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는 신의 가호를 구하여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을 낫게하는 치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50개 정도의 침대를 운영하는 병실은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루카 일행이 병실에 들어서자, 저녁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수녀들이 환자들에게 식사를 배급하고 있었다.
“대장, 우리는 밥 안 먹어요?”
민트가 출발 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루카에게 물어보았다.
“그렇군. 나는 지금 뭘 먹고싶은 기분이 아니지만… 식사를 좀 부탁해야겠군.”
루카가 치료실에서 식사를 나눠주고 있는 수녀를 보고 말을 걸었다.
“우리 대원들이 허기를 채울만한 분량이 혹시 남는다면 부탁하고 싶네만.”
“아, 물론입니다. 그레이스! 여기 왕궁에서 오신 분들께도 식사를 드려요!”
그 수녀가 느닷없이 큰 소리로 외치는 바람에 식사하고 있던 환자들이 모두 일제히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루카는 공연히 시끄럽게 굴었다는 생각에 환자와 수녀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병실에는 수녀와 환자들 외에도, 환자의 보호자들도 같이 와서 간호를 돕고 있었는데 남자 하나가 아레스로부터 고개를 돌린 채 자기 환자만을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환자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어라? 시에나! 민트!”
루카가 배고프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둘에게 그 남자와 환자를 붙잡도록 했다.
“우왓!”
시에나와 민트가 달려들자 그는 자기 앞에 놓여 있던 식기와 그릇을 집어 던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퍼엉! 쨍그랑! 퍽!
“윽…”
“가긴 어딜가?”
미리 길을 봐두었던 민트가 도망치려던 남자의 뒷덜미를 금세 붙잡아서 바닥에 눕혀놓고 있었다. 그 사이 시에나는 그가 돌보고 있던 환자에게 다가가서 뒤집어 엎고 목에 칼을 들이댔다. 민트가 칼을 꺼내서 남자의 목에 겨누고 루카에게 데려왔다.
“크윽…죽여라!”
그 남자가 벗어나려는지 꿈틀거렸지만, 민트가 양 팔을 붙잡은 채 체중을 실어서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너희들이 우리가 찾던 그 자들인 것 같은데. 지금부터 알게 되겠지만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넌 내가 죽으라고 할 때 죽게 될 테니까. 여기 수석 간호 수녀 있는가?”
“말씀하십시오.”
“이 자와 같이 온 자들이 누구인가?”
루카는 그가 간호하고 있던 세명의 부상자를 추가로 붙잡았다. 그 셋은 모두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아놓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한채 묶여서 끌려왔다.
“이보게, 혹시 여기 조용한 빈 방 하나 있나?”
“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루카 일행은 수석 간호 수녀의 안내를 받아서 성당의 한쪽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원래 순례자들이 하루 쉬어 가는 곳입니다만, 지금은 순례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방이 모두 비어있습니다. 편한 대로 사용하십시오.”
“알겠네. 물러가도록. 그리고 지금 시간부로 성당 폐쇄는 해제하니, 문을 열어도 좋다.”
“감사합니다.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종을 울리십시오.”
그리고 그 수녀는 방 문을 닫고 나갔다.
철컥.
루카는 수녀가 방 문을 닫는 것을 보고, 문으로 가서 문을 잠궜다.
“자, 일단 어디 면상들을 살펴 보실까?”
멀쩡한 남자 한명을 제외하고, 붕대를 감은 셋의 붕대를 풀었다.
“으으윽…”
“조용히 안해?”
“으으…”
부상당한 셋은 아주 조화롭게 부상을 입었다. 한명은 왼쪽 귀가 터지고 얼굴의 왼쪽 전체에 멍이 들어 있었다. 한명은 코가 뭉개져 있었고, 아래턱에서 인중을 지나 이마로 올라가는 검붉은 피멍이 비쳤다. 나머지 하나는 턱이 왼쪽으로 꺾인 채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였다.
“음… 보아하니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너 뿐인 것 같은데, 그렇지?”
“죽여라!”
“아냐, 여긴 성당이잖아. 그런 끔찍한 소리를 하면 안돼. 넌 곧 왕궁으로 가야 할건데, 거기 가면 아마 국왕 폐하께서 적절한 처분을 결정하실 것이다. 내가 감히 너의 처분을 결정할 수는 없지. 어떤게 적절한 처분일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여기서 죽여라.”
“안된다니까.”
“흐으읍! 터헙!”
와그작.
그 남자가 혀를 깨물고 죽으려는 것을 민트가 구둣발로 턱을 옆으로 차버리면서 무산시켰다.
“대장, 이 사람 말하기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아니, 이정도에 말을 못하진 않을거야.”
우두둑.
“우욱!!!”
루카가 빠져서 덜렁거리는 그의 턱을 붙들어서 끼워 맞췄다.
“내가 물어보는 말에 아는대로 대답한 것 같으면 일단은 더 다치지는 않을 것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으면 많이 다칠거야. 속일 수 있으면 속여봐. 공주님을 납치한게 너 맞지?”
“죽여라…”
우두둑.
“으으으아아아아아아악!!!!!”
루카는 그의 오른손 손가락을 모두 거꾸로 꺾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왜 그랬는지, 누가 시켜서 그랬는지는 나중에 왕궁에 가서 대답해도 돼. 나도 널 죽이고 싶지만, 설마 폐하만큼 널 죽이고 싶겠어? 내가 지금 널 죽이면 죄를 짓는 거야. 그러니 말해. 공주님은 지금 어디에 있지?”
“모…모른다.”
우두둑.
“으아아아아아악!!!!! 지…진…짜…”
그의 나머지 왼손 손가락도 마찬가지로 뒤집어 꺾였다.
“아, 그래? 미안. 한번은 봐줄게. 그러니까 다시한번 물어볼게, 공주님은 지금 어디에 있지?”
“으…모…모른…”
“뭐라고? 이런식으로 그 한번을 날려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
그때, 왼쪽 귀가 터진 남자가 뭔가 소리를 냈다.
“내…내가 봤다…”
“어라? 혀는 살아있었구나?”
올렸던 발을 내려놓고 루카는 왼쪽 귀가 터진 남자를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다시 얘기해봐. 알아들을 수 있게.”
“그…그녀니…”
“뭐라고?”
“고…고주가…우리…치고…가서…”
“아니, 그건 왕궁에 가서 얘기하라고. 내가 궁금한건 공주님이 어디에 있느냐야. 너도 저렇게 해줘?”
“수…”
“어디?”
“수…”
“뭐라고 하는거야? 들리게 얘기하란 말야!”
루카가 그를 멱살째로 들어올렸다.
“케케켁…수우…프…컥…컥…”
“대장, 숲이라는 것 같은데요”
시에나가 그의 말을 알아듣고 루카에게 전달했다.
“음, 여기서 숲이라면 국경을 가로막고 있는 <깊은 잠의 숲> 뿐인데. 시에나, 깊은 잠의 숲에 가본 적 있어?”
루카는 다시 그를 내려놓고 시에나에게 물었다.
“그곳은 엘프족 중 갈란다 가족이 통치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없어요. 특히, 자생하는 괴수들이 있는데 마침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토벌하고 있지는 않아요. 만약 공주님이 그곳으로 들어가셨다면…”
이것은 아무래도 안좋은 소식인 듯 싶다.
“이봐, 맞아? 그곳으로 들어간 것이?”
루카가 아직 누워서 신음하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죽여…커헉!”
계속해서 죽여달라는 남자의 입을 다시 발로 틀어막으며 루카가 다시 이야기했다.
“확인 안해줘도 돼. 우린 공주님을 찾기 위해서는 지옥이라도 갈 생각이니까. 민트, 시에나, 이것들 잘 묶어.”
땡땡땡!
그리고 루카는 방 한켠에 걸려있던 종을 울렸다.
똑똑똑.
그러자 금방 누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 루카는 잠궜던 문을 열고 밖에 있던 수녀를 들어오도록 했다.
“이자들, 반역죄로 처리할 거니까 죽지 않을 만큼만 치료하고, 혹시라도 스스로 죽지 못하도록 하게. 내일 날이 밝는대로 국경 수비대에 연락해서 왕궁으로 압송하도록. 그리고 빵과 물을 가져다 주게나. 곧바로 떠날 참이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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