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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를 공부하는 방법

    난 물리가 제일 쉬웠다.

    다른 사람들이 물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난 왜 화학이나 생물이 더 어려웠을까?

    물론,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말이지, 절대적으로 너무 쉬워서 대충 공부해도 잘되더라 뭐 그런건 아니다. 그정도로 내 머리가 좋았다면 아마 다른 곳에 가 있지 않을까?

    그럼 이 글에서는 내가 물리를 공부한 방법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이 방법을 따라 공부하다가 겪을수 있는 성적 손실 및 향상은 나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에 주의하며 읽기 바란다.

    1. 연습

    모든 과목이 그렇듯이, 물리학 역시 연습이 중요하다. 그럼 뭘 연습해야 하냐고? 실제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다른건 몰라도 물리 문제를 많이 풀어서 연습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문제를 풀다보면 실제 상황에 대한 감도 생기고 외우는 것도 자연스럽게 된다

    1.1 주의사항

    중요한건 무작정 습관적으로, 본능적으로, 전에 풀었던 문제니까 이렇게 풀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풀면 안된다는 점이다. 항상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문제를 조금만 꼬아서 내면 못푸는 사람들이 맨날 “물리는 조금만 꼬아도 어려워”라고 말한다. 누가 그렇게 공부하래? -_-;

    조금만 꼬아도 어렵다는건 생각하는 법 자체를 모른다는 거고, 그런식으로 공부한 사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없다.

    중간고사가 끝나도 기말이 남아있고, 1학기가 끝나도 2학기가 있으며, 1학년이 끝나도 2학년이 이어지고,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대학을 간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효과적으로 공부하려면 조금만 꼬아서 내도 어려워지는 공부는 하지 말자.

    1.2 실전 연습

    실제로 문제를 풀기 시작할 때는, 처음에는 어렵고 답답해도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답을 찾아나가도록 하자. 물론 교과서 내용을 이미 암기한 상태라면 교과서를 찾아볼 필요 없이 바로바로 답을 찾으면 된다.

    고등학교때 까지, 그리고 대학교 와서도 물리 문제는 오직 1개의 유일한 정답만을 갖는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사실인데, 당신이 찾아낸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답”이 만약 오답이라면 그 답은 문제에 주어진 사실과 모순이 된다. 모순이 뭐냐고? 모순이란, 예를 들자면 벽돌을 던졌는데 벽돌이 제자리에 있다고 한다거나, 뭐 그런걸 말한다.

    1.3 답 맞춰보기

    고등학교때 까지의 모든 문제집에는 제일 뒤에 정답이 있다. 그러므로 자기가 문제를 잘 풀었는지 어쨌는지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친절하게 설명도 있다. 설명은 이해하라고 써 놓은 것이므로, 정답에 있는 설명이 이해가 안된다면 그건 설명이 나쁘거나 당신의 머리가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이다.

    1.4 좌절하지 말기

    엄청 고민해서 풀었는데, 다 틀렸다!

    이거 문제 있는건가? 글쎄, 물리를 처음 공부할 때는 누구나 이런 현상을 겪는다. 당신만 그런게 아니다. 나도 그랬다. 머리가 나쁘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물리를 공부하다보면 “벽”이 나타나는 단계가 있는데, 일단 그 벽을 한번 넘어서면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쉽게 올라갈 수 있다.

    2. 암기

    물리학 역시 암기과목이다. 특히 성적 향상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암기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잊지 말자. 내신성적이나 수능을 원한다면 일단 외워라. 근데, 그냥 무작정 책을 전부 외운다고 물리 실력이 올라가진 않는다. 무작정 외우는 경우, 단기간의 성적은 올라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암기 방법은 뭘까?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리고나서 좀 어려운 부분을 암기하는 것이다. 쉬운 부분도 암기로 때우려고 하면 머릿속이 폭발해 버릴 수도 있다. 자신의 지능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은 최대한 이해하고, 자신의 지능이 받아들여주지 않는 부분은 암기한다. 그리고나서 문제를 풀어보면서 암기한 것들을 하나씩 이해한 것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2.1 암기 요령

    사실 수많은 공식을 무작정 외우려면 좀 힘들다. 어떻게 외우면 될까?

    공식을 무조건 외우는 건 삽질이다. 공식을 어디에 쓰는지 함께 외워야 문제 풀 때 써먹을 수 있다.

    2.2 암기 비결

    난 공식을 외울때 말로 외웠다. 자기장 속에서 전자가 움직일 때 받는 힘은 빠를수록, 자기장이 클수록 크고, 방향은 오른손법칙을 따른다고, 뭐 이런식이다. 공식을 써놓고서 문자 하나하나가 뭘 뜻하는지 말로 설명해 가면서 머릿속에 상황을 그려놓고 그 상황 자체를 통째로 외운다.

    무작정 암기하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암기하는게 중요하다.

    3. 국어공부

    문제를 정확하게 읽는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문제를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국어공부가 필수다. 책을 많이 읽는건 언어영역이나 국어뿐만이 아니라 과학 공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문장은 정확하게 읽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문제에 나오지 않은 사실을 임의로 가정해서는 안된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걸 할줄 알아야 과학을 잘 할 수 있고 특히 물리를 잘 할 수 있다. 문제에 나오지 않은건, 바로 그걸 찾으라는 경우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4. 문제 푸는 방법

    가장 기대하던 내용일 것이다. 그럼 실제로 물리 문제는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 할까?

    4.1 상황 이해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물리적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뭐, 물리 문제라고 해봐야 어차피 뭘 던지고 뭐가 움직이고 뭐가 떨어지고 뭐가 지나가는 것 정도이다. 문제에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가능하면 그림으로 그려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4.2 물음표 찾기

    문제에서 물어보는 것이 뭔지 파악해라. 앞서, 그림을 그려놨다면 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그림에 추가해 보자. 그럼 문제가 명확해진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관련된 방정식 몇개를 이용해서 연립방정식을 세워라.

    4.3 정확한 계산

    당연한 거다

    4.4 답이 맞는지 확인하기

    답이 맞는지 확인하는 건 정답을 보면 되지만, 시험 문제를 푸는 경우 정답을 확인할 수가 없다. 그럼 어떻게 정답이라는걸 확신할 수 있을까? 일단, 정답이 아닌 경우 뭔가 이상하다. 보기에 없다든가, 풀다가 꼬인다든가, 거꾸로 대입하면 원래 과정이 안 맞는다든가.

    정답이라면 하나의 모순도 없이 잘 맞아떨어진다.

    5. 이 문서에 대한 A/S

    불만사항은 댓글로 달면 보충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 문서의 효험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증도 하지 않음을 한번 더 강조한다.

  • 천사와 악마

    http://public.web.cern.ch/public/Content/Chapters/Spotlight/SpotlightAandD-en.html

    “천사와 악마”라는 소설에 대해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가 쓴 또다른 유명한 소설인데, 나 역시 재미있게 읽은 바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무대 중에 하나가 바로 유럽 핵 물리 연구소(CERN)이다. 그런데 CERN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거 진짜예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CERN에서는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페이지를 만들었다.

    질문 하나씩 읽어보도록 하자. (번역은 완전 내맘대로이므로 정확한 뜻을 알고 싶다면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Does CERN exist?

    Well, yes, it does. You can see us to the left and slightly up from the centre of the city of Meyrin.

    CERN은 있는건가요?

    당연히 있다. 메이린에 와 봐라.

    Is it located in Switzerland?

    Part is in Switzerland, part in France across the border. CERN is not a Swiss institute, but an international organization. We are very close to Geneva’s intercontinental airport.

    스위스에 있는 건가요?

    스위스랑 프랑스에 걸쳐있다. CERN은 스위스 연구소가 아니라 국제 기구이다. 제네바 국제 공항에 엄청 가깝다.

    What does the acronym CERN mean?

    That is a long story.

    CERN은 대체 뭔 뜻인가요?

    긴 얘기가 있다. 읽어봐라.

    http://user.web.cern.ch/user/CERNName/CERNName.html

    Does it consist of red brick buildings with white-frocked scientists running around carrying files?

    No, that is rather far from reality: we have mostly white buildings made of concrete and the scientists wear everyday clothes and they mostly do not carry files.

    흰색 예복을 입은 과학자들이 파일을 운반하는 빨간 벽돌 건물이 있어요?

    당근 없다.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_-; 대부분 흰색 콘크리트 건물이고 과학자들은 맨날 사복을 입고 대부분 파일을 운반하지도 않는다.

    Was the web really invented at CERN as the book states?

    Yes, indeed, the web came from CERN, invented here by Tim Berners-Lee in 1989.

    정말로 CERN에서 웹이 개발되었나요?

    대략 그렇다. 웹은 여기의 팀 버너스-리에 의해 1989년에 발명되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Does antimatter exist?

    Yes, it does, and we make it routinely at CERN. Antimatter was predicted by P.A.M. Dirac’s theory of quantum mechanics in 1928 and antiparticles were found soon after by Carl Anderson. CERN is not the only research institute to produce and study antimatter.

    반물질은 있는건가요?

    당근 있다. 우리가 맨날 만든다. 반물질은 디랙의 양자역학에서 1928년 예언되었고 칼 앤더슨이 곧 발견했다. CERN은 그걸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연구도 한다.

    How is antimatter contained?

    With very great difficulty. It annihilates completely when it touches any normal matter. There are two cases:

    Case 1: If an antiparticle is electrically neutral then electric and magnetic fields have no hold on it at all. Therefore, there is no easy way to contain neutral antimatter particles, i.e. no way to keep them away from the normal-matter walls of the vessel in which they are. They therefore almost immediately come into contact with normal matter and annihilate.

    Case 2: For electrically charged antimatter particles such as positrons (antielectrons) and antiprotons we know how to use “electromagnetic bottles” to contain them. However: like charges repel each other. So it is not possible to put a large quantity of antiprotons together because the repulsive forces between them soon become too strong for the fields that hold them away from the walls. And you cannot put a mixture of positive antielectrons and negative antiprotons together, because they will make antihydrogen, which is neutral and we are in case 1 again.

    So only very minute quantities can be contained.

    반물질은 저장 되는건가요?

    무지 빡세다. 반물질은 보통 물질로 건드리면 확실하게 사라진다.

    두가지 경우가 있다

    1번 : 만약 반물질이 전기적으로 중성이면 전자기력으로 잡을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중성의 반물질을 저장해둘 수는 없다는 거다. 즉, 보통 물질로 만든 그릇에 걔들을 담아둘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반물질은 보통 물질과 만나자마자 바로 사라진다.

    2번 : 만약 반중성자나 양전자(반전자)처럼 전기를 띠고 있으면 전자기력 그릇에 담아둘 수가 있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전하끼리는 밀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을 담을 수는 없다. 아마 양전자 몇개를 한군데 모아두면 반발력때문에 벽을 뚫고 나가버릴 것이다. 또한 그렇다고 반대 전하를 가지는 반양성자와 반전자를 모아둘 수도 없다. 그렇게 둘을 섞어두면 걔들은 반수소를 형성하는데, 반수소는 중성 원자이므로 1번 경우가 되어 도망가 버린다. 대충 몇분 정도를 저장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What are the future uses of antimatter?

    Antielectrons, or positrons, are already used in PET scanners in medicine (Positron-Emission Tomography = PET).

    Other uses are in studying the laws of nature, as we do at CERN. The team of the PS210 experiment at the Low Energy Antiproton Ring (LEAR) at CERN made the first antihydrogen atoms in 1996. Then, in 2002 experiments managed to produce tens of thousands of antihydrogen atoms, a sufficient number to study this gas in its antimatter form. However, although “tens of thousands” may sound a lot, it’s really a very very small amount. You would need 10’000’000’000’000’000’000 times that amount to have enough antihydrogen gas to fill a toy balloon! If we could somehow store our daily production, it would take us 25’000’000 billion years to fill the balloon. The universe has only been around for 13.7 billion years…

    So the Angels and Demons scenario is pure fiction.

    반물질은 앞으로 어디다 쓰나요?

    반전자는 이미 PET(양전자 영상장비)에서 의료용으로 쓰고 있다. 아니면 CERN에서처럼 자연법칙을 밝히는데 쓰기도 한다. 저에너지 반양성자 링(LEAR)의 PS210실험 팀은 1996년에 최초로 반수소 원자를 만들었고 2002년에는 수만개의 반수소 원자들을 만들었다. 수만개정도면 반물질 기체의 성질을 연구하는데는 충분하다. 수만개가 많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정도는 엄청 작다. 만약 장난감 풍선을 반수소 기체로 채우려면 수만개보다 10000000000000000000배 큰 양의 반수소를 집어넣어야 한다. 우리가 맨날 수만개씩 만들어도 풍선 하나 채우는데 250000000억년 걸린다. 우주가 지금까지 137억년 정도 존재했으니 뭐 대충 짐작해 주기 바란다. 그러므로 천사와 악마의 시나리오는 완전 구라다.

    Can we hope to use antimatter as a source of energy? Do you feel antimatter could power vehicles in the future, or would it just be used for major power sources?

    There is no possibility to use antimatter as energy “source”. Unlike solar energy, coal or oil, antimatter does not occur in nature: we have to make every particle at the expense of much more energy than it can give back during annihilation.

    You might imagine antimatter as a possible temporary storage medium for energy, much like you store electricity in rechargeable batteries. The process of charging the battery is reversible with relatively small loss. Still, it takes more energy to charge the battery than what you get back out of it. For antimatter the loss factors are so enormous that it will never be practical.

    If we could assemble all the antimatter we’ve ever made at CERN and annihilate it with matter, we would have enough energy to light a single electric light bulb for a few minutes.

    반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쓰면 안되나요? 미래에는 반물질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럴 가능성 없음이다. 태양에너지, 석탄, 석유 뭐 그런것과는 다르게 반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린 단지 무지막지하게 많은 돈을 들여서 무지막지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만들어야만 하는데, 더군다나 이건 바로 사라져 버린다.

    니가 한번 반물질을 전기 배터리같은 에너지 저장고라고 생각해 봐라. 원래 충전이라는건 되돌릴 수 있어야 하고 손실이 적어야 하며 당연히 에너지로 쓰는 건 쉬워야 한다. 반물질은 실제로 쓰기에는 손실이 너무 크다.

    뭐 굳이 우리가 CERN에서 만든 반물질을 물질과 만나게 해서 에너지로 바꾼다 해도, 그건 꼬마전구를 겨우 몇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밖에 안된다.

    I was hoping antimatter would be the future answer to our energy needs. It seems more research is needed for this to happen.

    No, the true answer is that it will never happen simply because of the entropy problem. Creating antimatter out of energy via E=mc2 unfortunately always produces equal amounts of normal matter and antimatter. This is fundamentally built into the universe. For any given amount E of energy you will get m/2 grams of antimatter and m/2 grams of matter. Putting these two amounts back together and annihilating them gives back E. But the process is not without loss: today the loss is enormous, but even if we could make the process very efficient, we would still not have any net gain!

    It is not a matter of “more research” or “more advanced technology” to find ways around these limitations. Antimatter is a fundamental state of matter. It could only become a source of energy if you happened to find a large amount of antimatter lying around somewhere (e.g. in a distant galaxy), in the same way we find oil and oxygen lying around on Earth. But as far as we can see (billions of light years), the universe is entirely made of normal matter and antimatter has to be painstakingly created.

    This by the way shows that the symmetry between matter and antimatter as stated above does not hold at very high energies, such as shortly after the Big Bang, since otherwise there should be as much matter as antimatter in the Universe. These energies are higher than any that can be achieved on Earth at present; what future research might tell us is how this asymmetry came about, although it is extremely unlikely to lead to the possibility of using antimatter as an energy source.

    반물질이 미래의 에너지원이 된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려면 연구가 좀 더 필요하겠죠?

    노. 엔트로피 문제 때문에라도 절대 불가능하는 것이 답이다.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공식을 이용해서 반물질을 만들 때는, 항상 같은 양의 보통 물질과 반물질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우주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어떤 양의 에너지에 대해서도 m/2그램의 반물질과 m/2그램의 물질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반드시 손실이 있어야 한다. 요새는 많이 효율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무지막지한 낭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로 얻을 수 있는건 없다. “더 많은 연구”나 “더 발전된 기술”이라고 해봐야 이정도 수준이다. 반물질은 물질의 기본적인 상태이다. 반물질이 에너지원이 되려면 지구에서 기름과 산소를 어딘가에서 찾아내듯이 우주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양의 반물질 덩어리를 찾아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큰 우주(10억광년쯤) 수준에서도 우주는 모두 평범한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빅뱅 직후같은 아주 높은 초 고에너지 상황에서는, 물질만큼이나 많은 반물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대칭성이 깨져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정도 에너지는 지구에서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 수준이다. 반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쓰려면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대칭성이 어떻게 깨지는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Can we make antimatter bombs?

    There is no possibility to make antimatter bombs for the same reason you cannot use it to store energy: we can’t accumulate enough of it at high enough density.

    Sociological note: scientists realised that the atom bomb was a real possibility many years before one was actually built and exploded, and then the public was totally surprised and amazed. The antimatter bomb on the other hand has been imagined by the public who wants to know more about it, yet we have known for a very long time that it’s not at all a practical device…

    반물질 폭탄을 만들 수 있나요?

    반물질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반물질 폭탄 역시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다.

    사회학적 견해 : 과학자들은 원자폭탄이 실제로 만들어지고 폭발하기 몇년 전에 그 진짜 가능성을 깨달았고, 사람들은 완전히 놀라고 미쳤었다. 반면에 반물질 폭탄은 그에 대해 좀 더 알고싶어 하는 사람들에 의해 상상되었지만, 실제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는 바이다.

    Why has antimatter received no media attention?

    It has received a lot of media attention, though usually in the scientific press. Also, antimatter is not “new”: we’ve been using it for decades; antimatter has been observed for almost a hundred years.

    왜 반물질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나요?

    반물질은 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록 과학 언론에 한해서 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반물질은 전혀 “새롭지” 않다. 우린 벌써 그걸 수십년간 써먹어 왔고, 거의 백년간 관찰해 왔었다.

    Is antimatter truly 100% efficient?

    Depends what you mean by efficient. If you start from two equal quantities m/2 of matter and m/2 of antimatter, then you get exactly E=mc2 as energy out. Of course. It converts at 100%.

    But that is not the point: how much effort do you have to put in to get m/2 grams of antimatter? Well, theoretically E=mc2 because half of the energy will become normal matter. So you gain nothing. But the process of creating antimatter is highly inefficient: when you make antimatter particles, a lot of them go astray before you can catch them. Everything happens at nearly the speed of light, and the particles created zoom off in all directions. Somewhat like cooking food over a campfire: most of the heat is lost and does not go into the cooking of the food, it disappears as radiation into the dark night sky. Very inefficient.

    In fact we have to use hundreds of times more energy to create the matter/antimatter pairs than the theoretical minimum of mc2, but we won’t ever get back more than mc2.

    진짜로 반물질은 100%효율인가요?

    너가 효율이라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만약, 두개의 같은 질량을 가진 반물질과 물질이 만난다면, 정확히 질량-에너지 등가 공식에 따라 에너지가 나올 것이다. 이런 경우는 당연히 100%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무슨 수로 반물질을 얻을건데? 이론적으로 반물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절반은 보통 물질을 만드는데 들어간다. 아무것도 얻을 수 있는게 없기 때문에, 반물질 제조 과정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입자들은 모든 방향에 대해서 압축되어 보인다. 대략 모닥불에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모닥불에 요리를 할 때 대부분의 열 에너지는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초 비효율이다.

    실제로는 반물질-물질을 만드는데 필요한 이론적인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린 만들어진 반물질-물질의 질량 이상의 에너지를 절대로 되돌려 받을 수가 없다.

    Do you make antimatter as described in the book?

    No. The production and storage of antimatter at CERN is not at all as decribed in the book: you cannot stand next to the Large Hadron Collider (LHC) and see it come out, especially since the LHC accelerator is not yet in operation. To make antiprotons we collide protons with a block of tungsten (Wolfram). Out of this come a large number of particles, some of which are antiprotons. Only the antiprotons are useful, and only those that fly out in the right direction. So that’s where your energy loss goes: it is like trying to water a pot of flowers but you only have a sprinkler that sprays over the whole garden. Of course, we constantly apply new tricks to become more efficient at collecting antiparticles, but at the level of elementary particles this is extremely difficult and sometimes impossible.

    “천사와 악마”에 써 있는 것처럼 반물질을 만드나요?

    CERN에서 반물질을 만들고 저장하는 건 책에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거대 강입자 충돌장치(LHC)가 아직 작동중이 아니다. 반양성자를 만들 때는, 텅스텐 벽돌에 양성자를 때려서 만든다. 그 결과 수많은 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중에 몇개가 반양성자이다. 그 많은 입자중에서 반양성자만 필요하고, 게다가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만이 유용하다. 나머지는 다 날리는 것이다. 이건 마치 꽃 몇송이를 위해서 정원 전체를 뒤덮을 수 있는 스프링클러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우린 항상 반입자들을 모으는데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기본입자들 수준에서는 무지막지하게 어렵고, 대부분 불가능한 일이다.

    Why then do you build the LHC?

    The reason for building the LHC accelerator is not to make antimatter but to produce concentrations of energy high enough to study effects that will help us understand some of the remaining questions in physics. We say concentrations, because we are not talking about huge amounts of energy but enormous concentration. The energy in each particle that we will accelerate in the LHC is equivalent to the amount of energy in a flying mosquito. Not much at all in absolute terms, but it will be concentrated in a very minute space and inside that minute space things will resemble the state of the universe close to the Big Bang.

    You should compare the concentration effect to what people can learn about the quality of a wooden floor by walking over it. If a large man wearing normal shoes and a petite woman wearing sharp stiletto heels walk over the same floor, the man will not make dents, but the woman, despite her lower weight, may leave marks: the pressure created at the stiletto heels is far higher. So that’s like what the LHC will do: concentrate little energy into a very minute space to make a huge concentration effect and learn something about the Big Bang.

    그럼 왜 LHC를 건설하나요?

    LHC가속기를 건설하는 이유는 반물질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리학에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몇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연구를 진행하는데 충분한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모은다는 말의 뜻은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집중시킨다는 뜻이다. LHC안에서 가속된 각각의 입자가 가지는 에너지는 겨우 모기가 날아가는 정도의 에너지 뿐이다. 아주 작은 공간에 우주의 빅뱅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걸어가는 경우, 사람들이 날카로운 굽의 신발을 신고 있으면 나무에 자국이 남게 된다. 마찬가지로 LHC에서 적은 양의 에너지라 해도 고도로 집중시킬 수만 있으면 빅뱅에 관한 뭔가를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Does CERN have a particle accelerator 27 miles long?

    The LHC accelerator is a ring of 27 kilometers in circumference. There is a lot of the technical details on its own site. The LHC is in a tunnel about 100 m underground. You can see the round outline of it marked on a map of the area.

    27km짜리 입자 가속기를 갖고 있나요?

    LHC가속기는 둘레가 27km인 고리 모양이다. 자세한건 LHC사이트를 참고해라. LHC는 100미터 지하의 터널이다. 지도에 보면 대충 어느정도인지 표시되어 있다.

    In fact, why do you make antimatter at CERN?

    The principal reason is to study the laws of Nature. The current physics theories predict a number of effects, and many of the effects concern antimatter. If experiments do not observe the predictions, then the theory is not accurate and needs to be amended or reworked. This is how science progresses.

    Another reason is to get extremely high energy densities in collisions of matter and antimatter particles, since they annihilate completely when they meet. From this annihilation energy other interesting particles may be created (this was mainly how the Large Electron Positron or LEP collider operated).

    까놓고 말해서, 대체 반물질을 왜 만드는 겁니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연의 법칙을 연구하는 것이다. 현재 물리학 이론은 수많은 효과들을 예측하고 있고, 그중 많은 것들이 반물질과 관련되어 있다. 만약 실험에서 예측들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그 이론은 정확하지 않은 이론이고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발전하는 방법이다.

    또다른 이유는 물질과 반물질이 만날 때 완벽하게 사라지기 때문에 생기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얻기 위해서이다. 이때 사라지면서 생기는 에너지때문에 많은 흥미로운 입자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거대 전자-양전자 충돌장치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이다)

    How is energy extracted from antimatter?

    When a normal matter particle hits an antimatter particle, they mutually annihilate into a very concentrated burst of pure energy, from which in turn particles are created. These new particles can be matter particles or energy particles (photons), depending on a number of factors, with an obvious constraint that the total incoming energy is exactly equal to the outgoing energy. Almost all of it ends up as heat. Not very useful.

    어떻게 반물질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나요?

    보통 물질이 반물질을 만났을 때, 얘들은 사로 사라지면서 굉장히 순수한 에너지가 집중된 섬광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새로운 입자들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입자들은 여러가지 요소와 에너지 보존법칙을 만족하면서 생성된다. 거의 대부분은 열 에너지가 된다. 그다지 쓸모있지는 않다.

    How safe is antimatter?

    Perfectly safe, given the minute quantities we can make. It would be very dangerous if we could make a few grams of it, but we can’t.

    반물질은 얼마나 안전한가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만큼은 완벽하게 안전하다 (워낙에 소량이라서)

    만약 우리가 몇그램 정도라도 만들 수 있으면 무진장 위험하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If so, does CERN have protocols to keep the public safe?

    There is no danger from antimatter. There are of course other dangers on the CERN site, as in any laboratory: high voltage power in certain areas, deep pits to fall in, etc. but for these dangers the usual industrial safety measures are of course put in place. There is no radioactive leak danger for the public as you might find around nuclear power stations. There is even no indirect danger such as from thermal power stations and oil comsumption which produce longer term pollution and global warming.

    만약 그렇다면, CERN은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단이 있나요?

    위험하지 않다니깐 -_-; 다른 연구실에서도 있는 수준의 위험한 것들은 당연히 CERN에서도 있다. 가령 몇몇 장소는 고전압이 있고, 추락할만한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것들은 안전점검을 받고 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서 있을 수도 있는 방사선 누출도 없다. 심지어는 석유 발전소에서 나타나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 장기적인 공해 같은 간접적인 위험도 없다.

    Does one gram of antimatter contain the energy of a twenty kiloton nuclear bomb?

    A “kiloton” in this context means a thousand tons of TNT explosive. Twenty kilotons was the equivalent of the atom bomb that destroyed Hiroshima.

    The question is somewhat confusing: you are probably talking about the explosive release of energy by the sudden annihilation of one gram of antimatter. Let’s calculate it. A “kiloton of TNT” is not a metric unit, it corresponds to 4.2×1012 joules. A 60 watt light bulb consumes 60 joules of energy per second. The notation 1012 means a 1 followed by 12 zeros:

    1’000 = kilo = 103 1’000’000 = mega = 106 1’000’000’000 = giga = 109 1’000’000’000’000 = tera = 1012

    So a kiloton is 4.2 terajoules or 4.2 TJ.

    A gram is 0.001 kg. The speed of light is 300’000 km/s or 300’000’000 meter/s. Now E=mc2 so for 1 gram we get

    E= 0.001 x 300’000’000 x 300’000’000 kgm2/s2 = 90’000’000’000’000 J or 9×1013 joules or 90×1012 J or 90 TJ.

    If 4.2 TJ corresponds to a kiloton of TNT, then 90 TJ corresponds to 90/4.2 = 21.4 kiloton. About right.

    But for the antimatter bomb we are actually talking about two grams: one gram of antimatter, annihilating with one gram of normal matter, and therefore you would release twice that amount! You need only half a gram of antimatter to be equally destructive as the Hiroshima bomb, the half gram of normal matter is easy enough to find.

    At CERN we make quantities of the order of 107 antiprotons per second and there are 6×1023 of them in a single gram of antihydrogen. You can easily calculate how long we would have to work to get one gram if we could make the 107 antiparticles every second: we would need 6×10(23-7)=6×1016 seconds. There are only 365x24x60x60 = 3×107 seconds in a year, so it would roughly take 6×1016/3×107 = 2×109 or about two billion years! Of course, it would be utterly impossible to contain this amount of pure negative electric charge.

    (이부분은 번역 안했음)

    Did CERN scientists actually invent the internet?

    No. The internet was originally based on work done by Louis Pouzin in France, taken up by Vint Cerf and Bob Kahn in the US in the 1970’s. The web however was invented and developed entirely by Tim Berners-Lee and a small team at CERN during 1989-1994. The story of the Internet and the Web can be read in “How the Web was born”. Perhaps not as sexy as Angels and Demons, but everything in “How the Web was born” was first-hand testimony and research.

    진짜로 CERN의 과학자들이 인터넷을 만들었나요?

    아니다. 인터넷은 원래 프랑스의 루이스 푸친의 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웹은 실제로 거의 대부분이 팀 버너스-리와 CERN의 작은 팀이 1980년에서 1994년 사이에 개발한거 맞다. 인터넷과 웹의 이야기는 “How the Web was born”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물론 이건 “천사와 악마”처럼 섹시한 책은 아닐 것이다.

    Does CERN own an X-33 spaceplane?

    No.

    CERN에 X-33비행기가 있나요?

    없다

  • 가장 멀리 던져라

    지표면에서 던진 물체가 어떤 경우에 최대한 멀리 날아가는가에 관한 문제는 아주 오래되고 중요한 질문이죠. 공기 저항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는 45도인 경우에 가장 멀리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물론 수식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대 높이인 경우가 90도이고 최소 높이인 경우가 0도이므로 그 중간에 있는 45도가 가장 멀리 갈 것이라는 직관적인 답도 있는데, 이 경우는 발사 각도에 따라서 변하게 되는 수평 도달 거리가 각도에 비례하지 않으므로 틀린 답이 됩니다. 이건 동전의 양 면에 대해 각 면이 나올 확률이 같으므로 동전은 “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맞먹는 억지라고 하겠습니다.

    이 문제는 일반적으로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지표면이 완전히 평탄하고 공기 저항이 없으며 중력가속도가 모든 곳에서 일정하다고 가정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도달 거리를 정해놓고, 어느 각도일 때 최소의 에너지로 도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원래의 문제와 같은 문제가 됩니다. 특정 각도에서 최소 에너지로 원하는 만큼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에너지일 때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좌표계를 설정하는데 x축을 지표면이라고 하고 높이를 y축으로 두는게 좋겠죠. 그럼 물체의 궤적은 포물선을 그리게 되므로 x축 위에 있는 두개의 근 사이의 거리는 우리가 원하는 도달 거리가 됩니다. 그런 다음에, 두개의 근을 지나가는 포물선을 아주 많이 생각해 봅시다. 포물선 위의 특정한 한 점에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를 더한 값은 어떤 점을 고르더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높은 꼭대기 지점에서의 전체 역학적 에너지는 출발점에서의 역학적 에너지와 같습니다. 바로 이 꼭대기 지점에서의 역학적 에너지가 최소인 경우가 우리가 원하는 경우가 됩니다. 운동 중인 경로 위의 아무 위치에서나 전체 역학적 에너지는 같으므로 꼭대기 점을 따져도 상관없습니다.

    이때, 수평속력이 빨라지면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높이가 높아지면 위치에너지가 커집니다. 만약 어떤 특정 포물선에서 역학적 에너지가 최소라면, 그 포물선보다 높이가 높거나 낮으면 당연히 역학적 에너지도 최소값보다 커져야겠죠. 그럼, 언제 에너지가 최소가 될까요? 바로 최대점에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가 같을 때 최소가 됩니다. 도달 거리가 정해져 있으므로 수평속력이 조금 빨라지면 높이가 낮아져도 되고, 수평속력이 조금 작아지면 높이가 높아져야 합니다. 그럼 운동에너지 부분에 등장하는 수평속력은 도달 시간에 반비례합니다. 그런데, 도달 시간은 곧 비행시간과 같고, 비행시간은 높이의 제곱근에 비례합니다. 즉, 운동에너지 부분은 높이에 반비례합니다. 운동에너지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고, 결과적으로는 높이의 제곱근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달 거리가 정해져 있는 경우 운동에너지는 높이에 반비례하고 위치에너지는 높이에 비례합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에서 최소값은 두 항의 크기가 같은 경우에 나타납니다. 왜 그런지는 잠시 생각해 보고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므로 최대점에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가 같은 경우에, 주어진 도달거리를 만들기 위한 최소 역학적 에너지를 갖게 되죠.

    그런데 최대점의 위치에너지는 출발점의 수직 방향으로의 운동에너지가 됩니다. 즉, 운동에너지에서 수직성분이 주는 부분과 수평성분이 주는 부분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운동에너지의 성분에서 다른 요소들은 모두 같으므로 수직성분과 수평성분의 크기가 같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던질때의 기울기는 1이 나와야 하고, 이것은 각도로 45도가 됩니다.

    어떻게 보면, 쉬운 문제를 일부러 복잡하게 풀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이런식으로 관점을 바꿔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위에서 “같은 근을 가지는 많은 포물선을 생각해 보자”고 얘기했고, “각각의 포물선은 정해진 역학적 에너지를 갖는다”고 얘기했는데, 이러한 개념은 실제로 아주 많이 쓰이는 개념으로서 “범함수(functional)”라고 부릅니다. 포물선 자체가 좌표들의 함수인데 역학적 에너지는 좌표의 함수가 아니라 포물선을 변수로 가지는 함수가 된 거죠. 이러한 최소화 방식은 수학자 라그랑지와 수리물리학자 해밀턴에 의해 정식화 되어 “최소 작용의 원리Least Action Principle”가 되었고, 이것으로부터 오일러와 라그랑지는 새로운 운동 방정식을 찾아내게 됩니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고전역학에서만 쓰이는 한계가 있지만, 최소 작용의 원리와 그로부터 유도된 라그랑지 운동방정식과 해밀턴 운동방정식은 확장되어서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을 비롯하여 현대에 들어와서 입자들의 특성을 규명하는 일, 로봇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일, 경제학 이론의 분석, 우주 탐사 로켓의 궤도 계산, 3D애니메이션의 진짜처럼 자연스러운 표현 등에 두루 응용되고 있습니다.

  • 하이힐을 신으면 위험한 이유

    하이힐은 구두의 뒷굽이 높아서 키가 커 보이는 신발이다. 원래는 프랑스에서 지저분한 정원을 깨끗하게 걸어다니기 위해서 개발되었다고 한다. 여성들이 위태롭게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더 예뻐보인다고도 하는데 사실 그런 부분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하이힐이 굽이 낮은 신발보다 위험한 이유는 어쩌다 발목이 꺾였을 때 생기는 힘의 차이다. 회전운동에서는 회전축과 작용점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데, 여닫이 문을 열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진 점을 미는 것과 가까운 점을 미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더 쉽게 밀 수 있다. 이것은 지레의 원리와 같다.

    발목이 꺾인 경우에 회전축은 발목의 복숭아뼈 근처의 관절이 된다. 작용점은 땅과 접촉하는 부분이 되는데 하이힐을 신으면 작용점이 회전축에서 더 멀어진다. 어차피 땅이 접촉점에 작용하는 힘은 사람의 무게때문이므로 같은 사람이라면 힘의 크기는 같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힐을 신으면 작용점이 더 멀리 있기 때문에 같은 힘이라도 더 쉽게 발목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하이힐을 신다가 실수로 발목이 꺾이면 근육이 끊어지기도 하는 중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힐은 앞쪽을 굉장히 모아주면서 동시에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게 된다. 쉽게 말하면 발가락-발바닥 사이에서 서로 미는 힘이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평평한 신발을 신고 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이런식으로 서로 미는 힘이 크게 작용하게 되면 발에 무리가 와서 심한 경우 기형이 되기도 한다. 이것을 무지외반증이라고 한다.

    즉, 엄지발가락이랑 새끼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직각을 이루게 안쪽으로 꺾여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건 당연한 결과인데, 30센치미터짜리 플라스틱 자를 양쪽에서 밀어봐라. 얼마 버티다가 꺾인다. 안쪽에 있는 세개의 발가락은 그래도 괜찮은데 이것은 양쪽에서 받쳐주는 발가락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자리의 발가락들은 바깥쪽에서 받쳐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관절 부분이 밖으로 휘어지게 되는 것이다. 난 실제로 아주 예쁜 여학생이 이런 기형적인 발을 갖고 있는 걸 본적이 있기 때문에 강조하고 싶다. 특히 이 글을 읽게 되는 어린 학생들이 일찍부터 예쁘게 보이려고 하이힐 신고 다니는 것을 자제했으면 싶어서 적는다. 하이힐은 꼭 필요할 때 외에는 신지 않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아예 처음부터 신지 않는다면 더 좋겠다. 특히 성장기에는 이런 부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건강과 미용과 그 외 여러가지 장점을 위해 가급적 하이힐을 신지 않는 것이 좋다.

  • 걸어다닐 때 양팔-양다리를 모두 교차로 휘젓는 현상에 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다니거나 뛰어다닐 때 양 손을 번갈아서 앞으로 보내고 다리도 번갈아서 앞으로 보낸다. 게다가 같은쪽의 팔과 다리도 번갈아서 앞뒤로 오고간다. 혹시나 궁금한 사람은 이런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걸어가 보도록 하자. 더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다리가 번갈아 가면서 움직이는 건 어쨌거나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치자. 그렇게 하지 않고 두 다리를 동시에 앞 뒤로 움직이면서 전진이나 후진을 하려면 공중으로 뛰어야 한다. 팔은 왜 다리와 반대로 나가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아주 단순한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각운동량 보존법칙이다. 각운동량은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값이다. 즉, 물체의 회전상태를 말해주는 숫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각운동량을 바꾸기 위해서는 물체에 토크torque를 주어야 한다. 토크는 그냥 회전을 만드는 힘이라고 알고 있으면 된다. 가령, 왼쪽 다리를 고정시키고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 몸의 하반신은 위에서 볼 때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정지상태에 있었다. 그렇다면 각운동량은 0이라다는 뜻이다. 하반신의 각운동량은 반시계방향으로 생겼다. 몸 전체를 합쳐서 각운동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반신의 각운동량이 시계방향으로 생기면 된다. 이렇게 되면 몸의 각운동량이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근육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힘이 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몸으로 직접, 무의식중에 걷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다음의 실험을 해보면 된다. 무게가 비슷한 물체(아령 같은것)를 두개 준비해서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하여 선다. 그리고나서 몸통은 움직이지 않고 팔만 돌리는데

    1.두 팔을 반대방향으로 돌린다

    2.두 팔을 같은 방향으로 돌린다

    이때 돌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머리 위에서 보았을 때를 생각하면 된다. 즉, 척추를 회전축이라고 생각하고 팔을 돌리는 것이다. 1번의 경우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돌리는 것이 쉬울 것이다. 하지만 2번의 경우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힘들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얘기한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 가위는 패리티 대칭성이 깨져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가위. 여러가지 물건들을 편리하고 비교적 안전하게 자를 수 있도록 해주는 발명품이다. 하지만 가위는 물리학적으로 볼 때 대단히 이상한 제품이다. 패리티라는 것을 들어본적이 있는지? 패리티는 고등학교 수학에서 벌써 배웠을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기함수, 우함수 하면서 기함수는 -x를 넣었을 때 -가 빠져나오고 우함수는 빠져나오지 않는 함수라고 외우는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x대신에 -x를 집어넣는 것의 의미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단지 외우기만 했을 테니 생각 못하고 있었겠지만 이것은 “거울 대칭”을 뜻한다. 거울 대칭은 내가 거울을 바라볼 때, 나의 왼쪽이 거울속의 나에게는 오른쪽이고, 나의 오른쪽은 거울속의 나에게는 왼쪽이라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 한편을 감상해 보자. 이 시는 시인 이상의 “거울” 이다.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거울 대칭은 이와 같이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뀌고, 앞과 뒤가 뒤바뀌는 변환이다. 이 경우 그렇게 뒤바꿨을 때 변하는 것이 있다면 대칭성이 깨진 것이고, 변하지 않는다면 대칭성이 깨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이제 가위를 잘 살펴보자.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가위는 대부분 오른손잡이를 위한 가위일 것이다. 왼손으로 그 가위를 쥐고서 자르려고 하면 잘 잘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 부분과 나머지 손가락에 끼우는 칼날 부분이 교차할 때, 가위를 오른손에 끼우게 되면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은 교차점에 대해서 엄지손가락의 반대 방향에 있게 된다, 가위를 왼손에 끼우게 되면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은 교차점에 대해서 엄지손가락과 같은 방향에 있다. 이제 가위를 누르게 되면 엄지손가락은 칼날을 밀어내게 되는데 칼날을 밀어내는 방향이 왼쪽과 오른쪽이 반대이다. 그러나 가위는 그대로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른손에 끼운 상태에서는 엄지손가락이 밀어낼 때 칼날 부분은 교차점이 지레의 받침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칼날이 안쪽으로 서로 모이게 된다. 잘 맞물리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왼손에 끼운 상태에서는 반대로 칼날이 바깥쪽으로 나가게 되기 때문에 칼날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된다. 대단히 잘 만든 가위는 이러한 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잘 자를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한 기간이 오래되어 헐거워진 가위는 오른손으로 자를 때만 잘 잘리고 왼손으로 자를 때는 틈에 물체가 씹혀서 잘 잘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런 글을 왜 쓴 것인가?

    그것은 내가 왼손잡이일 뿐만 아니라 이 우주가 왼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좌파라는 뜻이거나 우주가 원래 좌파라서 사회주의가 마침내 승리할 것이라는 식의 헛소리는 절대 아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게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난 우파도 아니다) 우주에서 에너지는 물질로 전환될 수 있다. 에너지와 질량이 같은 개념이라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벌써 100년전에 밝혀낸 것이고, 질량을 갖고 있으면 당연히 물질을 구성할 수 있다. (질량이 있지만 물질이 아닌 것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에너지를 아주 많이 가진 빛이 우주 공간을 잘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물질로 변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하자. 이때, 우주는 에너지 보존법칙과 운동량 보존법칙과 전하량 보존법칙과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항상 “물질”과 “반물질”이 동시에 생성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우주에는 물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순도 100%의 물질이다. (반물질은 유럽과 미국의 일부 실험실을 제외하고는 없다) 순수한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세계. 이상하지 않은가? 원래 처음에 물질이 없이 에너지만 있을 때는 그렇다 쳐도, 에너지가 물질로 변할 때는 반드시 반물질이 같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법칙인데, 어째서 반물질은 어디가고 물질만 남아있는지? 여기서,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물리 법칙이 물질-반물질이 항상 같이 생성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을 C-P 대칭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C는 전하charge이고 P는 패리티Parity를 뜻한다. 그런데 이 우주에서는 C-P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이다. 그것도 심각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그뿐만이 아니다. 우주의 물질들은 handedness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왼손잡이(Left-handed)와 오른손잡이(Right-handed)로 나누어 지는데,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은 왼손잡이에 해당한다. (handedness에 따라서 물질이 좀 더 왼쪽으로 치우쳐서 이동한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이것은 입자가 갖고 있는 추상적인 회전 방향에 대한 정의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가위는 오른손잡이를 위한 것이고 왼손잡이를 위한 것은 거의 없다. 원래는 왼손잡이용과 오른손잡이용을 거의 비슷한 수량으로 생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이다. 아무튼, 가위의 handedness와 입자의 handedness는 전혀 다른, 절대로 연결시켜서는 안되는 개념이고 이 글은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이 글을 누가 읽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직업으로 삼기로(즉, 공부해서 돈을 벌기로) 작정한 사람으로서 뭔가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만약 이 글을 읽기로 했다면 부디 지루해 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저도 중학교나 고등학교때는 시험공부를 위한 공부를 했었고, 성적은 그럭저럭 받았지만 그다지 상위권에 있지는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재미도 없었고 말이죠. 아무튼,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내가 지금 이 짓을 왜 하고 있는지에 관한 심한 회의감에 빠져서 좌절하고, 심하면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이라든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면 그만 두는게 좋겠죠. 따라서 지금 당신이 공부를 왜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가장 먼저, 당신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인지와 상관 없이 말이죠. 만약 현재 하는 일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마 그 일을 계속하고 싶을 것이고, 하기 싫은 일이라면 언젠가는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떠나고 싶을 겁니다.

    자, 그럼 생각해 봅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요?

    길지도 않은 인생에 직업으로서, 아니면 경험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쭉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가령, 물리학자가 되려면 대학도 가야 하고 대학원도 가야 하고 영어도 배워야 합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겠죠?

    이와 같이, 자기가 한평생 살면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우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나서, 그 일을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세요.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고 고민하는 것은 실제로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이 단지 시간 보내기일 뿐이라면 빨리 그만두고 좀 더 내가 원하는 일에 가까운 일을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단 한가지라도 잘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못하는건 절대로 나쁘거나 부끄러운게 아니죠. 예를들어, 10년간 피아노를 죽어라 연습한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없다면 그 사람은 피아노 치는 것을 그만 두거나 훨씬 더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처음 보자마자 잘 칠 수는 없을 겁니다. 가끔 처음부터 무언가를 잘하는 복받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이 잘하는 그 능력을 원하는가, 그것을 하고 싶어하는가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하고싶은 것을 잘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잘 하는 것을 하고싶게 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우선을 두는 것이 좋을까요? 만약 인생이 한 번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정해야 합니까? 그것은 오직 자신의 마음을 따라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다른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닙니다. 나는 나의 꿈을 따라가야 하고, 다른 사람의 꿈을 따라가면 안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 또 달라져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없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하면 안된다 해도, 적어도 자신의 마음 속에는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분명함이 당신을 그 꿈을 향해 추진시킵니다.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해졌다면, 그 다음 단계는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온라인 게임을 보면, 임무가 주어지고 그 임무를 완수하려면 가상 세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일어나죠. 실제 세상에서도 비슷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꿈을 직접, 곧바로 이루는게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나쳐야 하는 과정이 대단히 많이 있죠. 그 수많은 과정중에서 단 한번이라도 포기해 버린다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여 꿈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죽을 때 까지 포기하지 않더라도 이룰 수 없는 꿈도 있으며, 노력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이루어지는 꿈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그 꿈을 포기한다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설령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포기한 이후에 이루어진 꿈은 더이상 당신의 꿈이 아니고 장래희망이 아닙니다. 당신의 미래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정해졌고 그 일을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정해졌다면, 각각의 과정을 이루기 위한 목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시 세부적인 것들을 고민해 볼 수 있겠죠.

    세부적인 목표들까지 세워졌다면, 이제 시간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이루어질지 추정을 해야 합니다. 저같은 경우,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대학에 가야 했으므로 고등학교까지는 무사히, 그리고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고, 대학교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계획이 세워집니다.

    한번에 계획의 자세한 부분을 모두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알 수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그 꿈을 이루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무엇을 신경써야 하는지 알 수도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계획은 세울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면서, 지금 해야 하는 것들을 처리하면서,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밀어붙입니다. 먼 미래에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까운 미래에 어떤 상태에 도달해야 하는지, 목표를 세우고 목적을 분명히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이 세워졌다면, 이제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됩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계획을 조금 수정하거나 약간 여유를 두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하다가 그만두고 싶으면 포기하면 됩니다. 물론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하다가 포기하는 것 역시 쉬운일은 아닙니다.

    그럼, 공부는 왜 해야 하냐고요?

    위에서 얘기한 것들은 대단히 이상적인 과정입니다. 다 큰 어른들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원하는걸 안다고 해도 그 중간에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고 못한다고 괜히 좌절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하고싶은 소망을 평생 시도하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사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해도 평생을 그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짜 하고싶은 일”이라는 것에 도전하기 전에, 자신의 능력이 얼마정도 되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소설가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맞춤법을 잘 모른다면 좋은 소설을 쓰기 어려울 겁니다.

    공부는, 특히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이러한 것들을 하기 위한 괜찮은 기초단계가 됩니다. 솔직히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사회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사교과서의 서술 방식에 관한 문제라든가, 경제교과서의 자본주의 사상 서술에 관한 문제 등등, 대체 이게 진실인지 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외우고 공부해야만 합니다. 더불어, 선생님이 재미 없으면 과목도 재미 없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사회에 나가게 되었을 때, 그런 정도의 기초지식도 없으면 세상은 더 이해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복리 계산하는 방법을 분명히 배우죠. 돈을 얼마를 대출 받고서 이걸 몇년 안에 갚으려면 이자가 얼마니까 한달에 얼마씩 내야 한다는, 뭐 이런 종류의 문제는 시험 문제에도 나오고 수능에도 자주 나옵니다. 이런 문제는 중간고사에서 틀려도 사는데 별 지장은 없습니다. 수능에서 틀린다 해도 죽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어른이 된 다음이죠. 당장 아파트를 구해야 집에 들어가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그러는데 자기 소득 수준에서 대출을 얼마를 받아야 하고 이걸 몇년만에 상환해야 하는데 얼마씩 갚아야 하는지 계산을 못하면, 또는 그래서 사기를 당한다면, 이건 바로 빚더미에 올라앉는 지름길이 됩니다.

    사회 과목에서 복지 정책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중고등학교때는 단지 시험문제에 불과하지만, 그게 20년, 30년 뒤에는 당장 자기가 먹고 사는 문제가 됩니다. 중학교 중간고사에서야 틀린다고 밥을 안주진 않죠. 하지만 40살 먹어서 명예퇴직하고 연금 못받으면 밥을 굶어야 합니다.

    이렇듯, 중학교때, 고등학교때는 관심없고 재미없어서 수업 안듣고 시험 0점 받아도, 그냥 자기 기분이 조금 안좋을 뿐 밥을 굶는다거나 길거리에서 자야 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다 커서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몰랐다고 용서가 되는게 아니라 정말 굶어야 하고 정말 길거리에서 잠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겁주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서울역에서 노숙하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몇달 전,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서울역에서 잠을 자야 하고 한끼 먹을거리를 걱정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던 사람들입니다.

    자, 그러므로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꿈을 이루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