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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에 관하여

    사람들은 행복을 찾는다.

    행복하면 좋은가?

    남들이 다들 찾는다고 해서 유행처럼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이 가진 행복이 부러워서 나도 행복하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각자가 갖고 있는 행복함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언제 행복할까?

    난 사실 행복하지만 불행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거나, 불행한데도 행복하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는건 아닐까?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행하다는 증거는 아닐까?

    나는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왜 행복해야 하는가?

    사실, 남에게 행복하라는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한다. 내가 남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했던 행복하라는 말이 그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그 사람이 “내 기준”에서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그건 강요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는 행복이 절대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남들도 자신의 행복을 따라서 행복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모두에게 개성이 있듯이 각자가 원하는 행복도 모두 다를 것이다.

    남들이나 또는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라기 이전에, 자신이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 왜 행복해야 하는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고민이 없다면, 행복하다가 행복을 잃어버렸을 때 너무나 큰 절망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럼 불행한건가?

    사실 행복해지는 일은 대단히 쉽다. 행복함의 기준을 바꿔서 현재의 자신의 상황이 행복한 상태가 되도록 조정하면 된다. 인생 뭐 있겠는가.

    당신이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는 한 당신은 불행하다.

    찾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불행해지라는 뜻도 아니다. 현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덜 행복하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찾아 지금 상황에서 떠난다면 그것이 또한 불행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찾아 떠나라. 그 원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떠날 것이다. 중요한건 “모른다”는 부분에 관한 정확한 이해이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 말해주는 것은 그 원하는 것이 멀리 있을 가능성도 있고 가까이 있을 가능성도 있으며 이미 여기에 있을 가능성조차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뭐, 멀리 있는 걸 찾기 위해 멀리 떠나서 결국 찾았다면 좋겠지만 여기에 있는 걸 모르고 멀리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발견한다면 찾긴 찾았어도 아쉽지 않을까?

    그러므로, 떠날 때는 신중하게 떠나야 할 일이다.

  • 전부 더하기 -적분

    미적분학에서 자세한 계산은 미적분학 책이나 수학의 정석에 잘 나와 있으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오직 핵심 개념의 이해이다.

    미분은 지난 시간까지 대충 해 보았다. 이번에는 급수와 적분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다.

    적분은 어떤 것의 “크기”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방법이다. 크기는 무엇일까? 내가 지난번에 크기를 재는 것이 심오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심오한 방법을 가장 간단하고 짧게 설명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될 것이다.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숫자의 크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숫자는 원래 물건의 갯수에서 일반화되어 출발한 것이므로, 물건의 수가 많을수록 숫자가 커지도록 배정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물건만 세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뭐라 말하기가 참 곤란하다. 그러므로, 최소한 여러분들이 1보다 2가 크다는 정도의 크기 비교는 할줄 안다고 생각하고서 이 글을 진행시켜 나가야겠다.

    크기를 재는데 가장 쉬운 것이 바로 “벡터”이다. 벡터는 두 점을 이어주는 화살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벡터의 길이는 자를 대고 그 크기를 재면 끝난다. 벡터가 (2,3,5,6)등으로 좌표로 나타나 있으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서 각 좌표의 제곱을 더하고, 다시 그 제곱근을 계산하면 크기가 된다. 그런데, 좌표가 무한히 많이 주어져 있다면? 즉, (a,b,c,d,…)해서 끝없이 무한히 많이 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거 잘 보면, 지난번에 봤었던 수열과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 1,2,3,4…번째 좌표에 대해서 각각 숫자가 하나씩 주어져 있다면, 이건 역시 수열이잖아? 만약 이 수열이 발산해버린다면, 수열의 제곱도 발산할 것이고, 그럼 그 합도 발산할 테니까 당연히 이런 벡터의 크기는 무한대가 될 것이다. 이런 무한대가 나와버리면 우리는 이 벡터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럼, 이건 무한대로 발산하지 않는다고 하자. 즉, 좌표가 무한히 이어지는 벡터를 수열이라고 생각하면, 이 수열이 수렴한다고 해 보자.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만약 이 수열이 1로 수렴한다면, 이 수열의 제곱은 어느 항 이후부터는 1의 근처에 있을 것이고, 당연히 이걸 전부 더하면 여전히 무한대다. 그러므로 이런 벡터도 곤란하다. 즉, 좌표의 값들이 수렴할 뿐만 아니라 그걸 전부 더한 것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그러면 우린 이 벡터의 크기가 무한대가 나오기 때문에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이제, 크기가 유한한 벡터들만 갖고서 생각을 해 보자. 크기가 유한한 벡터이면 이런 벡터는 좌표가 무한히 많이 있어도 그 크기를 잴 수가 있다. 이런식으로 무한히 숫자가 많은 것들을 다 더하는 것을 무한급수(Infinite Series)라고 부른다. 물론 급수의 수렴성을 판단하는 건 많이 어려운 문제가 되겟지만, 그런건 교과서에서 배우도록 하고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그런데 만약 좌표가 연속적으로 변한다면?

    전에 수열에서 함수로 갈 때 불연속적으로 주어진 항 번호를 연속적인 숫자로 바꿔나갔었다. 그럼 이번에도 마찬가지 일을 해야 할 건데, 크기를 재려면 각각의 항을 제곱해서 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항이 무한히 많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작은 구간을 잡아도 무한히 많은 항이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발산한다. 어쩌지?

    여기서 바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숫자들을 전부 더하는 것을 하는 방법이 “적분Integral”이다. 기본적인 개념은 각각의 항에 아주 작은 숫자를 곱해서 전체가 발산하지 않고 유한하도록 조정해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0부터 1까지 어떤 함수 f(x)의 크기를 잰다고 해 보자. 그럼 f(x)는 벡터의 좌표를 말해주는데, 벡터의 크기를 재야 하므로 제곱해서 다 더해야 할 것이다. 제곱은 하겠는데, 무슨수로 다 더할까? 그럼, 일단 구간을 n개로 잘라보자. 그럼 n개의 수열이 나올 것이다. 그걸 다 더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게 정확한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f(x)라는 함수를 0부터 1까지 딱 그려놓고서, 이걸 n조각으로 잘랐어. n개의 조각중에서 k번째 조각 하나만 봐도, 이건 그럼 다시 m조각으로 자를 수도 있잖아? 그럼 대체 어쩌라는건가?

    헷갈린다. 그러니까, 규칙을 좀 바꿔보자. 그냥 더하는게 아니라, n개의 조각을 냈으면 0과 1사이에는 n개의 구간이 있을텐데, 각각의 구간의 크기를 더할 값에다 곱해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d(k)가 k번째 구간의 길이를 말해주고, f(k)가 k번째 구간의 함수값이라고 한다면 f(k)*d(k)를 다 더해주면 될 것이다.

    잠깐! k번째 구간에서 함수값이 일정한것도 아닌데 그렇게 막 넘어가도 돼?

    그렇다. 그냥 넘어갈 뻔 했다. 뭐, 좋다. 그럼 이렇게 해보자. k번째 구간에서 가장 큰 값이 있고 가장 작은 값이 있을것이다. 두가지 경우를 생각하는데, f(k)를 항상 가장 큰 값으로 정하는 것과 항상 가장 작은 값으로 정하는 경우일 것이다. 나머지, 다른 함수값인 경우들은 항상 그 사이에 있을 것이므로 걱정하지 말도록 하자.

    가장 큰 값으로 정하는 경우와 가장 작은 값으로 정하게 되면, 함수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아마 가장 큰 값과 가장 큰 값 사이의 차이에 구간의 길이를 곱한만큼의 차이가 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구간을 맘대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n조각을 낸 것을 다시 각각 m조각을 더 낸다면? 구간은 더 짧아질 것이고, 각 구간은 더 짧아졌으므로 그 구간에서 가장 큰 값과 가장 작은 값 사이의 거리는 아마 짧아졌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구간을 무한히 많이 잘라 나가면 가장 큰 값으로 정해서 덧셈을 계산한 것과 가장 작은 값으로 정해서 덧셈을 계산한 것 사이의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다시 잠깐! 정말??

    이건 사실 모르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 수학자들은 다시 정의를 한다. 구간을 임의로 나눠서, 위에서 설명한 방법중에 각 구간에서 가장 큰 값을 이용해서 덧셈을 계산한 것과 가장 작은 값을 이용해서 계산한 것 사이의 차이가 0으로 수렴하면, 우리는 이러한 함수를 “적분 가능”하다고 하고, 그 계산값을 “함수 f(x)의 적분”이라고 부른다.

    중간에 뭔가 어물쩡 넘어간 부분이 많긴 하지만, 아무튼 적분은 이렇게 탄생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지금 얘기한 적분은 리만Riemann 적분이다.

    적분이론은 적분이 안되는 것들의 크기를 재기 위해서 발전해 왔는데 리만-스틸체스(Riemann-Stieltjes) 적분론, 르벡Lebesgue적분론 등을 수학과에 오면 배울 수 있다.

    그중에서 구간을 임의로 자르지 않고 단순히 n개의 조각으로 똑같이 나누는 것은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게 된다.

    미적분에서 가장 중요한 정리인 “미적분학의 기본 정리”만 소개하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정리 : 어떤 함수가 적분 가능하면, 그 함수를 적분한 것을 다시 미분하면 원래의 함수와 같다. 반대로, 어떤 함수가 미분 가능하면 그 함수를 미분한 것을 다시 적분하면 원래의 함수와 상수 차이를 제외하면 같다.

    증명은 생략.

  • 미분하기 – 기울이기?

    뭐…사실 미분이라는건 계산만 놓고 따지면, 숫자랑 영어를 조금 읽을 줄 안다면 누구라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y=ax의 기울기가 a인 이유는 y를 x로 나누면 a이기 때문이다.

    “기울기”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뭘까?

    질문에 대한 답은 알아서들 하시라. 내가 이 글에서 밝힐 것은 대단히 추상적인 이야기가 될 테니, 각자 이해한대로 기울기의 뜻을 알면 될 것이다.

    다른 얘기는 다 빼고, x가 y하고 관련이 있다고 하자. 수학을 할 때는 항상 뭔가 가정을 하고서 시작하는데, 지금 이 말이 바로 그 가정이다. x는 y하고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떤 관련일까? 궁금하지? 여기서 수학을 하는 태도는, “뭐야, 모르는게 당연하잖아!”라는 것이다. 다 알면 뭐하러 미적분을 공부하냐…

    잘 모르지만, 아무튼 x랑 y가 관련이 있다고 했으니까, 가장 먼저 궁금하게 여겨야 할 것은 x랑 y가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내가 당연히 숫자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내가 얘기한건 x랑 y이지 그게 뭔지는 아직 말을 안했다. 그럼 뭐냐니깐…?

    사실 아무거나 들어가도 상관없다. 다만, x는 한두개가 있는게 아니라 여러개가 있고, 그중 두개를 고르면 둘 사이의 거리를 잴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모아둔 것이다. y도 마찬가지다. “거리를 잰다”는 말의 심오하고 깊은 뜻은 일단 넘어가자. (미적분학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거리를 재는 거다) 잘 모르면 그냥 자로 잰다고 치자.

    아무튼, x를 두개 골라보자. 그걸 a랑 b라고 부를 수 있겠다. a랑 b사이의 거리를 d(a,b)라는 숫자로 나타내 보자. 이제 별 이유 없이 d라고 하면 그냥 방금 나왔던 두 점 a,b의 거리를 말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d(a,b)는 그냥 우리가 아는 평범한 숫자를 나타낸다. 물론 거리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0이거나 양수만 된다. d(a,b)가 작아진다는 뜻은 a랑 b가 가까워진다는 말이다,

    x가 y하고 관련이 있다고 했으니까 x대신에 a랑 관련이 있는 y는 b랑 관련이 있는 y하고는 다를 것이다. 같아도 상관 없다. 각각을 y(a)랑 y(b)라고 써 보도록 하자. 저 기호의 뜻은 y중에서 a랑 관련이 있는 것(딱 1개)과 y중에서 b랑 관련이 있는 것(딱 1개)을 나타낸다.

    지난번 글에서 나는 함수의 연속성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 얘기를 할 수 있는데, d[a,b]가 작아질 때 d[y(a),y(b)]도 작아질까? 글쎄…안그럴수도 있겠지?

    지난번 얘기를 한번 더 반복하자면, d[a,b]가 작아질 때 d[y(a),y(b)]도 작아지는 관련성이 “y(x)가 연속이다”는 말의 정의이다.

    내가 여기서 관련이 있다는 말을 써서 혼동될 수도 있는데, 관련되어 있다는 말이 헷갈리면 그냥 함수라고 써도 상관 없다. 사실은 함수가 아니라 다른 어떤 이름을 붙여도 상관 없지만, 그럼 아마 본인도 헷갈릴 것이므로 그다지 권하는 바는 아니다.

    y(x)가 연속인 관련성이라고 하자. 그럼 a와 b가 가까워질 때 y(a)와 y(b)는 얼마나 빨리 가까워질까? 아마 a와 b사이의 거리가 확 줄어들면 y(a)랑 y(b)사이의 거리도 확 줄어들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관련성 z라는걸 찾았을 때 z(a)랑 z(b)사이의 거리도 확 줄어들으라는 보장은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간단한 건 “비교”가 될 것이다.

    d[y(a),y(b)]와 d[z(a),z(b)]를 비교하면 된다. 비교하는 방법은 두가지를 고를 수 있는데, 한가지는 둘을 빼 보는 거고 다른 하나는 나눠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누자.

    는 이제 둘 사이에 어떤 것이 더 빨리 줄어드는지를 알려주는 숫자가 된다. 이 숫자가 1보다 크면 y가 더 빨리 줄어들 것이고 그 반대면 반대겠지.

    이제, z(x)라는 관련성을 너무 쉬운 관련성으로 주는데, 그냥 x에 x가 다시 나오는 관련성이다. 즉, 모든 x에 대해서 z(x)=x인 관련성이다. 이런 관계는 당연히 연속이다. (직접 증명해 보시라!)

    이제 둘중 어떤 것이 더 빨리 줄어드는지 나타내는 숫자는

    이라고 쓸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기울기”의 의미가 된다.

    그런데, a랑 b가 매우 가까이 있다면? 예를들어, a를 고정시켜놓고서 b를 여러가지로 바꿔보는데, b가 a에 가까이 갈 수록 d[y(a),y(b)]도 작아질 것이다. (연속이랬으니까) 그렇다면 y’도 작아질까? 진짜?

    대답은 No – 작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작아질 수도 있다)

    y’는 b가 a에 가까이 갈수록 어떤 값으로 수렴할 수도 있고, 0으로 나눈 숫자가 되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때,

    만약 b가 a에 가까이 갈 수록 y’이 어떤 숫자로 수렴한다면, 우리는 y(x)를 a에서 미분 가능하다

    라고 말한다. 드디어 미분을 정의했다.

    그리고 y’가 수렴하는 바로 그 값을 y(x)의 a에서의 미분계수 라고 부른다.

    더군다나, 미분계수 자체가 또한 x에서 다른 어떤 숫자로 가는 함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함수를 “y의 x에 관한 도함수derivative”라고 부른다.

    이런 미분은 한번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위에서 얘기한 기울기가 수렴하기만 한다면 몇번이든 더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함수들은 무한히 많이 마음껏 미분할 수 있다. 물론 미분할 수 없는 함수들이 “훨씬” 더 많이 있긴 하지만…

  • 수렴성에 관한 쫌 쉬운 이해

    어떤 대상을 관찰하는 방법은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 그리고 그 중간의 어딘가에서 보는 방법이 있다.

    수학적인 대상을 관찰할 때에도 마찬가지 방법이 적용되는데, 그중에서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것이 미적분학이 된다. 그리고 그 논리의 핵심에는 “수렴성”이라는 아주 중요한 특성이 생긴다.

    수열은 아주 기본적인 건데, 수열이 가진 특성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몇번째 항 까지 추적해 나가다 보면 수열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수렴하는 수열을 추적하다보면 대충 몇번째 항 이후부터는 추적할 필요가 없다. 왜냐고? 어디에 있는지 뻔히 다 알기 때문이다. 수렴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한히 많은 수열의 항들을 전부 조사할 필요 없이, “적어도 여기 근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써먹을까? 수열을 한단계 확장한 것이 함수이다. 수열은 자연수n을 하나 말하면 n번째 항에 대한 숫자가 하나 있는 것이었다. 함수는 실수x를 하나 말하면 그것에 해당하는 숫자가 하나 있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자연수는 띄엄띄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적당히 구간을 작게 잡으면 그 안에 자연수가 단 1개만 있도록 할 수 있지만 실수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작은 구간을 잡더라도 실수는 무한히 많이 들어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학자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에라, 모르겠다!” 라는 거다. 우리가 실수에 대해서는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는 걸 생각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그중에 아무거나 적당히 고르자는 거다. 무한히 많은 실수 중에서 적당히 띄엄띄엄 떨어져 있도록 골라서 수열에서 했던 것처럼 얘기를 하면 되잖아? 사실 우리가 아는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정도라도 할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맞는지 어떻게 알까?

    가령, 어떤 함수를 분석하는데, 내가 잡은 수열이랑 너가 잡은 수열이 다를 수도 있을 거고, 여러번 수열을 다르게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그때마다 결과가 다를텐데, 뭐가 맞는거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학자들은 다시 “아무거나 골라도 상관 없다”는 정리를 증명하게 된다.

    예를들어, 이런 것이다.

    f(x)를 실수에 대해 잘 정의된 함수라고 하자. 즉, 실수 x를 아무거나 고르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숫자 f(x)를 말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실수 x를 아무거나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열 {X}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질문은 다음과 같다. {X}가 a로 수렴한다고 하면, f(x)는 f(a)로 수렴할까?

    좀 더 쉽게 말을 바꾸면 {X}는 x를 무한히 많이 골라내서 적당히 만든 수열이다. 그런데 이 수열은 n번째 항 이후로는 x의 근처에 전부 다 몰려 있다. {X}에 있는 항을 하나씩 대입하면 f(x)에 해당하는 숫자들도 수열이 될 것이다. 과연 n번째 항 이후로는 f(x)들이 모두 f(a)의 근처에 전부 몰려 있을까?

    답은 “글쎄요”

    함수는 무진장 많이 있고, 위에서 말한 성질이 성립하는 것도 있고 성립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이런 경우 수학자들이 흔히 쓰는 방법은 “정의”이다.

    x가 a로 접근할 때 f(x)가 f(a)로 접근하는, 그런 종류의 함수를 “연속함수”라고 정의한다.

    이것이 바로 연속성의 정의가 된다.

    물론, 그림으로 그렸을 때 매끈하게 이어져 있는 함수들은 모두 연속함수이다. 연속함수의 종류는 무한히 많이 있다. 다만, 연속이 아닌 함수들(불연속 함수)이 훨씬 더 많이 있을 뿐이다. 당연히 연속함수가 얘기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우린 항상 연속함수만 갖고 얘기를 진행할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만나는 함수중에서는 1/x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연속함수일 것이다.

  • 덧셈과 곱셈

    사칙연산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가장 기본적으로 덧셈을 잘 정의해야 합니다.

    사칙연산은 모두 이항연산(Binery Operation)이라고 부르는 계산법에 들어가는데, 이항연산은 집합에서 원소 두개를 골라서 그 집합의 원소 하나를 대응시키는 규칙을 말합니다.

    +(a,b)=c

    라는 형식으로 덧셈을 정의하게 되는데, 이것을 간단하게 쓰기 위해서 a+b=c라고 적습니다.

    “덧셈이 어떤 집합 A에서 잘 정의되었다”는 말은 집합 A에서 아무 원소 두개를 골라서 덧셈을 했을 때 항상 다시 A로 그 결과가 들어가는 경우에 사용합니다.

    만약 어떤 원소 e가 있어서 집합의 아무 원소 a에 대해서 +(a,e)=+(e,a)=a를 만족한다면 e를 항등원(Identity)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히, 덧셈에 관한 항등원의 이름을 “영,0,zero”이라고 부릅니다.

    줄여서 적으면 a+e=e+a=a인 e를 0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특정 a에 대해 어떤 원소 n이 있어서 +(a,n)=+(n+a)=e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n을 a의 덧셈에 관한 역원이라고 부르고, -a라고 적습니다.

    곱셈도 똑같은 방법으로 정의하는데,

    x(a,b)=c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곱셈에 관한 항등원을 1이라고 부릅니다. a에 대한 곱셈의 역원은 1/a라고 적습니다.

    아무튼, 이항연산 하나가 잘 정해져 있고, 결합법칙이 성립하면서, 항등원과 모든 원소에 역원이 존재하면 그런 집합을 군Group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교환법칙이 성립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교환법칙도 성립하는 군은 가환군, 또는 아벨 군이라고 부릅니다.

    교환법칙은 a+b=b+a가 모든 a, b에 대해서 성립할 때 교환법칙이 성립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숫자”라고 부르는 것들은 모두 교환법칙이 잘 성립하는 가환군을 이루고 있고, 덧셈과 곱셈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잘 정의됩니다. 물론 숫자 0과 숫자 1은 각각 덧셈과 곱셈에 대한 항등원입니다.

    하지만 숫자가 아닌 여러가지 대상들도 군을 이룰 수 있는데, 숫자 말고도 이런 것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알아두면 됩니다. 그리고 그런 대상중에서는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결합법칙은 이항연산을 처리하는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법칙인데, 굳이 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a,+(b,c))=+(+a,b),c) 이고, 이것을 간단하게 쓰면 a+(b+c)=(a+b)+c라고 씁니다.

    물론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이항연산들과 대부분의 집합은 결합법칙을 잘 만족합니다.

    분배법칙은 이항연산이 두개 이상 정의된 경우에 이항연산의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법칙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군은 이항연산이 1개만 정의되어도 되기 때문에 이항연산이 두개가 잘 정의된 집합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덧셈과 곱셈을 한꺼번에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집합을 환Ring이라고 부릅니다.

    정확히는, 어떤 집합이 환이 되기 위해서는 덧셈에 대해서는 가환군이고 곱셈이 잘 정의되어야 하고, 분배법칙이 잘 성립해야만 합니다. 한가지 특징은, 곱셈에 대해서 역원이 존재할 픽요가 없고 곱셈에 대해서는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분배법칙은 덧셈+과 곱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a,+(b,c))=+(*(a,b),*(a,c))이고 간단하게 쓰면 a*(b+c)=(a*b)+(a*c)라고 씁니다.

    만약 곱셈에 대해서 교환법칙이 성립하고 덧셈의 항등원을 제외한 모든 원소에 대해서 곱셈에 대한 역원이 존재한다면 이런 집합을 체FIeld라고 부릅니다.

    유리수, 실수, 복소수 등은 모두 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칙연산중에서 두가지를 정의했는데, 뺄셈은 어떤 수의 덧셈에 관한 역원을 더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고, 나눗셈은 어떤 수의 곱셈에 관한 역원을 곱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정의됩니다. 단, 덧셈에 대한 항등원은 곱셈에 관한 역원이 없기 때문에 0으로 나누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성질들을 이용하면 숫자들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 수학 문제를 빠르게 푸는 방법

    내가 고2때 다니던 단과 학원에서 강의를 잘하기로 유명한 수학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항상 수학 문제를 빨리 푸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수학 문제를 빨리 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아요?”

    라고 하면서

    수학 문제를 칠판에 적고

    막…

    풀었다. 빠르게.

    “수학 문제는 이렇게 빨리 풀면 빨리 풀려요”

    다들 좌절한다.

    왜?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거든.

    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옛날에 누군가 그랬다.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고. 아마 유클리드가 한 말일것이다. 아 물론, 수학에는 왕도가 없지만 정석은 있다.

    내 개그를 이해해 주기 바란다.

    아무튼, 수학 문제를 빠르게 푸는 방법은 별로 없다. 오직 끊임없는 연습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면서 느낀 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까지의 수학은 사실 증명이 거의 없이 단순한 산수에 가깝다. 왜 그렇게 되는지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이 그냥 풀면 된다. 당연히 응용문제가 나오면 고민만 하다가 답을 찍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왜 그럴까? 연습의 대상이 틀렸기 때문이다. 수학에서 연습해야 하는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따져서,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음이 분명한지” 생각하는 것이다.

    재미있는건, 학원이나 학교 수학 선생님들이 “비법”이라고 말하면서 수학 문제를 풀 때, “보기”를 하나씩 문제에 대입해보면 정답이 나온다는 걸 가르쳐준다. 그건 비법이 아니다. 수학에서 중요한건 “그게 정답인게 확실해?”이지 “그거 너무 치사하지 않냐?”가 아니다.

    정답이라는게 확실하기만 하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접근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좋다. 아니, 세상에 어떤 바보같은 수학자가 “5개중에 하나가 정답이 확실해요”라고 말했는데 무한히 많은 가능성 중에서 답을 찾겠는가. 물론 문제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을 의심해 보긴 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한 엔드루 와일즈는 사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직접 증명하지 않았다. 타니야마-시무라 추측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동치라는 걸 알고서, 타니야마-시무라 추측을 증명한 것이다. 누가 비겁하다고 하겠는가?

    수학은 그런 학문이다. 남김없이 따져서 맞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니 맘대로다.

    재미있지 않은가? 가장 딱딱해 보이는 학문이 사실 가장 자유롭다니.

  • 죄수의 딜레마

    어느 쌍둥이 형제가 생일날이 되어 케이크에 촛불을 껐습니다. 두 형제는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에 서로 케이크를 양보할 생각이 없으며, 두 사람에게 공평하게 케이크가 나누어져야 서로 싸우지 않고 케이크를 먹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공평하게 케이크를 나눌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현대 경제학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중의 하나인 “게임 이론”의 가장 간단한 예입니다. 게임 이론은 어떤 전략이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 결정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줍니다. 게임 이론이 말하고 있는 “게임”은 단순히 우리가 즐기는 오락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 이론이 말하는 게임은 참가자가 상대방의 전략을 모른 채 자신의 전략을 선택해야 하고, 승부가 확실하게 결정되는 규칙이 있는 경기를 뜻합니다.

    실제로, 게임 이론은 생명체의 생존경쟁에서 협동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둘 다 협동하면 둘 다 먹이를 구할 수 있고, 둘 다 배신하면 둘 다 굶으며, 어느 한쪽이 배신을 하면 한쪽이 먹이를 독차지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런 경우 최선의 전략은 둘 다 협동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관찰자로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협동하는 전략을 선택했는데 상대방이 배신을 한다면 나는 열심히 먹이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얻은 것이 없으므로 큰 손해를 입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협동하고 내가 배신하면 난 이익을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난 배신을 하는 쪽이 더 유리하겠죠. 마찬가지 생각으로 상대편도 배신합니다. 그러므로 결과는 둘 다 배신하는 쪽이 나오게 됩니다.

    만약 이런 게임을 여러번 반복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런 경우에 최선의 전략은 어떤 것일까요? 게임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받은만큼 돌려주기” 전략이 가장 유리하다고 합니다. 이 전략은 간단히 말하자면 상대방이 바로 전에 선택한 전략을 똑같이 선택하는 전략입니다. 만일 모두가 이 전략을 선택하고 첫번째 선택을 협동하기로 한다면 끝까지 협동을 할 겁니다. 또한 받은만큼 돌려주기 전략은 무작위로 선택하는 전략, 무조건 협동하는 전략 등에 대해서도 더 유리한 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실제 동물들의 행동에서 나타납니다. 여러 동물들의 협동은 이러한 이론적 기초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위의 케이크 문제의 답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공평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 공평하다는 점에 동의해야 합니다. 형이 케이크를 반으로 나누고 동생이 그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른다고 해 봅시다. 형은 동생이 자신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만약 어느 한쪽을 더 크게 자른다면 자신에게는 작은 조각이 돌아오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한 똑같게 자르겠죠. 동생 역시 자신이 좀 더 커보이는 조각을 고를 것이므로 불공평하다고 따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쌍둥이 모두 만족하는 답이 됩니다.

    형제가 3명이 넘어간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 경우에는 어느 한명이 칼을 잡고 조각이 차츰 커지는 쪽으로 칼을 끝에서부터 이동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그만!”이라고 외치면 그 자리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외친 사람에게 방금 자른 케이크 조각을 줍니다. 만일 더 커다란 조각을 먹기 위해 더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외쳐버리게 되면 자신이 확보한 조각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는 걸 막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외쳐야 하는데, 그럼 작은 조각을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자신이 외쳤을 때 먹게 되는 것이므로 불평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더 커다란 조각을 얻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누군가가 외쳐서 조각을 빼앗긴 것이므로 불평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2명이 남게 되면 앞서 설명한 방법으로 나누면 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일을 할 때 협동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배신하는 편인가요?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협동하는 쪽이 서로에게 더 이익을 주게 됩니다.

  • 각종 다이어트 방법의 물리학적 고찰


    주의 – 이 결과는 검산이 필요할 수 있음! (snowall은 언젠가 해보겠음.)

    사람들은 항상 나에게 뱃살을 좀 빼라고 얘기한다. 권유 수준이 아니라 이젠 거의 강요에 가깝다. 이런 나는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다이어트 방법을 물리학적으로 분석해 보려고 한다. 물론 이 분석은 인체의 지방 흡수 효율이나 에너지 효율 등을 철저히 무시하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한 것이므로 실제와는 좀 다를 수 있다.

    1. 칼로리 소비에 관하여

    칼로리는 열량의 영어로 된 단어이다. 열량은 에너지와 같은 뜻이다. 다만, 숫자가 좀 다른데, 1칼로리(1cal)은 4.1868주울(J)이라고 한다. (정확한 숫자다)

    이제, 음식물의 열량으로 들어가는 kcal은 그 숫자에 기본적으로 1000이 곱해진 cal을 이야기해주고 있으므로, 1kcal=4186.8J이라는 공식을 적용하면 되겠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하루에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열량이라는 기초 대사량 1400kcal은 5861520J에 해당한다. 다들 잘 알다시피 1J의 에너지는 1N의 힘으로 1kg의 물체를 1미터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이다. 즉, 벌써 살아있는 것만으로 600만 주울의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아무튼, 남자 성인의 일일 권장 섭취량은 2400kcal이므로 위의 5861520J에 1000kcal을 더해보자. 그럼 당연히 10048320J이 된다. 좋다. 사람의 일률은 얼마일까? 하루는 86400초이므로 1초당 116.3주울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즉, 116.3W의 일률이다. 대략 이 숫자는 1/7마력에 해당한다.

    2. 에너지 보존법칙

    우리 몸도 당연히 에너지 보존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다시말해서, 먹은 에너지 = 사용한 에너지 + 저장된 에너지가 된다. 자, 우리가 저장된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려면 사용한 에너지를 늘려야 한다. 그럼, 먹은 것의 어느 정도가 살로 가는 걸까? 자, 질문을 바꾸자. 먹은 것을 다 사용하려면 얼마나 움직여야 할까? 이 질문에는 약간의 생물학적 지식이 필요한데, 단백질과 지방과 탄수화물의 열량이다.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지방이 9kcal/g이고 탄수화물이 4kcal/g이다. 일단 이 숫자를 주울로 바꾸면 각각 37000주울과 18000주울이 된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그냥 40000주울과 20000주울이라고 하자. 즉, 지방을 1g사용하려면 40000주울의 일을 해주면 되는 거다. 40000주울의 일은 얼마나 될까? 성인 한 사람의 몸무게를 60kg이라고 하면, 이 사람에게 작용하는 중력은 약 600N이 된다. 즉, 이 사람은 계단으로 1미터를 올라가면 600J의 일을 한다. 그럼 100미터를 올라가면 60000J이 된다. 1g을 쓰려면 100미터의 2/3에 해당하는 66미터 정도를 올라가야 한다. 아파트 한 층의 높이가 대략 2.4미터라고 하니까, 27.5층의 높이에 해당한다. 대박이다 -_-; 1g을 빼자고 27층을 올라가야 한다니…

    탄수화물은 다행스럽게도 그 절반만 올라가면 된다.

    왜 살이 금방 안빠지는지 알겠는가? 당신이 비만이라고 하자. 예를들어 100kg이고, 비만이면 체지방률이 15%를 넘는 사람을 이야기하므로, 대략 20%라고 해 보자. 그럼 20kg이 지방이다. 즉, 20000g의 지방이 있다. 이걸 다 빼려면? 100kg이 받는 중력은 1000N이고, 20000g의 지방은 753624000주울의 일이므로 간단히 계산하면 753624미터를 올라가면 된다. 에베레스트 산의 85배정도 되는 높이이다. -_-; 좌절하지 마라. 아파트 한 층이 2.4미터니까 314010층을 올라가면 된다.

    음…아파트 한 동이 20층이라면 15700번 올라가면 되고, 1년에 20kg을 전부 빼려면 하루에 43번만 올라가면 된다. 미안하다. 괜히 말한것 같다.

    3. 아파트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아파트 올라가기와 내려가기, 어느게 더 일을 많이 할까? 물론 물리학적으로는 같은 일을 한다. 왜 그럴까?

    에너지는 항상 보존된다. 올라가면서 일을 했으면, 내려가면서 일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20층까지 올라간 에너지를 단숨에 받는 경우를 우리는 “추락사” 또는 “실족사”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우리는 피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천천히 걸어 내려오도록 하자.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변하지만 이 운동에너지를 멈추어 서려면 힘을 주어서 운동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결국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그러므로 올라가는 것과 내려오는 것은 같다.

    따라서, 아까 하루에 43번 올라가는 일은 21번 올라갔다 내려오고 마지막에 걸어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면 된다. 좀 쉬워졌나?

    4. 달리기 – 도로에서 / 런닝머신에서

    도로에서 뛰는 것과 런닝머신에서 뛰는 것 사이에는 물리학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단 우리가 뛸 때 에너지를 주로 소모하는 부분은 “위아래로” 움직이는 부분이다. 앞으로 가기 위해서 일단 몸을 위로 띄워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쓰고, 떨어질 때 속도를 줄이게 되므로 역시 에너지를 쓰게 된다. 하지만 도로에서 뛰면 앞으로도 가잖아? 런닝머신은 제자리에서 뛰는거고. 이 부분에 대한 차이는 어떨까?

    100kg인 사람이 약 시속 10km로 뛴다고 해 보자. 이 속도는 물론 런닝머신에서 체험할 수 있다. 실제 도로에서 이 속력으로 뛴다면, 운동에너지는 어떻게 될까? 간단한 계산을 하면 385주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실제 도로에서 달릴 때 한번 가속시키려면 385주울만큼 일을 더 해줘야 한다. 물론 멈출때도 이만큼의 일을 해야 하므로 한번 달리다가 멈추게 되면 770주울의 일을 하는 셈이다. 이는 지방 0.2g정도에 해당한다. 한번 쉴때나 방향을 정 반대로 바꿀 때마다 이만큼의 일을 하는 셈이므로…뭐…조금 더 빼고 싶다면 도로에서 뛰자. -_-;;

    5. 결론

    지금까지 물리학적으로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 방법들을 고찰해 보았다. 별 의미 없어보인다.

    살을 빼고싶으면 일단 운동을 하자. 내가 이 글 쓸동안 뛰어다녔으면 살이 좀 빠졌겠지만…

  • 3가지맛 렙톤 아이스티 2탄

    하루종일 뉴트리노만 공부했다. 15시간동안 10페이지밖에 못 읽었다. 완전 좌절 -_-;

    아무튼, 오늘 공부한 내용을 쉽게 정리해 볼 겸 해서 몇자 더 적어본다. 왜 이게 “쉬운 물리학”에 들어와 있는지는 질문하지 마시라. 나름 쉽다.

    자. 레몬맛, 녹차맛, 복숭아맛이 있었다. 재료의 함량 비율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고, 각 재료가 변질되는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맛이 서로 달라진다는 뭐 그런 얘기를 대강 했었다.

    이번에 할 얘기는, 배달 도중에 다른 맛을 추가하는 경우에 관한 이야기이다. 좀 더 전문적으로 얘기하면, 뉴트리노가 만들어져서 멀리 갈 때 전자의 밀도가 높은 곳을 지나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얘기다.

    일단 어렵게 생각해 보자.

    전하를 가진 렙톤은 전자, 뮤온, 타우 입자가 있고, 전하를 갖지 않는 중성 렙톤은 전자 뉴트리노, 뮤온 뉴트리노, 타우 뉴트리노가 있다. 전하를 가진 렙톤과 중성 렙톤 사이에는 전자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가진 입자들이 서로 작용하는 힘이지 중성 입자하고는 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얘들이 이름에 공통된 부분을 갖고 있는건 우연이 아니다. 물리학자들이 괜히 이름에 공통된 부분을 넣지는 않는다. 바로, 이들 사이에는 약한 상호작용이 작용한다.

    약한 상호작용은 말 그대로 약한 상호작용인데, 하는 일은 전하를 가진 렙톤과 중성 렙톤을 서로 바꿔준다. 이때, 같은 이름을 가진 것 들 끼리만 바꿀 수 있다. 즉, 전자는 전자 뉴트리노하고만 바뀌고 뮤온은 뮤온 뉴트리노하고만 바뀐다. 타우도 마찬가지다.

    뭐, 아무튼 그렇다 치고, 뭐가 문제냐 하면, 지난번엔 뉴트리노가 만들어져서 질량 고유 상태로 빈 공간을 전파하고 이래저래 바뀌어서 막상 검출될 때는 만들어질 때와 다른 뉴트리노가 검출된다는 얘기를 했었다. 이번엔 이 뉴트리노가 빈 공간이 아니라 주변에 전자들이 아주 많은 곳을 지나치는 경우이다.

    전자들이 아주 많은 곳은 우주에 여기저기에 있는데, 가령 태양같은 경우 핵 융합이 일어날 정도로 고밀도로 압축된 곳이기 때문에 전자 역시 아주 많이 있다. 그럼 전자 뉴트리노는 이런 전자들이 많이 있는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계속 약한 상호작용으로 부딪치면서 지나가게 된다. 그럼 어떻게 되냐고? 여기서 한번 부딪친다는 것은 “검출된다” 또는 “방출한다”는 작용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럼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전자 뉴트리노가 전자로만 갈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전자 뉴트리노가 뮤온 뉴트리노로 검출될 수도 있고 타우 뉴트리노로 검출 수도 있다. (지난번에 계속 했던 얘기가 이 얘기다) 검출된 뉴트리노는 대전된 렙톤으로 바뀐다. 즉, 뮤온 뉴트리노로 바뀐게 검출되었다면 뮤온 뉴트리노는 뮤온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럼 뮤온으로 갔다가 다시 뉴트리노로 갈 때는? 이땐 또 뮤온 뉴트리노로 갈 것이다.

    즉, 요약하자면, 처음엔 전자 뉴트리노만 많이 만들어졌는데 이게 수많은 전자들이랑 부딪치면서 뮤온 뉴트리노랑 타우 뉴트리노가 새로이 따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럼 이걸 지난번의 아이스티 얘기랑 섞어서 쉽게 이해할 수 없을까?

    이번 얘기에서는, 아이스티 공장에서 슈퍼마켓까지 가는 길목에 중간 도매상을 한번 거쳐간다고 해 보자.

    녹차맛, 복숭아맛, 레몬맛 아이스티가 있었다. 처음에 공장에서 출발할 때는 녹차맛 아이스티만 가득 담겨있었다고 하자. 녹차맛 아이스티를 가득 실은 트럭이 중간 도매상에 들러서 전국 각지의 슈퍼마켓으로 납품하는 것이다. 문제는, 녹차맛 아이스티가 벌써 맛이 변했다는 것이다. 출발할 때 100상자를 갖고 출발했는데, 중간 도매상까지 오는 사이에 그새 10상자가 레몬맛으로 변해 버렸다. 남은 녹차맛은 90상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이 녹차맛 90상자만 갖고서 각 슈퍼마켓으로 보내야 한다.

    슈퍼마켓에서 녹차맛 50상자가 필요하다면, 맛이 변할 것을 고려해서 100상자를 미리 주문한다. 그럼 트럭이 도착할 즈음에는 50상자는 다른 맛으로 변하고 50상자는 여전히 녹차맛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물론 뭐가 어떤 맛인지는 직접 맛을 봐야 알겠지만, 이건 그냥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해 두자. 아무튼, 그런데 도매상에서 잠깐 들러서 각 슈퍼마켓으로 나눠줄 때 벌써 10%가 변질되어 있었다. 즉, 100상자를 실어오더라도 그중에 10상자는 이미 녹차맛이 아니었으므로 50%의 변질률을 보인다면 슈퍼마켓 주인은 녹차맛 50상자를 기대했는데 정작 녹차맛은 45상자밖에 없는 것이다. 이걸 보고서 슈퍼마켓 주인은 “공장에서 나한테 사기친거야?”라고 의문을 가질 것이다.

    자. 중간에 한 단계를 거쳐오면서 아이스티가 변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오해되었다. 이런식으로 오해되어서, 사실 뉴트리노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서로서로 조금씩만 섞여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전자의 밀도가 아주 높은 곳을 지나쳐 오면서 “더 많이” 섞인 것으로 오해되는 것이다.

    무슨 얘긴지 참 난감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생각해 봐라. 멀쩡히 잘 걸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변하면 얼마나 난감할지. 물리학자들이 이 현상을 처음 발견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뉴트리노가 질량이 있다는 얘기도 난감하고, 서로 섞인 것이 크게 섞여있으면서 동시에 작게 섞여 있다는 모순되는 관측 결과도 난감하고 이래저래 난감하다.

    물리학은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

  • 3가지맛 렙톤 아이스티?

    음? 립톤 아냐?

    이런거? 무더운 더위를 식혀주는 한방울 이슬과도 같은 립톤 아이스티! TV광고도 한다.

    글쎄, 내가 말하고 싶은건 LEPTON이다. LIPTON과는 분명히 한글자 다르다. 그럼 렙톤이 뭐냐고?

    참고로 이 그림은 입자물리학 표준 모형 도표다. http://pdg.web.cern.ch/pdg/particleadventure/index.html 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입자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입자물리학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http://www.askhow.co.kr/opennote/board/ah_view_ru.asp?nid=96063&idx=1&no=2&page=1&keyword=&searchitem= 를 참고하기 바란다.

    입자들은 스핀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스핀이 정수인 것과 정수의 절반값을 갖는 경우로 나누어 진다. 그중에서 스핀이 정수인 것을 보즈 입자(보존Boson)이라고 부르고, 스핀이 정수값의 절반이 되는 경우를 페르미 입자(페르미온Fermion)이라고 부른다. 보존들은 페르미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달하고, 페르미온은 물질을 직접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우리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페르미온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페르미온은 다시 그 특성에 따라서 쿼크Quark와 렙톤Lepton으로 나누어 지는데, 각각 6개씩 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 도표를 좀 확대해 보면 이런게 나온다.

    그림을 잘 보면 Flavor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전을 찾아보면 “맛”이나 “향”이라는 뜻이 있다. 그냥 얘기를 재밌게 하기 위해서 맛이라고 해 두자.

    우선, 쿼크쪽 얘기부터 살짝 해 보자. 쿼크는 3가지 맛이 있고, 각각의 맛은 다시 두 단계로 나눠진다. 예를들어, 위쪽up 쿼크와 아래쪽down 쿼크가 행동하는 모습은 비슷한데, 전자기력에 대한 반응이 1단위만큼 차이가 난다. 뭐, 그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자. 우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페르미온이 바로 위쪽 쿼크랑 아래쪽 쿼크다. 왜 이렇게 많이 있냐면, 질량(Mass)을 봐라, 입자의 가격은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나 질량으로 얘기하는데, 아주 싸다. 우주 초기에 바겐 세일 이벤트라도 있었는지 이거 물량, 진짜 많이 풀렸다.

    그 결과 위쪽 쿼크랑 아래쪽 쿼크로 만드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우주에 있는 물질을 대부분 만들게 되었다. 아무데나 있는 거니까 별로 신기할건 없고, 그 아래에 있는 예쁜charm쿼크랑 이상한strange쿼크를 보자. 일단 눈에 뜨이는 점은 가격이다. 100~1000배나 비싸다! 이런, 너무 비싸잖아? 이렇게 비싼 걸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우주 초기였는데 그런 좋은 시절은 지나갔고, 요즘은 입자 가속기 안에서나 가끔 보인다.

    그 아래쪽을 보면 꼭대기top 쿼크랑 바닥bottom 쿼크가 있다. 이건 더 비싸다. 완전 초 레어 아이템인데, 처음으로 봤다는 사람이 나온지 이제 겨우 12년밖에 안됐다. 15000000000년의 우주 역사랑 비교하면, 얼마나 레어 아이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힉스 스칼라 라고 하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전설의 아이템이 하나 남아있긴 하다.)

    아무튼, 이런 쿼크들이 갖고 있는 3가지 맛은 사실 그냥 구경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쿼크들이 갖고 있는 또다른 성질이 “색”이라는 건데,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의 세가지 기본 색하고, 안빨강Anti-red, 안초록Anti-green, 안파랑Anti-blue, 이렇게 세가지 반대 색이 있어서, 항상 “하얀색”만 보이도록 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색색깔의 음료를 섞어서 칵테일을 만드는데, 우주의 칵테일은 항상 하얀색 칵테일만 만들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뭐…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왜 맨날 하얀색만 구경해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은 도전해도 좋다. 적어도 지구에 사는 사람 중에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렙톤은 쿼크랑 비슷하게 6개가 있고 3가지 맛이 있다. 각각은 역시 2가지 단계로 나눠지는데, 짜릿한 맛이랑 짜릿하지 않은 맛이 있다. 짜릿한 맛 부분은 세가지 맛의 특성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다. 전자Electron는 우주에 무진장 많이 있고 가격도 싸다. 뮤온Muon은 전자만큼 많지는 않지만 비교적 자주 구경할 수 있는데, 1분에 1개정도 당신의 머리를 스쳐지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느끼지는 못하지만. 타우Tau는 초 레어까지는 아니고 레어 아이템 정도는 된다.

    짜릿한 맛 부분은 뭐 괜찮은데,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렙톤에서 짜릿하지 않은 맛 부분이 어떤 조리법으로 되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해 보자.

    예를들어, 렙톤 아이스티가 있는데 여기에 레몬맛, 복숭아맛, 녹차맛, 이렇게 3가지 맛이 있다고 하자. 우리가 마실 때는 레몬맛이거나, 복숭아맛이거나, 녹차맛이거나, 한가지만 먹을 수 있고 섞어서 마시지는 않는다고 해 보자. 뭐, 취향 독특한 사람 아닌 이상 녹차맛과 레몬맛을 섞어서 먹진 않을 것 같긴 하다.

    자, 공장에서 렙톤 아이스티를 생산할 때는 이 세가지 맛 중 하나로 정해져서 생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마실 때는 다른 맛으로 변해 있다면??

    바로 욕 튀어 나온다. 이런 xx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_-;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공 장에서 렙톤 아이스티를 생산했는데, 레몬맛만 100캔을 만들었다. 그래서 레몬맛으로 포장해서 가게에 배달했고, 그 해 무더위 때문에 100캔이 전부 팔려나갔다. 그런데 그중 30명이 환불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왜? 레몬맛 캔을 땄는데 녹차맛이 나왔거든… -_-;

    아, 30명중에서 5명 정도는 복숭아 맛이 나왔다.

    자, 생각해보자. 이건 분명 무더위 때문에 레몬맛이 변질되어서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만약, 순수하게 “레몬맛”이라는 물질만 넣었다면 이게 더위에 상한다고 해서 다른 맛으로 변할리는 없을 것이다. 분명 몇가지 물질을 섞어서 레몬맛, 녹차맛, 복숭아맛이 되게 섞은 것이다.

    이 부분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레몬맛 음료수라고 해서 진짜 레몬이 들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고, 맛을 내는 물질 몇가지를 섞어서 레몬맛이 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그러면“진짜 바나나가 들어간 우유” 같은걸 누가 사먹겠냐.

    그럼, 3가지 맛을 다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맛 물질은? 당근 3개다.

    2개만으로 섞는 비율을 다르게 해서 3가지 맛을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뭐 대충 어떻게 해서 만들 수는 있겠지만, 가령 2개만 섞어서 “레몬맛”이랑 “복숭아맛”을 만들었는데 그걸 아무리 어떻게 다시 잘 섞는다고 해도 레몬맛이랑 복숭아맛을 같이 먹는 이상한 느낌만 나지 거기서 녹차맛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이제 3가지 맛을 만들기 위한 기본 맛을 1번, 2번, 3번 맛이라고 이름붙여 보자. 그럼 1,2,3번을 적당히 섞어서 세가지 맛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무더위 때문에 3번맛이 변질되어서 없어진다고 가정해 보면, 당연히 원래 섞여 있던 비율에서 달라져서 다른 맛이 나오게 될 것이다. 2번, 1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맛을 결정하는 건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비율”인데, 무더위 때문에 다른게 없어지면 비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잠깐! 그럼 무더위 때문에 없어지는 속도가 다 똑같으면? 그럼 당연히 맛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맛이 달라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없어지는 속도가 모두 달라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에 의해 실험적으로 관찰된 사실에 의하면, 3가지 기본 맛 중에서 2개는 비슷한 속도로 없어지고 1개는 전혀 다른 속도로 없어진다. 그래서 비슷한 속도로 없어지는 2개를 1번, 2번으로 이름 붙이고 전혀 다른 속도로 없어지는 나머지 한개를 3번으로 이름 붙였다. 문제는 3번이 없어지는 속도인데, 이게 1,2번보다 더 빠른지 느린지 알 수가 없다는게 문제다. 3번이 없어지는 속도가 1,2번보다 더 빠르냐 느리냐는 입자물리학에서 아직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중에 하나이다.

    다시 잠깐!!! 1번이 완전 레몬맛이고 2번이 완전 녹차맛이고 3번이 완전 복숭아맛이면???

    그 런 경우 레몬맛을 만들기 위해서 1,2,3번을 섞을 필요가 없이 1번만 넣으면 된다. 그럼 당연히 1번이 무더위 때문에 없어진다고 해도 레몬맛이 유지될 것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무더위때문에 맛이 변하려면 1,2,3번이 각각 순수한 맛이 아니라 그걸 굳이 섞어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자.

    지금까지, 중성미자 진동이라고 하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 이상한 설명을 해 보았다. 중성미자 진동 현상은 처음에 만들어질 때의 중성미자 형태와 나중에 관찰될 때의 중성미자 형태가 달라지는 현상인데, 이 사실로부터 중성미자가 반드시 질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증명된다. 문제는,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의하면 중성미자는 질량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고, 확장된 표준 모형을 가정해서 설명하려고 현재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