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차원

“좀 더 고차원적인 사고방식”

흔히 쓰는 말이다. “차원이 다른…”뭐 이런 표현들은 여기저기서 쓰인다. 그럼 차원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에 대한 대답이 바로 “차원의 개념”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이제 설명을 시작해 본다.

차원에는 여러가지 뜻이 있는데, 그 뜻들은 모두 일맥상통하는 개념들이 있다. 일단,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수학에서의 차원 개념부터 시작해보자. 물론 수학은 어려울 것이고 내 설명이 그다지 쉽지 않을수도 있다.

수학에서 차원 개념이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공간에 관한 기하학이었다. 땅바닥에 유클리드가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릴 때, 사람은 점을 찍고 선을 그을 수 있었다.

그럼 점을 찍을 때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얼마나 될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일단 흰 종이를 한장 펼쳐보자. 종이가 아까우면 상상속에 종이를 펼쳐도 된다. 참고로 흰 종이는 무한히 큰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자). 흰 종이위에는 어떤 직선이 하나 그려져 있다. 물론 직선은 항상 무한히 길다. 아직 그려져 있지 않으면 그려라. 그렸으면, 이제 우리는 이 종이에 점을 하나 찍어야 한다. 점을 하나 찍는데, 조건이 있다. “점은 항상 직선 위에 찍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점을 찍을 수 있는 자유로움은 확실히 줄어들게 된다. 물론

아주 많은 경우

에서

여전히 많은 경우

로 줄어들었기에 정확히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맘대로 여기저기 찍을 수 있었을 때보다 줄어들었다는건 느껴질 것이다.

만약에 흰 종이위에 직선이 두개가 있다면, 우리는 최소한 이 두 직선에 관하여 말할 수 있는 단 한가지의 진실은 얘기할 수 있다.

두 직선은 반드시 만나거나 만나지 않는다.

이제, 다시 점을 찍어보려고 하자. 조건은 같다. “점은 항상 직선 위에 찍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하지만 한가지 보강된 규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점은 두 직선 위에 모두 찍혀 있어야 한다”이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우리의 자유도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에 대해서, 우리는 점을 찍을 수 있는 자유도에 대해서 단 한가지의 진실을 얘기할 수 있다.

점을 단 한개 찍을 수 있거나, 점을 단 한개도 찍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에는, 이보다 간단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점을 찍을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진 것이다. 직선이 만나는 경우에는 점을 한개 찍을 수 있을 것이고, 직선이 만나지 않는 경우에는 점을 찍을 수 없다. 물론, 무한히 먼 곳에서 직선이 만난다고 가정하면 이런 것 조차도 없어지고 항상 점을 한개만 찍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보통의 경우에, 우리가 어떤 얘기를 할 때는 대부분 “없음”에 대한 수학적 표현으로서 항상 0을 사용한다. 따라서, 점을 하나 찍는 경우, 우리는 점의 차원을 0이라고 정의하면 좋을 것이다.

이제 직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직선은 그럼 차원이 어떻게 될까? 이번에도 흰 종이를 생각해 보자. 종이에 직선을 그릴 때 우리는 얼마만큼의 자유가 있을까? 물론 직선 그리는 거야 뭐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마는, 흰 종이 위에 이미 직선이 하나 있다(고 해 보자. 아까 했던 얘기다). 규칙은 다음과 같다. “직선은 만나면 안된다”라는 규칙이다. 순식간에 우리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유도는 확 줄어들게 된다. 우리에게 선택권은 단 한개뿐인데, 이미 그려져 있는 직선에서 얼마나 떨어져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있는게 없다. 따라서 이 경우의 자유도는 점이 가지고 있는 자유도보다는 클 것이다. 또한 그 외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무작정 커질 수도 없는데, 적어도 직선이 이미 그려져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자유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선택권이 단 1개라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직선의 자유도를 1차원이라고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평면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면은 흰 종이 그 자체를 뜻한다. 그럼 여기에 어떤 자유도가 숨어 있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점과 직선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점은 0차원이며 직선은 1차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평면에는 점과 직선을 그릴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평면의 아무곳에나 점과 직선을 그릴 수 있다.

그렇다면 평면은 점과 직선을 포함할 수 있는 더 큰 자유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1차원보다는 큰 차원의 숫자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면의 차원은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여전히 앞서 얘기한대로, 일관성 있게, 선택권의 갯수로 얘기할 수 있을텐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직선을 하나 그려보자. 그리고 아까 했던 규칙대로 점을 찍어야 하는데, 아까 했던 규칙은 바로 “점은 직선 위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우리는 여기서 두번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직선을 그릴 때 한번, 직선위에 점을 찍을 때 한번. 하지만 그 이상은 없다. 따라서 평면의 차원을 2차원이라고 정하자.

아니, 근데,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할까? 3차원도 있을까? 4차원은? 5차원은 뭐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위의 개념을 약간 추상화하겠다. 우리는 일단 “거리Distance” 또는 “길이Length”를 잴 필요가 있다. 어떻게 재냐고? 그냥 자(Ruler)로 재면 된다. 뭐, 그냥 그런 자가 있다고 해 두자.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다루게 될 공간은 일단 무한히 크다고 해 두자. 크기가 유한한 공간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이제 “어떤 공간”을 하나 생각하자. 이 공간의 차원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평면같은 경우는 워낙 익숙한 것이라서 그림이 그려지지만, 이 공간은 도대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 그런 이상한 공간이다. 수학자들은 이런 이상한 공간의 차원을 정의하고 그 차원의 정의가 우리가 아는 상식과 잘 맞아떨어지도록 규칙을 잘 정해두었는데, 그것이 바로 “크기volume”이다. 어떻게 하는건지 내 설명을 잘 따라와주기 바란다.

일단, 공간을 가득 채우는 어떤 물체를 생각해 보자. 물론 이 물체가 진짜 물체이거나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단지 주어진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이 물체를 칼로 적당히 썰어내는데, 주의사항은 조각난 것들 중에 적어도 한 조각은 유한한 크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기가 유한하다는 뜻은 적당히 멀리 가면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끝에서 끝이 다 보인다는 말이다.

이제 삽질을 하나 해야 하는데, 주어진 그 물체가 갖고 있는 모든 모서리의 길이를 전부 재야 한다. 길이는 그냥 자로 재는 거지만, 무한히 많은 모서리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깊게, 세심하게, 무한히 많은걸 모두 재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차원을 정의할 수 있다.

어떻게 하느냐면, 주어진 모서리의 길이를 갖고서, 각각의 길이를 전부 2배로 늘린다. 그러고나서 물체의 크기를 늘리기 전과 비교해 보자. 원래의 크기를 그냥 1이라고 한다면, 늘리고나서의 크기는 2를 차원 수 만큼 곱한 크기가 된다. 다시말해서, d차원 공간인 경우 2의 d제곱이 늘린 후의 크기가 된다. 정말? 된다니깐.

0차원 공간인 점은 그냥 점 하나뿐이니까 점 하나의 크기를 1이라고 두면 되는데, 점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그냥 그 점은 1이다. 따라서 2의 0제곱.

1차원 공간인 직선에 대해서는, 직선을 조각조각내면 그중 하나가 유한한 길이를 가지는 선분인데, 길이를 두배하면 길이가 곧 크기이므로 여기서는 그냥 2배, 따라서 2의 1제곱.

2차원 공간인 평면은, 평면을 조각내면 그중 하나가 적당한 평면도형이 되는데 길이를 두배하면 넓이가 네배가 된다. 따라서 2의 2제곱.

3차원에 대해서는 직접 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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