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기 문제

KT에서 공유기 사용자들에게 제제를 한다고 한다.

근데 난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트래픽의 대부분을 악성 공유기 이용자들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하는데, 논리적으로 살펴보자.

1. 인터넷 속도는 집에서 전화국까지의 설비에 좌우된다. 즉, 애초에 속도를 전화국에서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다면 그 이상은 절대 나올 수 없다.

2. “초고속” 인터넷 회선이라고 자랑할 때는 이미 그 “초고속”이라는 회선을 24시간 연중 무휴로 사용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즉, 사용료는 항상 인터넷을 최대속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 기대되기 때문에 내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는 최대속도의 20%정도 속도에서 대충 마무리 지어진다. 운이 좋아서 전화국 옆집이면 모를까.

3. 전화국에서 내 컴퓨터 사이에 공유기가 있다면, 전화국에서 알아보는 것은 “공유기” 한대 만 보인다. 나머지 내부 네트워크는 차단되어서 보이지 않아야만 한다.

4. 즉, 전화국에서 최대속도를 제한한다면 전화국이 공유기와 통신하는 속도만 제한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전화국에서 세팅하면 끝나는 문제다. 통신 속도는 항상 느린쪽에 맞춰지므로 공유기 속도가 빨라봐야 소용 없다는 것이다.

5. KT의 얘기는 마치 공유기를 사용하면 “초고속”이 보장하는 것보다 더 큰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1. 공유기를 이용해서 여러대의 컴퓨터가 한 회선을 이용하는 경우 초고속보다 더 빠른 속도가 나오거나 2. 속도는 같지만 트래픽이 더 많거나이다. 물론 2번은 불가능하다. 트래픽은 통신회선을 오가는 전체 정보량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6. 쉽게 설명하면, 가령 통신 속도를 1초에 10글자를 보내는 것으로 제한했는데, 공유기를 써서 2대의 컴퓨터가 접속하면 1초에 20글자를 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KT의 설비는 회선 속도 제한에 실패한 것이며, 이런 경우는 KT의 잘못이다. 가령 공유기를 써서 2대의 컴퓨터가 접속하면 1초에 5글자씩 보내서 두대 합쳐 10글자씩이라면, 사용자는 계약 내용대로 최대속도를 이용한 것이므로 사용자 잘못은 없다.

7. 만약 24시간 365일 연중 무휴로 1초에 10글자씩 보내는 속도로 사용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최고속도 보장”이라는 말을 빼라. 초고속이란 말도 빼야 한다.

내가 뭐를 잘못 알고 있기에 KT의 논리와 다른 것일까.

덧붙여서, 공유기 검출 방지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만약 이것이 윈도우 전용이면 사용자의 운영체제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사용자 권리 침해이다.



[각주:

1

]



또한 사용자 컴퓨터로부터 정보를 가져간다는 것인데, KT에서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이 프로그램이 해킹되어 사용자 컴퓨터가 남의 손에 통제될 가능성이 생긴다는 건 아무래도 불쾌한 일이다.

  1. 물론 이미 KT의 접속 프로그램은 윈도우 전용이고 리눅스에서 쓰려면 삽질좀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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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공유기 문제”에 대한 12개의 응답

  1. 
                  snowall
                  아바타

    정통부 없어진다는데요 뭐. -_-;

    미래에는 옷값에 인터넷 접속료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될지도 모르겠군요…

  2. 
                 Draco
                 아바타

    그게…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사람들이 웹이나 가벼운 파일 전송을 가정하고 트래픽을 예상해서 시설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거기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면서 시설에 재투자를 안하고 고객들의 행동을 제한한다는 것이죠. 안그래도 인터넷을 발달할수록 접속되어 있는 기기의 종류나 트래픽이 늘어날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내부 IP로 공유기를 체크하는 현 방식은 상당히 문제입니다. 안그래도 인터넷은 이제 냉장고나 게임기까지 사용하게 되고 나중에는 휴대기기나 옷같은것까지 인터넷을 쓴다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오고 있는데, 정작 유비쿼터스니 뭐니 하고 떠들던 정통부와 KT는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있지요.

  3. 
                  snowall
                  아바타

    음…; 사기는 좀 그렇죠.

  4. 
                 데굴대굴
                 아바타

    KT가 스스로 가난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죠. 사기업이 됐으니 사기좀 쳐보자는 심상…

  5. 
                  snowall
                  아바타

    수익 증대는 당연한 얘기고, 그점에 대해서는 기업의 목표니까 할 얘기는 없습니다. 다만, 공유기를 쓰는게 왜 부정사용인지 모르겠다는 거죠.

  6. 
                  snowall
                  아바타

    사실 공유기 검출하는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할리가 없죠. 이론적으로 -_-;

  7. 
                  snowall
                  아바타

    그렇게 되면, 컴퓨터 한대를 공유기 대신 쓰는 수가…-_-;

  8. 
                 도아
                 아바타

    일부 그런 사용자도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익을 증대하기 위한 방편인 것 같습니다.

  9. 
                 그네고치기
                 아바타

    종량제로 제발 바꾸고 싶은데 바꿀 수가 없으니, IT관련 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이라도 어떻게든 구워삶는 방향으로 머리를 굴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공유기 색출 알고리즘 같은 것에 걸려들기 싫은 이용자들은 알아서 타 ISP로 전향할 게 뻔하고, 그런 것을 귀찮아하는 사용자들만이라도 1회선 추가단말사용자로 전향시키려는 거랄까나…

  10. 
                 4371
                 아바타

    그러게요, 외국에서도 공유기가지고 문제삼는 ISP는 없다고 들었는데요.

    이거 공기업 마인드가 그대로 나온거 아닌가 몰라요 -_-;

  11. 
                  snowall
                  아바타

    정말 왜 공유기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12. 
                 위즈
                 아바타

    KT에서 소비자 주머니 털 궁리만 하는 것 같습니다.

    말도안되는 트집을 잡아서 노력하지 않고 이익을 챙기려는 탁상공론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정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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