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읽어본 괴서. 수학에 관한 뭔가 엄청난 비밀을 해결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 표지. 하지만 읽어보니 그다지 의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은 무한대, 무한소, 그리고 미분과 적분 등에서 나온 0으로 나누는 문제와 무한대의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미 수학계에서 늦어도 수십년 전, 또는 수백년 전에 대충 해결된 문제를 다시 풀려고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엄밀하지도 않다. 이 책의 저자가 내 리뷰를 보고 기분이 나쁘다면, 집합론과 측도론을 수학과 커리큘럼에 맞춰서 공부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나면 이 책을 싹 다 회수해서 불태우고 싶어질 것이라고 본다.
전공자들에게는 쉬운 정도를 넘어서 너무 하찮은 책이고, 비전공자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주제이다. 엄밀함을 희생해서 말랑말랑한 설명을 하려고 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한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틀렸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걸 판단하기에도 부족한 책이다. 엄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의 내용은 현대 수학계에 아무런 충격을 주지 않는다. 대충 수학과 학부 4학년 학생하고만 얘기해봐도 끝날 이야기다. 내 느낌에, 말랑말랑한 수학 교양책 몇 권을 읽고서 거기에 설명이 부족한걸 보충해서 쓴다면 딱 이런 책이 나올 것 같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0을 0으로 나눈 것에 대해서 어떤 적당한 정의를 통해서 그 값이 1이라고 치고,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은 0을 0으로 나눈 것을 2라고 해도 되고 3이라고 해도 된다. 0을 0으로 나눈 값을 뭐라고 정하더라도 그럴싸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에 수학자들은 그냥 그걸 굳이 뭔 값이라고 특정하지 않으며, 꼭 필요한 경우에는 분자와 분모에 극한을 취해서 근사적으로 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책 내용이 다 이런식이라서, 아마 수학 전공자들이 이 내용을 들으면 “그래서 뭐죠…”라고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 책은 나같은 사람이나 구해서 보는 책이지, 누구에게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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