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게임 셧다운제와 Tremulous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FPS게임인 Tremulous. 이 게임은 무료이고, 오픈소스이다. 문제는 국내 게임 셧다운제로 이 게임을 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

    여성가족부에서는 돈도 받지 않고 개인정보확인도 하지 않는데 괜찮은 게임이 존재한다는 황당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법대로 하려면 이 게임의 서버를 해당 시간에 전면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게임의 서버를 만드는 것 역시 오픈소스이며, 무료이고, 따라서 아무나(!) 서버를 개설할 수 있다. 외국인이 외국에서 서버를 만들면 누구나 접속 가능하다.

    패키지 게임은 예외로 둔다는 설정도 있긴 한데, 사실 제대로 하려면 청소년이 게임기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그 게임기는 셧다운제의 해당 시간에는 작동하지 않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Tremulous는 온라인 게임이다. 그리고 해외 게임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물론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기 위해서 해당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고쳐서 개인정보를 확인하도록 하고, 서버 프로그램을 고쳐서 셧다운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메인 트리에 반영될리 없고, 반영되더라도 그 개발자들이 즉시 되돌려 놓을 것이며, 포크해서 다른 프로젝트로 따내도 여전히 그 메인 트리로는 게임이 가능하다.

    게임 셧다운제도는, 그래서 별 생각없이 만든 제도이다. 아니면, 유료 게임만 적용되는 규칙인가?

  • 과학자는 정치를 하면 안되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1/17/2011111700591.html



    http://www.naeil.com/News/economy/ViewNews.asp?sid=E&tid=5&nnum=635062

    과학자가 왜 정치를 하면 안되지? “정치인”이 되는데 관련 자격증이나 학위가 필요한건가?

    “정치 전문가”만이 정치를 해야 하는걸까?


    http://www.parkyoungah.com/myInfo/profile.do


    한나라당에 있는 과학자는 어찌하시려고?

    뉴턴도, 아인슈타인도, 프랭클린도 정치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하면 안되는 종족은 오직 정치인 뿐이다. 황당한 발언이네.

  • 1500억

    단돈 200만원의 손실에 가슴아파 하는 나로서는…1500억원은 감도 안오는 돈이긴 하다.


    http://www.yonhapnews.co.kr/politics/2011/11/14/0502000000AKR20111114204100001.HTML?template=2085

    일각에서는 대권 도전의 신호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http://news.kbs.co.kr/politics/2011/11/14/2388243.html

    근데 사실 이정도면 대권 도전할만하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3768374

    대통령이 사재를 탈탈 털어서 낸 돈의 5배정도 되니.

    출범하자 마자 비극은 없겠지…


    http://blog.joinsmsn.com/media/folderlistslide.asp?uid=n127&folder=3&list_id=11472337

  • 강호동 영입설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1111406393006724&mod=201111140625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고 쉬는중인 강호동을 정치판에서 데려간다는 루머가 있다. 어디서 활동하든 그건 개인의 일이니 문제가 안되지만…

    강호동이 쉬는 이유가 바로 “탈세 의혹”과 연관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액수도 크지 않고 기소당한것도 아니고 추징액을 모두 납부한 것 같으니 딱히 이걸 두고 문제삼을 건 아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영입의사를 밝힌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정치인은 세금을 떼어먹어봐야 할 수 있는거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다. – 이미 다들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만. 매우 흥미롭다.

    강호동이 복귀한다면 딱 두군데로 복귀할 수 있는데, 씨름판이든가 연예계이다. 아니면 그냥 사업가로 남든가. 그 이외에는 아마 그 본인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추측임)

  • 재테크

    최고의 재테크는 재테크를 하지 않는 것이다.

    통장이 장땡임.

  •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

    모든 월급쟁이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월급을 제외한 모든 비용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자신의 월급을 제외한 남의 월급도 모두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 회사가 성장하면 내 월급이 오를까? 회사에서 나에게 주는 월급은 내가 그 이상의 수익을 낼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월급을 10%를 인상한다면 수익은 20%가 향상되기를 바라는 법이다. 그럼 당연히 매출이 20%가 늘어야 하는데 매출은 가격과 판매량의 곱이다. 가격이 오르든가 판매량이 올라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어느 회사도 월급이 무한대는 아니니까) 판매량은 어느정도 한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

    이런 일이 모든 회사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내 월급이 10%가 인상되면 물가는 그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제 구조에서 물가안정대책은 사실상 임금동결이나 삭감을 의미한다.

    월급이 물가상승률보다 빠르게 오르기 위해서는 회사가 그만큼의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다시말해, 기업이 기업으로서 존재하는 유일한 목표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런 회사는 존재하기 힘들다. 많은 기업에서 윗선으로 올라갈 수록 받는 월급이 올라간다. 그러나 일하는 양이 딱히 더 많지는 않다. 인간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하루에 24시간 이상 일할 수는 없는 법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이 물가보다 더 빠르게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 그러기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소비의 총량은 제한되어 있고, 거기에 가능한 공급의 총량도 제한되어 있다. 오늘 나의 이익은 어딘가에서 발생한 누군가의 손해와 연관된다. 내 월급이 오르면, 누군가는 그 돈을 더 내야 한다. 회사의 사장이 돈을 덜 받든지, 직장의 다른 동료의 월급이 깎이든지, 회사 고객이 더 비싼 비용을 내든지. 회사 고객이 비용을 내면, 그 회사 고객은 어딘가에서 그 비용을 가져와야 한다. 그 회사 고객은 어딘가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와야 할 것이고, 그 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면, 내가 피땀흘려 번 월급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하는 어떤 물건의 가격이 오른다. 그리고 그 가격은, 내 월급이 오른 것 보다 더 빠르게 가격이 오를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공급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과 용역을 제공할 사람을 곧바로 찾을 수 있고, 그 사람과 완벽하게 1:1 물물교환을 할 수 있다면 돈이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혼자서 할 수 없는 위대한 일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중간단계에서, 돈과 물건이 거쳐가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유통하고 물건을 유통하는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청구한다는 점이다. 이 청구는 정당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월급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는 원인이다.

    모든 사람이 욕심을 버리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사람이 욕심을 버려도, 단 한명의 배신자가 발생하면 그 동맹은 깨진다. –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따른 북한이 지난 50년간 해온 삽질을 보면 그렇다. – 그 배신자가 모든 사람이 포기한 자신의 초과이익을 쓸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거나, 예상한 사람들은 그 누구도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는 것은 멍청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위대한 사람도 있으나, 다른 사람의 이익을 내 주는 것 또한 욕심이 필요한 일이기에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 쓰레기

    연구실에서 쏟아져나온 쓰레기. 1주일에 한번 정도 청소하는데 매주 저만큼 나온다. 문제는, 지난 4주간 바빠서 청소를 못했다는거. 이번주는 드디어 청소를 하기로 했는데, 아주 두근두근…

  • 마케터의 마케팅

    불쌍해서 전화번호는 그냥 놔둔다. 투자하실 분은 걸어 보시든지…

    원래는 투자정보를 담은 광고 전단지를 담아둔 상자였는데, 쓰레기통 옆에 놔두는 바람에 같이 쓰레기통으로 매도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버스 정류장 옆에 둔 건 좋은 생각이었지만, 저럴거면 차라리 직접 하나씩 나눠주는게 더 낫다.

  • 피싱에 낚이지 말자

    방금전 방명록에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었다. 내용은 안봐도 되고, 이름에는 자기 홈페이지 주소가 링크되어 있는데 클릭하면

    http://casdfdafds4df.servebeer.com/YouTube/

    위와 같은 주소로 들어간다.



    (당신이 보안에 대해 잘 알지 않으면, 또는 당신이 리눅스나 맥OS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절대로 들어가보지 말 것!!!)

    위 주소로 들어가 보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보인다.

    마치 유튜브 화면처럼 되어 있다. 오른쪽에 가려진 부분에는 19금 사진들이 있어서 일부러 가렸다. 호기심에라도 들어가보지 말자. 19금 사진은 얻어보지도 못하고 악성코드에 당신의 컴퓨터를 갖다 바치는 것밖에 안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동영상이 아니다.

    보면 알수 있겠지만, “그림”이다. 실제로 플래시 플레이어라면 다음과 같다.




    (여긴 들어가봐도 된다.)

    아무튼. 위의 낚시 사이트에서 뭔가를 클릭하게 되면 악성코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게 된다.

    잘 보면, “from”이 www.adobe.com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그림에 나온 주소도 절대로 들어가보지 말자. 호기심에도 가볼 필요 없다.)

    진짜 플래시 플레이어의 다운로드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get.adobe.com/flashplayer/?promoid=BUIGP (여긴 들어가봐도 된다)

    위의 악성코드 프로그램은 나도 겁나서 실행을 시켜보지 못했다. 어쨌든 100% 가능성으로 악성 코드이므로,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실행시켜볼 필요 없다.

  • 물리교육과 vs 물리학과

    안녕하세요.

    저는 지방 4년제 물리학과를 이번학기로 졸업하고 ‘교육대학원 물리교육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졸업반 입니다.

    저번학기에 물리학교수가 되는 방법에 대한 검색도중 블로그를 발견하고는 가끔 기웃기웃 거리다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 진로에 대한 고민에 조언을 해주셨으면 해서 입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물리가 좋았고 물리학과를 선택해서 진학하였고. 성적은 좋지 않지만 나름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상당히 즐겁기도 했습니다)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유는 ‘물라학사’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고 임용고시에 대한 꿈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물리학에 대한 공부를 좀더 하고싶습니다. 몇몇 교수님들께 여쭤어 봤을때 하시는 말씀이 임용고시도 나쁘지 않다. 임용고시공부 하고 나중에 연구과정이든 박사과정이든 시작해도 늦지 않다. 라며 임용고시를 고려해여 대답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한편으로는 일반대학원으로 가서 지금부터라도 전공을 확실히 정해서 공부를해야 한다. 라고 하시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물리교육과를 다녀서는 물리학에 대한 심화과정을 배우기는 힘들다. 라고 하는게 정설인것 같습니다. 어떤것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공부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리학공부를 더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 라고 묻는다면 참 대답하기 애매합니다. 전 연구보다는 강의가 좋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현상을 설명하고 이것을 이해시키는 과정역시 즐겁습니다. 사실 이런 이유로 교직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욕심을 이야기하자면 좀더 고차원적인. 좀더 심화적인. 좀더 전문화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은게 속마음입니다.

    그럼 무엇이 궁금한가라고 한다면 이렇습니다.

    과연 물리교육과로 석사를 마치더라도 물리학으로 박사를 할수 있을까요?.

    만약 물리교육과로 박사를 마치게 된다고 한다면. 물리학과에서 강의를 할수 있을까요?.

    아니면 역시 일반대학원 물리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

    일단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면요.

    1. 물리교육과 석사를 받고 물리학과 박사과정 진학 가능합니다.

    2. 물리교육과 박사를 받고 물리학과에서 강의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물리교육과는 기본적으로 “교육학과”입니다. 물리학 자체를 심도있게 공부하지는 않고, 물리학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학습시킬 것인가를 심도있게 공부합니다. 물리학과는 물리학을 심도있게 공부하죠. 따라서 연구하는 영역이 다릅니다. 즉, 물리학과에서는 물리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관심분야가 아닙니다. (쉽게 말해, 물리 교육은 물리학적 방법론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물리학이 아닙니다. )

    반대로 물리학 박사가 물리교육과에서 강의할 수는 있습니다. 물리교육과도 물리학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는 있기 때문에, 물리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물리학 박사가 강의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죠.

    정확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일반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일단, 중등교사가 되겠다고 한다면, 물리학 박사학위는 그냥 개인적인 만족밖에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등교사는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주 업무인데, 그들에게 가르쳐야 할 물리학의 수준은 고등학교 수준입니다. 박사 수준의 물리학은, 강의자가 깊이 애해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본질적인 설명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강의하면 “제물포”교사가 한명 늘어날 뿐이겠죠. 그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천재 고등학생들은 아마 그 고등학교에 있지 않고 과학고에 가 있을거예요. 어쩌다, 물리만 잘하고 나머지 모든 과목을 못하는 학생이 질문하신 분의 학교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3년 후에는 졸업하죠. 그럼 그런 학생은 다시 만나기 힘들거예요. 박사학위 자체는 교사 일을 하는데는 별 필요가 없고, 아마 박사과정에서 알게된 인맥 등으로, 학생들에게 실험실 체험이나, 우수한 학생들 대상으로 방학때 특별활동반을 편성한다거나 할 수 있을 거예요. 박사학위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유일하게 경시대회반을 운영할 때일거예요. 그러나 요새는 경시대회도 대학가는데 별 도움이 안되다보니 인기가 시들하죠.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지방 4년제”에 “성적은 좋지 않지만” 부분이네요.

    물리학 박사과정은 쉽지 않아요. 교수님들이 강의할 때도, 학부 수준의 내용은 다 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학부때 다루지 않은 부분만 강의합니다. 문제는, 학부때 다루지 않은 부분을 강의한다고 해서 학부때 배운 방법론을 안쓰는게 아니거든요. 학부때 배운 도구들을 자유롭게 갖고 놀아야 강의를 따라잡을 수 있어요.

    물론, 대학원은 강의가 중요하진 않고, 성적은 대체로 잘 주는 편이긴 합니다.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라면 오직 연구 성과만으로 – 논문으로 –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실험도 그렇고 이론도 그렇고,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연구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성과도 없어요. 아마 자기비하에 빠져서 좌절할거예요. 만약 본인의 전공 학점이 B+이하라면, 특히 4대역학중 3개 이상 A이상이 아니라면, 박사과정 진학할 때 까지는 그정도 수준으로 만들어 놓는게 “예습”의 의미가 있을 거예요.

    “물리학사”에 특별히 관심이 있다면, 박사과정 진학할 때 대학원에 물리학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잘 골라야 할거예요.그런데 물리학사를 가르치는 물리학과 대학원은 못 본것 같네요. (앞서와 마찬가지로 물리학사는 “물리학”의 연구 범위가 아니거든요.) 이 경우에는 물리학 자체를 심도있게 공부하지는 않을 거예요.

    박사과정의 난이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볼게요.

    질문에서 언급한 “좀 더 고차원적인, 심화적인, 전문화된 물리학”의 수준을 어느정도로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끈이론, 양자장론, 초전도체, 우주론, 양자컴퓨터, 이런 정도의 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학부 4대역학은 전부 A+을 받아야 “이해”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물리학 박사와 임용시험을 모두 보는 것은 꽤 문제가 있어요.

    1. 교육대학원 물리교육전공 석사

    2. 일반대학원 물리학전공 박사

    3. 임용시험

    이 세가지를 다 합치면, 석사 2년, 박사 5년, 임용 2년, 합쳐서 9년 걸립니다. 9년후에 나이는 아마 33~36세 사이겠군요. 즉, 돈을 버는 나이가 그만큼 늦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30대 중반인데 사회초년생이예요. 다른 친구들은 30대 중반이면 과장급 달고, 교사가 되어었어도 최소 5년차 이상 베테랑이겠죠.(박사과정 5년이 차이가 나니까) 남자분이라면 결혼할때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떨어질 수 있어요. 이걸 지금은 신경 안쓴다고 하지만, 막상 30대 중반이 되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아요. 임용 합격 못하면 30대 후반에 고학력 백수가 됩니다.

    반대로.

    1-3-2순서로 간다고 하면 일단 돈은 벌 수 있는데, 박사를 받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물리학과 대학원은 대체로 전일제(full time)이고 수업도 당연히 특혜 없이 주중 주간에 편성됩니다. 교사를 하면서 출석하기 힘들거예요. 휴직을 해서 2년을 벌 수는 있긴 해요. 그러나 연구과정도 쉽지는 않아요. 만약 실험물리를 한다면 실험실에 붙어있어야 하는데, “붙어있는다”는 기준이 1주일에 100시간 정도는 실험을 해야 하거든요. 학기중에는 안 나겠죠? 학교 방학때만 실험을 하면 1년에 5개월 정도 할 수 있는데, 대체로 1년 내내 있는 학생이 연구과정을 2~3년 하죠. 24개월에서 36개월인데, 이걸 1년에 5개월만 해서 하려면 5년에서 7년 걸립니다. 앞에 석사+임용=3~4년인데, 여기에 5~7을 합치면 8~11년이죠. 박사 받으면 30대 후반이예요. 게다가, 박사학위로는 딱히 쓸데가 없다는 거. 물론 자기가 공부를 해서 얻는 성취감은 비할바 없지만, 배우자가 있다면 졸업식에서 축하의 꽃을 전달하며 썩소를 지어줄 가능성이 높아요.

    교직을 포기한다면, 깔끔하게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물리학과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도 좋아요. 그럼 5~6년 걸립니다. 30대 초반에 박사를 받고, 박사학위를 바탕으로 취직할 수 있어요. 만약 교수를 노린다면 유학을 다녀오는게 좋을거예요. 우리나라는 아직 학벌에서 자유롭지 않아서, 지방의 물리학과 출신이라면, 그것만 갖고서는 거의 포기하는게 좋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예요. 엄청나게 암울한 상황을 써놨는데, 사실 어떤 선택을 할 때 좋은 얘기보다는 나쁜얘기를 많이 들어보고 결정하는게 좋아요. 그래서 위험한 것들에 미리 대비할 수 있죠. 좋은얘기만 듣고 낙관하며 진입했는데 엉망진창 가시밭길에 대비도 안되어 있으면 좌절밖에 더 하나요.

    꿈을 꾼답시고 하늘만 바라보면 땅바닥의 돌뿌리에 걸려서 넘어질수밖에 없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도 보고 아래도 보고 주변도 살피면서, 한걸음씩 차분히 나가야 해요.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잘 생각해 봐요.

    잘 모르겠다면, 지금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단 하나네요. 일단 교육대학원 진학하고나서 생각해 볼 것이예요. 대학원 가서 공부를 더 배우다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모르던걸 알게 되요. 생각이 바뀔수도 있는거고.

    그리고 물리학 분야에서도 세부전공이 아주 많아요. 고체, 플라즈마, 광학, 입자… 방법론 측면에서도 이론물리와 실험물리가 있고, 이론물리는 다시 수리물리와 전산물리로 나눠지죠.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간다는 것은, “세부전공”과 “방법론”을 선택하는 거예요. 물론 요새는 입자물리학의 방법론을 써야 하는 그래핀같은 고채물리학적인 대상도 있지만요.

    신중하게 선택하고, 선택했다면 후회하지 말고 갈데까지 가요.

    나도 20대인 주제에(말년이지만) 할아버지같은 이야기만 했다. 이 틀도 깨부숴야 하는데, 일단 깨보고 나서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답장이 왔다.

    요 몇일 제 꿈이 무엇이었나 다시 한번 오랜시간 공들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강압적이고 성과주의 선생들에게 이리 저리 치이다 공부다 뭐다 다 버리고 대학조차 포기해 버렸던 나자신이 어떻게 보면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한명이라도 이런 사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 선생이라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언젠가 그런 학생들이 한명도 배출되지 않는 학교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리라 했습니다.

    물리라는 학문이 좋아서 즐기며 공부하다보니 꿈으 잊을 정도로 물들었었나 봅니다.

    몇일전 교육대학원 합격발표에 너무 들떠서 그동안 잡고있던 정신줄을 놓아버린것도 한몫하겠지요. 내 꿈을 위해서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야 하는데 긴장이 풀려 마음을 다잡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따끔한 질책과 충고에 제 꿈이 무엇인지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다음에 내가 무엇을 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내가 이루고자 했던것은 이루고나서 결정하자 마음먹었습니다.

    좋은 날 되시구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그다지 따끔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내가 무딘 것이거나…) 사족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진로선택에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요.

    물리 교사가 되신다고 하니, 몇가지만 – 사족인셈 치고 – 덧붙이겠습니다.

    물리 이해 못하는 학생을 이해 해주세요. 물리는 원래 어렵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물리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므로 당연한 것들도 학생들은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물리 과목 시험의 전교 평균은 60점이었고 제 반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하도 답답해서 반 친구들
    15명정도 모아놓고, 토요일날 오후에, 특별 과외를 2시간 정도 해줬는데 우리반만 평균이 70점이 나왔었어요. 다른 반은 여전히 6
    0점이었고. 결국 저는 물리 선생님에게 불려가서 혼났죠. 당신이 시말서 쓰셨다고.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시말서 쓰는게 맞아요.
    고3 학생이, 전체 36명중 15명 모아서 2시간 가르쳐줬을 뿐인데 반 전체 평균이 10점이 향상되었다면 그건 강의 자체가
    글러먹었다는 뜻이죠. 그 선생님이 실력있고 열정적인 물리교사인건 알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강의 내용 자체는 어려웠다는 뜻이죠.

    그러므로, 학생들이 물리를 싫어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열정과 실력만으로는 물리를 쉽게 가르치기 어렵죠. 그래서 “물리교육과”가
    따로 있는 것이고요. 대체로, 물리학과 학생들은 물리교육과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리 못한다고.

    그러나, 어찌 보면 물리교육과의 목표는 물리학 연구가 아닌, 물리교육의 연구이므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죠. 그렇게
    무시하는 물리학과 사람들 중에, 물리를 “쉽게 배운”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물리를 “쉽게” 이해한 사람은 있어도. 그러니 당연히
    물리교육과도 엄청나게 중요하죠. 우리나라 물리학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학생들이 물리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해요. 물론 그렇게 하시겠지만. 나이가 더 들다보면, 아마 본인은 열심히 하는데 학생들이
    물리를 싫어하는 건 학생들의 적성이 안 맞아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갖고 있는 그 열정이 식었음을 뜻할 거예요.

    그 학생들이 커서 물리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방사광 가속기, 극초단 초고출력 레이저, 중성미자 측정실험,
    K-STAR프로젝트같은 기초물리학 연구가 왜 중요한지 아는 것은 대체로 학창시절에 물리학을 얼마나 즐겁게 배웠는가에 따라 달라질
    거예요. 대체로,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 “물리? 에이 몰라” 하면서 거부하거든요. 뭐에 쓰는지도 잘 모르고,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죠. 별로 쓸모도 없어 보이는 연구에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한다고 생각할거예요. 실제로 본인들이 매일 쓰는
    스마트폰에, 인터넷에, 냉장고에, 자동차에, 나라를 지키는 탱크에, 비행기에, 얼마나 많은 물리학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는지
    느끼지도 못하고요. 입자물리학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고에너지 입자가속기가 암치료의 최첨단에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요. 블랙홀, 초끈, 쿼크, 이런것들만 멋있고 의미있는게 아니라 냉장고, 자동차, 이런것들도 멋진 물리학적 연구
    주제죠.

    물리 수업때, 맨날 공을 던지고, 떨어트리고, 자기장 속에서 도선을 움직이고, 그런 문제를 풀어봐야 도대체 왜 쓰는지도 모르고
    어디에 쓰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찬 축구공이 왜 골인할수밖에 없는지, 사람이 높은데서 떨어지면 왜 죽는지,
    자이로드롭이 왜 안전한지에 대한 문제를 풀면 재밌겠죠. 아마 이보다 더 재미있는 사례와 문제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물리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고, 정말 바로 눈앞에, 피부 곁에 밀착된 학문인데도 아무도 몰라요.

    물리 교사가 되신다면, 물리학을 과목으로서가 아닌 실용학문으로서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물리학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