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대해서, 개인적인 평가로는 실패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번에 홍수 피해가 발생한 사실에, 4대강 사업의 결과물들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앞으로의 치수 정책에 반영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4대강 사업의 결과물들을 보강하고 보수해서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인데…
땅과 댐의 구조와 모양이 물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밝히는 건 굉장히 복잡한 작업이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원인과 결과가 있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단 하나의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걸 사람들이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현재 나타난 결과와 과거의 기록만 갖고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찾아내야 한다. 그럼, 뭐가 설득력있는 시나리오인지 누가 정하는가? 여기서 싸움이 발생한다.
어떤 전문가가 객관적인 증거를 여러개 가져오고, 증거들을 엮어서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치자. 그럼 사람들이 그걸 믿을까?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사람들, 반대했던 사람들, 그 외의 사람들, 각각 자신이 정해둔 답을 놓고 보고서의 내용을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보고서가 얼마나 객관적인가, 얼마나 엄밀한가에 상관 없이 자신의 신념과 믿음에 따라 보고서의 옳고 그름을 판정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서의 제목과 결론만 볼 것이다. 그리고 맞다 틀리다로 다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내용을 좀 읽어보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다 이해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보고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보고서가 허술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사람들의 전문지식이 부족하여 그렇게 된 것인지 따지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원하는 결론이 아니라면, 보고서의 작성자가 정치적 반대편에 편향된 의견을 갖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우길 것이다. 그나마 나은 경우라면 논리와 증거를 들이대면서 주장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우길 것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되었다면 믿어주고, 결론을 믿을 수 없다면 어디가 문제인지 반론을 제기하고, 이런 건전한 토론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물론 어딘가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어떤 자료와 나름의 논리로 주장을 할 것이고,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는 또다른 전문가를 모셔다가 주장을 검증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아주 많은 경우 객관적 논리나 증거보다는 이미 결론을 정해두고서 그 결론을 지지하는 증거와 논리만 모아서 반박하며, 그 결론을 부정하는 증거는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여러 사회적 사건에 대해 자신의 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지만, 불리한 증거까지 소개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언제쯤 사회적 문제에 대해 건전한 토론이 가능해질 수 있을까.
- 문제의 범위와 사용하는 용어들을 명확히 하고
- 주장하는 결론을 명확히 하고
-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논리적이며
- 논리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근거가 있으면 있는대로
- 근거가 없으면 없는대로
- 그리고 자신의 논리와 근거가 반박되었다면 자신의 주장을 완벽히 철회할 생각까지 하고서
토론을 할 수 있을까… 언제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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