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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등학교 때 배워야 했지만 배우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는 부분이 있다. 이런 쉬운 것들을 이용해서 어려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수능 시험에 나오는 수학 문제에 보면 한가지 분야의 공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여러 분야의 공식을 사용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 삼각함수, 로그, 함수론, 미분, 복소수, 정수론 등등을 종합해야 하는 것들이 등장한다. 덕분에 문제가 좀 억지스러워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실제 분야에서는 정말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 내가 분석중인 실험 결과는 그 결과값을 x축은 선형으로, Y축은 로그값으로 그래프를 그려야 한다. 이것을 로그-선형 그래프라고 한다. 로그-선형 그래프에서 직선이 그려졌다면, 선형-선형 그래프에서는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 로그-선형 그래프에서 Y축 방향으로의 평행이동은 실제 함수에서는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인가? 로그-선형 그래프의 X절편은 실제 함수의 어떤 값에 해당하는가? Y절편은? 이런 내용들은 고등학생들에게 설명해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에 한해서…)
대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선형대수학, 미분적분학, 미분방정식 정도를 제외한다면 실제 연구에서는 중요하게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선형대수학이랑 미분적분학은 고등학교에서 등장한 수준보다 조금 더 어려워지는 정도에 불과한 수준만이 사용된다. 만약 고등학교 때 수학적 기초를 튼튼히 다져두지 않는다면 이공계로 진출해서 뭔가 일을 해보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레고 블럭을 쌓아야 하는데 레고의 튀어나온 돌기를 홈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레고의 평평한 면끼리 딱풀로 붙여서 만드는 것 같은 과정이다. (이런건 독창적이라고 하지 말자…)
문제는 우리나라의 중등교육과정에서 수학 교육은 단지 입시를 위한 기계적 연습의 장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주어진 문제를 보고 유형별로 외워둔 풀이법을 머릿속에서 검색한 후, 그 풀이법에 맞춰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잘해야 두세가지 유형을 조합하여 풀 수 있을 뿐이다. 이건 문제해결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깎아먹는 방법이다. 학생들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 알아야 할 몇가지 기초적인 사실만 있으면 밑바닥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후에 어떤 유형의 문제가 다가오더라도 겁내지 않고 차분히 접근해서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부디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해 주었으면 한다. 수학 선생님이 그다지 강의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공식을 칠판에 적었고 그것을 외우라고 한다면 일단은 외우고 그것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 그것이 왜 그렇게 유도되었는지를 꼭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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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는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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