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학술

  • 해도 되는 말?

    나랑 같이 입사한 입사 동기중에, 성격이 매우 착한 사람이 있다.

    근데, 나는 이 사람에게 나의 속 깊은 얘기를 절대 하고 싶지 않다.

    왜 그런가?

    그는 나에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 그거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그 시시콜콜한 얘기의 내용이 문제다. 연구실에서 뒤로 들은 자기 연구실 속사정이라든가, 연봉 얘기 등을 꽤 쉽게 꺼낸다. 그 사람의 경력으로 봤을 때, 계속 학계에만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운전면허를 신청했다는 얘기부터 면허증 받았다는 얘기까지, 거의 매일 들으면서 – 대체 이 남자는 왜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학생회관 지하에 미장원이 있다는 얘기를 왜 해주는 것일까. 학생식당의 식사는 A코스와 B코스가 있는데 교직원식당에서는 B코스가 똑같이 제공되고 대신 리필이 안된다는 얘기를 왜 해주는 것일까. 그것도 3번이나.

    장례식장을 29살 될 때까지 한번도 안 가봐서 잘 모른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는데…대책이 없다. 상세히 가르쳐 주긴 했지만. 주워들은 얘기도 없던 것이었을까. 29살인데, 왜 26살인 나보다 경험이 적어보이는 걸까. 전에 있었던 연구실에서 나름 막내였다고 자랑하지만…그건 자랑이 되질 않는다. 대학 연구실에 29살이 막내면 그만큼 지원자가 없다는 뜻일텐데, 그닥 인기있는 전공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한번은, 연구소 건물 지하에 있는 체력단련실을 가게 되었다. 그 사람이 같이 가자고 꼬셔서 갔다. 오오…갔더니 무려 “드럼”과 “키보드”가 준비된 밴드 연습실도 있는 것이다. 난 기쁜 마음에 드럼을 좀 쳐봤다. 거기까진 좋은데, 그 사람이 그 다음날 부터 점심 때마다 “오늘은 드럼 안쳐요?”라고 물어보는 거다. -_-; 드럼을 혼자 왜 치나요…밴드도 없는데…

    며칠 듣다가 그거 물어보지 말라고 했다.

    내가 이 사람을 그다지 신용하지 않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첫날부터였다. 12월 22일에 첫 출근을 했다. 그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이것저것 절차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난 “내일부터 쉬지도 않고 제대로 출근 하려고 하니 힘들것 같아요. 아~ 쉬고싶다”라고 말을 했는데, 이 사람은 “내일 출근 안해요? 하는 거잖아요?”라고 답했다. 이건…무슨 인공지능 채팅기계와의 대화도 아닌 것이, 그 답을 듣고 나니 참 답답하더라.

    아무튼, 나는 그 다음에 “네, 출근은 하죠. 쉬고 싶다는 얘기예요. 26일도 사이에 끼어 있어서 쉬었으면 좋겠지만, 출근 해야겠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26일부터 출근해요?” 라고 답을 하더라. 이건 뭔소리여…

    그래서 그냥 “아뇨, 내일부터 출근하는거죠”라고 말하고 그냥 말을 접었다. 여기까지였으면 사실 그냥 좀 답답한 사람인가보다 하고 넘어가겠는데, 그걸로 끝이 아니다. 그게 오전에 있었던 일이고, 오후가 되었는데, 나를 담당한 박사님이 날 부르시더니, “기환씨, 26일날 휴가 낼거야?” 라고 물어보신다. 뭐야, 이건??

    “아뇨, 들어오자마자 무슨 휴가를 갑니까. 출근 해야죠” 라고 일단 대답을 했는데…

    “아…그렇지? 아까 행정실에서 자네가 26일날 휴가를 내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럴리가요. 전 그냥 26일이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 쉬고 싶다는 얘기를 빈말로 했을 뿐인데요”

    “응, 그런거지? 혹시라도 휴가 가거나 무슨 일 생기면 나를 통해서 얘기 해야돼. 직접 얘기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난 26일날 쉬고 싶다는 얘기를 연구소 내에서는 딱 한명에게밖에 안했다. 당연히 그 사람이 행정실에 가서 얘기를 했을 거고, 그 얘기가 이렇게 전달되어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아니 그걸 왜 가서 물어보냐고요…

    그 사람의 의도는, 내가 휴가를 내고 싶어하는 줄 알고 행정실에 미리 물어봐 준,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그 속에 담겨있겠지만, 이래서야 내가 번거로워질 뿐이다. 난 애초에 휴가는 커녕 25일도 출근해야 한다면 출근 하려고 했었다.

    남의 사정에 너무 신경을 써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주면, 정말 번거롭다. 더욱이, 만약 이 일이 더 크게 벌어졌으면 내 평판은 완전히 땅에 떨어졌겠지. – 신입이 들어오자마자 놀고 먹을 생각이나 한다고.

    그 사건 이후로 – 첫 출근 후 6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 난 그 사람이랑은 아주아주 가벼운 얘기만을 나누기로 했다.

    나도 계속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긴 하지만, 자신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은 정말 상대하기 힘들다. 그것도, 정말 선의에 의해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더더욱 괴롭다. 이런 사람을 만난건 내 인생에서 딱 두번째인데, 이래저래 힘들기만 할 뿐이다. 더군다나 나 역시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지지는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그냥 빈말만 주고받고 있다. 그 사람은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절대 눈치채지 못하겠지. 그걸 눈치챌 정도로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앞서의 그런 사건들이 일어났을리가 없다.

    아무튼, 크게 성공할 사람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적당한 직장을 구하고 적당히 사는 평범한 소시민이 될 것 같은 느낌의 사람이었다.

    추가 1.

    별로 맘에 안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중의 하나가 더 생각났다.

    자취방에 어머님과 조카가 와서 같이 살고 있다고…

    …그걸 2주간이나 말하고 다녔다. 자랑인가?

    아니…그닥, 어머님과 같이 사는거 자체를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29살씩이나 먹은 아들을 그 어머님은 얼마나 걱정되었기에 따라 내려오셨으며, 그걸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니…

    뭐랄까, “마마보이”의 인상이 강하게 풍기는 느낌이었다.

    추가 2.

    최근, 나는 디지털 피아노를 사서 연습하고 있다. 이 얘기를 그 사람에게 했더니…

    “한번 들려 주세요” – 지하 연습실로 가자는 얘기다.

    “아…제가 외우고 있는 곡이 없어서, 악보가 없으면 연주를 못해요”

    “대충이라도 한번 들려 주세요. 어차피 저는 음악을 잘 몰라서 괜찮아요”

    “다음에 들려드릴게요”

    잘 모르면 들려달라고 하지 마…-_-;

    추가 3.

    아직도 안 잊어먹고 피아노 친거 한번 들려달라고 한다. 자기는 음악을 잘 모르니까 대충 쳐도 모른다고. 난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음악을 잘 모른다고 하면서 내가 연습한 곡을 쳐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그 심리 저편에는 호기심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내가 들려준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음악적 감상 수준이 감동을 받을 수준인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하는데 공연을 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봐서 내가 잘 치는것도 아니다. 게다가 남자다.

    내가 피아노를 그 앞에서 쳐줘야할 이유가 단 한가지도 없다. 그냥 내가 지금 연습하는 곡의 Mp3파일을 보내주고 끝낼까 싶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계속 피아노를 쳐 달라고 요구할 것 같다. 좀 알아 들어라. 제발. 나도 그런 부류이긴 하지만,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 사람은 참 답답하다. 그렇다고 이런 얘기를 명시적으로 할 수도 없잖은가.

    추가 4.

    내 자동차는 왼쪽 뒤쪽의 범퍼가 상해 있다. 그것은, 전에 잠깐 살던 아파트에서 깨먹었다. 거긴 주차가 후면주차이고 그것도 기울어져서 주차를 해야 한다. 그때, 딱 한번 라디오 들으면서 주차하다가 라디오 사연이 너무 웃겨서 잠깐 정신줄을 놓은 사이에 벽에 박아서 생긴 상처다. (물론, 그 다음에 주차되어 있는 무쏘 범퍼에 같은 장소를 받은 얘기는 빼도록 하겠다. 무쏘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으니까. -_-)

    며칠 전 퇴근길에 마주쳤는데, 차에 올라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와…기환씨 차예요?”

    “네”

    “구경좀 할게요”

    그러더니.

    “여기 깨졌네요? 운전을 못하시나봐요”

    “아뇨, 실수해서…-_-”

    내가 운전을 잘하는데 운전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건 기분이 나쁜 일이고, 내가 운전을 못한다고 해도 운전 경력 5년인데 면허 딴지 4개월 된 아저씨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도 없다.

    그냥 말을 안했으면 좋겠다.

    빈말이라도 “차가 좋네요”라든가 “운전 잘하세요?”라든가 물어보면 좋잖아.

    추가 5

    대부분의 직장은 아침 9시에 출근이다. 아침 9시 5분에 마주쳤는데 “일찍 나오시네요” 라고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는 그때 출근중이었다.

    그냥 평범하게 “안녕하세요”라든가 “좋은 아침입니다”라든가 “좋은하루 되세요” 정도로 마무리 짓자.

    추가 6.

    교회 다닌댄다.

  • 장자



    <br />


    나와 자네가 논쟁을 한다고 하세. 자네가 나를 이기고 내가 자네를 이기지 못했다면, 자네는 정말 옳고 나는 정말 그른 것인가?

    내가 자네를 이기고 자네가 나를 이기지 못했다면 나는 정말 옳고 자네는 정말 그른 것인가?

    한쪽이 옳으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그른 것인가?

    두 쪽이 다 옳거나 두 쪽이 다 그른 경우는 없을까?

    자네도 나도 알 수가 없으니 딴 사람들은 더욱 깜깜할 뿐이지. 누구에게 부탁해서 이를 판단하면 좋을까?

    자네같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판단해 보라고 하면, 이미 자네 생각과 같으니, 그가 어찌 이를 옳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에게 바로 판단하게 한다면, 내 생각과 같으니, 그가 어찌 이를 판단할 수가 있겠는가?

    자네와 다르고 나와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판단하게 한들 자네나 내 생각과 다르니, 그가 어찌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자네와 같고 나와도 같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판단하게 해도 이미 자네나 내 생각과 같으니, 그가 어찌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나와 자네, 다른 사람이 모두 다 알지 못할 노릇인데 누구를 더 기다려야 하겠는가?



    장자, 제물론


  • 명품 선글라스?

    초강력 레이저 실험실에서 일하고 있는 나. 사실 태양의 밝기보다 100만배 정도 밝은 레이저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런 실험실에서 일하다보면 눈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있는 실험실에서 쓰는 보안경은 800nm 파장 대역의 적외선과 532nm 파장 대역의 녹색 빛을 차단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보안경을 쓰고도 레이저를 직사로 맞으면 망막이 타버리기 때문에 절대로 조심해야겠지만, 그런 미친짓은 할 일이 없다. 보안경은 레이저가 어딘가에 반사되어서 튄 빛이 눈에 들어왔을 때,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수준의 강력한 빛을 눈이 아프긴 하지만 그럭저럭 시력은 보존되는 수준의 빛으로 약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레이저 빛을 그냥 바라봐도 멀쩡할 정도의 흡수도를 갖는다면, 그건 그냥 불투명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http://www.roithner-laser.com/SafetyGoggles.htm


    여기에 가보면 다양한 디자인의 보안경이 나와 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렇게 생긴 녀석이다.

    근데, 사실 난 이 디자인을 봤을때

    여기 나온 거랑 디자인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반짝이 빼면 똑같지 않은가?

    (위의 사진은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의 뮤직비디오에서 한컷 꺼내왔다.)


    http://safeis.com/shop/mart5/mall.php3?cat=003006004&copen=


    이런데 가 보면 꽤 비싸다는 걸 알 수 있다. 대략 명품 선글라스의 가격과 비슷하다.

    돈이 없어서 보안경을 못산다는 말이 사실이다. 이게 그냥 보안경이라 그렇지, 자기 돈으로 직접 구입한 40만원짜리 선글라스였으면 그냥 굴러다니게 뒀을까? (나라면 그냥 굴러다니게 뒀을지도…-_-)

    이번에 20만원짜리 여러개를 사려고 하다가, 레이저를 막는데 그다지 쓸모가 없을 것 같아서 70만원짜리 한개를 구입한다고 한다. 물론 20만원짜리도 괜찮은 보안경이지만, 이 실험실의 레이저는 일반 실험실에 있는 것보다 백만배 이상 강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이런 실험실에서는, 뭐하는지 모르겠으면 눈 감고, 고개 숙이고, 벽보고 다녀야 한다. 안그러면 자기 손해.

  • 우생학이 틀린 이유

    우생학이란, 간단히 말하면, 좋은 유전자는 남기고 나쁜 유전자는 없애서 인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제안이다. (학문이 아님…-_-)

    이것은 꽤 그럴듯 하다.

    예를 들어, 발톱과 손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당연히 그런 사람은 발톱과 손톱이 없을 것이다. 발톱과 손톱이 없으면 불편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이 열등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에이즈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 사람은 당연히 에이즈에 절대로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유전자가 우등한 유전자라는 점에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우등한 유전자와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 중에서, 우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아이를 많이 낳도록 적극 장려하고,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점점 발전해 나갈 테니까. 가령, 다운 증후군이나 혈우병 같은 병을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출산을 금지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행복해 질 수도 있다.

    여기까지 읽고 “오…그럴듯 한데?”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오류에 빠진 것이다.

    한가지 가정을 더 해볼 수 있다. 발톱과 손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유전자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지도록 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면? 그럼 그 유전자는 열등한 것인가 우등한 것인가?

    말도 안되는 가정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이런 사례는 실제로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겸형 적혈구 빈혈증이 바로 그것이다. 겸형 적혈구 빈혈증이란, 적혈구를 만드는 유전자가 좀 특이한 것이 있어서 적혈구가 동글동글하게 생성되지 못하고 낫 모양으로 휘어져서 생겨버리는 증상이다. 그리고 적혈구의 모양 때문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빈혈에 걸리는 병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해 보면 아무리 봐도 열등한 유전자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유전자는 말라리아에 내성이 생기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즉,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빈혈에 괴로워 하지만 말라리아에 강하다는 장점이 생기는 것이다. 이 차이는, 빈혈보다 말라리아가 더 치명적인 동네에서는 엄청난 장점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이 유전자는 후대에 전해지게 된다.

    만약 우생학적 관점에서, 빈혈에 자주 걸리는 유전자를 맹목적으로 없애버렸다면, 말라리아에 내성을 가지는 사람은 없어지게 된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좀 있다. 굳이 그 유전자가 아니더라도 말라리아에 내성을 갖도록 하는 유전자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유전자나 우등하다고 생각되는 유전자들이 미래에 환경이 바뀌었을 때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가령,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할 때, 만약 에이즈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면 그 유전자는 아무런 이득이 없게 된다. 즉, 유전자가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 조건들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주변 환경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역사에는 만약이란 없지만, 만약 나치의 인류 보완 계획(?)이 성공하여 이 세상에 아리안 인종만 남고 다른 인종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자.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만약 아리안 인종만 걸리는 특수한 질병이 발생한다면? 그 다음은 인류 멸종이다. (지구 멸망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기 바란다.) 즉, 아리안 인종만 남게 된 상황에서 그런 특수한 질병이 발생한다면, 아리안 인종은 가장 우수한 인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열등한 인종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인간이 신경쓸 수 있는 미래는 기껏해야 100년도 되지 않는다. 100년 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줍잖은 기술로 우생학적 관점에서 소위 “병신”들을 모두 없앤다고 해봐야 그건 그냥 인간은 정말 멍청하다는 것을 전 우주에 알릴 뿐이다.

    진화의 속도는 주변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에 따라서 변화한다.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 진화의 속도도 빨라지고,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진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유전자가 먼저 생존에 적합한 개체를 만들어 내고 번식을 많이 하는 개체를 만들어 내는가가 관건일 뿐, 그 유전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인간이 인간의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그건 유전자랑은 전혀 관련이 없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환경은 인간이 바뀌면 같이 바뀐다. 더군다나, 인간이 진화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다면, 아무리 적어도 수십 세대 이상(1천년 이상)의 변화가 누적되어야 한다. 이정도 속도도 자연적인 진화와 비교한다면 무지막지하게 빠른 속도다. 하지만 인간은 1천년 이후의 미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1천년 전에 우리가 뭘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1천년 후의 미래 인간들이 그들에 대해 1천년 전인 우리의 역사를 보면서 도대체 이 인간들은 뭘 하고 살았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다. 그런 마당에, 인류를 인위적으로 진화시켜서 우등한 인종만 남기고 다 죽여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열등한 발상이다. 진화는 결코 발전이 아니다. 인간의 진화는 인간이 원하는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 집안일은 누가 하나?


    http://pustith.tistory.com/557

    이런 글을 읽었다.

    전혀 전공하지 않았지만, 그냥 괜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게임 이론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풀어 보고 싶어졌다.


    http://snowall.tistory.com/12


    이 방법을 응용할 수 있다.

    쉽게 가자. 두명이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하자. “케이크 자르기”의 이론에서는, 분배할 것은 1개이고, 분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연속적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집안일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 “나는 빨래의 54%를 하겠다”라든가, “나는 집안의 25%만을 책임지고 청소하겠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게 된다 해도 실제로 실행하는건 불가능할 것이다.

    사실, 전체 업무 내용을 하나로 해 두고서, 거기에 대해 요일별로 당번을 돌아가면서 맡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3일에 한번씩 큰 일을 해야 하므로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운이 좋으면 해야 하는 일이 적을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엄청 많이 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업무별로 담당자를 정해서 매일 조금씩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어떤식으로 나누면 케이크 자르기 문제에서처럼 모두가 불만 없이 (불만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업무를 나눌 수 있을까?

    일단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정리해서 작성한다.

    케이크 자르기에서 핵심은, 케이크를 나누는 사람과 가져가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이 이기적이고 한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공평한 게임이 된다. 바로 이것을 노린다.

    그러므로 해야 할 일을 전부 찾아서 작성하자. 그리고, 두명중 한명이 일들을 둘로 나눈다.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눈다. 그냥 업무를 둘로 나누면 된다. 단, 나눈 사람은 단지 업무를 두 종류로 구분할 뿐, 그중 어느 그룹의 일을 할지는 다른 한명이 선택하게 된다. 즉, 그 사람은 당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편한 일들을 골라갈 것이므로, 두 그룹의 일 중에 어느 한쪽에 힘든일이 몰려가게 된다면 그 일은 자신의 것이 된다.

    따라서 나누는 사람은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 안그러면 오히려 자신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하는 사람은 둘로 나눠진 일 중에 자신에게 편하다고 생각되는 쪽을 골라서 가져가면 된다.

    하지만…

    하지만 이 방법은 2인용이다. 3인 이상의 게임으로 확장할 수는 없을까?

    연속 케이크 나누기에서는, 한명이 칼을 잡고 자르는 덩어리의 크기를 점점 늘려가는 동안, 누구든 “그만!”을 외치면 그 사람이 거기까지의 케이크를 가져가는 것으로 하였다. 이렇게 2명이 남을때까지 한다면 충분히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업무 나누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

    이것은 마찬가지 방법으로 해결해 볼 수 있다. 단, 케이크 나누기에서는 많이 가져갈 수록 이익이지만 여기서는 적게 가져갈 수록 이익이다. 이익이 반대로 가도록 바꿔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케이크를 줄여 나가면서 가져가면 되는 것이다.

    우선, 모든 업무 목록을 작성한 후, 종이에 하나씩 써서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무작위로 그 상자에서 하나씩 꺼낸다. 사람들은 그 과정을 잘 지켜보다가, 누군가 “그만!”이라고 외친다. 그럼, 그렇게 외친 사람이 상자 안에 남아있는 나머지 일 전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꺼낸 종이를 다시 상자에 넣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은 케이크 나누기와는 정확히 반대 과정이다. 물론, 전체 업무 목록을 숙지하고 있어야 상자 안에 남아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얼마나 유리한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맡게 된 업무를 서로 협의하여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위의 방법을 사용하면, 적어도 불만은 없다. 머리가 나쁜 누군가가, 또는 너무 마음씨 착한 누군가가 너무 빨리 “그만!”을 외쳐서 혼자 다 해먹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

    자신이 “그만!”을 외치지 않았다면 좀 더 적은 일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면 그 좀 더 적은 일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그만!”이라는 말을 바로 지금 외쳐야만 하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업무는 거의 정확하게 n등분으로 공평하게 나눠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불평할 수는 없게 된다. 규칙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자업 자득이니까…)

  • 긴급 임무

    Urgent Mission

    벤자민 프랭클린 씨!

    네?

    난 미래에서 왔는데, 당신에게 해줄 말이 있어요! 난 시간이 많지 않아요

    뭔데요?

    당신이 정한 규칙에서는, 전자가 반대 방향으로 가게 돼요. 유리에 비단을 문지르고서 유리에 남아있는 전하는 반드시 음의 전기가 되어야만
    해요!

    – 우린 원래 로봇들의 반란을 막으려고 타임머신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걸 만든 놈은 공대생이었다. –

    원문 :

    http://xkcd.com/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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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volution

    컨볼루션…

    푸리에 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나오는 것이다. 나도 그냥 “이렇게 계산하는 거다”라고만 배우고 어물쩡 넘어가서 사실 잘 알지는 못하는 부분이다.

    누가 물어봐서…

    공부해 봤다.

    어쨌든 그 의미는 뒤섞인다는 뜻이다. 수리물리학 책을 잠시 찾아봤더니(K. F. Riley), 어떤 실험을 할 때 참값은 항상 기계의 측정 오차와 뒤섞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 참값에 해당하는 함수의 컨볼루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뭔소리야…


    http://mir.knu.ac.kr/Multimedia/chap32.html


    자세한 수식은 생략한다. (생략은 했지만 아래의 설명은 수식을 좀 이해하고 와서 읽는 것이 좋다)

    아무튼, 컨볼루션의 특성을 보면 3가지 성질이 이다. 교환법칙, 분배법칙, 결합법칙. 어디서 많이 보던 법칙들이다. 물론 당신이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법칙이 맞다.

    우선 교환법칙을 생각해 보자.

    h=g*f라고 하면, h=f*g도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는 양쪽에 있는 함수의 컨볼루션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이때 *기호의 앞에 있는 함수를 원래의 참값에 해당하는 함수, 뒤에 있는 함수를 실험의 측정 오차에 해당하는 함수라고 한다면, 오차와 참값의 의미를 바꾸더라도 결과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는 뜻이 된다. 물리적으로는 대체 뭔 소리인가? 이것은?

    잘 생각해 보자. 우리는 실험 결과의 참값을 절대로 알 수 없다. 항상 오차가 뒤섞여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약 실험 장치의 오차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당연히 실험의 참값을 집어넣어 주는, 그런 실험을 해 줘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실험 장치의 응답 함수가 우리가 원하는 참값이 될 것이고 실험의 원래 참값에 해당하는 값이 오차 함수가 된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우리가 결과적으로 측정하게 되는 값은 같다.

    다시, 좀 더 쉬운 말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물체의 길이를 재기 위해서 자를 사용한다. 가령, 주사위의 한 변의 길이를 자를 이용해서 측정하였다고 하자. 주사위의 한 변의 길이는 f가 되고, 자에서 나오는 측정값의 응답 함수는 g가 된다. 그리고 실제 측정값은 f*g라는 함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의 길이를 재려고 한다면? 이번엔 자를 가만히 두고 길이가 알려져 있는 다른 물체를 자와 비교해서 측정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물체의 길이를 알 때의 응답 함수가 f이고 자의 길이는 g가 된다. 실제 측정값은 g*f가 된다. 만약 주사위와 자라는 두가지 물체를 서로 측정한다면, 이 값이 달라질 이유가 전혀 없다.

    이번엔 분배법칙을 생각해 보자. f*(g+h)=k라고 해 보자. 물론 *는 곱셈이 아니라 컨볼루션을 계산한다는 뜻이라고 앞에서 말했다. +는 그냥 평범한 덧셈이다. 그럼 f*g+f*h=k가 된다. 이건 또 뭔 소리일까. 어떤 경우에 응답함수 두개를 더하고 원래 함수와 컨볼루션을 계산하는 걸까? 응답함수를 더하는 경우는, 측정을 두번 해서 그 값을 더해야 하는 경우이다. 가령, 대략 60센치미터 정도의 길이를 가지는 물체를 측정하고 싶은데 갖고 있는 자는 30센치미터짜리 자 밖에 없다면? 아니면, 유명한 문제지만, 3리터짜리 물통과 5리터짜리 물통을 이용해서 4리터만큼의 물을 측정하고 싶다면, 과연 그때 오차는 어떻게 나올까? 이런 경우에는 오차를 서로 더해줘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응답함수를 서로 더하는 형태가 된다.

    결합법칙이란 어떻게 될까? 즉, k=f*(g*h)=(f*g)*h라는 건데, 이건 사실 더 쉽다. 예를 들자면, 내가 원하는 값이 f인데, 그 값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는 거다. 이런 종류의 측정은 통신에서 많이 나타난다. 내가 전달하려는 뜻을 신호로 바꾸고, 다시 신호를 받는 사람이 뜻으로 바꾸어야 한다. 즉, 원래의 참값인 “내가 전달하려는 뜻(f)”을 “신호로 바꾸고(g)” 다시 받는 사람이 “뜻으로 바꾸면(h)” 그것은 받는 사람이 이해한 뜻인 k가 된다. 자, 그럼 이게 결합법칙이 어떻게 성립하게 되나?

    내가 전달하려는 뜻이, 만약에 이미 신호로 바뀌어져 있다고 하자(f*g). 그럼 (f*g)를 h랑 컨볼루션 하게 되면 언제나 (f*g)*h를 얻게 된다. 반대로, 받는 사람이 외부의 뜻을 받아서 신호로 바꾸고, 다시 신호를 뜻으로 바꾸는 과정을 한번에 할 수 있다고 쳐 보자. 즉, 다른 기계적인 도움 없이 그 사람은 내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g*h) 그럼, 나는 그 사람에게 내 뜻을 전하기만 하면 (f) f*(g*h)를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어떤 경우든 전체적인 과정은 같으므로 그 사람이 이해한 뜻(k)이 달라질 이유는 전혀 없다.

    결합법칙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측정해야 하는 경우에 성립하게 되는 법칙이 된다. 사실 이런 종류의 법칙은 그래프로 이해하려고 하면 더 복잡해진다. 그냥, 단순히 우리는 적분을 계산하려고 하는 것이고, 이중적분이든 삼중적분이든 적분 구간만 잘 골라준다면 어떤 적분을 먼저 계산하든 적분 결과는 같다. 그리고 컨볼루션 적분을 계산할 때에는 대부분 전체 구간을 대상으로 하므로 잘 잡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즉, 적분 결과는 같다. 믿자.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모르는건 댓글로…)

  • 물리적인 질문들


    계산해 보려고 머릿속에만 넣어두었던 질문들을 일단 풀어둔다.

    계산은 나중에…

    1. 지구에서 달까지 구리로 된 동축 케이블로 전선을 설치할 수 있을까?

    2. 지구에서 달까지 동축 케이블로 전력을 전달하면 전력 손실은 몇 %나 될까?

    3. 사람이 걸어갈 때, 팔을 휘두르는 것과 휘두르지 않는 것 사이의 에너지 효율 차이는 얼마나 될까?

    4. 사람이 걸어갈 때, 무게중심은 수직으로 몇 cm나 이동할까?

  • 창의력 문제

    내가 자주 가는 askhow 사이트에서는 창의력 문제가 2주에 한번씩 올라온다.

    이번에 올라온 문제중의 하나는 “스마트 옷”에 어떤 기능이 들어가면 좋을지 생각해 보고, 그 기능이 추가되었을 때 장점과 단점을 적는 것이었다.

    아이들아…

    …일단 “옷”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_-;

  • 중성미자가 가벼운게 문제

    중성미자는 질량이 아주아주 작다. 전자의 수십만분의 1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추정을 하고 있고, 아직도 그 질량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질량이 0은 아니라는 확실한 물증이 있기 때문에 질량을 관측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다른 입자는 질량이 매우 크다. 가령, 기본 입자인 쿼크의 한 종류인 t쿼크는 170GeV이다. 중성미자랑 비교하면, 대략
    1000000000000000배 정도 무거운 것이다. 이것까진 그냥 관찰된 사실이 그렇다는 거니까, “아, 그래?”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냥 넘어가면 그건 그냥 일반인이고, 과학자들은 대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질량은 중력과 상호작용하는 크기를 나타낸다. 전하량이 전자기력과 상호작용하는 크기를 나타내고, 색전하량이 강한 상호작용과
    상호작용하는 크기를 나타내듯이. 그런데, 중력과 다른 세가지 힘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전하량은 양자화 되어 있다. 즉, 정해진 값이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강한 상호작용이나 약한 상호작용에 해당하는 전하량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중력은 그렇지가 않다.


    http://www.cpepweb.org/cpep_sm_large.html

    여길 보면 입자들의 질량을 확인할 수 있다. 질량=에너지이다. 그리고 양자역학에 따르면 모든 물리량은 양자화 되어 있다. 즉, 정해진 값만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질량은 그런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전자기력과 상호작용하는 전하량은 어떤 입자든지 크기가 별로 차이가 없다. 0, 1, 1/3, 2/3. 입자마다 전하량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자를 기준으로 해서 보면 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강한 상호작용의 색전하량도 0 아니면 +1, -1으로 통일되어 있고, 약한 상호작용 역시 +1, 0, -1밖에 없다.

    그런데 중력만 1000000000000000배라고 하는, 무지막지하게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어디에 기준을 두더라도 너무 질량이 큰
    입자가 있든가, 너무 질량이 작은 입자가 생겨버린다.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서 질량을 설명하는 방법은 힉스 입자와의 상호작용을 이용한다. 즉, 힉스 입자와의 상호작용의 크기가 질량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성미자의 질량이 작은 이유만 설명하면 되는데, 많은 과학자들은 “시소 과정(See-saw mechanism)”이라는
    아이디어를 사용해서 설명한다.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시소 과정이란, 표준 모형을 아주 약간 확장해서 오른손잡이 중성미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표준 모형에서는, 우주에 있는 중성미자는 전부 왼손잡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자.) 그리고 오른손잡이 중성미자가 아주아주아주 무겁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냥 다른 쿼크들보다 1000000000000000배 정도.

    그리고, 가정을 하나 더 넣는다. 모든 입자가 왼손잡이 입자와 오른손잡이 입자가 있는데, 두 입자의 질량을 곱하면 다 같다고 하는 거다.
    즉, 질량 자체는 다를 수 있어도 양손의 질량을 곱하면 같다고 하는, 그런 대칭성을 가정하자는 얘기다.

    이제 수수께끼는 풀렸다. 한쪽이 워낙에 무겁다보니, 다른쪽이 워낙에 가벼워질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수께끼인건…

    이러한 가설들은, 모두 힉스 입자가 존재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구성된 얘기들이라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실험적으로 완전히 증명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LHC나 FermiLab같은 대형 입자 가속기를 가진 연구소에서 실험을 통해 힉스 입자를 찾아낸다고 하니, 조만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