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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원인

금요일날 퇴근 직전…

A박사님과 B박사님이 쓸데없이 배틀을 붙었다.

실험 장비의 설치 문제에서, A박사님은 “C장비와 D장비의 평행이 맞으니까, 이 평행선을 시작점으로 해서 레이저와 일직선을 만들어 봅시다”라고 주장했고 B박사님은 “어차피 레이저 기준으로 맞춰야 하니까 그건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토론은 5시 30분경에 시작되어 결국 나까지 20분 늦게 퇴근했다. (그 결과는 나비효과로 카오스 현상을 일으켜서 내가 서울에 도착한 시간을 1시간 30분 늦춰버렸다.)

B박사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충분히 이해했는데, A박사님의 주장은 그냥 “어디다 놓고 맞추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여기서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이었고, B박사님은 “어디다 놓고 맞추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그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B박사님, 그럼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하시려고요 -_-;;

내가 딱히 A박사님을 좋아하거나 편을 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 경우만큼은 답답해서 끼어들고 싶었다. 물론 일개 연구원이 박사님들 토론하는데 끼어들었다간 퇴근시간이 30분 더 늦어진다는 진리를 오래전에 깨달았기 때문에 “그럼 이제 다 끝난거죠?”라고 꽤 여러번 얘기하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부디 쓸데없는걸로 싸우지 맙시다. 박사들 싸움에 석사는 울어요.

수식 없이 에너지 보존법칙 이해하기 2

지난번에 에너지가 뭔지 이해해 보았다. 이제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해해 보자.

운동량 보존법칙을 이해할 때 썼던 방법을 다시한번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때 우리는 그냥 꾸준히 지켜봤다.

이제 “입자”라는 개념을 도입할 건데, 물리학에서 말하는 입자는 뭔가 특별하거나 신기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특징도 없고 절대로 신기하지 않은 것”이라는 뜻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부 구조를 갖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가장 작은 것”을 입자라고 부른다.



[각주:

1

]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이 입자가 갖고 있는 에너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입자를 표현하는 몇가지 숫자들이 필요해 지는데, 위치, 질량, 각운동량, 운동량, 전하량 등등이 있다.



[각주:

2

]



이 숫자들을 이용하면 입자의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값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해 나가면 에너지가 보존되나 안되나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각운동량이나 전하량이 뭔지 잘 모른다. 따라서, 일단 운동량만 놓고 생각하자.

언제나 가장 쉬운 문제부터 풀어보는 것이 좋으니까, 일단 입자는 1개만 있다고 하자.

운동량과 관련된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이다. 여기에, 그냥 위치에너지가 0이라는 상수로 주어진다고 하자.



[각주:

3

]



이 상황에서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계의 전체 에너지는 변할까? 안변할까? 당연히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운동량이 보존된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운동 에너지는 운동량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각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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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운동량이 변하지 않는다면 운동 에너지도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에너지는 보존된다.

이제 좀 더 어려운, 무려 2배나 어려워진 문제인 “입자 2개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입자가 2개 있으면 그 두개가 충돌하는 상황도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그 입자들이 절대로 충돌하지 않는다고 하면 당연히 운동량이 보존되고 당연히 전체 운동 에너지도 보존된다.



[각주:

5

]



그리고, 입자들이 충돌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 여기서는 “탄성 계수”라는 것을 또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해하자는데 왜 이렇게 곁다리로 같이 나오는 애들이 많냐고 물어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이거 설명 안하고 넘어가면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랑 모순이 생기기 때문에 설명해줘야 한다.

탄성계수란 두 입자가 충돌하는 경우 그중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손실되는지 알려주는 숫자이다. 정확히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검색해보길 바라며, 여기서 중요한건 그 숫자가 0이면 두 입자가 충돌후에 합쳐져 버리는 경우이고, 1이면 에너지가 전혀 손실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0과 1사이에 있다. 0과 1사이에 있지 않은 탄성계수가 등장하는 문제를 발견하면 골치아파지므로 독자 여러분의 모교에 재직중인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에게 신고해주기 바란다. (나한테 말고. 몰라서 그런거 아니다.)

어쨌든, 탄성계수가 1이라고 하자. 그럼 충돌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없으므로 에너지는 여전히 보존된다. 잠깐. 갑자기 순환논리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당신은 물리 천재다. 에너지 보존법칙을 설명하는데 “에너지가 보존되니까 에너지는 보존된다”는 설명을 했다. 그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걸 이해하려면 탄성계수가 1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고, 여기서는 중요하지 않다. 탄성계수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다른 글에서 설명할 날이 올 것이다. 사실 지난번에 운동량 보존을 설명할 때에도 탄성계수에 대한 이야기와 비탄성 충돌에서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쓰지 않았었다.

억지를 쓰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두 입자가 충돌하는 경우를 다시한번 면밀히 분석해 보자. 입자가 여러개 있으면 또 골치아파지기 때문에 입자 하나가 엄청나게 크고 무한히 넓고 무한히 무거운 벽에 충돌한다고 치자. 운동 방향도 이래저래 따지면 귀찮으니까 수직으로 충돌하러 들어간다고 치자. 운동량이 보존되는 경우, 운동에너지가 충돌 전과 충돌 후에 변할까?

(졸려서 다음 편에 계속…)

  1. 입자 물리학은 따라서 아무 특징도 없는 놈을 연구하는 학문이 되겠다. (응?)

    [본문으로]
  2. 좀 더 어려운 물리학에서는 여기에 몇가지 숫자들을 더 추가하기도 하지만 이정도만 알아도 엄청 많이 아는 것이다.

    [본문으로]
  3. 분명히 얘기했지만, 위치 에너지는 그냥 주어진 대로 쓰면 된다. 여기서는, 가령 f(x)=0이라는 함수로 주어진 것이다.

    [본문으로]
  4. 아니, 운동량과 속도의 곱을 운동 에너지라고 해 놓고서 왜 갑자기 딴소리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친절하게 해석을 달아 두자면, 속도는 운동량을 질량으로 나누면 알아낼 수 있다.

    [본문으로]
  5. 아직까지 위치에너지는 상수로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 적용되고 있다.

    [본문으로]

수식 없이 에너지 보존법칙 이해하기 1

이번엔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해하는 것에 도전해 보자.

일단, 에너지 보존법칙의 이론적 배경부터 살펴보자. 두가지 법칙만 알면 에너지 보존법칙을 유도할 수 있다.

1. 해밀토니안 연산자와 교환 가능한 연산자의 고유값은 시간이 변하더라도 보존된다.

2. 해밀토니안 연산자의 고유값이 에너지이다.

2000년전에 개발된 3단논법에 의하면, 에너지는 보존된다.

하지만 해밀토니안 연산자가 뭔지도 모르고 교환 가능한 연산자가 뭔지도 모르며 고유값이 뭔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말해봐야 그냥 개짖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에너지 보존법칙을 조금 더 들여다 보자.

예전에 운동량 보존법칙을 설명할 때, 운동량이 뭔지부터 이해해야만 했다. 따라서 여기서도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해하려면 에너지가 뭔지부터 이해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우주에는 2가지 종류의 에너지가 있다. Potential energy와 Kinetic energy이다. Potential Energy는 우리말로 “위치 에너지”라고 하는데, 물론 위치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위치 에너지라고 해도 좋지만 “잠재적인 에너지” 또는 “숨은 에너지”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나중에 전자기학에서 속도나 속력에 따라서 변하는 위치에너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냥 한국물리학회의 물리 용어집에 따라 별 생각 없이 위치 에너지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어차피 말이 중요한건 아니다. Kinetic energy는 “운동 에너지”라고 부른다. 운동 에너지는 물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에너지이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에너지를 갖지 않는다.

추가적으로 Thermal energy가 있다. 이것은 “열 에너지”라는 것인데, 통계역학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이다. 열 에너지는 그 실체를 잘 들여다보면 운동 에너지인데, 통계역학에서 다루는 더해야 할 운동에너지의 수가 너무 많다보니



[각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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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수 하나로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에너지이다. 열 에너지를 계산하는 방법은 쉬우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아무튼 열 에너지라는 것을 왜 기본 에너지로 치지 않느냐고 묻지 말기 바란다. 열 에너지도 운동 에너지이므로 운동 에너지를 다룰 줄 알면 열 에너지도 다룰 수 있다.

(또 추가) 여기에, 아인슈타인이 쓴 상대성 이론에 등장하는 질량 에너지가 있다. 질량 에너지는 정확히 말하면 그냥 에너지 = 질량 이라는 법칙이 성립하기 때문에 나온 에너지이다. 질량과 에너지는 같은 것이니까,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어떤 글에서 “에너지”라는 단어를 발견했다면, 그 자리에 “질량”이라는 단어로 바꿔서 쓰더라도 물리학적으로 전혀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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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숫자까지 똑같다는 뜻은 아니지만, 물리학자들 중에는 숫자까지 똑같이 맞춰주기 위해서 광속을 1이라고 하는 쿨한 사람도 많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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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에너지는 저렇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고 싶은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해하려면 에너지를 수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수로 표현하지 못하면 보존되는지 마는건지 알 수가 없잖아.

운동 에너지를 수로 표현하는 방법은 사실 별거 없다. 앞에서 우리는 운동량을 수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는데, 운동량과 속도를 곱하면 운동 에너지가 된다. 여기에, 운동 에너지를 미분하면 운동량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숫자를 맞춰주기 위해서 0.5를 곱해주면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운동 에너지가 된다. 하지만 운동 에너지가 왜 운동량과 속도의 곱이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조금 더 어려운 문제이다.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일-에너지 정리를 유도해야 하는데, 그럼 수식 없이 이해를 해보자는 이 글의 의도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다른 글에서 따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위치 에너지를 수로 표현하는 방법은 더 쉽다. 그냥 주어진 위치 에너지를 가져다 쓰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위치의 제곱에 비례하거나



[각주:

4

]



위치 값에 반비례



[각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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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이 두가지 경우가 물리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위치에너지이다. 가끔 위치의 네제곱에 비례하는 위치 에너지, 위치의 세제곱이나 다섯제곱에 반비례하는 위치 에너지 같은 이상한 것들이 등장한다. 뭐 아무튼, 위치 에너지는 물리 문제를 풀어야 할 때마다 그때 그때 주어지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물론, 왜 주어진 물리 문제에서 위치 에너지가 그따위로 생겨먹었느냐고 질문한다면 그것 역시 논문 서너개는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조금은 어려운 문제라는 협박을 해주도록 하겠다.

이제 에너지 보존법칙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배경지식을 갖게 되었다. 에너지 보존법칙이란 “외부 계와 에너지를 교환하지 않는 한, 주어진 물리 계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총 합은 항상 보존된다”는 법칙이다. 다시 말해서, 누가 건드리지 않는다면 에너지를 다 더한 값이 일정하다는 뜻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쓰다가 지쳤음.)

  1. 사실 몇개 안되는 입자를 분석하는데 통계역학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사용할 수는 있다. 그리고 잘 맞는다.) 한두개가 아니라 1조x1조 개 정도 되는 입자들을 분석하다보니 각각에 대해서 말하는게 의미가 없는지라, 평균을 내서 모든 값들을 말한다. 물론 열 에너지가 그 입자들의 운동에너지의 평균은 아니다.

    [본문으로]
  2. 국문학적 관점에서의 문법적 또는 서술적 오류는 발생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물리학 책에 빛의 속도, 플랑크 상수, 중력 상수는 너무 많이 나오는 주제에 숫자도 괴이하게 길기 때문에 그냥 c=h=G=1이라고 쓰면 잉크가 절약되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다.

    [본문으로]
  4. 용수철의 탄성 에너지 또는 Harmonic oscillator가 대표적인 예이다.

    [본문으로]
  5. 말할 것도 없이 점질량에 의해 발생되는 중력장과 점전하에 의해 발생되는 전자기장의 위치 에너지가 이런 형태이다.

    [본문으로]

사각형 수 세기

n개의 행과 m개의 열로 이루어진 사각형 격자 모양이 있다. 이때, 여기서 만들어지는 사각형의 수는 총 몇개인가?

일단 n개중에 k개를 선택하는 문제가 된다. 단, 이 경우 k개가 연속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발생한다.

이 경우에, n-k+1개의 선택이 가능하다. 가령, 10개중에서 3개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7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이 논리는 행과 열 모두에 적용 가능하다. 가령 n행중에서 k개의 행을 선택한 후, 각 경우에 대해서 m개의 열 중 j개의 열을 선택할 수 있다.

(n-k+1) * (m-j+1)을 k와 j에 대해서 다 더하면 된다. k는 1부터 n까지, j는 1부터 m까지 더하면 된다.

수열 두개를 곱해서 더하는 경우에 대해 그닥 고민할 필요는 없다. k에 대한 합은 n(n+1)/2이고 j에 대한 합은 m(m+1)/2이다. 나머지는 상수이므로 n과 m을 각각 곱해주기만 하면 된다.

(n*n-n*n/2-n/2+n) * (m*m-m*m/2-m/2+m) = n(n+1)*m(m+1)/4

간단하게 끝나버렸다.

이 공식이 맞는지 한번 점검해보자.

2행 3열의 사각형 격자가 있다고 하면 여기서 나오는 사각형은

1칸짜리 = 6개

2칸짜리 = (세로 4개) + (가로 3개) = 7개

3칸짜리 = 세로 2개

4칸짜리 = 2개

5칸짜리 = 없음

6칸짜리 = 1개

6+7+2+2+1 = 18개

잘 맞는다.

갑자기, 친구가 물어봐서 올려둠.

포기

훈련소에 있을 때, 수료식 준비를 하면서 훈련병 소감문이라는 것을 발표하는 사람을 뽑는 일이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굉장한 일이냐 하면, 훈련병 1400명을 대표해서 단 1명이 발표하는 것이다. 훈련병 가족들이 대략 1000명 정도 온다고 치면, 다른 관계자들 포함해서 대략 2500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발표하는 것이다. 보통은 수료식 준비를 하는 대대에서 적당히 한명을 뽑기로 되어 있다는데, 이번 기수에서는 내가 소속되어 있던 1중대에서 뽑기로 되었다. 이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세상에, 내가 2500명이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내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블로그에 글을 쓴다 하더라도 방문객들 중에서 얼마나 제대로 읽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엔 내 글을 확실히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 넣어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글을 발표하는 것은 나의 자신감을 키워줄 것이다. 어쨌든 정말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말했듯이 이 경쟁에 나만 참가한게 아니라 다른 경쟁자 1명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발표자를 선정하는 것은 제비뽑기를 통해서 결정되었다. 투표에서 졌기 때문에 포기할 뻔 했던 나에게 어쨌든 50%의 확률로 한번의 기회가 더 생긴 것이므로 아무튼 받아들였다. 가위바위보를 통해서 누가 먼저 제비를 뽑을지 정했는데, 내가 먼저 뽑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X를 뽑았고, 난 발표를 포기해야 했다.

이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주 쉽지는 않았다. 나는 내 글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더 좋은 글이 발표되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비뽑기에서 졌기 때문에 여기서 더 밀고 나가는 것은 의미도 없고 남들이 받아들일만한 명분도 없었다. 거기서 내가 꼭 발표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여러가지로 무리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그냥 포기하기엔 정말 너무나 엄청난 기회였다.

그러다가 취침 시간이 되어서 침상에 누웠다. 너무 큰 기회를 날려먹은 하루였기 때문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고, 그럼 결국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의 마음일 뿐이었다. 제비를 뽑을 때, 내가 뽑은거 말고 한번만 더 생각해서 바꿨더라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까? 이것은 로또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었는데, 내가 왜 하필 그렇게 잡았을까. 온갖 후회가 내 머리를 헤집고 다녔다. 그렇게 몇시간을 생각하다가 어느새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났는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내가 추첨에서 떨어졌다는 것도, 내가 발표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런저런 모든 것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내가 어제 무슨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고나서야 어제의 감정들이 다시 떠올랐다. 아쉬움, 후회, 자기비하, 기타 등등.

그리고 나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요점은, 이 기회가 대단한 기회이긴 하지만 결국 포기해야 하는 것인데, 이 기회를 포기하지 못하면 나중에 더 큰 기회를 포기해야만 할 때는 더 힘들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그동안 내가 확률 게임에서 얼마나 낮은 승률을 보였는지 다시한번 생각하면서 난 행운에 기대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99%의 노력으로 정말 잘 해놓고서도 1%의 행운이 부족해서 포기했던, 실패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단 1%의 행운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재수없는 인생을 돌파하려면 100%의 실력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실력 없이 성공을 논할 수 없는, 참 운도 지지리 없는 인간이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에나 쓰는 말이라는, 멋진 말을 누군가 남겼던 것 같다. 하지만, 포기해야 할 때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다.

인과관계의 분석


http://www.fnnews.com/view_news/2010/05/05/00000921976629.html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이 전교조 교사가 많은 곳이 수능 성적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가 많은 곳이 수능성적이 떨어지는 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하는데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뭐,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서 몇가지 지적한다.

1. 그가 분석한 것은 상관관계지 인과관계가 아니다. 전교조 성적과 수능성적이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을 뿐, “전교조가 많기 때문에 수능성적이 떨어졌다”는 주장을 검증하는 통계자료는 아니다. 가령, 위의 주장이 참이라면 “수능성적이 낮기 때문에 교사들이 전교조에 많이 가입하였다”는 주장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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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나의 어떤 원인이 있어서, 그 원인이 수능 성적을 낮추고 동시에 전교조 가입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즉, 두 사건은 같은 원인의 결과일 수 있다. 가령, 학교가 도시에 있느냐 지방에 있느냐가 그런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각주:

2

]


3. 전혀 다른 원인으로부터 그런 상관관계가 나타날 수 있다. 전교조 가입을 높이는 원인과 수능 성적이 낮아진 원인이 아무 관련이 없을 수 있다.

4.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 기사에서 그는 단 1년치의 자료만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만약 좀 더 신뢰성 있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년도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해야 하며, 또한 통계적 오차 범위도 제시해야 한다.

5. 그는 대상의 일부만을 비교하고 있다. 전교조 가입률이 5%미만인 곳과 40%이상인 곳을 비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사이에 있는 나머지

55%의

학교에서는 아무 관계가 없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교원 단체는 전교조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교원 단체의 영향력도 분석해야 한다. 교총 가입자가 많을수록 수능 성적이 떨어진다는 상관관계를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교조 가입률이 5%미만인 곳의 수와 40%이상인 곳의 수가 크게 차이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전교조 가입률이 5%미만인 곳이 엄청 적은 수라고 한다면, 그것은 전교조 가입률이 적은 학교를 대표하지 못한다.

6. 전교조 교사와 수능 성적이 인과관계가 있다 하여 그것이 전교조 회원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가령, 그런 공개의 경우 광고 전화, 사기 전화 등으로 개인의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논술, 심층면접, 토플, GRE등을 준비하려면 이정도 글은 1분 내에 읽고 1분 내에 초안을 작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쩝. (음?)

  1. 이런 주장도 있었다. “천식 환자들이 산에 있는 요양소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산에 있는 요양소는 천식에 더 나쁘다” 물론 사실은 천식 환자들이 공기 좋은 요양소에 몰려 있으므로 사망률이 높아지는건 지극히 당연하다.

    [본문으로]
  2. 로또에서 “1등 당첨 판매점”이 계속해서 “1등”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그 자리가 명당이어서 그런게 아니라 많이 팔리기 때문에 그만큼 1등도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로또 명당이란 없다.

    [본문으로]

선택의 기로

인간은 누구나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한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여러개가 있다. A, B, C, …

몇가지 착각에 빠질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실제로 잘 살펴보면,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서 몇가지는 고를 수 없는 것들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선택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또한 착각이다. 모든 상황에서 모든 정확한 정보를 알 수는 없으며, 모든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다.

상황은 항상 바뀌는 것이라, 내가 선택하던 상황에서는 최선이었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최악이 될 수도 있다. 반대일 수도 있고, 물론 상황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 최악이 된 경우, 얼마나 많을까.

반대로, “난 지금 최악의 선택을 해버렸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일 수 있다. 하나의 생각에 빠져서 절망하고만 있으면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절망하지도 않고 낙관하지도 않는 것이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을 하는 비결이다. 최선의 선택이란 없다.

늘어놓기 2


쓰던건 다 쓰다 가야지. 예제를 잘못 드는 바람에 설명이 산으로 가게 되었지만 쓴건 쓴거니까 일단 계속 간다.


앞에서, 100원짜리 n개와 500원짜리 m개로 1000000원을 지불하는 방법의 수가 몇가지인가를 물어봤었다. 일단 이 문제를 잘 풀어보자. (사실 앞에서 “물리”에 들어가 있던



“마법의 분배함수”



글과 내용이 겹친다.)


어쨌든, 500원짜리로 1000000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2000개가 필요하다. 그럼, 500원짜리 m개가 있으면, 100원은 몇개나 필요할까?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n=(100000-500m)/100 이다. 아무튼, 중요한건 n개와 m개가 있다는 것이다.


n개와 m개를 모두 합쳐서, 전체를 늘어놓는 방법의 수는 무려 (n+m)!개이다. 하지만, 그중에 n개가 중복된다. n개 끼리는 서로 바꾸더라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n개끼리 서로 바꾸는 경우의 수는 세면 안된다. 반대로 m개도 서로 중복된다. 따라서, 이 경우의 수도 세면 안된다. 잘 생각해 보면, 그런 경우의 수를 세지 않기 위해서는 각 경우의 수로 나눠 줘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n+m)! / (n! m!) 가지의 경우가 있다. (이게 왜 맞는지는 100원짜리 2개, 500원짜리 0개를 놓고 고민해보면 된다.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집에 있는 저금통을 탈탈 털어서 생각해 보자. -_-;; 언젠가 그림이 추가될 수도 있다.)


이제, 순열대칭군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말한건 뭐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연습문제였다.


(a, b)가 있다고 하자. 이걸 늘어놓는 방법의 수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2가지다. (a, b)와 (b, a)가 된다. 그럼, 이것을 이렇게 쓸 수 있다. ({a, a}, {b, b})와 ({a, b}, {b, a})라고 써보자. {x, y}는 x를 y로 바꾼다는 뜻이다. 여기서, “바꾼다”라는 동사가 들어갔음에 유의하자. 영어로는 이것을 Operation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앞에 있는 a와 b는 어차피 순서대로 쓸 것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그냥 (a, b)와 (b, a)라고 그냥 쓰자. 하지만, 여기서 엄청난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제, “바꾼다”라는 것을 여러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a, b)를 두번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이것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때문에 두번을 적용하든 세번을 적용하든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이 된다.






이제



,



여기서부터



,



순열을
군의 한 종류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Group)



이란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성질을 가진 어떤 집합을
말한다



.





1.









이항연산



(Binary operation)



이 잘
정의된다



.







,



어떤 군



G



가 있을 때



,



이 군의 원소



a, b



가 있다고
하고



,



이항연산



?



가 있다고 하면



, a?b



가 다시 군



G



의 원소이다



.



이 말은



, a, b



를 알려주면 그걸 갖고 이항연산을 한 후에 어떤 원소가 되는지 알려주는
규칙을 잘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





2.









이항연산



?



가 있으면



,



임의의 원소



a



에 대해서 항등원이 있다



.







, a?e = e?a = a



인 원소



e



가 있다



.





3.









이항연산



?



가 있으면



,



임의의 원소



a



에 대해서 그 역원이 있다



.







,



항등원



e



에 대해서



a?b = b?a = e



가 되는 원소



b



가 항상 있다



.



이때



, b = -a



라고 쓴다



. (



흔히들



.)


이런 세가지 규칙을 만족하는 집합을 군이라고 부른다



.



순열이 왜 군이
되는지 검토해 보자



.


가령



, (a, b)



를 바꾸는 연산을 모아놓는다고 하면



, (a, b)



를 그대로 놔두는 것



(e)



이 하나 있고



, (b, a)



로 바꾸는 것



(x)



이 하나 있다



.



여기에 대해서 이항연산이란



,



이런 작용들을 연속으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



가령



, x?e



라고 하면



e



를 먼저 작용하고



x



를 작용한다는 뜻이다



.



이것은 잘 정의되는 이항연산인데



, (a, b)



에 대해서 바꿔주는
것들은 어떻게 바꿔주더라도 하나의 순열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낼 수 있다



.



원소의 수가 늘어나도 마찬가지이다



. (a, b, c, d)







(c, a, d, b)



로 바꿔주는 작용과



(a, c, d, b)



로 바꿔주는 작용을 연속적으로 작용시키면



,




결과물 역시 한번에 바꿔주는 작용의 하나에 속한다



. (



직접 해보자



.



절대



,



귀찮아서 시키는거 아님



.)







이런 늘어놓는 대칭성을



, n



개의 원소에 대해서 늘어놓는 것들에 대한
대칭성을



$S_n$



이라고 부른다



.



그럼



,



여기서



$S_n$



은 다시 우순열



(Even
permutation)



과 기순열



(Odd permutation)



으로 나눌 수 있다



.



한번에



2



개씩만 바꾸는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해서 모든 순열을 얻을
수 있는데



,



그중 짝수번 반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우순열



,



홀수번
반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기순열이 된다



.



물론 이 두 집합은



$S_n$



을 정확히 반으로 나눈다



.

가령, (a, b, c, d)를 한번에 2개씩만 바꿔서 (d, b, a, c)를 만들려면, (a, b, c, d)->(a, b, d, c)->(d, b, a, c)가 된다. 3번 바꿔서 만들어야 하므로 (d, b, a, c)는 기순열이다.

사실, 우순열들만 다 모아두면 그것은 또한 다시 군을 이룬다. 이런것을 부분군이라고 하는데, 어떤 군의 부분집합이 다시 그 자체로 군이 되는 경우이다.




간단한 질문

임의의 두 자연수 n과 m이 있다. n>m이라고 할 때, n!/m!은 항상 자연수인가? (네!)

그렇다면, (n+m)!/(n! m!) 은 항상 자연수인가?

원뿔과 테이프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뜨거운 물을 부었더니 컵에 금이 갔다. 헐.

가만히 놔두면 물이 샌다. 그래서 이걸 해결하기 위해 여기에 테이프를 붙이려고 한다. 테이프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제 사용에 지장이 없게 하려면 매끈하게 붙이는 것이 좋다. 그래서 문제.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원뿔이 있다. 여기에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해서 한번도 자르지 않고 접히지도 않게 그 표면을 모두, “잘” 뒤덮을 수 있을까? 스카치 테이프의 너비는 일정하지만 임의로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스카치 테이프는 늘어나지 않고 쪼그라들지도 않는다. 길이는 무한히 길어질 수 있다고 하자.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이제, 어떤 임의의 표면을 스카치 테이프로 모두 뒤덮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야 할까? 잘 덮이는 표면과 덮을 수 없는 표면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풀이는 미래의 언젠가. -_-;

위의 문제에 대한 풀이를 “잘” 일반화시키면 일반 상대성이론 문제도 풀 수 있다.

풀이

풀이가 너무 빨리 올라온 것 아니냐는, 뭐 그런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미래의 언젠가”가 꼭 “먼 미래”이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단 이 그림을 보자.


http://www.topianet.co.kr/topia/6/6s/6s2060105.htm

(단순 “사실”은 저작권이 없다. 이것은 그냥 단지 원뿔의 전개도일 뿐이다.)

원뿔을 잘 잘라서 펼치면 위와 같은 모양이 된다. 이 전개도에 테이프를 잘 발라 붙인 후, 다시 원뿔로 붙이면 된다. (참 쉽죠?)

생각해보니, 한번도 안자르고 붙이는건 조금 힘드니까, 테이프를 좀 넓다고 가정하자. (문제의 조건은 안 어겼음! ㅋㅋ)

이제 수학 시작. (이하, 어려울 것 같은 단어를 쉽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게 쉽다는 걸 이해하거나



[각주:

1

]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은 읽지 않아도 아무 상관 없다.)

위와 같이, 전개도를 그릴 수 있는 평면을 “가전면”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developable surface”이라고 한다. 이 단어를 어떤 사람들은 “지표면 중에서 개발할 수 있는 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설마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영어와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가전면은 전체적인 곡률이 0인 표면을 얘기한다. 곡률은 “구부러진 정도”를 말해주는 수인데, 아니 원뿔이 어디가 평평해? 밑면? 이렇게 물어볼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맞다. 사실 원뿔의 빗면은 구부러진 표면이다. 하지만 수학적 의미의 곡률은 0이라는 것이다.

수학적 의미의 곡률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미분기하학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뤄야 하는데, 사실 그건 아직 나도 제대로 이해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평면에 쫙 펼칠수 있으니까 곡률이 0이라는 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곡률이 0이 아니라면, 그 표면은 평면에 찢지 않거나 접히지 않게 펼칠 수 없다. 어떻게 해도 접히고 어떻게 해도 찢어진다. (수학은 이런걸 증명하는 학문이다. 놀랍지 않은가?)

가령, 지구본의 지도를 평면에 어떻게 하더라도 제대로 옮겨서 그릴 수 없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지도 제작자들의 딜레마라고 하는데, 지구본에서 두개의 직선이 있을 때, 이 두 직선이 이루고 있는 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지구본의 특정 영역의 넓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그런 지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것도 증명할 수 있다.)

물론 지구본의 아주 작은 영역에 한해서는 그럭저럭 원하는 만큼 작은 오차를 갖고 그렇게 그릴 수 있지만 지구 전체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때, “원하는 만큼 작은 오차”라는 개념으로부터 “미분”이 나오고,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기하학이 나온다. 따라서 이런걸 연구하는 학문 분야가 바로 미분기하학(Differential geometry)이다.

그런데 사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인공위성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긴 한데, 도대체 지구에서는 그걸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뭐, 가장 쉽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에라토스테네스의 방법이긴 하다. 동네마다 태양의 남중고도가 다르거나, 동네마다 북극성의 고도가 다르다거나 등등. 아니면, 반지름이 1000km인 원의 면적을 재 봐도 된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1000000$\pi$km${}^2$이 나오겠지만,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면 이 값보다 크거나 작은 값이 나올 수도 있다.

뭐…짧게 요약하자면, 이런 얘기를 대충 한 다음에, 질량이 공간을 구부러트린다는 가정 하나만 넣으면 이제 미분기하학이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탈바꿈한다. (물론 장 방정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최소 작용의 원리도 필요하지만 이 글은 아무튼 수학 관련 글이므로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 아무튼, 테이프 붙이기에서도 수학적인 무언가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어떤 모양의 컵이 테이프로 잘 발라줄 수 없을지 고민해 보자.

  1. 그 단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 말고, 그 단어의 개념이 쉽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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