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와 권리

친구중에 구급차를 타고 다니는 연예인 강아지들이 많아서 구급차가 와도 비켜주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이 있었다.

듣자하니 적십자사에서 각종 비리를 저지른다 해서 헌혈을 하지 말자는 사람이 있다.

또, 쓰레기들 꼴보기 싫다고 각종 선거에서 기권하는 사람이 있다.

세상 꼴이 이렇게 된건 구급차를 타고 다니는 연예인들 때문일까 그렇기 때문에 구급차를 비켜주지 않은 사람때문일까.

환자들이 적십자사의 비리때문에 수혈을 못받는것일까 사람들이 헌혈을 안해서 못받는 것일까.

정치 돌아가는 꼴이 개판 5분 후가 된 것은 쓰레기같은 정치인들을 뽑아준 사람들 때문일까 아니면 쓰레기같은 정치인들이 보기 싫어서 기권한 사람 때문일까.

참 애매한 문제다.

영문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http://snowrain.kr/tc/snowall

snowrain 계정에 텍스트큐브를 설치하여 좀 써볼랍니다. 나중에 계정 확장해서 더 올리더라도 마음껏 해야겠죠. 저쪽에는 구글 애드센스를 한번 붙여볼까 생각중이기도 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주제는 물리, 수학, 한국에 관한 것들이 올라갈 것 같네요.

기초과학연구단지는 기초과학연구를 하지 않는다

대략, 애니메이션은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니라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일단 아래 기사를 읽자.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01/11/200801110115.asp

충청권에 기초과학 연구단지를 만든다고 한다.

분석해보자.

차기 이명박정부가 추진할 ‘국제 과학 비즈니스벨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를 모델로 삼은 대규모 기초과학연구단지를 세운다.

분명히 밝히기를 RIKEN을 모델로 한다고 했다. 게다가 “기초과학” 연구소다. 그러나 바로 다음 문장에서 반전이 나온다.

이 기초과학연구단지 안에는 최신 암 치료기술을 연구하는 전문병원과 신물질ㆍ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암 치료기술은 기초과학이 아니라 응용과학인 “의학”이다. 신물질 개발과 신소재 개발 역시 응용과학에 가까운 분야다. 물론 기초과학인 물리, 화학분야에서 연구하기도 하지만 공대에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응용과학에 가깝다. 절대로 재료공학이나 신소재공학을 폄훼하는 문장이 아님에 유의하기를 바란다. 단지 “기초과학”이 아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들로 10명 이내의 이사회를 구성해 연구단지에서 진행할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을 모셔다 놓고 겨우 프로젝트 선정이랑 연구결과 평가를 시키는 겁니까. 노벨상 받은 세계적 석학이면 노벨상 받은 자기 분야에서 더 큰 업적을 남기는 것이 인류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요.

기초과학 및 난치병 퇴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메카

암 연구소라며. 난치병은 암 뿐인가? 그리고 말했듯이 기초과학 연구는 아닌데요.

인수위 관계자들과 과학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단지는 연구병원과 신물질연구센터로 구성되며, 연구병원은 암 치료기술을 집중 연구하며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를 개발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연구병원과 신물질 연구센터. 어디에 기초과학이 있는것인가.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건설이나 연구는 “공학”입니다. 물리학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입자 가속기가 아니예요.

신물질연구센터는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응용과학 전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연구ㆍ개발하게 된다.

결국 쓰는 곳은 응용과학에 쓰는 물질 개발이다. 그리고

해외 유망 과학자 1000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결국, 한국에서 연구하는 한 미래는 없다.

TF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수위 인사는 “기초과학연구소는 일본의 RIKEN과 비슷한 개념”

이긴 한데…

RIKEN은 2007년 예산이 894억엔에 달하며 생물학ㆍ물리학ㆍ화학ㆍ의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2400여명의 연구원 중 400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국제화에 앞서 가고 있다.

RIKEN은 예산이 8천억원이다. 그리고 생물학, 물리학, 화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한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단지는 의학이랑 재료공학인데요. 과기부 없어지고 다른데로 통합되면 예산이나 제대로 받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건 기초과학연구단지는 기초과학 발전과 무관한 연구소다.

이명박의 머릿속에 기초과학은 집짓고 운하파는데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공업인가요.

이명박을 무식한 아저씨로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기자가 보도를 대충해서 내가 잘못 알아들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기초과학연구단지에 물리학 연구소는 없을 거고, 수학 연구소도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기초과학연구단지가 모델로 삼았다는 RIKEN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자.


http://www.riken.jp/engn/r-world/riken/form/


일단 본부에 유전자/단백질 구조 연구소가 있고(생물학) 차세대 슈퍼컴퓨터 연구소가 있다. (전산학 및 계산과학) XFEL이 뭔가 해서 봤더니 http://www.riken.jp/XFEL/ 를 찾았다. 자유전자레이저 프로젝트인데, 기초물리와 응용물리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입자 가속기 연구소(물리학) 뇌과학 연구소(생물학, 의학)가 있다. 그리고 질병 경로 연구소도 있고 알러지, 면역학 연구소도 있다.

RIKEN은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단지가 저렇게 작게 시작해서 계속 성장해 나가고, 다른 분야의 연구소를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응용학문은 기초가 먼저 되어야 하는 법이다. 기초과학은 고사하게 생겼는데 응용과학만 하면 뭐가 만들어지나.

기초과학은, 겉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인다. 실제로도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가령 우주공간에 질량을 가진 물체가 있으면 그 근처의 공간이 휘어지고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은 어디다 써야 하나. 1초를 정의할 때 양자역학적으로 세슘 원자핵이 들떴다 가라앉는 시간을 이용해서 정한다는 국제 표준은 어디다 쓰나. 대충 시계 만들어서 쓰면 되겠지. 수소를 산소와 화합시키면 폭발하면서 에너지가 방출되는거 누가 모르나? 상식이지. 어떤 점이 있을 때, 그 점을 지나는 원을 세개 그릴 수 있다는 건 산수잖아.

그런데, 위에서 말한 것들을 종합해서 쓰면 최첨단 기술인 위성기반 위치 탐색 기술인 GPS가 나온다. 이외에도 기초과학을 응용해서 만들어진 기술은 셀수 없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은 쓸데없어 보이는 초끈 이론에도 재정을 지원하고, 수백조원을 들여서 건설하는 LHC가 뭔지도 모르는 초미니 블랙홀을 만든다고 해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다.

과연 외국의 석학들이 우리나라를 위해서 일을 해줄 것인가도 의심스럽다. 돈만 빼먹고 일을 대충하면 그것도 만만치 않은 손해일텐데.

“꿈 하나로 공부해온 대입 앞둔 과고생입니다.”에 대한 답글


http://scieng.net/zero/view.php?id=expo&no=6930

에 대한 답글

가입후 하루가 지나야 한다고 해서 일단 저장해둔다. -_-;

저는 똑같은 꿈을 고등학교때 꾸고, 지금 입자물리학 이론으로 석사 마치고 병특 준비하는 사람입니다.(병특은 전공과 큰 관련 없는 회사죠)

우선 물리학이 입자이론물리가 전부가 아닙니다. 응집물질 물리, 플라즈마 물리, 통계물리, 핵물리, 기타 등등 아주아주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게 다 물리입니다. 저도 중고등학교때는 입자이론밖에 없었고, 사실 그럴듯한 교양과학책은 입자물리 이론분야밖에 없죠. 반도체 물리에 관한, 또는 플라즈마 물리에 관한 교양 책 중에서 엘러건트 유니버스만한 책 보셨나요?

그게 사실 돈을 못 버니까 책이라도 팔아서 먹고 살자는 겁니다. -_-; 물론 너무 어려워서 소외되어가는 분야를 쉽게 소개하는 측면이 더 강하겠죠.

암울하죠?

이공계 현실을 맨몸으로 받아치는 중인데, 일단 저도 입자이론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른 분야의 물리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고나서도 입자가 끌리는군요. 하지만 돈 버는 것이 힘들다면 물리를 하기 위해서는 입자 이론이 아닌 다른 분야를 전공해야 할 수도 있겠죠.

우선 말하고 싶은것은, 입자물리학 이론 분야는 꽤 어렵다는 점입니다. 교양과학 책에 쉽게 설명되어 있는 것은 틀린얘기는 하나도 없지만 연구하는데 쓸 수는 없습니다. 택도없죠. 엘러건트 유니버스에 설명된 초끈 이론 중에서 한페이지 분량의 설명을 논문을 찾아서 깊이있게 이해하려면 박사과정쯤은 들어가야 할 겁니다. 질문하신분이 진짜 천재가 아닌 한 학부때나 석사때는 양자장론(초끈이론의 기초이자 현대 입자물리학의 패러다임) 이해하기도 벅찰겁니다. 물론 학문이 어려운건 노력으로 극복 가능합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확실하게 되긴 됩니다. 머리가 좋다면 더 좋지만, 머리가 나빠도 괜찮긴 해요.

문제는 돈이 가장 큰 문제죠. 결국 공부하는데는 돈이 필요하고, 살아있는데도 돈이 필요합니다. 배고픈거 참고 연애하는거 참을 수 있으면 빛이 보일겁니다. (물론 입자물리하면서 돈도 잘벌고 연애도 잘해서 다방면에서 성공하는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제 상황에 비추어 설명드리자니 저는 암울하군요 -_-;)

어쨌든 물리학은 전공해서 다른 분야로 바꾸기가 굉장히 쉬우니까 대학은 물리학과로 진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나서 더 많이 알아보고, 그때 결정해도 전혀 늦지 않아요.

참고로, 입자물리학 이론 분야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은 너무너무 많습니다. 연구할 꺼리가 없을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난해해서 그렇지 할건 그럭저럭 많아요. -_-;

남을 도와주는 것은 왜 대단한 일인가

봉사활동의 시기다. 특히, 태안에서 일어난 사고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닦아내고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주목받을정도의 성과가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남을 돕는 것이 왜 대단한 일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생각만 할 것이다. 결론은 없다.)

사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달려있다. 누가 시켜서 다른 사람을 돕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 시킨 사람은 왜 시켰겠는가. 어쨌든간에 누군가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남을 돕는다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의 의지에 달린 일이기 때문에 아주 간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막상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마음이 움직이면 마음속의 또다른 한 구석에서 귀차니즘이 발동한다. 갑자기 귀찮아지고 갑자기 할일이 많이 생긴다. 누군가를 실제로 도와줬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장벽을 넘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 말하는 실제로 도와줬다는 표현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고마움을 느낄 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 도움에 의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돕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민폐나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실제로 도와줬다는 것은 최소한 자기 자신의 앞가림은 할줄 안다는 뜻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의 몸을 다스려서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물질적 여유를 만들 정도가 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앞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남을 돕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자기 몸을 다스리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남을 돕는다는 것은 자신이 실제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신을 증명해 보였을 때의 즐거움이란 봉사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 정도를 뛰어 넘는 것이다.

나 자신이 지금 여러가지 각종 핑계를 대면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못하고 있고, 남을 돕는건 일단 접어두고 있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마음만이라도 고맙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마음은 실제로 드러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위선자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위선일까?

남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속으로는 나도 그만큼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실천하지 못하는 한 그런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다.

멋진 얘기라면 백만개라도 할 수 있지만, 그중 한개라도 제대로 실천하기란 참 어렵다.

기초과학의 위기 (이번엔 진짜다!)

물리학회에서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과학기술부의 개편안에 대하여: 정부 과학기술체제는 강화되어야 한다

우수인력과 과학기술이 미래를 대비한 국가 경제성장과 교육혁신의 기본 요소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자년 새해를 맞아
과학기술인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 공약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교육체계로
인한 하향평준화의 타파와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초중등교육의 지역 이관 및 대학 입시 자율화 등 교육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과 선진국과
후발국의 경쟁과 추격 속에서 우리 경제 발전과 미래 국가 경쟁력 제고의 견인차가 될 과학기술의 중시 의지가 그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정부 조직개편방안은 초기안과는 달리 중등교육 부분이 강화되는 반면 과학기술 부분은 분할, 이관되어
현재의 정부 조직의 경우보다 훨씬 약해진 형태의 교육.과학부로 검토, 제안되고 있다. 이는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 공약과도 다를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한경쟁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 기초과학계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과학 학회 협의체에서는 인수위원회가 과학기술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과학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부조직개편을 추진하기를 바라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과학기술담당 부처는 우리나라의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일관성 있는 청사진을 바탕으로 총괄적인 과학기술정책을 입안, 시행할 수 있는
위상과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2. 과학기술담당 부처는 대학의 우수인력 수급 예측 및 양성 업무, 기초 .응용분야 및 원자력.우주개발 등
공공성을 띤 사업을 맡아 균형이 있는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지금보다 그 위상과 기능이 약화된 과학기술 행정체계로는 2020년의 세계 5대 경제강국을 견인해나갈 미래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기초과학 학회 협의체

2007. 1. 11

대학수학회장 김도한

한국물리학회장 김정구

대한화학회장
김명수

말 그대로 X됐네. -_-;

이명박은 대체 대한민국의 미래에 뭘 해서 먹고살려고 하는 것인가. 진짜 땅파서?

땅파면 돈이 나와? 기름이 나와? (서해안에서는 나오겠구나…šx)

딴나라에서 보낸 간첩 아닐까 싶다. 하고싶은거 하면서 밥벌어먹기는 차츰 희미해지고 있다.

요즘 직딩

요즘은 이래저래 막장인 사람들이 많다.

주의 : 제목을 “요즘 직딩”이라고 붙였다고 해서 이 글의 내용에 대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려는 것은 아님.

오늘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서울역은 회차점이기 때문에 항상 앉아서 올 수 있다. 내가 앉은 자리는 버스 뒷바퀴가 있는 자리로, 조명이 밝아서 버스에서 책읽기에 나름 편안한 자리다.

어쨌든 난 책을 펴고 읽다가 잠깐 졸았는데,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리고 다른 사람이 앉았다. 대략 50대가 되기 직전으로 보이는 아저씨.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새하얀 A4종이 뭉치다. 뒷면은 사용하지 않은 것, 즉 이면지가 아니다. 거기에 명조체로 잉크 절약모드에서 인쇄된 문장들이 보였다. 보통은 “책”을 읽지 인쇄물을 읽지는 않는다. 일단 대화가 많이 있으니 논문은 아니다. 당연히 프로그램 소스코드도 아니다. 뭘 읽는가 싶어 곁눈질로 나도 같이 쭉 읽어봤다.

어머나, 야——–설



[각주:

1

]



이네. -_-;

아, 참고로 난 20대 중반의 건전한 남자다.

혹시나 싶어, 소설가 중에 가장 노골적이라는 마광수씨의 작품을 읽는가 싶어 잠시 살펴보니 그 글의 끝에 “출처 : 성———인 무료 커뮤니티 xxxxxxxxxx”라는 출처와 함께 무슨 홈페이지 주소가 적혀 있어서

얼른 외웠다

야———-설 맞다.

대략 20페이지 정도를 그렇게 주의깊게, 천천히, 내색도 안하고 진지하게 읽으셨다. 그분.

물론 주변 상황을 살펴봐서 자신의 시선보다 위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감지되면 슬그머니 인쇄물을 말아쥐고 어디까지 왔는가 살펴보신다. 기본은 되어있다.

슬쩍 얼굴을 살펴보니 선배중에 음양의 도를 깨우쳤다고 전해지는 안 모 선배님의 얼굴과 너무나 닮아서 깜짝 놀랐다. 물론 그분은 지방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을리가 없지.

아무튼 나랑 같은 정거장에서 내렸다.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아니, 요즘도 야——–설 읽는 사람이 있나. 영상문화가 고도로 발달한 이 시점에서. 그것도 그거지만, 대략 어떤 회사의 부장급(적게 봐도 과장급)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노트북 가방에서 꺼낸 인쇄물이 야설이니, 그걸 점잖게 진지하게 읽고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있는 나는 참 즐겁지 않았을까. – 야———-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얘기가 아니예요!

요즘 초딩에 이은 요즘 직딩 시리즈도 계속될 것인가…과연…

* 낚여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 조금 편집했습니다.

  1. 야설은 야——–한 소설의 줄인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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