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네를 이기고 자네가 나를 이기지 못했다면 나는 정말 옳고 자네는 정말 그른 것인가?
한쪽이 옳으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그른 것인가?
두 쪽이 다 옳거나 두 쪽이 다 그른 경우는 없을까?
자네도 나도 알 수가 없으니 딴 사람들은 더욱 깜깜할 뿐이지. 누구에게 부탁해서 이를 판단하면 좋을까?
자네같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판단해 보라고 하면, 이미 자네 생각과 같으니, 그가 어찌 이를 옳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에게 바로 판단하게 한다면, 내 생각과 같으니, 그가 어찌 이를 판단할 수가 있겠는가?
자네와 다르고 나와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판단하게 한들 자네나 내 생각과 다르니, 그가 어찌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자네와 같고 나와도 같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판단하게 해도 이미 자네나 내 생각과 같으니, 그가 어찌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나와 자네, 다른 사람이 모두 다 알지 못할 노릇인데 누구를 더 기다려야 하겠는가?
장자, 제물론

20년전장자책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