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부터는 조심해야합니다. 가능하면 제가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오도록 해 주세요.”
그레이스가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에게 다시한번 주의를 주며 앞을 비추었다.
해가 지기 시작한 숲은 마을보다 더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어둠이 내린 숲에는 구출대를 빼면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낙엽에 바스락 거리는 그들의 발소리만이 숲을 자극하고, 지팡이에 있는 빛만이 나무들을 비추었다. 그레이스가 가장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민트가 그 뒤에서 따라가며, 시에나가 다시 불을 비추고 가장 뒤에는 루카가 뒤쪽을 경계하며 따라갔다.
철퍽.
앞서가던 그레이스가 뭔가를 밟고 멈춰섰다.
“뭐지?”
뭔가 철퍽거린다는 것은 바닥에 뭔가 물 같은 것이 고여있다는 뜻이다. 그레이스가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건… 혈흔이군.”
피웅덩이에서 비릿한 피냄새가 올라왔다.
“대장, 저거!”
검을 뽑아들고 주변을 살피던 민트가 나무 옆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우웁… 이건 뭐지?”
신발이었다. 그 신발의 주인은 발을 신발에 남겨둔 채 사라지고 없었다.
“이리로 갖고 와 봐.”
루카의 지시에 민트가 신발을 손끝으로 집어들어서 들고 왔다.
“공주님의 것은 아니군. 남자용 신발이야. 전사들이 신는 신발이군. 무릎 아래에서 끊겨있고, 끊긴 부분이 지저분한걸로 봐서는 이빨 같은것에 뜯긴 것 같다. 괴수에게 당했나 보네.”
“다행이군요!”
“글쎄, 아직은. 공주님의 직접적인 흔적을 찾을 때 까지는 결론을 내릴 수 없어.”
시에나의 환호를 무시하며 루카는 그 신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을 좀 더 살폈다.
“일단 큰 발자국이 있고, 이건 아마 괴수의 것이겠지. 괴수가 이 남자를 잡아먹었고, 그런데 왜 이 왼쪽 발을 못 씹어먹었을까? 이 발자국은 저쪽에서 와서 이쪽으로 향하고 있군.”
루카가 괴수의 발자국이 향한 곳을 쳐다보았다.
“대장, 여기 뭐가 또 있어요.”
그 근처를 조금 더 살펴보던 시에나가 루카에게 다시 뭘 들고 왔다. 이번에도 신발이었다.
“또 신발? 이리 줘봐.”
루카는 시에나가 가져온 신발을 살펴보았다.
“적어도 두 사람이 있었군.”
“어떻게 알아요?”
“둘 다 왼발이거든. 그리고 전사 셋이었다면 아마 괴수 하나 정도는 잡을 수 있었겠지 싶은데. 그레이스, 저쪽으로 가면 어디가 나오지?”
“그루밍 왕국으로 가는 방향입니다.”
“그렇군. 그럼 그 두 사람은 공주님을 납치한 자들일거야. 서두르자.”
루카는 잠시 멈췄던 일행을 재촉하여 움직였다.
그러나,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그들은 다시 멈추었다. 아까의 피웅덩이와 신발을 발견한 곳에서 멀어지려나 싶었던 순간, 그레이스가 다시 뭔가를 발견한 것이다.
“대장님, 이상한게 또 있습니다.”
그레이스는 다시 뭔가를 주워들었다. 이번엔 후라이팬이었다. 이리저리 찌그러지고 휘어진 것이 바위라도 후려친 모양이었다.
“후라이팬?”
“그리고 이것도 있네요.”
옆에 떨어져 있던 팔찌 조각들을 주워서 같이 가져왔다.
“이게 뭔지 아는가?”
“엘프의 팔찌 같아 보이는데요. 아마 이곳에 사는 갈란다 가족 중 누군가 이곳에 왔었나 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분명 이건 공주님이 들고 있던 후라이팬일거야. 역시, 아직 살아 계신 것 같다. 그리고 그 엘프가 공주님을 데려간 듯 싶은데?”
“아, 그렇군요! 그럼 서둘러서 가시죠!”
그레이스가 기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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