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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력

    EBS에서 ‘어머니 전’이라는 프로를 봤는데 수학자 황준묵 교수님의 어머님이 주인공이셨네요.

    http://home.ebs.co.kr/motherstory/board/2/502432/view/10002396299?c.page=1&hmpMnuId=101&searchKeywordValue=0&bbsId=502432&fileClsCd=4&searchKeyword=&searchCondition=&searchConditionValue=0&

    이참에 분야별로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해 봅니다.


    학 – 수학은 상상력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학문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1+1=2라는 공식이 있죠. 1은 어디에 존재할까요?
    2는? =는? +는? 이 우주 어디를 찾아도 수학에서 다루는 1, 2, +, =는 없습니다. 오직 우리의 상상력 속에만 존재하죠.
    그래도 하나, 둘 정도는 셀 수라도 있지만, 무한대, 무한소 같은 개념은 셀 수도 없습니다. 2차원까지는 그림이라도 그려보고
    3차원은 조각이라도 만들어 보지만 무한 차원은 뭘 만들어 볼 수도 없죠. 무한 차원에 존재하는 도형에 관한 문제를 푸는 방법은
    상상으로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물리, 화학 – 물리나 화학에서 다루는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과 아주 커서 한번에 관찰할 수 없는 우주입니다. 수천조분의 1초 사이에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내야 할 때도 있고,
    수백억년동안 일어난 일과 일어날 일을 관찰해야 할 때도 있죠. 인간은 이것들을 관찰하기엔 너무 크고, 너무 작으며, 너무 느리고,
    너무 빨리 사라집니다. 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정확히 규명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것은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술 – 미술은 말이 필요 없이 상상력이 필요하죠. 상상하는 법을 잘 훈련받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것도 보이는 대로 그리지
    못합니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그것을 떠올려야 하고, 떠오른 것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야겠죠. 예를 들어, 조각가는 조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어 덩어리 안에 있는 작품을 찾아내는
    작업을 합니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내나요. 상상으로 알아낼 수밖에 없겠죠.

    역사학,
    고고학 – 옛날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되었는지 어떻게 알아내나요? 남아있는 자료와 증거들을 바탕으로 상상해내야 합니다.
    기록이 있는 부분은 쉽게 알 수 있지만, 기록이 없는 부분은 상상에 의존해서 밝혀내야 합니다.


    명 –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지만 꼭 필요한 무언가를 생각해 내야 합니다. 바퀴는
    이제 너무나 당연하게 어디서나 사용되는 간단한 도구지만, 처음으로 바퀴를 발명한 사람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동그라미’와 그
    동그라미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필요한 무엇을 만들려면, 만들기 전에 그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아직 물건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루어 지는 일이므로, 상상력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틀릴 수는
    있지만, 최소한 그것이 작동한다는 것을 상상이라도 해 봐야 실제로 만들게 되는 것이죠. 제대로 작동할지 상상조차 안 가는 장치를
    만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상력은 그래서 매우 중요해요. 위에 말하지 않은 분야에서도 상상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Imagine, by John Lennon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ou,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 여기까지

    요즘들어 대학원 입학하려고 인수인계 하는데, 인수인계를 하기 전에는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인수인계가 끝나가면서 점점 아쉬움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물리를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행복해지는 걸 보면 나도 정말 미친 종류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대학교 입학하면서 물리학을 배워서 뭘 할 수 있을지 잘 몰랐지만 그것이 재미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밥좀 굶더라도 이것을 재미 없을 때까지 공부해 보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그때 내가 자연을 배웠는지 과학을 배웠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시간이었다. 물질의 성질을 탐구하는 수업이었는데 물질의 색을 알아본다거나, 만지고 느껴보는 실험들을 하면서, 지금 생각하면 참 그것이 유치한 것들이었지만 확실히 다른 과목들보다는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때도 애들한테 내가 아는 과학에 관한 여러 지식들을 알려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다른 아이들 눈에는 자랑질로 보였겠지만, 나는 순수하게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떠들어 대는 행위 자체를 즐겼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아는 무언가를 자랑하면서 나의 자존감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때, 그때도 마찬가지로 친구가 없었던 나는 자주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다. 특히 ‘뉴턴’ 잡지를 보면서 꽤 여러번 읽었던 것 같다. 뉴턴 하이라이트 중 몇권은 부모님 졸라서 사보기도 했다. 사와서는 정말 닳도록 읽었다. 알다시피 뉴턴 하이라이트는 말보다 그림으로 설명하는 분량이 더 많은데, 나는 거기서 보여주는 우주의 환상적인 모습에 넋이 나갔다. 이때 별을 보면서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사이의 차이를 잘 몰라서 천문학자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었는데 실제로 원했던 내용은 천체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갔었는데, 그 친구 집에는 마이컴을 이용한 로봇 만들기 책이 있었다. MSX컴퓨터에 베이직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마이컴에 올리고, 마이컴을 모터와 결합시켜서 이렇게 저렇게 작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책이었다. 초등학생용이라 쉬웠었는데, 거기에 올라와 있는 프로그램 코드는 뭔 얘긴지 전혀 못 알아먹었지만 로봇의 작동 원리와 무엇이 어떻게 해서 가능한지는 대충 이해했었다.

    마침 이 때에 아버지께서 공무원 가족 전산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에 나를 끼워넣으셔서 컴퓨터를 배우게 되었었다. 거기서 배운 것은 DOS명령어와 GW-BASIC이었는데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사실 이때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더 파들어갔으면 아마 나는 컴공과에 들어가서 지금쯤 개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에 관심있게 읽은 책은 ‘빈깡통공작’이다.


    http://blog.daum.net/dongdonglife/11

    이것도 정말 수십번은 읽었던 것 같다. 집에서 뭘 만들어보진 못했지만 여기에 설명된 깡통으로 만든 여러가지 장치들을 생각하면서 혼자 정말 재밌게 놀았었다.

    그 전까지는 정말 장난기 많은 개구장이였던 것 같은데, 4학년 넘어가면서부터는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른 과목에 흥미를 잃었다. 그 전에는 모든 과목에 별 흥미가 없었고 이때부터 과학에만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이 시기에 교육청에 끌려가서 과학반 활동을 했었는데, 과학반에가서 배운 것 중에 기억나는건 알콜램프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 성냥을 켜는 방법 뿐이다. 실험 기구 다루는 방법을 배웠는데, 실험 기구라고 해봐야 화학 실험 장치들이라, 알콜램프 불 붙이고 불 끄는 방법이나 비커에 담긴 용액을 유리막대로 저을 때에는 벽에 부딪치지 않도록 살살 저어줘야 한다는 것들을 배운 것 같다. 연구소 오니까 그냥 자석 막대 써서 자동으로 젓더만…

    내 개인 과학사에 있어서 초등학교 시기에 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누구나 다 해본다는 개구리 해부 같은 생물학 실험을 단 한번도 안해봤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못 해봤다. 친구 실험실에 놀러가서 쥐 수술하는걸 직접 본 것 외에 생물힉이랑 관련된 실험은 별로 해보질 못했다.

    중학교 들어갈 때 까지만 해도 나는 화학을 더 좋아했었다. 이때 기억나는 실험 중 하나는, 사이다에서 이산화탄소 추출실험을 하고 남은 찌꺼기 사이다에서는 레몬맛이 난다는 것을 발견한 점이다. 레몬향이 들어가 있으니까 당연한 것인데, 사실 그냥 마실 때는 탄산 때문에 느끼기 쉽지 않은 것이다.

    중학교 때 과학이랑 관련해서 상 받은 것은 시 교육청에서 주최한 과학상자 대회에서 장려상인가 받은 것인데, 정말 이건 우습게 받은 상이다. 중학교 1학년때 출전해서 뭔가를 만들었었는데 그땐 상을 못 받았다. 대신 깨달은 것이 크고 멋있어 보이면 일단 상을 받고, 그 큰 것에 대하여 심사위원한테 침튀겨가며 열심히 설명하면 우수상이나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2학년때 또 나가서 아무 의미 없이 큰 기계장치를 만들었고, 그게 달나라에 가서 광물질을 캐 내는 일을 하는 기계라고 대충 말했더니 좋은 상을 주더라. 문제는, 상을 받았으니 학교에서 전시한다고 그걸 해체하지 말고 들고 오라고 한 데다가 집에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대회가 열린 학교에서 꽤 걸어나와서 버스 정거장까지 걸어오는데 비가 꽤 내렸다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물리가 더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고등학교 공통과학 문제집을 큰 어려움 없이 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때 충격적인 사건은, 과학고를 가기 위해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를 다 잘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는 것이다. 난 그때 과학을 꽤 잘했고, 수학은 그냥 그랬으며, 나머지 과목에는 아예 흥미가 없이 시험 기간에만 공부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일반계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가서 내가 진짜로 물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잘한다는 것도 알았다. 또한, 다른 애들은 물리를 어려워 할 뿐만 아니라 혐오, 증오, 기피, 회피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1때 처음으로 과학 경시대회 물리 부문 대회에 나갔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문제가 저항을 프랙탈 구조를 갖도록 무한히 연결한 후 그 합성저항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문제가 있었다. 이땐 이거 한문제 풀고 나머지는 하나도 손도 못 대고 그냥 돌아왔다.

    이때부터 과학 경시대회 준비를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보려고 경시대회 전문이라는 학원에 갔었다. 그 학원에 가보니
    한번 수업을 들어보라고 해서 체험 삼아 들었었다. 뭔가 대학 수준의 물리학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무슨 문제를 풀고 어떻게 답을
    구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강의가 뭔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관 두고 혼자 공부했다.

    고2때 드디어 과학경시대회 시 대회를 통과하여 고양시 대표로 경기도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이땐 상을 못 받았던가, 장려상을 받았던가 그랬다. 잘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제1회 한국과학창의력경시대회에 출전하여 은상을 받았었다.이때부터 창탐과의 인연이 시작되어서 나의 20대를 창탐과 함께하게 되었다.

    고2때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 물리 담당이었다는 것. 그 분도 남씨여서 꽤 인상이 깊었고, 임용 통과한 파릇파릇한 선생님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첫 해 첫 중간고사의 물리 시험문제에 출제 오류가 있었는데, 내가 그걸 지적했고, 어쨌든 그래서 두 문제인가 재시험을 봤다. 그때 애들이 나때문에 물리 재시험 봤다고 해서 아주 진짜 욕봤다. 아니, 문제에 문제가 있으면 재시험 보는거지 왜 날…

    이 시기에, 수학 선생님이 델타 함수를 알려줬었다. 적분해서 그 안에 있으면 1, 없으면 0이 되는 함수라는데 그게 대체 뭔가. 그땐 그게 그렇게 중요한 함수일지는 꿈에도 몰랐다.

    고3때는 과학경시대회 도 대회에 나가서 장려상인가 받았었고, 당시 같이 출전했던 친구들이 다들 상을 받아서 은상, 동상, 장려상, 이렇게 화려한 성적을 냈었는데 한 학년 후배 녀석이 정보 올림피아드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받는 바람에 이놈만 현수막이 걸렸었다. 참고로, 이 때 과학경시대회에서 상 받았던 애들은 거의 다 의대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나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애들은 다 의대 갔다. 그리고 경기도 교육청 서버 털려서 이 때 상 받은 애들 (또는 과학경시대회 응시자 전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중국 웹 사이트에 흘러들어가 있다.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했더니 중국이라 뭐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하더라.

    그리고 인하대 과학경시대회 물리 부문에서 입상을 했었다. 이걸 기반으로 중앙대랑 인하대 물리학과에 수시 모집 지원을 했다. 이 때 고3 과학경시대회에서 받은 상장이 도착을 안해서 수상 경력에 넣지를 못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면접날짜가 겹친 것이다. 중앙대는 일반 전형이라 30명 중 10명을 뽑는 것이었고 인하대는 과학경시대회 입상자를 대상으로 한
    특기자 전형이라 3명중 1명만 뽑는 전형이었다. 경쟁률은 똑같이 3대 1이지만, 당연히 10명 뽑는 중앙대를 선택했다.

    난 아직도 왜 내가 뽑혔는지 모르겠다. 중앙대 연감을 보면, 당시 수시모집 지원자 평균 내신성적이 4.7/5.0이고 합격자 평균이 4.9/5.0이다. 난 4.23인데, 왜 뽑힌 걸까. 의심가는 부분은, 면접때 물리학과 와서 뭘 하고싶냐는 질문에 핵융합을 연구해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는 점이다. 아마 핵 전공하신 교수님이 마침 그때 면접관으로 들어오셨던 것 아닐까 싶지만, 면접관 얼굴이 기억이 안나는 바람에 중앙대 가서 어느 교수님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 때 최종 합격을 확인한 날이 2001년 6월 5일인가 그랬었는데,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수시 포기하고 정시로 지원하라고 권하셨다. 하지만 난 정시에서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보장이 없었고, 물리 외에 다른 과목을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무조건 등록 해달라고 떼를 썼다. 결국은 그 다음날부터 대학교 입학할때까지 놀았다.

    고3때, 1학기 기말고사에서 내가 대형 사고를 쳤다. 물론 이건 물리 선생님에게만 대형 사고이지만. 애들이 물리를 하도 어려워하길래, 토요일 오후에 학교에다가 공부하겠다는 애들 10명정도 모아서 물리를 가르쳐 줬었다. 이것도 이해가 안되는 사건인데, 이 시험에서 우리반만 물리학 평균이 전체 평균보다 10점이 높았다. 물리 전체 평균이 61점인데 우리반 평균이 71점인가 했었다. 그럼 분명 얘들이 잘봐서 그렇게 된 것일텐데, 10명이 대체 얼마나 잘 봤길래 30여명인 우리반의 전체 평균을 무려 10점을 높인 것이었을까. 이 사건으로 물리 선생님이 교장한테 불려가서 갈굼당하고 시말서 썼다고 했다. 그리고 물리 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뭘. 그 뒤로 더럽고 치사해서 애들한테 그렇게 강의를 해준 적은 없지만, 아직도 억울하다. 나보다 물리를 못 가르친게 내 잘못인가.

    그리고 나서 2학기 내내, 두가지 일을 했는데, 하나는 선생님 업무 보조를 했고, 다른 하나는 모 대학 화학과에 합격한 친구랑 둘이서 화학실험을 전부 해봤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고등학교 화학책에 나오는 화학 실험은 거의 다 했었고, 덕분에 좋은 추억이 되었다. 살리실산으로 아스피린을 만들었는데, 임상실험을 할 수는 없어서 그냥 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학에 와서는 오히려 공부하기가 편했다. 물리학과니까 당연히 물리학만 공부하고, 난 물리가 좋았고 적성에 맞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 입학 이후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아직도 물리가 좋다. 내가 왜 물리를 선택했더라? 원래 이 글은 이 질문에 대답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써놓고 보니 별 이유는 없어보인다.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가보다. 좋아하는 것이 물리학이고, 재미있는 것이 물리학이고, 할 줄 아는 것이 물리학이고, 지금까지 한 것이 물리학이고, 하고 싶은 것이 물리학이니, 나는 물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고 싶다.

  • 성적

    이번학기 중간고사 성적이다. 30점 만점.

    현대의서양문화 28

    영어의역사 16

    영미시 22

    고급영문강독 22

    오늘날의프랑스 28

    교육심리학 26

    기말고사가 70점 만점이고, 중간+기말=100점인데, 100점 중 60점 미만은 F이다. 1문제당 2점씩이고 기말에 35문제 출제된다고 한다.

    나의 목표는 F를 1개 이하로 줄이는 거이다.

    6과목, 총 210문제 중에 최소한 몇 개 이상 맞춰야 목표 달성이 보장될까?

    최대한 몇개까지 틀리고도 목표 달성이 가능할까?

    위의 두 수는 같을까? 다를까?

    이런거 할 시간에 시험공부를 더 해야 하는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걸까?

  • 해체

    “자끄 데리다”라는 철학자는 해체주의를 주장하였다.

    근데 난 왜 자꾸 이 아저씨 이름이 “자끄 내리다’로 들려올까.

  • 진검승부

    MC스나이퍼의 “네 자루의 MIC”라는 곡이 있습니다.





    옛 말에,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고 했죠. 요새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아주 난리가 나죠.


    날에는 칼로 싸웠고, 예전에는 총으로 싸웠지만, 지금은 말로 싸웁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철학자중에 진리 탐구보다는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논리만을 개발했던 소피스트들이 생각납니다.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세치 혀로 여러 나라를 오가며 합종연횡을
    주도했던 가객들이 생각납니다. 지금 다시 그런 시대가 돌아왔네요.

    그러다보니 요새 대통령
    선거 한다고 토론회를 하면서 말을 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적의 한마디가 칼날처럼 나의 목을 노리고
    들어오면, 받아치기 위해서 한마디 던져야 해요. 준비 안하고 덤비다간 모든 것을 잃습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돌고 돌아 어딘가에 가서 작용합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든,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오든, 하나의 말은 세상에 영향을
    주지요. 이젠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어떤 발언이라도 거의 다 저장되고 재생되어 전세계를 돌아다녀요.

    입으로 내던진 말은 총알이 되어 상대의 심장을 뚫고 지나가, 적을 떡실신 시킵니다.

    나의 한마디는 날카로운 칼과 같습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는 안전하지만, 일단 뽑히면 무엇이든 상처를 입히고 되돌아 오지요.

    말하기를 자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달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라고 했다지만, 할말은 하고 살아야죠. 말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말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고, 말한 것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남들에게 쓸데없이 상처주는 말들을 많이 하고 다녔네요. 더욱 갈고 닦아야겠습니다.

  • 평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271142371&code=910110

    박근혜 펀드의 모금액이 100억원을 넘어갔다고 한다. 모금자 수는 5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치자. 단순히 계산하면 한사람당 200만원씩 낸 셈이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newsid=02833926599729984&SCD=DA32&DCD=A01503

    새 보도에 따르면 180억원을 넘었고 8천명이 냈다고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따르면 대부분 1만원에서 10만원을 냈다고 한다. 뭐 물론 그렇겠지. 4천명이 10만원을 냈다고 치자. 4억원이다.

    그럼 나머지 1000명이 96억원을 낸 것이다. 1사람당 960만원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271616441

    문재인 펀드는 200억원을 모으는데 35000명 정도가 돈을 냈다. 한사람당 평균 57만원정도 낸 셈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80%인 28000명이 10만원씩 냈다고 치자. 그럼 28억원이다. 그럼 나머지 7000명이 172억원을 낸 셈이므로 이 사람들은 245만원 정도를 낸 것이다.

    만약 새누리당처럼 1사람당 1000만원씩 낸 사람이 1000명이 있다고 치면, 이 사람들만으로 100억원이 찬다. 그럼 나머지 100억원을 34000명이 나눠 내는 것이므로 한사람당 30만원정도 낸 것이 된다.

    아무튼. 평균 200만원 낸 집단과 평균 57만원 낸 집단중 어느 쪽이 부자에 더 “가까운”지는 너무나 자명하여 증명할 필요가 없다.

    물론 박근혜펀드는 연이율 3.10%이고 문재인펀드는 연이율 3.09%이기 때문에 고수익을 노리고 박근혜펀드에 투자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재인펀드는 10월 22일에 출시되었고 박근혜펀드는 11월 24일에 출시되었다. 약 1개월의 시차가 있는데, 그 1개월에 대한 이자는 200억원에 대하여 5천만원정도 된다. 즉, 나중에 돌려받을 때 문재인펀드가 이자를 5천만원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1개월동안 투자해서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하면 문재인펀드가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문재인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박근혜펀드에 투자할 돈이 없을 것이다.

    여튼, 2월 말쯤에 돌려받는다고 하니, 대략 4개월 정도 투자한 것이고, 1000만원을 투자했으면 연이율 3%일때 1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이자소득세 15%정도를 떼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수익은 9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이 될 것이다. 100만원 투자했으면 9천원, 10만원 투자했으면 900원이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politics/201005/e2010053118050393120.htm

    그러나, 설마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나 15%이하의 득표율을 보였다고 해서 그 돈을 떼어먹을 사람은 없겠지. 부도확률 0%인 투자라면, 내 생각엔 눈먼돈으로 그냥 퍼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그나저나 그래서, 그 “간혹”있는 고액 투자자는 누구실까. 그 고액투자자 서너명이 200억원을 대줄 수 있으면 나머지 8천명은 없어도 되는거 아닌가 싶은데.

  • 이차방정식의 홀수 공식

    누구나 한번쯤은 풀어보았을 그 문제 2차방정식이 있다. 다음은 이차방정식의 일반형이다.

    a, b, c를 알고 있으면 누구나 x를 구할 수 있다.

    그 답은 위와 같다. 만약 가운데 있는 일차항의 계수 b가 짝수라면

    위와 같다 치고, x를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나타내도 된다.

    그럼, 만약 홀수라면?

    모든 홀수는 위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근의 공식은 다음과 같이 변한다.

    홀수에 대해서 쓰니까 뭔가 0.5도 들어가 있고 0.25도 들어가 있고 n도 추가되어서 뭔가 괴로워졌다. 그래서 홀수공식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나도 안 쓴다.

    이차방정식은 복소수 영역에서 풀 수 있는 것인데 홀수 짝수가 웬말이냐? 이럴 수도 있다. 짝수와 홀수에 관한 해묵은 논쟁을 꺼내자면, 홀수 짝수를 그렇게 굳이 따져야 겠으면 그냥 짝수공식은 아무리 편리해도 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건 정말 수학 공부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꺼내는 주장이다.

    위의 공식은 a, b, c, x, n이 임의의 복소수일 때 언제나 성립한다.

  • 큰거 재기 #1 – 지구의 크기 재기

    우리가 아는 한, 가장 큰 것은 우리 우주이다. 적어도, 우리 우주보다 더 큰 것은 우리가 아는 물리학에서 다루지 않는다. 우주의 크기는 약 150억광년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알아냈을까?

    우주의 크기를 알기 위해서는, 지구의 크기, 태양의 크기, 달의 크기, 달까지의 거리, 태양까지의 거리, 태양계 다른 행성들까지의 거리, 다른 별까지의 거리, 은하의 크기,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 은하단까지의 거리를 순서대로 알아낸 다음에 우주의 크기를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지구의 크기부터 재 보자.

    지구의 크기는 반지름이 약 6500km이다.



    from http://visibleearth.nasa.gov/

    사진을 찍었으니, 이제 자로 재면 된다.

    아, 반칙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텐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과학이다.

    단지, 남들이 다 믿게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려야 할 뿐이다.

    지구의 크기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잴 수 있는데, 옛날옛날에 에라토스테네스라는 그리스 철학자가 최초로 쟀었다. 이 방법은 막대기 하나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하지까지 기다려야 하고, 도와줄 노예나 하인이나 그런 역할을 해 줄 친구가 한명 있어야 하며, 정확하게 재고 싶으면 국제전화가 필요하다.



    위의 사진에 기호를 좀 더 붙여보았다. 지구 중심을 O라고 하자.

    한여름에 하지가 된 어느날에는,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 떠 있게 된다. 이 날은 어느 위치에서도 태양이 바로 위에 있으므로
    그림자가 없게 된다. 이 지점이 그림의 A지점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당시에 시에네에 살았으므로, A지점을 시에네라고 하자. 하지만
    같은 시각, 지구의 다른 위치에서는 여전히 그림자가 생길 것이다. 지구 어디에서도 하지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지구는 무한히
    크고 평평한 존재였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느 동네에서는 하지인 순간에, 다른 동네에서는 그림자가 생긴다 그 동네가 B지점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자기 하인을 알렉산드리아에 보냈다.

    여기서 바로 국제전화가 필요한데, B지점에서 막대기 하나를 세워놓고 그 그림자의 길이를 재야 한다. “지금!”이라고 말한 순간에 재는 것이 좋다. 이 그림자의 끝 지점을 D라고 부르자. 그럼, BC와 BD를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쓰든지 코사인 법칙을 쓰든지 삼각함수를 쓰든지 각 BCD의 크기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선분 AO와 선분 CD는 평행하다. 그럼 각 BCD와 각 AOB의 크기가 평행선에서의 엇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따라서 두 각의 크기가 같다.

    그리고 이제 그 친구를 B지점에서 A지점으로 오라고 부른다. 왜 노예가 필요하냐면, B에서 A까지 오면서 거리를 재야 하기 때문이다. 오다가 잊어먹으면 처음부터 다시 재야 한다. 아마 친구였다면 A에서 기다리고 있는 당신을 심각하게 폭행하고 싶어질 것이므로 노예인 것이 좋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사람인 에라토스테네스는 그 일을 해줄 노예가 있었다.

    지금은 그냥 차 끌고 오면서 미터기로 재든가, GPS에서 거리를 찍으면 되지만, 옛날에는 그런거 없었다. 그냥 걸음 수.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얼마더라?

    그렇게 해서 A와 B사이의 거리를 알면, 원주AB의 거리를 알아낸 것이고, 원주각 AOB의 각도를 알고 있으므로, 원주각과 원주의 길이가 비례한다는 사실로부터 지구의 반지름과 둘레길이를 알아낼 수 있다.

    사실, 에라토스테네스가 이 방법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태양이 매우 커서 지구에 들어오는 빛이 충분히 평행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사방으로 갈라지고 있었다면 선분 AO와 선분 CD는 평행하다는 사실이 성립하지 않고, 그럼 지구의 크기는 진짜로 사진 찍어서 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아니면 한바퀴 돌든가.

    실제로 1미터를 정할 때 사람들이 지구의 둘레를 그냥 4만킬로미터라고 하기로 정한 다음, 1미터를 알아내기 위해서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를 쟀었던 적도 있다. 정말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하여튼, 이렇게 하면 지구의 크기를 대충 알아낼 수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지구의 크기는 수치 하나로 나타낼 수 없는데, 지구가 매끄러운 공 모양이 아니기 ‹š문이다. 높은데도 있고 낮은데도 있고, 그리고 솔직히 아무리 대충 퉁 치더라도

    갈릴레이가 그랬듯이

    지구는 돌고 있기 때문에 적도 방향으로 조금 부풀어 올라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대충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어차피 지구 반지름의 정확한 수치를 안다고 해서 우리 생활이 더 풍요로워지지는 않으니까.

  • 과학은 왜 배워야 하는가?

    과학은 왜 배워야 할까요?

    사람들이 눈치를 채건 말건 아주 많은 과학적인 주제들이 우리 주변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황우석 박사의 복제 소 논쟁, FTA와 광우병 파동, 구제역과 살처분, 전력위기와 원자력발전소, 후쿠시마
    원전 사고, 4대강 정비사업과 환경오염, 구미 불산 유출 사고와 그 후속처리, 나로호 발사와 러시아… 당장 생각나는 굵직한
    주제들만 놓고 보더라도 꽤 많네요. 그중 황우석 박사 얘기와 광우병 얘기를 빼면 전부 다 2012년에 문제가 되었던 주제들이죠?

    과학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알려줍니다.


    째로, 과학은 현재 인간이 갖고 있는 지식을 알려줍니다. 이 세상이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든지, 별에 작용하는 힘과 사람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다르지 않다든지, 이런 여러가지 사실을 알려주죠. 그리고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아주 많은 도구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금 주변에 보이는 물건 전부가 과학 연구를 통해 알아낸 사실에서 만들어 낸 것들이죠.


    째로, 과학은 의심하도록 만듭니다. 아마 과학이 믿을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지도 모르지만, 과학은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당장, 내가 주장하는 것조차도 의심해야 하죠. 그래서 아무도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래서 더 정확하고 엄밀한 실험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 실험 결과를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거짓말은 금방
    들통나게 되죠. 과학 논문이 대체로 믿을만한 것은 그렇기 때문입니다. 논문으로 발표된 것들은 어느정도 믿을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믿어도 됩니다. 물론 누군가는 조작을 하고, 누군가는 잘 몰라서 틀리고, 그런 일들이 있죠.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자신의 잘못을
    먼저 말하고 인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과학자입니다.

    셋째로, 과학은 뭐가 안되는건지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외부 동력 없이 영원히 작동하는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도 그게
    가능하다며 이런저런 장치들을 만들어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구기관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현재의
    이론은 그 외에 엄청나게 많은 사실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했고, 영구기관이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아직까지 영구기관이 관찰된 적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성공적입니다. 그러므로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지식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죠.


    째로, 과학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도록 합니다. 어떤 현상과 관찰된 사실이 있을 때, 아는 것은 관찰된 사실이지만 모르는
    것은 그 원인이죠. 그 원인에 대해서 난 이렇게 생각해, 넌 저렇게 생각해, 이렇게 말하긴 하지만 증명되지 않은 이론은 언제나
    “가설”로 취급받으며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과학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뭘 아는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른다면, 실력이 있건 없건간에 분명히 헛소리하다가 혼자
    나자빠질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나라 과학 교육에서는 이런 것들을 가르치지 않아요. 뉴턴의
    세가지 운동 법칙이나, 멘델의 유전법칙이나, 일정성분비의 법칙, 이런 것들은 매우 중요한 사실들이지만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운동법칙이 어째서 우리에게 의미있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게 중요하다고 하면 또 교육 정책 만드시는 분들은 어떻게 의미가 있고 어떻게 써먹는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교과서를 개편합니다만, 그게 아니죠.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아내는 그 과정을 배워야 하는데 그런건
    가르치지 않아요.

    내년에 대통령 되시는 분은, 노벨상이나 IT강국같은 헛소리는 그만하고, 세계
    최초나 세계 최고같은 헛소리도 그만하고, 교육정책이나 잘 손봐서 제대로 된 과학교육이 이루지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교육
    정책은, 비유하자면, 이번주에 씨뿌리고 다음주에 수확하려 하니 성과가 없다고 갈아엎고 또 씨뿌리는 삽질이나 하고 있는거죠.

    어쩌다보니 얘기가 자연과학만 예를 들었지만, 사회과학, 심리학, 언어학 같은 인문과학 또한 과학입니다.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 1초 #3

    1초를 재는 방법은 지난시간에 말한 대로, 그냥 1초에 해당하는 기준을 정해놓고 비교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우리가 1초의
    기준을 그냥 시계추에 맞추어 둔다면 재기 쉽겠지만, 프랑스에 있는 국제 도량형 표준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계추는 온도에
    따라서 길이가 변할 수도 있고, 때가 타서 무게가 변할 수도 있고, 바람이 불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10억분의 1초까지
    정확한 1초의 길이를 재기 위해서 아주 좋은 재료는 아니기 ‹š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가? 온도에 따라서 변하지도 않고, 때가 타지도 않고,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흔들림”을 이용해서 측정할 수 있다. 바로, 전자파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그 전자파의 주기를 재서 1초를 정의하게 된다. 그럼, 전자파의 주기를 어떻게 재는것인가?

    가장 기본 원리는 우리가 매일 야식 먹을 때 쓰는 바로 그 장비,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제로, 국제 표준 시계로 사용하고 있는 세슘 원자 시계는 초정밀 장치이고, 모든 종류의 잡음과 오차를 막기 위하여 엄청나게 복잡한
    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거기서 시간 재는데 필요없는거 다 떼어내고 나면, 남는건 전자레인지 하나와 라디오 하나가 있을
    뿐이다.

    물론 우리가 전자레인지 하나 사서 원자시계를 만들 수 있는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파를 라디오로 수신해서 맞추는 것이다. 헛소리라고 생각하기 전에 조금 더 상세히 설명을 하겠다.


    자레인지는 전자파를 만들어 내는 장치이다. 물론 요리 하는데 쓰는 장치인데, 그 근본에는 전자파를 만들어 내는 장치가 있는
    것이다. 그럼 전자레인지를 그냥 돌리면 될까? 그렇지 아니하다. 우리는 세슘 원자를 기준으로 쓰기로 했으니 세슘 원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전자레인지에서 방출된 강력한 전자파가 세슘을 쉐킷쉐킷 해준다. 전자레인지는
    세슘 원자를 마구마구 흔들어 대는데, 이 과정에서 전자파가 나온다. 물론 전자파를 뿌려대고 있으니 당연히 전자파는 나오는
    것인데, 우리가 넣은 것 말고 다른 전자파도 나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전자레인지에서
    흔들어 주는 전자파는 진동수가 정해져 있다. 세슘은 그 전자파에 따라서 이리비틀 저리비틀 오락가락 할 뿐이다. 이 상태로는 그냥
    받은 전파를 그대로 내보낼 뿐이다. 하지만 세슘은 그 전자파를 그냥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번 흡수했다가 내보낼 수도 있다.
    ??? 흡수??

    여기서 말하는 흡수는 그네를 흔들어 주는 그 따스한 손길을 뜻한다. 그네를 흔들어 줄 때 박자 맞춰서 흔들어 주면 그네가 점점 크게 흔들리다가 확…

    물론 여기서는 그네는 세슘이고, 흔들어주는 손은 전자레인지이다. 문제는, 그네를 흔들어 주는데 지 멋대로 흔들어 준다는 것이 문제일 뿐.


    멋대로 흔들어 주고 있으니, 그네를 탄 사람은 정신이 없다.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 와중에 확 뛰어 내리는
    것이다. 세슘 원자의 경우에도 에너지를 그렇게 흡수하다보면 그만 흡수하고 확 뛰어 내리게 되는데, 사람은 그렇게 뛰어내리다가
    다쳐서 비명을 지르지만 원자는 뛰어내릴 때 전자파를 방출한다.

    이 전자파를 검출하면
    되는데, 이걸 검출하는데 라디오를 사용한다. 우리가 라디오 주파수 맞춘다고 지지직 거리면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잘 돌리면서 또르륵 맞춰가다보면 어느 순간 띠링 하고 세슘이 내지른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물론 귀에 들리지는
    않겠지만.

    이 방법을 이용해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데, 주파수는 1초에 흔들리는 횟수이고, 우리는 세슘이 90억번 흔들리면 1초가 지나갔다고 정했으니, 주파수를 맞추면 1초를 잴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