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Melo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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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16
“여기부터는 조심해야합니다. 가능하면 제가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오도록 해 주세요.” 그레이스가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에게 다시한번 주의를 주며 앞을 비추었다. 해가 지기 시작한 숲은 마을보다 더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어둠이 내린 숲에는 구출대를 빼면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낙엽에 바스락 거리는 그들의 발소리만이 숲을 자극하고, 지팡이에 있는 빛만이 나무들을 비추었다. 그레이스가 가장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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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15
“너는 이곳에 사는 사람이야?” “그래. 여기서 231년째 살고 있지. 사람은 아니지만.” “231년?”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에 놀란 공주는 다시 물어보았다. “음, 왜 놀라지?” 오히려 레스톨은 그런 반응에 반문했다. “아저씨는 오래 살았구나.” 거기에 대고 아레스가 덧붙였다. “저는 이제 열두살이라서, 백년이 넘는 시간은 상상도 안돼요.” “아, 너희들은 인간이지. 인간이랑 비교한다면 오래 살기는 했지. 나한테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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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14
숲에 한밤중에 들어간다는 것은 용맹한 전사나 마법사들도 달가워 하지 않는 일이다. 어둠이 모든 위험한 것들을 감추기 때문에 웬만큼 경험이 많은 자들이 아니고서는 힘들고 아프게 죽고 싶은 자들이 흔히 들어가는 곳이다. 이제 해가 모두 지고, 본격적으로 어두워진 숲 길 앞에서 공주 구출대의 세사람은 빵을 씹고 있었다. “저, 실례합니다.” 그때, 일행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누구시죠?” “왕궁에서 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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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13
성당에서는 신의 가호를 구하여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을 낫게하는 치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50개 정도의 침대를 운영하는 병실은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루카 일행이 병실에 들어서자, 저녁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수녀들이 환자들에게 식사를 배급하고 있었다. “대장, 우리는 밥 안 먹어요?” 민트가 출발 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루카에게 물어보았다. “그렇군. 나는 지금 뭘 먹고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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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12
공주와 아레스가 숲으로 걸어들어가자 한낮의 무더위는 사라지고 상쾌한 숲의 바람이 그 둘의 몸을 휘감았다. 공주는 문득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더 늦기 전에 되돌아 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아까 그 위험한 남자들이 다시 자신을 붙잡아 갈 것 같았기 때문에 마을로 다시 되돌아 가기는 싫었다. 두 사람이 숲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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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11
슬슬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두워 지기 전에 구출대 세사람은 성당으로 향했다. 검문소를 빠져나온 루카는 빠른 걸음으로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루카는 길바닥에 뿌려진 붉은 자국을 보았다. “이건… 핏자국 같은데.” 루카는 손가락으로 굳어버린 자국을 문질렀다. 아주 완전히 굳지 않아서 약간 끈적거리는 느낌과, 검붉은 색을 띠는 액체는 그리 많지 않다. “아저씨,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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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10
작정 달리기 시작한 공주는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과, 점점 다가오는 마을의 끝을 보게 되었다. “내가 잡힐줄 알고? 절대로!” 숨이 턱에 차오르고 있었지만, 여기서 잡히면 더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후라이팬 하나. 저쪽은 건장한 남자 둘이다. 그리고 점점 길의 끝도 공주를 향하여 다가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막다른 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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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9
“저희가 누군지는 나중에 알려드리죠. 지금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잖아요?” 민트가 그 아저씨의 팔에 조금 더 달라붙으며 물어봤다. “아, 음…” “누굴 보셨다고 한 것 같은데…” “지가 공주라고 하는 미친년을 봤어.” “어디서 보셨죠?” “가게 앞에서 봤는데, 그건 왜…” “오빠, 지금 왜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민트가 그 아저씨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줘 봐요.” 시에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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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8
역참에서 말을 바꾸고 다시 반나절을 달린 루카 일행은 지평선에 걸쳐지려고 하는 태양을 보며 서쪽 국경의 무역시장에 도착했다. 무역시장은 시장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이다. 높은 건물이 없는 대신에 넓은 땅에 시장 전체가 펼쳐져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 중에서 성당은 높은 첨탑으로 둘러싸인 건물이어서 시장 어디에서나 고개를 들면 볼 수 있었다. “여기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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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topia 1-6
그 사이에 일단 자신을 납치한 사람들로부터 도망친 공주는 곧바로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서 헤메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옷도 입학식 때 입은 예복이라 서민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국왕의 유람을 따라서 왕궁 밖으로 몇 번 구경 나왔던 것을 빼면 바깥에 나온 것이 처음이다. 즉, 있어서는 안되는 매우 어색한 장소에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혼자 내던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