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지능

(이 글은 http://snowall.tistory.com/1755 를 보충하여 다시 작성한 글이다.)

거미는 지능을 갖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선 지능이 무엇인가 정의하여야 한다. http://en.wikipedia.org/wiki/Intelligence 하지만 백과사전을 참조해봤자 어려운 얘기가 잔뜩 써 있을 뿐이다. 지능이라는 용어는 의식, 기억, 목적, 이런 것들과 구별되어야 한다. 이 용어들은 어느 정도의 관련성은 있지만 완전히 같거나, 어떤 용어가 다른 용어를 완전히 포괄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 더 긴 논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글에서는 지능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것이고, 그것이 이와 같이 유사해 보이는 다른 용어와 혼동되면 곤란하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지능에 대한 유명한 판정법에는 존 설이 제안한 중국어 방 검사가 있다. 중국어 방 검사란 다음과 같다. 어떤 방 안에 사람이 한 명 들어가 있는데 이 사람은 영어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방 안에 중국어로 된 질문을 넣으면 이 사람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작성해서 내보낸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 이 사람에게는 영어로 되어 있는 “중국어 처리방법”이 주어져 있다. 이 책은 중국어 단어의 뜻이나 문법에 대해서는 전혀 나와있지 않으며, 단지 어떤 기호나 단어가 주어져 있을 때 그 기호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만이 나와 있다. 이 책이 충분히 잘 만들어져 있다면, 방 밖에서 중국어로 대화하는 중국어 사용자는 이 안에 중국인이 들어있는지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이 책의 규칙은 컴퓨터에 의해서 실행될 수도 있으므로 이 작업을 하는 주체가 컴퓨터인지 사람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중국어 방 안에 있는 사람은 중국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중국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지만, 영어로 된 사용설명서만으로 충분히 질문을 처리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중국어를 이해한 것이라면, 같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역시 중국어를 이해한 것일까? 반대로, 컴퓨터가 중국어를 이해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한다면 중국어 방에 들어간 사람 역시 중국어를 이해하지 않은 것인가? 물론 중국어 방 검사는 지능과 인공지능을 구별할 수 없다는 뜻이며, 인공지능이 완벽하게 대답을 하더라도 그것이 지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중국어 방 안에 있는 사람은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그 사람을 포함한 중국어 방 전체는 중국어를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나는 이에 대해서 아직은 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능에 대한 또 다른 검사 방법이 있는데, 앨런 튜링이 제안한 튜링 검사이다. 튜링 검사 역시 매우 간단한데, 다음과 같다. 여러명의 심사위원을 두고 이 심사위원들이 검사 대상에게 질문을 던진다. 검사 대상은 인공지능일 수도 있고 진짜 사람일 수도 있다. 대화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채팅을 이용하는 것으로 해도 좋다. 충분한 대화를 진행한 후, 만약 심사위원들이 검사 대상이 인공지능인지 진짜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이 검사에 참여한 인공지능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지능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검사 방법들이 제안되어 있다. 여기서 이런 방식의 지능 검사에 대해서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능 검사를 하기 위해서 대상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과 상호작용을 할 방법이 없다면 지능 검사 역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 주제로 삼고 있는 거미의 지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거미에게 지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는, 거미에게 뭔가를 물어봐야 하는데, 거미가 외부와 소통하는 방식은 거미줄이다. 따라서 거미줄을 건드리거나 거미줄 위에서 거미가 움직이는 것들이 거미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다.

거미에게 지능이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서는, 지능을 정의하고 그 지능이 “거미의 지능”인 경우 어떻게 검사할 수 있는지 방법을 제안해야 한다.

튜링 검사에서 힌트를 얻어서 지능이 무엇인가 이야기한다면, 지능이란 지능이 있다고 믿어지는 대상으로부터 지능이 있다는 결론을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사실 이렇게 지능을 정의하면 지능을 재귀적으로 정의해야 하고, 다른 객체의 지능은 또한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순환 논리에 빠진다. 다만 일반적으로 인간은 지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인간을 참조하여 거미의 지능을 판정해 보자.

이제 우리는 거미를 위한 튜링 검사를 설계해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거미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거미줄 뿐이다. 예를 들어, 거미줄의 위쪽 두번째 줄을 흔드는 것은 거미에게 “How are you?”라고 물어보는 것일까? 그렇다면 거미는 그곳으로 달려와서 그곳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건 먹는 것인가?”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이것을 인간에게 시킨다고 하자. 인간이 거미가 될 수는 없으므로, 실제 거미와 똑같이 생긴 로봇을 만들고, 이것의 조작을 인간에게 맡긴다. 물론 이 로봇은 겉보기에는 거미와 구별할 수 없다. 거미 로봇을 거미줄 위에 올려놓고, 거미줄의 위쪽 두번째 줄을 흔들어 보자. 인간은 거미의 행동패턴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그곳으로 달려와서 그곳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건 먹는거임?”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인간은 거미가 되었다. 따라서, 검사를 하고 있는 사람은 이놈이 거미인지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다. 인간이 거미를 흉내내고 있음을 알더라도 구별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과 거미는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

이쯤에서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는 “그럴듯 하긴 한데, 그건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만 알려주면 뭐든지 따라할 수 있는 만능 기계와, 그 일만 해야 하는 특수 기계는, 적어도 그 만능 기계가 특수 기계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한 결코 구분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인간은 만능 기계에 해당하고 거미는 특수 기계에 해당한다.

물론 인간이라면 거미를 따라하다가 실수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검사 대상인 거미가(또는 거미 로봇이) 실수할때까지 계속해서 검사를 하여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거미를 똑같이 따라하는 기계를 만들어 보자. 거미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알아낸 거미의 모든 행동패턴을 저장장치에 입력해 놓고, 거미줄에서 특정 입력이 들어오면 그때 거미가 하는 행동을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기계이다. 이 기계보고 거미 로봇을 조작하도록 한 후, 튜링 검사를 해보자. 로봇은 인간과 비교해서 실수를 하지 않을테니 보다 완벽하게 거미를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실험에서 만약 둘 다 알려진 행동 패턴 대로만 움직인다면 거미와 거미 로봇은 구별할수 없다. 반대로, 둘 중 하나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면, 알려지지 않은 행동 패턴을 한 쪽이 바로 거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거미 로봇은 지능이 없는 기계에 의해서 사전에 입력된 대로 조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발견한 새로운 행동 패턴은 거미의 새로운 신비를 밝힌 것이다.

다시 인간이 거미 로봇을 조작하는 경우로 돌아오자. 앞서 말했듯이, 거미가 알려지지 않은 행동 패턴을 하는 경우에는 기계가 조작하는 거미 로봇과 구별이 된다. 문제는, 눈앞에 있는 거미줄 위에 있는 거미처럼 생긴 놈이 진짜 거미인지 인간이 조작하는 거미 로봇인지 여전히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실수를 해서 거미 로봇의 조작에 실패한 것인지, 거미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행동패턴으로 움직인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이것을 연구하기 위해서 같은 행동패턴이 반복되는지 살펴볼 수도 있지만, 거미 로봇을 조작하는 인간도 바보가 아니라면 같은 행동패턴이 반복되도록 할 것이며, 그러다가 또 실수를 하더라도 여전히 이게 거미인지 인간인지 구별이 가지 않게 된다.

이 논리에 반박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거미에게 지능이 있으면, 이번엔 인간이 하는 것을 따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미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켜야 한다.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물어보자. 거미에게 “인간을 따라해보렴”이라고 시키려면 거미줄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모른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 우리는 거미가 거미줄의 흔들림에 반응하는 모든 패턴을 다 알고 있지만, 또는 모두 다 알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미에게 어떤 일을 지시하기 위해서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모른다. 거미가 지능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거미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그와 대화할 수 없는 것일수도 있고, 거미가 지능이 없어서 거미에게 그렇게 시킬 수 없는 것일수도 있다. 이 두가지 경우는 여전히 구별할 수 없다.

여기서, 나는 거미가 지능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에 대해 알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와 유사한 논리는 지능을 갖고 있을 수 있는 다른 생명체에도 적용할 수 있고, 외계 생명체에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인공지능의 경우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게 지능이 있음을 또는 없음을 증명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확신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보고 추가로 글을 써볼 생각이다.

3 thoughts on “거미의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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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공지능이 인간의 머리를 점차 앞서나가겠지만.. 결국 인간이 가진 고유의 창조능력을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는 없겠죠… 그게 인공지능의 한계이기도 하구요.. 글이 거미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인공지능과 생물체의 지능에 대란 차이점 분별하는 방법을 쓰신 것 같은데 과연 더 정확한 분별을 알아내기 위한 시험은 있을까요?? 이것도 나중에 올려주시면 감사합니다~

  2. ! 블랙체링님의 글도 +ㅁ+ 이런 표정으로 읽었는데

    전 스놀님 생각이 맞는거같아요 ㅋ_ㅋ

    흥미롭고 재밌는 주제로군요,

    예전에 아는 친구랑 중국어 방 검사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계속 단순한 말장난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짜증나서 다시는 그 친구와 저런얘기는 안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ㅋㅋ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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