlinear optics) 같은 연구 분야가 있다.
어떻게 하면 광학을 잘 공부할 수 있을까?
일단 광학은 전자기학에 그 바탕이 있기 때문에, 전자기학을 잘 해야 한다. 엄청 당연한 말인데, 전자기학에 대해 기초가 부족하다면 일단 전자기학을 잘 공부하고 오는 것이 광학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광학은 많은 측정에 사용된다. 이런 측정 장치들의 원리를 알아보고 생각하는 것이 광학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단렌즈, 복합 렌즈, 반사경, 회절격자 등등부터 편광기, 간섭계와 같이 실제로 실험실에서 사용할 측정 장치들의 작동 원리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 장치들의 원리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광학 자체의 공부에도 중요하고, 실험실에서 측정 장비로 사용할 때 측정 결과의 특성을 분석하는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수식 위주의 암기성 공부로 전자기학을 바라보고 있었다면, 광학은 수식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그려서 이해하는 부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뛰어나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다.
광학 실험에서 사용하는 빛은 대체로 레이저 빛인데, 레이저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또, 이런 빛을 검출하는 광검출기와 카메라CCD등의 원리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번 말하는데, 광학을 공부하다보면 여러가지 광학 실험들을 마주치게 된다. 광학 공부에는 그 실험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험의 원리, 실험 결과를 얻는 방법, 실험 결과의 해석, 어느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광학의 원리와 이론이 숨어있기 때문에, 실험을 공부하는 것 자체가 광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양자광학으로 넘어가게 되면 양자역학도 잘 해야 한다. “광자 하나하나가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이해해야 한다. 파동광학이나 물리광학의 영역까지는 강한 빛을 사용한 실험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광자라는 개념이 깊이있게 도입되지 않고, 빛을 그냥 매질을 통과하는 파동으로만 생각해도 된다. 하지만 양자광학에서는 광자 하나하나를 떼어서 생각하게 되므로, 광자 자체의 입자성과 파동성이 매우 중요해지며, 이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이정도까지 공부를 하고 나면, 각자 자신의 연구 분야에 따라 공부해야 하는 광학 분야가 정해질 것이다. 물론 요즘 시대에는 푸리에 광학, 비선형 광학, 초고속 광학을 동시에 적용하는 분야(FROG 측정, SPIDER 측정 등)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하는 연구 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이론을 어느정도 맛보기 정도로 공부해 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광학이 실험가들에게만 중요한 것 같지만, 역사적으로는 양자역학 이론에도 영향을 준 부분이 많다. 본-오펜하이머 근사라든가, Optical theorem이라든가 등등. 이론을 공부하다가 막혔을 때, 그 아이디어를 얻은 근원이 광학인 경우도 있으므로, 학부 수준 광학 정도는 공부해 보는 것이 좋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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