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에
일단 자신을 납치한 사람들로부터 도망친 공주는 곧바로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서 헤메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옷도 입학식 때 입은 예복이라 서민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국왕의 유람을 따라서 왕궁 밖으로 몇 번 구경 나왔던 것을 빼면 바깥에 나온 것이 처음이다. 즉, 있어서는 안되는 매우 어색한 장소에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혼자 내던져진 상황이다.
“저기, 이봐, 물어볼게 있는데. 여기는 어디냐?”
“여긴 서측 무역시장이고 이 가게는 곡물 거래소이고, 그래서 넌 누군데 어른한테 반말이냐?”
“나는 공주 멜리나다. 사정상 여기에 오게 되었다.”
“너가 공주? 너가 공주면 난 국왕이다. 장사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져”
“무엄하다! 어디서 감히 국왕폐하를 사칭하느냐?”
“너야말로 어디서 감히 공주마마를 사칭하는거냐? 맞아야 꺼질거야? 빨랑 안꺼져?”
“난 진짜 공주라고!”
“이년이 미쳤구나?”
공주가 별 생각없이 말을 걸었던 아저씨가 공주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이… 이거 놔! 놓지 못하겠느냐!”
“이 아저씨가 착해서 그냥 보내주는거야. 빨리 꺼져!”
이 아저씨는 착했기 때문에 공주를 후드려 패지는 않았고, 단지 가게 문 밖의 길거리로 공주를 휙 내던졌다.
“으악!..”
두바퀴 정도 굴러서 거리에 나동그라진 공주는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흑흑…”
“저기 뭐야! 쟤다! 잡아!”
갑자기 저편에서 아까 마차에서 봤던 사람들이 자기를 향해 소리치며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본 공주는 여기서 곡물 거래소 아저씨와 더 싸우고 있거나 눈물을 질질 짜고 있어봐야 이 위기를 벗어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주는 일단 더 생각하지 않고 자기를 쫒아오는 사람들의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으악!”
그러나,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공주는 다시 길 위로 넘어지며 굴렀다. 방금 흘린 눈물이 앞을 가려서, 길 가에 세워져 있던 수레를 보지 못하고 충돌했기 때문이다. 넘어지면서 부딪친 것도 아팠지만, 저 괴한들이 다시 덮쳐 올 것이란 생각에 벌떡 일어서려고 했다.
“크크 드디어 잡았다!”
결국 공주는 가장 먼저 달려온 남자에게 왼팔을 붙들리고야 말았다.
“이거 놔! 안놔? 앙!”
팔을 뿌리치려고 애를 썼지만, 어른 남자의 힘을 12살짜리 여자애가 이겨낼 수 있을리 없었다.
“이거 놓으라고!”
깡!
공주가 아직 붙들리지 않은 오른팔을 휘저어서 아무거나 손에 걸리는 것으로 그 남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크윽…!”
“놓으라고!”
깡! 깡!
공주가 휘두르고 있는 것은 후라이팬이었는데, 모서리로 맞으니 어린 아이의 힘이지만 제법 아프다.
“크으윽…”
하지만 결국 어린 아이에게 얻어맞은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강한,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에 결국 머리에서 피를 뿜어내며 손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동료들이 접근한 상태. 공주는 그대로 손을 뿌려치고 시장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힌 길이었지만, 공주는 작은 몸집에 힘입어 쉽게 사람들 틈으로 끼어들 수 있었고, 납치범들은 사람들을 헤치고 가느라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
“저쪽으로! 너 저쪽!”
“네!”
납치범들은 패거리를 나누어 공주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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