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학술

  • 양자 키 분배 알고리즘

    양자 암호화 알고리즘의 핵심 부분 중 하나는 양자 키 분배 알고리즘이다. 공부한 것들을 요약해서 적어둔다.

    얽힌 상태를 만들 수 있는 2상태 양자계는 뭐든지 써먹을 수 있지만, 일단은 광자의 편광을 기준으로 한다. VH편광과 DA편광, 이렇게 두개를 측정 기저로 사용해 보자.

    D=H+V이고 A=H-V이다.

    BB84 프로토콜

    제일 처음 제안된 프로토콜이다. 일단 앨리스가 단일광자광원을 준비한다. 얘는 신호가 들어가면 광자를 딱 1개만 내보내는 그런 광원이다.

    앨리스는 밥에게 V, H, D, A중 아무거나 하나로 편광을 만들어서 보낸다. 밥은 앨리스로부터 받은 신호를 V, H, D, A중 아무거나 하나로 측정한다. 각자 측정한 방법이랑 측정 결과를 잘 기록해 둔다. 그리고 측정이 다 끝나면 앨리스와 밥이 각자 어떻게 측정했는지 측정 순서를 서로 공유한다. 측정 순서를 공유하는 통신은 보안이 될 필요가 없다. 그냥 확실하게 전달되기만 하면 된다. 누가 봐도 됨.

    그럼 앨리스랑 밥은 똑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경우만 골라서 암호화 키로 사용한다. 그리고 자기가 보내고 싶은 메시지를 암호화 해서 통신한다.

    앨리스가 V나 H로 측정한 경우 밥이 D나 A로 받게 되면 결과가 맘대로 나오기 때문에, 측정 결과 자체를 꺼내가지 않는 한 측정 방법의 공유만으로는 암호화 키가 새어나가지 않는다. 키를 미리 만들어서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뭐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결과를 알고 나서 그 중에 맞는 것만 골라내기 때문에 안전하다.

    문제는 광자가 한번에 2개 이상 나오는 경우가 자주 있으면, 중간에 도청자가 광자를 골라내서 자기도 같은 측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송 채널과 검출기가 완벽하지 않으면(100%전달 100% 검출이 안되는 경우), 신호가 안 나오는 것이 도청‹š문인지 검출기 문제인지 전송 채널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bennettc198469790513.pdf에 액세스하려면 클릭하세요.


    B92 프로토콜

    BB84 프로토콜의 두명의 B중 하나가 좀 더 개선된 제안을 내놓았다.

    여기서는 H랑 V만 사용한다. H는 0을 배당하고 V에는 1을 배당한다.

    앨리스는 H로 보내거나 V로 보낸다. 밥은 H로 받거나 V로 받는다. 앨리스가 H로 보냈는데 밥이 H로 받으면 측정이 잘 되겠지. 앨리스가 H로 보냈는데 밥이 V로 받으면 측정이 안되겠지. 앨리스가 V로 보낸 경우도, 밥이 V로 받으면 측정이 잘 되고 밥이 H로 받으면 측정이 안된다.

    이제, 밥은 앨리스한테 “됐다”랑 “안됐다”만 알려주면 된다. 그럼 그걸 도청해도 뭐가 됐는지는 알 수 없고, 두 사람은 됐다-안됐다 결과랑 자기가 실험한 V/H 선택 결과를 알고 있으므로 그중에 “됐다”만 골라서 암호화 키로 쓰면 된다.

    여전히 광자가 2개 이상 생성되는 광원을 사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http://journals.aps.org/prl/pdf/10.1103/PhysRevLett.68.3121

    Eckert 프로토콜

    중간에 찰리가 얽힌 2광자 광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앨리스에게 보내고 다른 하나는 밥에게 보낸다. 앨리스는 V, H, D, A중 아무거나 골라서 측정하고, 밥도 마찬가지로 4개중 하나를 맘대로 측정한다. 그리고 서로 어떻게 측정했는지만 공유하고 결과는 알리지 않는다. 양자역학에 의해,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경우 서로 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에 서로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경우만 골라서 암호화 키로 사용하기로 한다.

    BB84랑 같은데, 확실하게 여기서는 앨리스와 밥은 각각 1개의 광자만을 받게 되므로 보다 안전하다. 그러나 여전히 확실하게 검출할 수 있는 검출기가 필요하다. 검출기가 신호를 놓치게 되면 키 교환율이 떨어진다.


    http://prola.aps.org/pdf/PRL/v67/i6/p661_1

    Device independent QKD

    Measurement Device Independent QKD

    Plug and Play Measurement Device Independent QKD

    위의 세가지는 다음 기회에…

  • 어떻게 선택하는가?

    페이스북에 결정장애를 위한 선택 방법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 읽어 보았더니 그럴듯하면서도 결국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다시 내가 정리해서 쓰려고 한다.

    선택은 어려운 일이다. 점심에 뭐 먹을까 정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어느 직장을 갈 것인가, 누구의 라인을 탈 것인가 하는 것 까지 여러가지 선택이 있다.

    선택에 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다. 특히,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너무 크게 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너무 적게 평가했다가 막상 실패하게 된다면, 예상보다 더 큰 손해를 보고, 보지 않아도 될 수고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실패 비용을 너무 크게 잡은 경우에도, 이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손해이다. 따라서,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 여러가지 선택지 사이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치를 정확히 평가한 후, 그중 가장 가치있는 것을 고르면 된다.

    선택지 사이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른 방법이 있고, 그 중 어느 것이 맞다거나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내 경우, 이 글에서 소개하는 방법을 조금 변형해서 사용하는데, 다음과 같다.

    1. 선택지를 모두 쓴다.

    무언가 빠트린 것이 없는지 깊이 생각한다. 매우 중요한데, 실제로 자신이 가치있는 것을 빠트리게 되는 경우, 선택을 하고 나서도 찝찝할 수가 있기 때문에 먼저 자신이 고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다 작성한다. 또한, 이것은 종이에 글자로 써 두자. 시각화 되어서 눈으로 보이게 되면 보다 선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쓰는 것은 항목별로 세로로 쓰자.

    2. 선택지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을 쓴다.

    이건 가로로 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딱 알겠지만, 표를 만들어 두라는 뜻이다. 선택지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적는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점끼리, 단점끼리 나눠 두는 것이 좋다. 이 때,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한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소심하면 소심한 사람답게 자세하게 써도 된다. 현 시점에서 생각나는 모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적는다. 주워들은 것도 쓴다. 별걸 다 써 보자.

    3. 선택지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에 따라, 각 선택지의 점수를 평가한다.

    가로와 세로를 적었으니 줄을 치고 표를 만들어서 각 칸에 점수를 쓸 수 있다. 일단 숫자로 몇점을 주거나에 상관 없다. 이것은 선택지의 가치를 따지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각 평가 항목에 대해서, 선택지가 주는 가치가 반영되도록 순서가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이 순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항목에 대해서는 100점만점으로 하면서 다른 항목은 10점 만점으로 하는 등, 그런건 상관 없다. 내키는대로 점수를 주자. 중요한건 각 항목에서 선택지의 가치에 대한 순서는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4. 장점인 것은 +로, 단점인 것은 0로 해서 가치를 다 더한다.

    가치를 다 더하고 나면 이제 그중 가치가 가장 높은 것이 당신의 선택이다. 망설임 없이 그것을 고르도록 한다. 만약, 그걸 고르는데 있어 뭔가 찝찝함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위에 세가지 과정 중에서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뜻이다. 또다른 선택이 있거나, 다른 평가항목이 있거나, 점수를 잘못 쓴 것이다. 따라서 다시한번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또는 다른 사람과 깊은 상담을 하면서 빠트린 것이나 잘못한 것을 고쳐야 한다. 이 얘기를 다른 사람과 할 때, 그 상대는 당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좋다. 당신이 보지 못한 관점에서 당신이 처한 문제를 바라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짚어 줄 수 있다. 특히, 이 사람이 뭘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를 해댈수록 당신이 어떻게 선택을 해야 할 지가 좀 더 선명해진다.

    5. 주의사항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마라. 잘 선택하는 것도 훈련이다.

    자신의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핑계를 대지 마라. 조언을 많이 듣고, 어떤 경우에도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누군가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것 역시 자신의 선택이다.

    선택은 실패할 수 있다. 아니, 당신은 당연히 실패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포기는 해도 되지만 좌절은 하지 않는다.

    6. 초 간단 선택법

    잘 안되면 그냥 1번을 진행하고 제일 처음 쓴걸 고른다. 정답이다.

    오답이면 또 어떤가. 어차피 선택을 잘 못한다면, 아무거나 골라도 되는거 아닌가?

    이 말에 대해 잘 생각해 보자.

  • 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소통이다.

    솔직히 말해서, 최근 소통을 부르짖는 정치인중에 제대로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람중에 좋은 사례가 있으면 댓글로 알려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소통을 해야 제대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http://snowall.tistory.com/1287

    장자는 제물론에서 두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함을 역설하였다. 하지만 소통하지 않고는 타협이란 불가능하므로, 어떻게든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소통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상대의 의견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그 의견을 자신이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여부에 상관 없이 상대방의 생각을 마치 자신의 의견처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 자신이 이야기하면 마치 자신이 그 의견에 대해서 지지를 표명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자신이 말하는 것을 처음부터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 그 자신의 의견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의견을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그 의견을 지지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해 오해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서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내가 먼저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상대방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의견을 지지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지하건 부정하건 그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또 그걸 반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은 ‘지지한다’도 아니고 ‘반대한다’도 아니다. 내 의견은 내 의견대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이고, 상대방의 의견은 그 의견 그대로 내가 이해하겠다는 뜻이다. 내 의견과 상대의 의견이 같건 다르건 그건 그냥 우연이지 내가 상대방의 주장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그걸 지지하고 생각하면 안된다. 같은 얘기를 세번째 반복한 것 같은데, 이 얘기를 진짜 못알아듣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얘기하고 있다.

    중요한건, 상대방의 의견을 내 의견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내 의견처럼 말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게 내 의견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는 것이다. 네번이나 말했다. 이제 이건 그만 말해야겠다. 지겨울테니까. 이렇게 말하고도 못 알아들으면 그건 바로 다음 문장에서 서술했듯이 내 잘못이겠지.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자기부정)

    나는 그렇게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상대방이 내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상대방도 나처럼 내 의견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상태이다. 하지만 그걸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 다음의 방법으로는 내가 좀 더 잘 설명하는 것 밖에 없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한건 내가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다른 방법, 더 쉬운 방법, 새로운 근거로 설명하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의 의견을 이해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로 상대의 의견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서 상대방에게 설명하면 된다. 상대방의 의견을 서로 이해한 대로 다시 한번 이야기 하면,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이해했는지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잘 이해가 안된 것 같다면, 다시 설명하고, 다시 설명하고, 다시 설명한다.

    이와 같이 소통은 매우 지루한 작업이다. 하지만 그 지루한 작업을 해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바빠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소통할 여유가 없고, 그러니 우리나라 정치판이 개판이지…

    뭔가 이상한 결말로 샌 것 같지만.

  • 나는 누구인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이름은 ‘빈치에서 온 레오나르도’라는 뜻이다. 즉, 지금 이메일 주소 체계와 같다. snowall@gmail.com은 gmail.com에 있는 snowall 이라는 뜻이다.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공인인증서를 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나라고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다른 사람에게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뿐이다.

    진짜 난 어디에 가고, 내 신분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라도 내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 장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는 시간가는줄 모르고 즐겁다.

    그렇다면,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평생을 행복하게 보낸 사람은 장수한 것인가 단명한 것인가.

    장자는 어린아이보다 오래 산 사람이 없고, 팽조만큼이나 짧게 산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

    과연 그러하다.

  • 광섬유 정렬할 때

    광섬유에 빛을 집어넣을 때, 광섬유 표면에서 약 4%의 반사가 일어난다. 이것은 프레넬 반사 때문이다. 이 반사를 막기 위해서 표면에 코팅을 할 수도 있다. 아무튼.

    광섬유에서 빛을 꺼내서 공간 속을 진행시킨 후, 다시 광섬유 안으로 집어넣는 장치를 만든다고 해 보자. 거울 몇 개와 렌즈 몇 개를 이용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저 정렬을 정확히 했다면, 양쪽 광섬유의 두 끝은 광축에 대해서 평행한 거울이 된다. 광 경로가 아무리 꼬여 있어도 광학적으로 두 광섬유 표면은 평행한 거울이다. 이것은 일종의 공진기를 형성한다.

    공진기는 자체적으로 공진주파수를 갖고 있다. 두 거울 사이의 거리가 정확히 파장의 정수배가 되는, 그런 빛들에 대해서 투과율이 올라간다. 광 경로가 길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거울들은 흔들릴 것이고, 따라서 공진주파수는 계속해서 변한다.

    공진주파수가 변하므로 이쪽 광섬유에서 나온 빛이 저쪽 광섬유로 들어가는 비율은 굉장히 크게 출렁거린다. 10%이상 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두 광섬유 표면이 평행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로 광섬유에서 나온 빛을 다시 광섬유로 집어넣을 때에는, Angled Plane Contact 처리가 된 광섬유를 사용해야 한다.

    한 두달 삽질한 것 같네. 역시 인간은 공부를 해야 사람이 되는 법이다.

  • 아이가 타고 있어요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CategoryCode=0005&NewsCode=201407071411310080007961#z

    운전을 하다보면 차량 뒤쪽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든가 혹은 그와 같은 의미를 갖는 문구 스티커를 붙여둔 차량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운전을 11년째 하고 있는데, 운전하면서, 혹은 길에 다니면서, 혹은 주차장의 차들을 구경하면서, 봤던 차들 중에 단 한대라도 차량 뒷면 유리창이 아닌 다른 곳에 저 스티커를 붙여둔 차량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내가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튼 단 한대도 보지 못했다. 최근에도 그렇다.

    위의 기사에 따르면,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는 차량 사고가 났을 때 몸집이 작은 아이를 발견하지 못할 수 있으니 빠트리지 말고 구조해 달라는 뜻으로 붙여두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스티커는 깨지기 쉬운 유리창이 아니라 차량 뒷면에 붙여 두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하지만 차량 유리가 깨질 정도의 사고라면 차량 뒷면이라고 해서 멀쩡할리가 없다. 또한, 요새는 하도 많은 사람들이 붙이고 다녀서 그냥 ‘장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타고 있어요’를 제대로 붙이기 위해서는 뒷면을 비롯한 양 옆 문짝에도 붙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세 곳의 스티커 중 적어도 하나는 모양을 보존하여 아이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고, 양 문짝에 붙이는 사람은 별로 없으므로 정말로 아이가 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더 확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세 곳의 스티커를 모두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이 경우까지 신경써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뒷면에 붙이는 경우에도 오히려 차량 유리에 부착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워 하지 말고 세군데 붙이자. 난 아직 아이가 없어서 붙일 필요가 없다. ㅜㅜ

  • 펄스 압축/확장을 이용한 초강력 레이저 증폭 기술

    펄스의 밝기를 크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레이저 펄스의 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득매질(Gain medium)이 필요한데, 이득매질도 물질이므로 레이저의 강력한 전기장에 의해서 손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Q스위칭과 모드잠금법 이후로 별다른 발전이 없던 레이저 펄스의 최대 밝기는 CPA기술이 도입되면서 혁명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일단 CPA – 공인회계사 아니다 – 가 뭔지 알기 위해서, 펄스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건 코사인 함수를 몇개 더해본건데, 주기가 2pi의 1배, 1/2배, 1/3배, … 인 것들을 8개 모아서 더한 함수이다. 만약 이런 것들이 무한히 많이 더해지게 되면 2pi마다 뾰족 솟아있는 펄스가 나타나고, 그 외의 부분에서는 0에 가까운 모양이 된다. 이것을 펄스 열(Pulse train)이라고 부른다. 이런 모양의 펄스를 만드는 기술을 모드 잠금(Mode-locking) 기법이라고 하는데, 모드 잠금 기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한번에 다 다루기에는 너무 길다. (Q스위칭 기법도 있는데 펄스를 만들기는 하지만 이것과 완전히 다른 기법이다.) 그리고 위의 설명은 모드 잠금이나 펄스 생성에 대해서 전부 다 얘기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알아야 하는 것은 펄스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주파수의 빛을 잘 더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x=0일 때 각각의 코사인 함수에 들어가는 값이 모두 0이라는 점을 주의깊게 봐 두자. 즉, 코사인 함수들의 위상이 모두 0으로 맞춰져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모드 잠금 기법에서 나오는 펄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아무튼간에, 그런식으로 펄스열이 만들어진 경우, 펄스 하나를 골라 보면 얼추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된다.



    제일 첫 그림에서는 전기장을 나타냈지만, 여기서는 전기장의 제곱인 밝기를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사실 ‘밝기’란 평균적인 개념이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기장이나 전기장의 제곱 그 자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전기장의 포락선(Envelope)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펄스 모양인 가우스 펄스를 나타냈다.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그 시점에서의 밝기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그림은 여러개의 펄스를 같이 나타낸 것인데, 펄스의 길이는 길어지고 펄스의 최대 밝기는 약해지는 경우에 대해 몇가지를 그려 보았다. 여기서 몇가지 용어를 알아야 하는데, 펄스 에너지는 펄스 밝기를 음의 무한대에서 양의 무한대까지 적분한 값이다. 밝기가 일률이므로 여기에 시간을 곱해서 적분하면 에너지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자, 그럼 Chirp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새가 지저귈 때 낮은음과 높은음을 바꿔가며 부르는 것을 말한다. 광학에서는 시간에 따라 주파수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에 따라 주파수가 변한다는 말은, 시간에 따라 파장이 변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시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펄스를 생각하면 된다. 뭔소린지 이해가 안가면 다음의 동영상을 보자. 아주 간단하게 Chirped sound를 만드는 방법이다.



    Chirp이 없는 펄스의 전기장을 나타내면 이와 같은 모양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Chirp을 갖고 있는 펄스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보이게 된다.



    대체 Chirp이 있고 없고가 왜 중요한가?

    Chirp이 없는 경우 펄스의 길이가 가장 짧으며, 펄스의 모양은 가우스 함수에 가깝다. (정확히는 하이퍼볼릭 시컨트 함수에 가깝지만, 가우스 함수에도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Chirp이 생기게 되면 파장이 긴 빛과 파장이 짧은 빛 사이의 위상이 차이가 나게 되면서 펄스의 길이가 길어진다. 이게 왜 이렇게 되냐하면, 가장 위에 그렸던 펄스 그림을 그릴 때에는 합쳐주는 각각의 코사인 함수의 크기가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동수(또는 파장)에 따라 코사인 함수의 크기가 같을리가 없으며, 어떤 파장은 밝고 어떤 파장은 어두울 것이다. 이것을 ‘스펙트럼’이라고 부른다. 스펙트럼이 주어져 있을 때, 만약 각 파장들 사이의 상대적인 위상차이가 모두 0이라면 이것을 Transform limited pulse, Chirp-free pulse, Unchirped pulse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무엇이 제한(limited)인가 하면, 주어진 스펙트럼에서 이보다 더 짧은 펄스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파장들 사이의 위상차이가 존재해서 시간에 따라 도달하는 진동수가 다르다면 이것은 Chirped pulse라고 부른다.

    일단 그럼 그냥 펄스에서 Chirped pulse를 어떻게 만드는지 생각해 보자. 빛을 색에 따라서 나누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접하기 쉬운 프리즘을 이용해 보자.



    프리즘을 이용해서 빛을 분리시켰다가 다시 모으는 모습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봤던 것 같은데, 사실 위와 같은 식으로 하면 제대로 안될 뿐만 아니라 일단 위의 그림은



    틀렸다



    . 잘 생각해 보면, 아래쪽 그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왼쪽 프리즘에서 꺾이는 각도와 오른쪽 그림에서 꺾이는 각도가 달라야 하는데, 두 프리즘을 저렇게 평행하게 정렬해 두었을 때 저렇게 꺾일리가 없다.




    http://cont2.edunet4u.net/~khy547/help/help6.html

    이렇게 되는게 제대로 된 그림이다. 프리즘2를 지난 다음에 빛은 평행광이 되지만 백색광이 되지는 않는다. 위치에 따라 파장이 다르다는 걸 봐두자. 백색광을 분리시켰다가 다시 합치기 위해서는 프리즘이 2개가 아니라 4개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두자. 무려 이것은 상식이다! 광학 시간에 선생님이 잘못 얘기하면 아는척도 할 수 있다.




    http://frog.gatech.edu/pulse-compression.html

    실제로는 위와 같이 해야 색이 제대로 분리되었다가 합쳐진다.

    위의 그림에서는 Chirp이 있는 빛이 들어가서 백색광이 나왔지만, 반대로 집어넣으면 당연히 백색광이 들어가서 Chirp이 있는 빛이 나오게 된다. 그럼 어째서 Chirp이 생기는 것일까? 아까도 얘기했지만, Chirp은 파장에 따라 다른 시간에 달리게 될 때 생기게 된다. 위의 그림을 보면, 백색광이 들어갈 경우 공기중에서 빨간색이 진행하는 경로가 보라색이 진행하는 경로에 비해서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프리즘 안에서 빨간색이 진행하는 경로는 보라색이 진행하는 경로에 비해 길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무튼, 위와 같은 기법을 통해서 펄스의 Chirp을 조절해서 펄스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 있는데, 펄스의 길이를 늘이는 장치를 확장기(Stretcher)라고 부르고 줄이는 장치를 압축기(Compressor)라고 부른다. Chirp을 조절하지 않고 펄스 길이를 늘이거나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펄스를 증폭하기 위한 준비가 된 것이다. 제일 처음에 썼듯이, 펄스의 밝기를 발?하는데 가장 곤란했던 점은 펄스가 너무 강력해 지면 이득매질을 비롯한 레이저를 이루는 광학장치들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펄스를 길게 늘이면 어떻게 될까? 펄스 전체의 에너지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펄스의 길이를 길게 늘이면 펄스의 최대 밝기는 어두워진다. 따라서 광학계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확실히 낮아진다. 그러므로 이렇게 압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레이저를 증폭한 후 다시 압축하게 되면 펄스 전체의 에너지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에너지가 확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위 그림을 참고한다면, 일단 빨간색의 씨앗 펄스를 갖고서 녹색 펄스로 바꾼다(확장기). 그 다음 이것을 파란색 펄스로 만든다(증폭기). 그리고 나서 표적에 쏘기 직전에 보라색 펄스로 바꾼다(압축기). 실제로는 위에 그린 그림보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확장, 증폭, 압축이 일어나며 이 과정을 통해서 극한 영역의 에너지를 가지는 레이저 펄스를 만들 수 있다.

    펨토초 수준의 펄스 씨앗을 증폭기에 넣기 전에 확장기에 넣어서 1000배에서 100000배까지 긴 펄스로 바꾼 후, 광학계가 얻을 수 있는 최대 허용 밝기까지 극한으로 증폭한다. 하지만 아직 압축되지 않았으므로 이것은 펄스가 낼 수 있는 최대 밝기가 아니다. 이제 사용하기 직전에 압축기에 넣어서 펄스를 압축하게 되면 기존에 모드 잠금 기법으로 낼 수 있었던 메가와트급 레이저를 뛰어 넘는 테라와트급 레이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http://www.newworldencyclopedia.org/entry/laser

    모드 잠금 기법이 개발된 이후 거의 30년간 정체되어 있던 레이저 밝기가 CPA기술이 적용되는 순간 확 꺾이면서 올라갔다는 점에 주목하자.

    여담이지만, 지금 광주(전라도에 있는)에서는 4PW급 레이저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금도 1.5PW급 레이저는 쓸 수 있다. 이정도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도의 초강력 레이저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설에서 100TW에서 1PW를 구축하는 기간에 일했던 곳이다보니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지식을 정리해 보았다.

    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일단 아래의 글을 읽어보고 댓글로 토론을 하면 좋겠다.

    – 현재는 IBS의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에 있는 극초단 광양자빔 시설의 소개와 펄스 증폭 기술에 관한 좋은 글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795_article.pdf에 액세스하려면 클릭하세요.

    – 릭 트레비노 교수의 초고속 광학 강의 노트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http://frog.gatech.edu/

    –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는 IBS의 연구단 소개를 참고해 보자.


    http://www.ibs.re.kr/kor/sub03_03_05.do?gubunCode=corels_kr

  • 물리학과에 오면 무엇을 배우나요?

    이런 질문이 있어서, 물리학과로 진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한 과목 소개를 하도록 하겠다.

    *이 과목들은 내가 졸업한 중앙대학교 물리학과 기준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다른 과목을 더 배울 수도 있으나, 기본 과목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선 크게 4대역학과 나머지로 나눌 수가 있다. 4대역학이란 고전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열/통계역학이고 나머지는 수리물리학, 현대물리학, 광학, 고체물리학, 입자물리학, 핵물리학, 전산물리학, 플라즈마물리학 등이 있겠다.

    일반물리학 – 물리학과 1학년때 배우며, 모든 대학의 물리학과에서는 기본적으로 배우는 과목이다. 정말 일반적인 물리학을 배우며, 물리학과에서 졸업할때까지 배우는 모든 내용을 다 배운다. 즉, 일반물리학만 제대로 이수해도 나머지 3년을 적당히 버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일반물리학에서 배우는 내용은 앞으로 소개되는 내용들을 “간략하게” 배우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고전역학 – 4대역학의 하나. 일반역학, 해석역학이라고도 한다. 배우는 내용은 뉴턴의 역학 이론, 뉴턴의 중력 이론, 라그랑지/해밀턴 역학 이론, 회전 관찰계의 동역학, 파동 역학, 특수 상대성 이론 등을 배우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과목이고, 물리학의 사고 방식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과목중에 가장 “상식적인”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기학 – 4대역학의 하나. 배우는 내용은 진공에서의 전기장, 물질 내부의 전기장, 진공에서의 자기장, 물질 내부의 자기장, 전기 회로, 전자기 회로, 맥스웰 방정식, 물질 내부의 전자기파, 특수 상대성 이론 등을 배우게 된다. 원자보다 큰 거의 모든 것에 적용되는 역학 이론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양자역학 – 4대역학의 하나. 배우는 내용은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슈뢰딩거 방정식만 잘 풀어도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1년동안 여러가지 경우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아무튼, 원자보다 작은 거의 모든 것에 적용되는 역학 이론이기 때문에 전자기학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덧붙이자면, 쿼크 등에 관해서 배우는건 대학원 과정이다.

    열/통계역학 – 4대역학의 하나. 배우는 내용은 열역학과 통계역학이다. 열역학은 어떤 복잡한 물리학적인 계를 나타낼 때 온도, 에너지, 부피 등 기본적인 양을 통해서 계를 조사하는 것에 관한 이론이다. 통계역학은 복잡한 물리학적인 계가 무지막지하게 많은 수의 작은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고, 작은 부분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률적으로 알 수 있다면 계 전체의 행동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부분이다.

    현대물리학 – 특수 상대성 이론과 초보적인 수준의 양자역학, 초보적인 수준의 통계역학을 배우게 된다.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을 바로 배우기 전에 충격을 좀 줄여주기 위해서 개설된 경우가 많다.

    광학 – 맥스웰 방정식, 기하광학, 파동광학을 배우게 된다. 많은 물리학 실험이 빛을 이용하여 측정하기 때문에 광학은 실험 물리학 부분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 과목을 듣건 안듣건간에 실험 물리학을 하려는 사람은 광학을 잘해야 한다. 또한, 광 통신이나 광 소재 등과 같은 실용 기술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에 4대역학에는 들지 않더라도 중요한 과목으로 꼽힌다.

    수리물리학 – 물리학에 필요한 수학적 기술들을 배우는 곳. 배우는 내용은 수학과 4년치 전공 전부이다. 덕분에 그 난이도는 학생들을 환상의 세계로 빠트려서 허우적대게 할 정도이다.

    고체물리학 – 고체 상태인 물질, 그중에서 결정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에 대해서 배운다. 기본적으로 양자역학이 요구되기 때문에 4학년 과목이 될 수밖에 없다. 원자들이 이루고 있는 결정상태 속에서 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연구하여 물질의 특성을 어떻게 알아내는지 연구한다. 반도체, 재료공학 등의 기초가 된다.

    입자물리학 – 우주를 이루고 있는 기본입자들에 관하여 배운다. 쿼크, 렙톤 등에 관해서 배우게 된다.

    핵물리학 – 원자핵을 이루고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이들이 많이 모여서 만들어진 핵에 관하여 배운다. 사실 양성자와 중성자 각각은 입자물리학에서 연구하지만, 이들이 수십개정도 모인 원자핵은 입자물리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크고 고체물리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에 독립적인 과목이 된다. 핵물리학을 배운다고 핵폭탄을 만들 수는 없다.

    플라즈마 물리학 – 원자들이 이온화되면서 준 중성을 유지하는 플라즈마 상태일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배운다. 플라즈마는 표면처리, 핵 융합 기술, 플라즈마 발전, 폐기물 처리 등과 관련해서 대단히 중요하다. 플라즈마는 유체이면서 전기를 띄고 있기 때문에 유체역학 방정식과 맥스웰방정식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난점이 있다.

    전산물리학 – 물리학의 이론이 발전하는 속도가 점차 빨라짐에 따라 실험으로 검증할 수 없는 영역까지 이론이 제안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경우, 실험을 해 볼 수 없으나 이론이 정확한지 검증하기 위하여 컴퓨터로 모의 실험을 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이하, 대학원 과목을 추가한다.

    일반상대론 – 아인슈타인이 만든 그 이론 맞다. 중력이론이며, 실제로 푸는 것은 4차원 공간에서 펼쳐지는 랭크4짜리 텐서 미분방정식이다. 이게 뭔지 모르겠으면, 미지수가 16개인 연립 2차 비제차 미분방정식을 푼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선형.

    고전역학 – 학부의 고전역학의 상위호환과목이다. 학부 고전역학에서 공부한 내용은 당연히 다 안다고 가정하고 그로부터 나타나는 보다 고급의 물리를 공부하게 된다. 천체의 운동에 관한 해석이라든가, 조석력이라든가. 그리고 고전적인 장론을 다루기도 한다.

    전자기학 – 학부 전자기학이 맥스웰 방정식에서 끝났다면, 대학원 전자기학은 일단 맥스웰 방정식을 쓰고 시작한다. 푸는 문제는 더 어렵다. 상황이 복잡해지긴 하는데 학부때 잘 해두었다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과목.

    양자장론 – 입자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인 게이지 이론을 배운다. 입자물리학이 아니더라도 이론물리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을 배우게 된다.

    파동광학 – 영의 간섭실험을 매우 엄밀하게 배운다. 빛의 파동성으로부터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공부할 수 있다.

    비선형광학 – 빛이 매우 매우 밝을 때 나타나는 신기한 현상에 대해서 배운다. 배우고 나면 그다지 신기하지 않지만. 고차조화파 현상이라거나, 매개파장변환, 유도 라만 산란, 유도 브릴루앙 산란 같은 현상을 배운다.

    양자광학 – 빛의 양자적 특성을 고려한 여러 현상들을 배운다. 다른 광학은 전부 빛의 고전적인 이론이며, 빛을 고전적인 파동으로 다룬다. 양자광학에서만 빛의 양자적인 특성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그리고 빛과 물질이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해서 고찰하게 된다. 양자장론이 비슷한 일을 하지만, 양자장론은 빛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게이지 이론에 대해 다루므로 조금 다르다.

    통계역학 – 양자통계를 기본으로 상전이 현상이나 좀 더 심도있는 통계적 현상을 공부하게 된다.

    여기에 나온 말들이 무슨얘긴지 모르더라도 물리학과로 진학해서 공부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어차피 다 배운다. 물론, 뭔지 알면 좀 쉬울수도 있고 모르면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내가 진짜로 하고싶은게 물리학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판단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여, 물리를 하지 말라는 얘기도 아니고 하라는 얘기도 아닌, 그냥 읽고 참고하라는 뜻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 디락은 어떻게 반입자를 생각했을까?


    디락이 어떻게 반입자를 생각했을까?라는 질문이 들어와서 답변을 작성해 보았다. 이하 답변 내용.



    일단, 음의 해와 양의 해, 두개가 나왔을 때 디락이 반입자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과정은 ‘디락의 바다’라는 개념을 통해서입니다. 스포일러부터 말씀드리자면 디락의 바다 개념은 틀린 개념으로, 완전한 개념은 아닙니다. 아무튼 디락은 디락의 바다 개념을 통해서 음의 해와 양의 해 두개가 반입자의 존재를 나타낸다고 추론했고, 어쨌든 맞았으니 대단하긴 대단한 사람인거죠.

    디락의 바다까지 가기 위해서, 즉 디락의 바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해 봅니다. 디락의 바다가 틀린 개념이라고 해도 그걸 이해하는 것은 꽤 중요한 개념들을 이해하는 중간 과정이므로 의미가 있습니다. 교양 물리학 강의 듣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중의 하나는 ‘대칭성’입니다. 대칭성이란 무언가를 바꾸더라도 결과적으로 바꾸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경우를 말합니다. 또는, 그런 특징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물리 실험을 여기서 하든 저기서 하든, 미국에서 하든 북한에서 하든 결과가 같다는 사실은 물리학 법칙 그 자체가 공간의 이동에 대해서 대칭적이라는 사실을 뜻합니다. 우리가 북한의 핵 개발을 물리학적으로 막을 수 없는 이유죠. 또는, 동쪽을 보고 실험을 하든 남쪽을 보고 실험을 하든 결과가 변하지 않는 것도 대칭성의 좋은 예가 됩니다. 낮에 하든 밤에 하든 상관없이 똑같다는 것도 좋은 사례죠.

    대칭성은 심지어 두 물체를 바꾸는 것에도 관여하는데, 실생활에서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이 직원이 받든 저 직원이 받든 처리 결과가 같은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다시 말해서, 물리학에서 두 입자를 바꾸었을 때 바꾸기 전과 실험 결과가 같다면 두 입자는 같은 입자입니다. 반대로, 두 입자가 같은 결과라면 두 입자를 바꾸더라도 실험 결과는 반드시 같아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험은 어떤 종류의 실험이든 상관 없습니다. 던지든 때리든 부수든 똑같은 실험을 하면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이것을 물리학에서는 ‘구분 불가능성(indistinguishbility)’라고 부릅니다. 작은 입자들은 개성이 없다는 뜻이죠. 전자1번, 전자2번 이런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양성자도 마찬가지고, 중성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빛도 마찬가지고요. (빛도 입자입니다.) 여기서, 이게 구분 불가능하다는 것은 ‘진짜로 모른다’는 뜻입니다. 이게 뭐 당구공 같은 거면 펜으로 칠해 둔다거나 해서 구분할 수 있겠지만, 입자는 그보다 더 작은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양성자나 전자에 뭘 표시해 둘 수 있는 펜이 있을리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짜로 두개의 전자를, 두개의 양성자를 서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바꾸는걸 우리가 보지 못한다면, 누군가 슬쩍 바꿔놓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절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어서, 또 다른 개념을 끌어옵니다. 물리학에서 작은 입자들을 기술하는 방법은 파동함수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파동함수는 이해하기 꽤 어려운 개념이지만 소리나 물결파 같은 것을 상상하셔도 충분합니다. 그냥 어떤 진동 같은 것이 공간을 퍼져나가서 저편으로 전달된다는 것이죠. 이것이 어째서 입자인가? 하고 물어보신다면 양자역학을 절반은 이해한 겁니다. (나머지 절반은 ‘이게 입자구나’하고 깨닫는 부분이라 쉽지 않습니다.) 가령, “내가 공을 던지면 이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100m를 날아서 떨어진다”는 표현을 물리학자들은 파동함수로 나타냅니다. 이상한 공식으로 되어 있는 파동함수의 그 어디에 도대체 저 문장이 숨어있는지 전공하지 않은 분들은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겠지만, 아무튼 물리학자들은 실제로 저렇게 된다는 사실을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검증해왔습니다. 사실 저 문장은 논문에 써 있게 되는 말이고, 파동함수를 해석한 결과입니다.

    자. 이제, 디락의 바다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물리학에서 입자를 구분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 중의 하나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이 기준은 입자가 갖고 있는 ‘스핀’이 짝수의 절반(1,2,3,4…)인가 홀수의 절반(1/2, 3/2, 5/2, 7/2, …)인가 하는 기준입니다. 스핀이 짝수의 절반인 입자들을 보존(Boson)이라고 하고, 스핀이 홀수의 절반인 입자들을 페르미온(Fermion)이라고 부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참고로 두 입자의 이름은 보즈와 페르미라는 물리학자들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특히 ‘보존’은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데 나오는 보존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보손’이라고 부르려고 시도했는데 국립 국어원에서 외국어 표기법 기준으로 ‘보존’이 맞다고 해서 보존이 되었습니다.(보손도 인정하긴 하는 것 같아요.)

    보존과 페르미온을 구분하는 기준은 스핀인데, 보존과 페르미온이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두 입자를 바꾸는 경우에 대한 대칭성입니다. 여기서 두 입자를 바꾼다는 것은 보존과 페르미온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두개의 같은 보존입자가 있을 때 그 둘을 바꿔보거나, 두개의 같은 페르미 입자가 있을 때 그 둘을 바꿔보는 일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물리적인 상황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우리는 바꾸기 전과 바꾼 후를 절대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파동함수에서는 중요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즉, 두 입자를 바꾸기 전과 바꾼 후의 부호가 달라집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보존의 경우에는 두 입자를 바꾸기 전과 바꾼 후의 부호가 같지만, 페르미온의 경우에는 두 입자를 바꾸기 전과 바꾼 후의 부호가 다릅니다. 쉽게 말해서, 다음과 같은 건데요

    AB=BA 이렇게 되면 보존이고, AB=-BA 이렇게 되면 페르미온입니다. 논문에도 저렇게 써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로 바꾼다는 행위에 대해서 파동함수가 왜 부호가 바뀌는지 이해하려면 좀 더 복잡한 수식을 거쳐야 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가 하면, A와 B가 같은 경우에 나타납니다. A=B라고 하면, 보존의 경우 AA=AA이므로 A는 아무 값이나 가질 수 있지만, 페르미온의 경우 AA=-AA이므로 무조건 0이 되어야 합니다. 이걸 해석하자면, 페르미온은 두 입자의 파동함수가 같으면 무조건 그 파동함수가 0일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파동함수가 0이라는 것은 그런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가? 곧, 두개의 같은 페르미온은 같은 장소에 존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두개의 같은 페르미온이 같은 상태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고, 여기서 ‘상태’에는 위치, 운동량, 에너지 등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숫자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뭐 하나라도 다르면 괜찮은데, 모든것이 다 똑같은 두 입자는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죠. 이것을 파울리의 배타원리(Pauli’s exclusive principle)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AB=-BA라는 성질이 그 자체로 디락 방정식의 유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까는 두 입자가 서로 같으면 절대로 구분 불가능하다더니 이제와서는 다 똑같을 수 없다는 거냐?고 물어보실 수 있는데, 우리는 입자가 존재하는 위치나 입자의 에너지는 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입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입자의 정지질량, 입자의 전하량, 입자의 스핀 값 등으로 구분하고, 이 값들이 같으면 같은 입자라고 봅니다. 즉, 아까 얘기한 구분 안된다는 것은 정지질량과 전하량과 스핀이 같은 두 입자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을 때, 이 두 위치를 바꾸는 것은 구분이 안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무튼 똑같은 두 입자는 완벽하게 똑같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제 입자-반입자 얘기를 해 보죠. 디락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슈뢰딩거의 양자역학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슈뢰딩거가 슈뢰딩거 방정식을 발표하자마자 알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냐면, 간단한데요, 간단히 수식을 몇 줄 써보겠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된 미분방정식입니다. 미분방정식은 어려운 개념이지만, 미분은 빼고 그냥 방정식만 쓰죠.

    슈뢰딩거 방정식: 입자의 에너지 = 운동에너지 + 위치에너지

    슈뢰딩거 방정식은 이런 구조인데, 아인슈타인은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공식을 썼습니다.

    아인슈타인 방정식: 에너지 = 상대론적인 질량

    뭔가 익숙한 E=mc^2 형태가 아니지만, 에너지=질량이 좀 더 이해하기에 쉽죠.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처음에 얘기했던건 저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식입니다.

    아인슈타인 방정식: 에너지^2 = 정지질량에너지^2 + 상대론적인 운동에너지^2

    위의 두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조금 달라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습니다. 둘이 왜 같은지 설명하려면 조금 긴 수식이 필요하므로 또 생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아인슈타인 방정식에서 에너지가 제곱으로 나온다는 점입니다. 자, 슈뢰딩거는 에너지를 그냥 쓰는데 아인슈타인은 제곱해서 씁니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를 낳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에너지를 1차로 다룹니다. y=ax+b라는 1차 방정식은 그 해가 딱 1개 존재합니다. 즉, 슈뢰딩거 방정식에서는 우변의 값들이 정해지면 좌변은 하나로 정해집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방정식에은 2차 방정식입니다. 우변의 값들이 정해져도 좌변이 하나가 아니라 2개가 나온다는 뜻이죠. 하나가 나오는 경우는 딱 하나인데, 우변의 값이 0이 되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입자의 정지질량이 0이어야 하고, 정지질량이 0인 물질은 없으므로 물질에 대해서는 항상 에너지가 2가지가 나오게 됩니다. 음수의 에너지 개념은 이제 디락에게 충격을 주게 됩니다. 사실 입자는 그 에너지를 양수로만 가질 수 있는데, 음수의 에너지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죠.

    그러나 디락은 자기가 얼마나 잘하는지 아는 천재였으므로 자기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즉, 에너지가 음수인 경우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엄밀히 말해서 이건 그냥 ‘직관’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디락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맞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리고 에너지가 양수인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도 분명하죠. 그럼 에너지가 음수인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사실 말이 안되는 경우를 도입해서 문제를 일반화하고 답을 구하는 경우는 수학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데요, 자연수에서 정수, 유리수, 무리수, 복소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잠시 옆길로 새서 딴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수’라는 개념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에는 자연수만 존재했습니다. 실제로 셀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나, 둘, 셋,…

    그러다가 덧셈이 발명됩니다. 둘 더하기 둘은 넷. 셋 더하기 둘은 다섯.

    덧셈이 발명되었으면, 매우 자연스럽게 뺄셈이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셋에다가 얼마를 더해야 일곱이 되는가? 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곱에서 셋을 뺀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럼 사람들은 항상 더 큰 수에서 더 작은 수를 빼는 것만을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어떤 수에서 그 수 자신을 뺀다면 무엇이 되는가? 라는 질문을 하다가 0을 발견합니다. (다만, 이건 0이라는 기호를 발명한건 아닙니다.) 0을 발견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발견인데, 어떤 수에 더하더라도 그 수가 그대로 남아있는 유일한 수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금단의 영역에 들어갑니다. 즉, 더 작은 수에서 더 큰 수를 빼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감히 상상도 못하던 ‘음수’라는 개념이 여기서 발견됩니다. 동시에, 자연수로만 이루어져 있던 수 체계는 정수로 확장됩니다.

    또, 덧셈과 뺄셈을 발견했으니 곱셈도 발견하게 됩니다. 둘 곱하기 셋은 여섯이죠. 넷 곱하기 다섯은 스물이고요. 어, 그럼 나눗셈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셋에 얼마를 곱해야 여섯이 되는가? 하는 문제들이죠.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생기는데요, 어떤 수들은 나눠지고 어떤 수들은 나눠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여섯은 셋으로 나누어지지만 여섯은 다섯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하나가 남죠. 여기서 수학에서 두가지 중요한 개념이 나오는데, 나눠지지 않는 경우들을 제대로 분석해서 소수(prime number)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나눠지지 않는 경우들을 나눌 수 있도록 해서 유리수(rational number)라는 개념이 나오게 됩니다.

    유리수를 통해서 나눗셈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드디어 수를 갖고 노는 사칙연산이 모두 발견됩니다. 네, 그럼 이제 곱셈을 통해서 사각형의 넓이를 구할 수도 있고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됩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다시 세 변중 두 변의 길이가 1인 직각이등변삼각형은 빗변의 길이가 유리수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죠. 여기서 유리수가 아닌 수, 즉 무리수가 등장합니다. 이제 유리수와 무리수가 합쳐져서 실수 체계를 완성하게 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2차 이상의 방정식을 풀다 보면 모든 해를 구하기 위해서 허수를 도입해야 하고, 허수는 실수와 합쳐져서 복소수 체계가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수학에서는 뭐가 안풀릴 때 마다 새로운 수 개념을 도입하고, 그렇게 도입한 수 개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여러가지 정리들을 증명해 왔습니다.

    디락은 물리와 수학을 둘 다 잘했는데, 특히 물리학을 기술하는 수학 방정식에서 나온 답은 그 어느것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에너지 방정식에서 나온 양수 에너지 해가 물리학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그것이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에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면 음수 에너지 해도 마찬가지로 의미가 있고 그것은 실제로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에 잘 맞아떨어져야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디락의 사고 과정입니다. (실제로 디락이 이렇게 생각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럼 그 다음에 디락에게 던져진 질문은,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에너지가 음수인 입자를 관찰할 수 없는가?입니다. 물리적인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관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째서 관찰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디락의 주장은 그냥 망상에 불과하게 되죠. 그래서 디락은 디락의 바다 개념을 도입합니다.

    물리학에서, 입자들은 항상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집니다.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지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은 위로 던진 공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봐도 됩니다. 그렇다면 에너지가 높은 어떤 상태가 있다면, 아인슈타인의 에너지 방정식에서 나온 대로 에너지 크기는 같고 부호는 반대인 그런 상태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부호가 반대이므로 당연히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던 입자는 당연히 그 크기에 해당하는 음의 에너지 상태로 내려가야 합니다. 입자는 항상 더 큰 에너지를 가질 수 있죠. (빨리 달리면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그럼 전체 에너지도 더 커집니다. 그리고 얼마든지 더 큰 운동에너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에 대응하는 더 낮은 에너지 상태는 항상 존재하고, 따라서 입자는 무한히 아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입자는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질 때 빛을 방출하는데, 만약 그렇게 무한히 아래로 내려간다면 우리는 우리 주변이 매우 환한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봐야 하거든요. 실제로 그렇지 않으므로 무한히 낮은 에너지 상태가 있더라도 실제로 그 상태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디락은 그래서 이 낮은 에너지 상태가 ‘이미 가득 차’있다고 가정합니다. 전자가 가득 차 있으면,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의해 그 공간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즉,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우리가 실제로 관찰한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싶어도 아래쪽에는 전자가 이미 가득 차 있으므로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따라서 빛이 방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우리에게 관찰되는가? 위쪽은 텅 비어 있습니다.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 수는 없겠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는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음의 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에게 적절한 에너지를 주어서 양의 에너지 상태로 끌어올리게 되면 전자가 하나 생성됨을 알 수 있죠. 또한, 음의 에너지 상태에는 구멍이 하나 생기게 되는데 이 구멍은 실제로 전자처럼 행동합니다. 전자기장에 대해서 전자와 반대로 행동한다는 것만 빼면요. 이 구멍을 ‘양전자(positron)’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디락은 반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했고, 이것은 나중에 실험으로 증명됩니다.

    그러나 지금은 디락의 바다 개념은 폐기되었는데, 보존 입자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최대의 약점이죠. 보존 입자도 반입자가 존재할 수 있는데, 보존들은 같은 상태에 겹쳐질 수 있으므로 아래쪽이 가득 차 있어도 계속 비집고 들어갈 수가 있거든요. 현재는 파인만이 주장한 대로,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는 입자를 반입자라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을 설명하려면 파인만 도표를 비롯해서 좀 더 많은 개념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실제로 디락이 이렇게 생각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디락은 방정식에서 나온 해가 있으니 물리학적으로 거기에 대응하는 실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증명되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론적으로 맞아야 하니까 실제로도 그런게 있을 것이라고 해서 발견된 사실들이 꽤 많다. 양전자도 그렇고, 중성미자도 그렇고, 쿼크도 그렇고, 쿼크와 렙톤의 3가지 족(맛깔)도 그렇다. 글루온도 그렇고.


    그러므로 언젠가 중력자도 발견될 것이라는 훈훈한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