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저장강박이 있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물건을 끝까지 다 쓸 때까지 새것을 뜯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볼펜을 하나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잉크를 다 사용할 때까지 다른 볼펜은 쓰려고 하지 않는다. 신발도 한번 신기 시작하면 밑바닥이 모두 닳아서 구멍이 날 정도가 되어야 버리고 새로 산다. 좀 더 깔끔하기보다는, 좀 더 오래쓰고 싶은 어떤 심리가 무의식중에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습관이 코로나 대유행 시국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비누도 앞에서 말한대로 하나를 다 쓸 때까지 다른 것을 뜯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새로운 비누를 사용하고 싶으면 지금 쓰던 비누를 빨리 써버려야만 한다. 그렇다보니,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손을 자주 씻게 되었다. 물론 이 습관이 개인 위생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약간의 편집증적인, 히스테릭한 어떤 습관이라고 하더라도 환경을 적절히 만난다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좀 더 확대해석한다면, 사람의 어떤 모습은 그저 어떤 모습일 뿐, 장점이나 단점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다만,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상황을 마주치고 있느냐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보이는 것이다.
장자는 그의 철학에서 쓸모가 없음의 쓸모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투박한 나무는 아무데도 쓸데가 없지만, 덕분에 천년을 살아남아서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들이 나무를 베어서 무언가를 만들지 않았다면, 구부러지든지 곧게 펴져있든지 상관 없이 모두 천년을 살아남았을 것이다. 무엇이 가진 어떤 속성이라도 환경과 상황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좀 힘든 상황이긴 한데, 계속해서 관점을 바꾸면서 좋은 측면을 바라보고, 상황을 바꾸면서 장점이 되도록 하고,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집하지 않고 좋지 않음을 좋게 볼 수 있는 국면으로 전환시켜나가려고 한다.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