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앞에서 물러난 기사단장은 이어서 치안총감, 마법대장, 외교부 장관을 소집하였다.
“모두들,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공주님을 구출하기 위한 구출대를 파견해야 합니다.”
“음…”
“누가 적당할지 의견을 내 주시오.”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공주 납치라는 사건을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 긴급 상황에서,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간 바로 정치적으로 매장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머릿속으로 이 임무가 쉬운 임무일지 어렵거나 불가능한 임무일지 생각하느라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모두 침묵에 잠긴 채, 적당한 사람을 추천하지 못하는 가운데,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며 누가 들어왔다. 모두 회의실 문으로 고개를 돌리자 왕실 정장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이 임무, 제가 가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위험한 임무를 자원한 사람은 다름아닌 공주 시중을 드는 궁녀들의 대장인 공주실 수석 궁녀 루카였다.
“이 자리는 자네가 낄 자리가 아닌 듯 싶은데?”
“그럼 누가 이 자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나가서 하던 일이나 보라는 기사단장의 암묵적 지시를 당돌하게 받아치며, 루카는 회의실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말씀해 보시죠. 공주님을 모시던 제가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누가 구출대에 적합합니까? 그리고 누가 가겠습니까? 저보다 적합한 분을 말씀하신다면 기꺼이 물러나 이 무례함에 대한 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질문이었지만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이었다.
“반대하지 않으시면 허락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루카가 그렇게 선언하며 회의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루카가 내각의 장관들 앞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평소에 공주의 신뢰가 매우 두터워서 공주가 부모인 국왕 내외 다음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루카 수석이 못 갈 이유는 없지만… 혼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외교부 장관이 애매한 말로 애매해진 분위기를 정리했다. 그리고 회의실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얼어붙은 분위기를 두번째로 깬 것은 기사단장이었다.
“한시가 급하오. 그렇게 추천할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말입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공주님은 괴한들에게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끌려가고 계실텐데…”
“기사단장,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지금 유능한 인재들은 다들 전선에 투입되어 수도에는 적당한 인재가 없어.”
마법대장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러고보니 자네 딸이 이번에 왕실 마법학교에서 고급과정을 졸업했지 않은가?”
“그랬지. 아니, 안돼. 자네 지금 내 딸을 보내라는 말인가?”
“시에나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번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아니야. 그 아이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좀 더 커야해. 지금은 중요한 일을 맡기기에는 너무 어려.”
“이번 기회에 그 경험을 쌓는 것이지. 또, 성공하면 당연히 그 공은 자네에게 돌아갈텐데.”
“내가 딸을 팔아서 출세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으로 보이는가? 그럼 자네는 나를 잘못 본 것일세.”
“내가 보기에 시에나의 실력은 충분한데, 딸을 너무 아끼는 것 아닌가? 지금 국왕 폐하께서는 따님을 잃을 위기에 처해 계시네. 자네의 충성심이 고작 이것 뿐인가?”
“나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것인가! 그런 것이라면 나 자신도, 우리 가족도, 모두 국왕 폐하와 이 나라를 위해 백번도 더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
“아아, 진정하시고. 화내지 말라고. 난 단지 자네가 딸을 너무 아끼고 도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흥!”
“이번 작전은 납치범들을 국경을 넘기 전에 잡을 수 있다면 매우 쉽게 끝날 것이야. 국경을 넘어가더라도 이쪽에서 추적해 나가면 못 잡을 이유도 없고. 오히려 지금 빨리 출발할수록 쉬운 임무가 되겠지. 심지어 자네 딸 혼자 보내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면, 자네가 직접 가겠나?”
“자네야말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수 없는 긴장이 흘렀고, 말이 없던 사람들은 이제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마법대장이 다시 이야기했다.
“자네 아들도 이번에 왕립 기사학교를 졸업했다던데, 자네가 보낸다면 나도 시에나를 보내도록 하지.”
“음…”
“왜, 겁나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아이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니, 나도 딸을 보내도록 하겠네.”
“자네 딸?”
“민트도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마지막 수행중이지만 성적은 우수하지. 자네 딸이랑 나이도 같으니 아마 학교에서는 서로 친구일텐데, 어떤가?”
“좋아. 그럼 나도 시에나에게 연락을 하도록 하지.”
눈으로 불덩이라도 던질 것 같이 노려보던 두 사람은 회의실 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에게 각자의 딸들에게 연락하여 즉시 왕궁으로 들어오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구출대 대장은 아무래도 공주실 수석인 자네가 맡아야겠지. 루카 수석, 자신 있는가?”
“당연합니다.”
“음… 잘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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