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왜 배워야 하는가?

과학은 왜 배워야 할까요?

사람들이 눈치를 채건 말건 아주 많은 과학적인 주제들이 우리 주변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황우석 박사의 복제 소 논쟁, FTA와 광우병 파동, 구제역과 살처분, 전력위기와 원자력발전소, 후쿠시마
원전 사고, 4대강 정비사업과 환경오염, 구미 불산 유출 사고와 그 후속처리, 나로호 발사와 러시아… 당장 생각나는 굵직한
주제들만 놓고 보더라도 꽤 많네요. 그중 황우석 박사 얘기와 광우병 얘기를 빼면 전부 다 2012년에 문제가 되었던 주제들이죠?

과학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알려줍니다.


째로, 과학은 현재 인간이 갖고 있는 지식을 알려줍니다. 이 세상이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든지, 별에 작용하는 힘과 사람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다르지 않다든지, 이런 여러가지 사실을 알려주죠. 그리고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아주 많은 도구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금 주변에 보이는 물건 전부가 과학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에서 만들어 낸 것들이죠.


째로, 과학은 의심하도록 만듭니다. 아마 과학이 믿을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지도 모르지만, 과학은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당장, 내가 주장하는 것조차도 의심해야 하죠. 그래서 아무도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래서 더 정확하고 엄밀한 실험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 실험 결과를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거짓말은 금방
들통나게 되죠. 과학 논문이 대체로 믿을만한 것은 그렇기 때문입니다. 논문으로 발표된 것들은 어느정도 믿을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믿어도 됩니다. 물론 누군가는 조작을 하고, 누군가는 잘 몰라서 틀리고, 그런 일들이 있죠.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자신의 잘못을
먼저 말하고 인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과학자입니다.

셋째로, 과학은 뭐가 안되는건지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외부 동력 없이 영원히 작동하는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도 그게
가능하다며 이런저런 장치들을 만들어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구기관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현재의
이론은 그 외에 엄청나게 많은 사실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했고, 영구기관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아직까지 영구기관이 관찰된 적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성공적입니다. 그러므로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지식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죠.


째로, 과학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도록 합니다. 어떤 현상과 관찰된 사실이 있을 때, 아는 것은 관찰된 사실이지만 모르는
것은 그 원인이죠. 그 원인에 대해서 난 이렇게 생각해, 넌 저렇게 생각해, 이렇게 말하긴 하지만 증명되지 않은 이론은 언제나
“가설”로 취급받으며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과학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뭘 아는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른다면, 실력이 있건 없건간에 분명히 헛소리하다가 혼자
나자빠질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나라 과학 교육에서는 이런 것들을 가르치지 않아요. 뉴턴의
세가지 운동 법칙이나, 멘델의 유전법칙이나, 일정성분비의 법칙, 이런 것들은 매우 중요한 사실들이지만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운동법칙이 어째서 우리에게 의미있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게 중요하다고 하면 또 교육 정책 만드시는 분들은 어떻게 의미가 있고 어떻게 써먹는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교과서를 개편합니다만, 그게 아니죠.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아내는 그 과정을 배워야 하는데 그런건
가르치지 않아요.

내년에 대통령 되시는 분은, 노벨상이나 IT강국같은 헛소리는 그만하고, 세계
최초나 세계 최고같은 헛소리도 그만하고, 교육정책이나 잘 손봐서 제대로 된 과학교육이 이루지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교육
정책은, 비유하자면, 이번주에 씨뿌리고 다음주에 수확하려 하니 성과가 없다고 갈아엎고 또 씨뿌리는 삽질이나 하고 있는거죠.

어쩌다보니 얘기가 자연과학만 예를 들었지만, 사회과학, 심리학, 언어학 같은 인문과학 또한 과학입니다.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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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8개의 응답

  1. 
                  sno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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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은 성적이 좋아야죠. 그게 아니면 자신의 열정을 증명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해요. 어떻게 해서든.

  2. 
                 ict_doctor
                 아바타

    이제 수능끝난 고3입니다.. 학교에서 수업들을 때마다 너무 괴로웠어요.. 이론 알려주고 문제만 계속풀고… 과학을 배우는건지 그냥 성적만 나와야하는건지.. ㅠㅠ 1,2학년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3. 
                  sno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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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북한 욕을 하건, 말건,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있는데 말입니다.

  4. 
                후.
                아바타
    후.

    본문보다..댓글 보고 댓글 달고 싶은..

    이명박 정권 이후에 군대에서 그간 숨죽이던 인간들이 활개치는 것 같긴 하던데,

    그 정도군요.1980년대엔 장교들이 대놓고 여당 찍으라고 그러고 다니고 ,

    투표도 자유롭게 못하고 그랬다고 하는데, 이건 뭐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려는 건지..

    아..반공이 국교의 지위를 가지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12년 동안 북한 욕으로 시작해서

    북한 욕으로 끝나는 이념 교육을 시키고,반공 포스터,반공 글짓기,반공 웅변대회 한 걸로 모잘라서

    왜 북한 욕은 안 하냐니..

    남들이 평생 할 북한 욕을 12년에 다 몰아서 해서 그렇다고 해두면 어떨지..

  5. 
                  snowall
                  아바타

    네. 안될거예요 ㅋㅋ

  6. 
                  snowall
                  아바타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 남한에서 시위를 한다고 북한이 듣기나 하겠어요…-_-; 그러니 당연히 아무도 안하죠.

    종북주의자가 선동해서 일으켰는가의 진위 여부와 광우병 소를 수입해도 되는가의 가치판단은 전혀 무관한데도 그러고 있군요. 저런…

  7. 
                 하루
                 아바타

    과학 교육에 대해선… 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수능은 과탐을 2과목 선택할 수 있는데 왠만해선 물리를 고르려 하질 않아요. 교육과정이 바뀌어서 더욱 어려워져 점수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죠.

    실생활에 유용하게 써먹기 보단 여전히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 인서울 한 학생은 위너, 인서울 못할(못하는) 것 같은 학생은 루저로 만드는 관행이 깨지기 전까지는 아무리 교과서가 실생활에 유용하게 가도록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8. 
                 하루
                 아바타

    광우병 이야기를 하자면… / 군대에선 (정신 교육할 때) 이러죠. 광우병 파동은 ‘종북주의자들이 선동해서 일으킨 폭력 사태’라고, 정말 위험하다고 하면 다른 우리를 위협하는 사건(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선 왜 절대 시위를 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분명히 나쁜 일인데, 이건 분명히 종북주의자가 개입한 행동이라고 해요. 물론 소수의 종북주의자들도 존재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광우병 소를 수입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은 틀린 일은 아니었다. 란 전제로 이야기를 깔고 나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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