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톰 브라이언 지음)

마도서인가? – 거의 마도서급

금서인가? – 금서지정

이 책에 대해서 길게 떠들기 전에, 이 책의 장점 또는 좋은점 또는 긍정적인 부분을 먼저 몇 가지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친절한 설명과 상세한 참고문헌이다. 한국에서 나온 많은 마도서, 금서와 달리 이 책은 내용 구성도 잘 되어 있고 참고문헌도 잘 표시해서 궁금할 때 뭘 찾아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내용 구성이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좋은 책이냐고 한다면 그건 아닌데, 책 내용 전체적으로 건강에 관심이 있고 염려가 된다면 자기네 웹 사이트에 와서 물건을 사 가고 정보를 얻어가라는 내용이 많이 있다. 이건 그냥 평범한 교양서에서 볼 수 있는게 아니라 상업 카탈로그에서나 하는 짓인데, 좀 심각하다. 이 책에서는 면역력을 키워서 질병, 노화, 치매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전부 맞는지 틀렸는지를 검증하기는 내가 전공이 아니다보니 능력 부족으로 못할 것 같다. 이게 다 헛소리면 100% 마도서 확정이고… 하지만 저자의 주장들이 전부 맞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금서로 지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너무 상업적이다. 자기 웹 사이트에서 물건 사라는 말이 이렇게 많이 나온 책은 처음 본다. 이걸 돈 받고 판다고? 홍보책자는 공짜로 뿌려야지!

이 책에서는 전체적으로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여러가지 원인과 그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그 원인으로 밀가루, 설탕, 우유를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이것들은 빵에 들어가는 재료다. 어쩌다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빵을 먹지 말라는 것인데. 이 책에 따르면 이것들이 모르핀보다 10배나 높은 중독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85쪽, 95쪽, 97쪽). 그럼 국가에서 마약으로 지정했겠지. 기분이 안 좋아진다면 독약으로 지정했을 것이고.

특히 저자가 글루텐에 대한 증오는 분노에 가까운데,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 뿐만아니라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밀가루를 끊으면 누구나 증상이 개선된다고 써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대체로 통계나 역학조사로 입증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체험을 근거로 적혀 있다. 저자는 이쪽으로 관련해서 현지에서는 나름 유명인인 것 같고, 그럼 당연히 관련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겠지. 그럼 그 중에 검사에서 진단되지는 않았지만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이 갈 확률도 높을 것이고. 당연히 글루텐을 끊었을 때 좋아지는 사람들의 사례도, 빈도도 늘어날 것이다.

이 책은 내용이 다 이런 식이다. 본인의 오랜 진단 경험을 근거로 이것과 저것이 나쁘다고 하는데, 특별히 그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글루텐에 민감하겠지. 그럼 뇌에 문제가 있고 그 이유를 못 찾으면 무조건 밀가루를 끊어야 하는가?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

11장에, 드디어 전자파의 위협에 대해서 나온다. 전자파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다룬 책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리뷰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리뷰에서 많이 이야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전자기파의 위협에 대해서 방사선의 위험을 이야기하고나서 곧바로 전자파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뜨거운 물이 위험하니까 물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런식이면 뭐든지 위험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전자기파가 다 위험하니까 전자기기를 최대한 멀리 떨어트려두고,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모든 전자기파는 모두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특정 진동수의 강한 전자기파가 인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 안에 고기를 넣고 작동시키면 고기가 익는다. 당연히 그 안에 사람을 넣고 돌리면 사람이 죽거나 다친다. 그렇다면 전자레인지의 전자기파는 매우 위험한가? 맞다. 그렇다면 전자레인지를 쓰면 안되는가? 아니다. 바로 이 점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 ‘전자파 차단’ 휴대전화 케이스를 쓰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물리학자로서 매우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휴대전화는 기지국과 안정적인 통신을 하기 위해서 늘 통신상태를 점검하고, 기지국 신호가 약해지면 더 강하게 전파를 쏘고, 기지국 신호가 강해지면 더 약하게 전파를 쏜다. 인체의 건강을 배려한 조치일 수도 있지만, 이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약하게 전파를 쏠 수록 배터리가 오래 버틸 것이고, 강하게 전파를 쏠 수록 통화 품질이 좋아질테니 전자공학 설계자들이 그 중간에서 타협한 결과물이다. 그럼 여기서 전자파 차단 케이스를 쓰면? 실질적으로는 전파가 약해진 효과가 나타나므로 휴대전화는 전파를 더 세게 발생시킬 것이고, 결과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체에는 더 악영향이 나타난다. 기본적인 공학의 원리를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라서 이건 짚고 넘어가야 했다. 전자파가 걱정스러우면 전화기를그냥 꺼두자. 나에게 가끔이나마 오던 연락이 아예 안 온다는 것 외에는 별 일 안 생긴다.

이 책에서 건질만한 메시지는 단 하나다. “운동 열심히 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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