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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보는 관점

    * 이 글은 대단히 당연한 소리만을 늘어놓을 것이다. 무지막지하게 뻔한 소리를 나만 할 수 있는 것처럼 바꿔서 떠들어 댈 수도 있으니 주의.

    관점, 그리고 메타 관점.

    언젠가 친구인 C양에게 해 줬던 얘기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집단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집단 전체를 집단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

    이것이 무슨 얘기인지 적당히 설명을 해 보자.

    노력하면 성공한다 – 반쯤은 개소리다. 이런 얘기를 진리라고 떠드는 사람은 무시해도 좋다. 그 사람이 실제로 성공한 것과 그사람의 노력 여하는 관련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하지는 않다. 다시말해서, “노력한 사람의 집합”과 “성공한 사람의 집합”이많이 겹치기는 해도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성공한 사람의 집합이 노력한 사람의 집합의 부분집합도 아니다.즉, 노력하지 않고서 성공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다들 알아둘 필요는 있다. (주목하지는 마라. 당신이 노력하지 않고서 성공할 사람이라는 건 당신이 성공한 다음에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다른 사람들의성공론을 살펴보면, 대부분 열정, 노력, 운, 돈, 인맥, 재능, 뭐 이런것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게다 있으면 성공이 보장되는가? 그랬다면 세상에 성공한 사람은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런것들을 전부 갖고 있어도 성공하지 못하는 X같은 경우가 있으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건 쉽게 증명할 수 있다. 그럼 무엇이 필요할까? 물론 나도 모른다. 성공을 보장하는 길을 알면 내가 여기에 이 글을 쓰겠는가. 나 혼자 성공하고 말지.

    그렇다면 그나마 확실한 길은 뭘까? 내 생각은 실패하지 않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실패하지 않는 것 조차도 대단히 힘든 일이다. 앞으로의 미래를 알 수 있는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 아무리 실패하지 않는 길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결국 실패하고야 마는 사람이 있게마련이다. 즉,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열정과 노력을 다하여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으며 거기에 운까지 따라줬어도 결국실패할 수도 있다는 거다. 모든게 완벽해 보이는데 왜 실패하는 걸까?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왜 실패하는지 알 수 없다는점이다. 실패의 이유를 알 수 없을뿐더러 성공하는 이유 역시 없다. 모든것은 그냥 그렇게 되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아무것도 맘대로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물론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므로 자기가 하고 싶은일들을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 성공을 위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출세를 하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뉴스”에서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거다. 삶은누구에게도 두번 주어지지 않는다. 소설, 영화, 만화, 글, 수필, 성공담을 들어보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우리에게끝이란 무덤에서 편히 쉴때까지 결코 오지 않는 것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소설의 뒷얘기는 하나 마나한 이야기다. 그건 그냥그걸로 끝이다. 우리가 그런 여러가지 매체에서 배울만한 점도 물론 많이 있지만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는데, 바로우리에게는 엔딩이 없다는 것이다. 행복할 수는 있으나, 행복한 끝을 맞이할 수는 없다. 즉, 어느 한 시점부터 행복하기 시작해서그 상태로 죽을때까지 행복한 건 불가능하다는 거다. 행복해지는 순간,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하고 변화하는 세상에맞서서 행복을 지켜야만 한다. 그 자체로 고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누구나 바라고 있지만, 누구라도 정작 행복해지게 되면 자신이 행복한 상태에 있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을 잊어버리게 되는 경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에 젖어 살다가 주변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타성에 젖어서 불행속으로 빠져드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은, 행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젖어들지 않는 것이다. 행복을 즐기고, 누리고, 함께 나누는 것은 좋다.하지만 행복에 젖어서 다른 것들을 잊는 순간 불행이 찾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행복해지려고 할 때마다 계속 불행해질 것을 걱정하면서 살아가라는 말이냐고? 그건 아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메타 관점”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행복 속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 바깥에서 내가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럼, 메타 관점이 뭘까?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현실을, 자신의 눈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시야에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관점에서 타인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 어떤 누구라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나는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라는것이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특성이 있고, 각자가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개인이기 때문에 가지고있는 특수한 특성이 있다. 그중,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특성 부분을 활용하여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물론 말은 쉽지만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항상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 실제로 이것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에 대해서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습은 보편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남들도 원하고, 반대로 남들이 원하는 것은 나 역시 원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앞의 것은 잘 알겠지만 뒤의 것은 잘 모를 것이다. 남들이원하는 것을 나도 원하는가? 대부분 그렇다. 여기서 중요한 건, “따라서, 내가 원하게 되었으므로 남들도 이것을 원한다고 볼 수있다”는 결론을 적절하게 내리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예를들어, 내가 회사에 들어갔다고 하자. 그럼같이 일하게 되는 동료가 있을 텐데, 그중에는 나랑 같은 직위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보다 높은 자리에서 나를관리하면서 갈구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보다 아랫자리에서 나한테 갈굼을 당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승진하고싶어하거나 연봉을 올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나만 있는게 아니다. 내 주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있다. 게다가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다같이 연봉이 올라간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나만이라도 어떻게안될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어차피 회사 다니는 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누구 돈 싫어한다는사람이 있을까. 이 경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 누군가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남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것이다. 아무튼, 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은 잠재의식 깊은곳에 있어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무엇일까? 내가 제시하는 답은 “다른 사람들을 내가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라”라는 것이다.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수 있으므로 뜻을 명확히 하자면, 내가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나 역시 남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는 사람이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아니, 그럼 얻는게 없잖아?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건, 남들이 나를이용하고 내가 남들을 이용하는 서로 도와주는 관계 속에서, 나는 앞질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철저하게!”

    한명의 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은 그 개인이 갖고 있는 소망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 그게 가능했으면 사람은 혼자 살아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사람은 혼자 사는게 아니라 서로 돕고 사는 존재 아닌가? 내가 하는 일을 남들이 도와준다면나는 도움을 받아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이 하는 일을 내가 도와준다면 그 사람이 그 일을 성공할 가능성은높아진다. 그럼 나는 남들의 도움을 받고 나는 남들을 안도와줘야할까? 그럴리가 있나. 내가 남들을 도와주지 않고서 남들이 나를돕기를 바라는 건 도둑놈이지. 더군다나 그게 항상 가능할 수가 없다. 남들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남들을 평소에 많이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남들의 부탁을 들어줄 때, 항상 실실 웃으면서 부탁을 잘 들어주는, 착한 동료가 되는 건괜찮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잊지 않아야 하는건 내가 다음번에 그 사람에게 부탁을 할 때는 그 사람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나는 진심으로 너를 돕고 싶어서 도와줬는데, 니가 날 안 도와주면 니가 나쁜놈이지”라는 상황을

    암묵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건내가 진심으로 그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한 메타 관점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데, 내가 진심으로 그 사람을도와주는 마음이 들어서 도와주면서, 동시에 내가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남들이 나를 도와주도록 만들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내가 원하는 일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남들을 도와주는데도 몇가지 원칙이 있다.

    1. 내가 도와줄 수 있는건 진심으로 도와준다.

    2. 내가 도와줄 수 없는건 기분나쁘지 않게 거절한다. 도와줄 수 없는걸 웃으면서 해주겠다고 얘기했다가 결국 못해주면 처음에 거절한것보다 더 나쁘다.

    3. 도와준 일은 반드시 성공하거나, 적어도 도움을 받은 당사자가 내 도움이 없었으면 이만큼조차도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할 만큼까지는 도와줘야 한다.

    4.내가 남들을 도와줄 때, 그 도와주는 것이 그냥 돕는게 아니라 나의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서 도와준다.즉,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 “다음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만 얻는것이 아니라 투자한 것에 대해 나 자신의발전이 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다.

    5.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단, 도움을 요청할 때는 어떤 부분에 어느만큼의 도움이 필요한지 가능한 명확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 좋다.

    남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는 것을 쉽게 하는 것, 그리고 내가 남들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남들이 나를 도와줘야겠다는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은 남들이 나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나는 남들에게 신뢰성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번 글에서 자세히 논의해 볼 생각이다.

  • 장난감 총도 약자를 겨눈다


    수동 트랙백

    “일다”라는 곳에서 “장난감 총도 약자를 겨눈다”라는 기사를 봤다. 기사 원문은 위의 링크를 눌러보기 바란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친구가 쏜 BB탄 총알에 왼쪽 눈을 맞아서 실명할 뻔한 적이 있었다. 약 2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맞았는데,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기 때문에 눈꺼풀 위로 맞았던 것이다. 그 충격에 이틀정도 눈이 흐릿하게 보여서 안과 병원에 갔더니 방법이 없고, 국립 의료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봐야 안다고 하는 것이다.




    국립 의료원에 갔더니, 진찰 결과가 난감하다. 안구 안쪽에서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일어났는데, 만약 이 혈액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면 상황은 종료되지만 그 안에서 굳어버리면 그대로 실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료방법도 별거 없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절대 안정 유지”였다. 1주일간 입원하게 되었는데, 정말 절대 안정 유지였다. 멀쩡한 한쪽 눈으로 책이라도 읽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양쪽 눈을 모두 감고 있어야만 했다. 사람의 눈은 카멜레온과는 달리 양쪽 눈이 동기화되어서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한쪽 눈동자를 돌리게 되면 반대쪽도 돌리게 되어 치료에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1주일간 잠을 자건 말건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시각 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지내는지, 그걸 정말 체험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주 약간 체험했다고는 생각한다.

    다행히도, 안정을 이루긴 했었는지, 1주일 뒤 시력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사실 위험했던건 총알을 맞은 그 다음날이었던 것 같다. 그날은 운동회 날이어서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완전 절대 불안정” 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아무튼, 친구는 장난이었겠지만 난 왼쪽 눈을 잃어버릴 뻔 했다. 그 전에도 별로 그런일은 안했지만, 난 장난으로라도 누굴 때리거나 돌을 던지거나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살고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 법이다.

  • 좋은 말

    김성일(金成一)의 《학봉집(鶴峯集)》에 보면 “배우는 사람이 근심할 것은 오직 입지가 성실하지 않는가에 있고 재주가 혹 부족한 것은 근심할 것이 아니다.(


    學者所患 惟有立志不誠. 才或不足 非所患也

    .

    )” 라는 문장이 있다.

    내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을까 한다. 뜻을 세우지 못하는 날, 아마 난 학문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 회전에 관하여



    mixing.c

    mixing.c

    계속해서 3차원에서 벡터들 돌리는 걸 생각하고 있으려니, 머릿속이 꼬여버렸다. 꼬인 두뇌구조를 풀어내기 위해 잠시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어떤 점이 있고 어떤 직선이 있다. 직선을 회전 축으로 해서 점을 돌리는 것은 어떻게 하면 될까? 당연한 일이지만, 직선에 수직이 되는 평면중에서 점을 포함하는 평면을 하나 고른 다음에, 그 평면과 직선이 만나는 점을 원점으로 하여 주어진 점을 원하는 만큼 돌려주면 된다. 즉, 말은 쉽다.

    실제로 이걸 주어진 좌표계에서 시행하려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대는 인터넷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 적당한 검색어(rotation, real, vector 등등) 를 사용하여 검색한 결과 간단하고 짧은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Glenn Murray, “Rotation About an Arbitrary Axis in 3 Dimensions”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공간 전체를 평행이동한다. 얼마나? 주어진 회전축이 원점을 지나가도록.

    2. 공간 전체를 회전시킨다. 어떻게? 주어진 회전축이 xz평면에 포함되도록 z축을 중심으로.

    3. 공간 전체를 회전시킨다. 어떻게? 주어진 회전축이 z축과 같아지도록 y축을 중심으로.

    4. 주어진 점을 z축에 대해 원하는 각도만큼 회전시킨다.

    5. 3번에서 했던걸 반대로 한다.

    6. 2번에서 했던걸 반대로 한다.

    7. 1번에서 했던걸 반대로 한다.

    간단하다.

    물론 이걸 실제로 구현하는건 살짝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꽤 길다. 내가 필요한건 회전축이 원점을 지나가는 것이고, 따라서 간단해진다. 그 간단해진 소스는 첨부화일로 올려두었으니 뭐 혹시 필요한 사람은 구경해 봐도 좋다.

  • 반도체, Band structure

    *본인은 전공이 고체물리가 아니라 입자 이론 물리학이다. 따라서 이 글에는 잘못된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혹시라도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 등의 방법으로 알려주기 바란다.

    밴드 스트럭쳐?


    앞서 반도체 얘기

    에서 도체는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부도체는 그게 불가능하며 반도체는 그게 반쯤 된다고 했다. 이것을 바로 Valence band와 Conduction band로 설명하는 것이다. 일단, band가 뭔지부터 설명해 보자. band는 영어 자체의 의미로는 “띠”라는 뜻이 있다. 그럼 무엇이 대체 띠를 이룬다는 건가!

    어떤 물질이든, 여러개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엄청나게 많은 수의 전자들이 존재한다.

    스핀에 관한 이야기

    에서 얘기했었는데, 전자들은 특정한 상태에 두개 이상 못 들어간다. 즉, 한가지 상태에는 한개의 전자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체에 있는 원자들은 격자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칭성을 갖고 있고, 각각의 원자는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다시말해서 전자는 어느 원자에 있어도 같은 상태에 있는 것이 되고, 따라서 그 수많은 전자들은 갈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자들은 자기가 있어야 할 상태에서 질질 삐져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밴드를 형성하는 것이다. 전자가 있는 상태가 있으면, 그 상태에 해당하는 에너지 값이 있다. 에너지 값이 곧 상태를 결정한다고 봐도 된다. 전자가 자기가 있을 상태에서 질질 삐져나오게 되면 에너지가 특정한 값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아래로 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밴드”가 된다.

    Valence band에는 전자가 가득 차 있고, Conduction band에는 구멍이 가득 차 있다. (텅 비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Valence band에서 전자가 움직이는건 아무 의미가 없으며 Conduction band에서 구멍이 움직이는 것 역시 아무 의미가 없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류가 흐르기 위해서는 전자가 Valence band에서 conduction band로 뛰어 올라가야만 한다. 이때, Valence band와 conduction band를 뛰어넘기 위한 에너지를 밴드 간극 band gap이라고 부른다. 난 그냥 밴드갭이라고 부르겠다. 만약 밴드갭이 음수라면, 이것은 valence band와 conduction band가 겹쳐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항상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도체이다. 밴드갭이 무작정 커버려서 웬만한 전기 에너지로는 뛰어넘을 수 없다면 항상 전류가 흐를 수 없으므로 이것은 부도체가 된다. 물론 반도체는 그 사이에 적당한 영역에 있는 것들이다.

    Band structure는 그 밴드들의 구조를 얘기해 준다. 뭐냐하면, 원자가 갖고 있는 대칭성은 격자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할 때에 해당하는 대칭성이다. 가령, 어떤 원자가 격자 안에서 이웃 원자를 6개를 만나고 있다면 그 6개의 원자가 모두 똑같아 보일까? 이것은 격자의 구조에 따라서 달라지는 얘기가 된다. 더군다나 격자 구조는 완벽한 대칭성이 아니라 적당한 주기를 두고서 똑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약한 대칭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이웃하고 있는 모든 원자들이 다 똑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에…즉, Dispersion relation이 달라지게 된다는 건데, “분산 관계식”이라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운동량과 에너지 사이의 관계식을 말하는데, 음? 운동량과 에너지는 그냥 운동량의 제곱이 운동에너지에 비례하는거 아니냐고? 순진한 말씀이다. 그건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경우에나 그렇다. 실제로 전자가 고체 안에서 돌아다닐 때는 원자와 다른 전자들의 영향을 받아서 그냥 움직일때보다 더 무거워지거나 더 가벼워질 수 있는데, 이것이 운동량과 운동에너지에 영향을 주고 또 받기 때문에 운동량의 제곱이 그저 운동에너지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에, 운동에너지를 운동량의 제곱이라고 가정하고서 그 비례상수를 계산하면 전자의 질량과 비슷한게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전자의 유효 질량(Effective mass of electron)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전자는 최저 에너지 상태에 있으려고 할 것이고, 운동에너지는 운동량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운동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상태인 운동량이 0인 상태에 있을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는 정지상태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다. 전자의 분산 관계식에 의해 운동량과 에너지의 관계식을 풀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운동량이 0이 아닌 경우에 최소 에너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항상 전류가 흐른다는 얘기는 아니다.

    고체물리에 관심있는 사람은 Kittel이나 Ashcroft의 책을 참고하면 좋다. 가장 많이 쓰이는 교재로 알려져 있다.

  • 반도체

    이번엔, 내 전공과는 좀 떨어져있지만 현대 과학 기술의 결정체인 반도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일단, 모든 물질은 도체, 부도체, 반도체중의 하나이다. 전기를 잘 흐르게 하면 도체Conductor이고, 전기를 못 흐르게 하면Insulator이고, 그 사이에 있으면 반도체Semiconductor이다.

    우선 먼저 도체에 전기가 잘 흐르는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 도체는 대부분 금속Metal로 되어 있다. 금속 원소들은 가장 바깥쪽에 있는 전자가 1개에서 3개정도 된다. 또한, 이 바깥쪽의 전자들은 원자로부터 잘 떨어져 나간다. 이들 전자 때문에 금속 원소들은 금속 결합을 할 수 있다. 금속 결합은 전자가 자유롭게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원자들이 달라붙게 되는 것을 말한다. (왜 그럴까요? ㅋㅋ)

    아무튼,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성질은 도체가 전기 에너지를 수송할 수 있는 특성을 준다. 또한, 금속 결합은 물질이 길게 늘어질 수 있는 특성을 주어서 우리는 금속을 이용해서 길다란 전선을 만들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발전소에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여 각각의 집에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체의 경우는 전류의 세기가 전압(전기적 위치에너지의 차이)에 비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것을 “옴의 법칙”이라고 부르며, 이때의 비례 상수가 저항에 해당한다.

    이제 부도체에 대해서 알아보자. 부도체는 물론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물질이다. 부도체는, 당연히, 전자가 물질 내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전자는 특정 원자 근처에 속박되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그럼, 부도체에 전압이 걸리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 전류가 흐르지는 않지만, 전자는 자신이 속박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전기장 방향으로 가게 되는 현상을 보인다. 즉, 전자의 위치가 양극쪽으로 편향된다. 이것을 “유전 분극Polarization”이라고 부른다. 극이 생기게 되었다는 뜻인데, 간단히 이해하려면 원래는 음전기인 전자의 위치와 양전기인 핵의 위치가 겹쳐져 있었는데 전기장 때문에 분리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편극의 세기는 전기장의 세기가 커질수록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이때의 비례 상수를 전기 감수율이라고 부른다. 굳이 “전기”라는 말을 앞에 붙이는 이유는 같은 현상이 자석에 대해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전기장이 점점 세질수록 편극은 점점 강해지는데, 이것도 어느정도 일어나면 한계가 된다. 만약 이 한계보다 더 강한 전기장이 작용하게 되면 전자가 속박되어있는 상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이 상태를 유전 파괴Dielectric Breakdown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당연하다. 가령, 줄다리기 경기를 할 때도 어느 한쪽이 끌려가면 승부가 나지만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면 줄이 끊어져 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가? 아무튼, 유전 분극 현상을 이용해서 우리는 축전기를 만들 수 있고, 축전기와 코일을 결합해서 무선 통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드디어 원래의 주제가 되는 반도체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자. 반도체는 그럼 전자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전류를 반쯤만 흐르게 하는 걸까? 아주 쉽다. 도체는 전자가 떨어져 있었고, 부도체는 전자가 달라붙어 있었다. 반도체는 그 중간에 있으므로 전자가 덜 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게 대체 어떻게 되있는 거냐고?

    반도체는 보통 4A족 원소를 이용해서 만든다. 4족 원소는 최외각 전자가 4개 있는 원소들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규소Silicon이다. 수많은 반도체 회로들이 규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규소를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도 아주 많이 있지만, 원리를 이해하는데는 규소와 관련된 몇가지만 이해하면 충분하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규소는 가장 바깥에 전자가 4개 있으므로 최대 4개의 다른 원자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규소들끼리 서로서로 손을 잡고 격자 모양을 이루는 것이다. 규소의 격자 형태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형태를 가진다.


    격자란?

    아무튼, 중요한건 격자 구조라는 것은 어떤 원자에 대해서도 주변 상황이 똑같다는 것이다. 격자 안에 있는 각각의 원자들은 결합 구조, 주변에 있는 원자의 수, 근처의 전자의 수 등이 어떤 원자를 고르더라도 같다. 물론 이것이 “대칭성”에 해당한다는 것은 앞서의 얘기에서 많이 해봤었다.

    이 상태에서는 규소는 부도체이다. 전자가 어떻게 떨어져나갈 구석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3족이나 5족 원소가 몇개 들어가 있는 경우이다. 이러한 원소들이 들어가 있는 경우에는 전자가 하나 모자라거나(3족) 하나 남게 된다(5족). 이 얼마 되지도 않는 남는 자리와 남아도는 전자가 규소 전체의 성질을 확 바꿔버리게 되는데 아주 화려하다.

    전기장이 걸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전자가 하나 남는 경우는 아주 이해하기 쉽다. 남아있는 전자가 전기장 방향으로 움직여주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 경우는 전류가 작게 흐르긴 해도 전류가 흐를 수 있다. 전자가 모자라는 경우는 어떨까? 전자가 모자라는 경우에도 물론 전자는 움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빈칸이 있기 때문에 그 빈칸을 옆에 있는 전자가 들어가면서 전자가 원래 있던 자리가 다시 빈칸이 되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 빈칸은 마치 “전자”인것처럼 움직이게 되는데, 실제로 전자와 똑같이 행동하게 된다. 이 빈칸을 물리학자들은 양공Hole이라고 부른다.

    이제 4족 원소에 3족을 조금 섞은 것은 전자가 모자라기 때문에 positive형, 즉 p형 반도체라고 부르고 4족 원소에 5족을 조금 섞은 것은 전자가 남기 때문에 negative형, 즉 n형 반도체라고 부른다.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는 각각으로는 별다른 재미를 못 보게 된다. 하지만 p-n접합이나 p-n-p접합을 만들어내게 되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생기는데, pn접합이 정류 작용을 하는 다이오드이고 pnp나 npn접합이 증폭 작용을 하는 트랜지스터가 된다. 여기서는 다이오드에 관한 이야기만 해 보겠다. 트랜지스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다이오드 얘기만 듣고 생각해 보거나, 인터넷을 뒤져보기 바란다.

    자,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붙여놨다. 그럼? 적어도 그 경계면에서는 한쪽은 전자가 남아돌고 한쪽은 전자가 모자라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물론 전자들은 최소한 각각의 원자들에게 붙잡혀 있는 상태기 때문에 함부로 전류가 흐르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전자가 모자라는 쪽으로 미리 이동해 버린다면 원래 남던 쪽에 있던 원자가 중성을 벗어나게 되어 전자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전류가 그냥 흐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장이 걸린다면 어떨까?

    전기장이 걸리게 되면, 전자는 자기가 있는 위치를 벗어나 전기장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자가 모자라는 쪽에서 전자가 남아도는 쪽으로 전자가 이동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가 모자라는 쪽에서 전자가 남아도는 쪽으로 전자를 넘겨주려면 전자를 억지로 떼어내야 하는데 이건 있는놈이 더 하다고 빈곤층한테서 세금 걷는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 반대는 아주 쉽다. 전자가 남아도는 쪽에서 전자가 모자라는 쪽으로 전자를 넘겨주는건 대단히 쉬운 일이다. 따라서, 전기장이 걸렸더라도 이 방향에 맞춰서 걸리게 되면 전류가 잘 흐르고 반대로 걸리게 되면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 즉, 이 소자는 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서 순방향으로는 저항이 0에 가깝고 역방향으로는 저항이 무한대가 되는 일이 일어난다.

    물론 역방향이라고 한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방향인 경우에도, 앞서 부도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절연 파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역방향일 경우에 좀 버티다가 갑자기 다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것을 따로 회로 소자로 개발하는데, 제너 다이오드zener diode라고 부른다

    이게 반도체 얘기의 끝인가? 물론 이정도로는 반도체에서 하는 얘기의 시작도 아니다.

    좀 더 어려운 Band Structure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해보도록 하겠다.

  • 스핀과 CPT대칭성에 관한 이야기

    스핀과 CPT대칭성에 관한 이야기는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한학기 수업 분량이라는 사실을 염두해 두고서, 이 답글을 읽고나서 별다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두며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양자역학에 의하면, 입자의 파동함수는 적당한 경계조건을 가질 때 양자화되어야만 합니다. 양자화라는 뜻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냥 적당한 정수가 있으면 함수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각각의 정수에 해당하는 함수가 있어서 입자에 대한 성질을 알고 싶으면 입자가 어떤 양자 수를 갖고 있는지만 알아내면 된다는 겁니다. 아무튼 중요한건 “정수로 딱 떨어진다”는 겁니다. 1,2,3…등등에 해당하는 것들이 모두 있습니다.

    양자화가 이루어진다는 증거는 많이 있는데, 그중 각운동량 양자화가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양자화 조건입니다. 각운동량은 물론 얼마나 회전하고 있느냐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는 숫자입니다. 각운동량이 양자화 되어 있다는 얘기는, 양자화라는 말의 의미에 의해서, 각운동량이 정해진 값만을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확히는, 각운동량은 플랑크 상수의 정수배에 해당하는 값만이 가능합니다. 지금 얘기하고 있는 각운동량은 전자가 핵 주변을 돈다고 생각할때의 각운동량입니다. 실제로 전자가 핵 주변을 돌고 있는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운동량이라는 값은 가질 수 있습니다.

    Stern과 Gerlach의 실험에 의해, 전자들이 같은 상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개의 서로 다른 구별할 수 있는 각운동량으로 나누어 진다는 사실이 발견된 이후,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다니, 양자역학이 틀린거 아냐?”라는 의심을 가졌지만, 아무튼 이런 경우에 물리학자들이 흔히 쓰는 방법은 양자역학을 갈아엎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숫자를 도입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스핀”이라는 겁니다.

    사실, 전자가 2개 이상인 경우의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보면 알겠지만(실제로 푸는건 무진장 어렵습니다) 모든 전자는 전부 “완벽하게” 같습니다. 이 말은, 원자 안에 있는 전자에 1번부터 n번까지 모두 번호를 붙여놓고서, 아무거나 두개를 골라서 바꿔도 원자가 가진 특성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자와 전자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은 전부 파동함수를 이용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자를 바꿔도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파동함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을 Exchange symmetry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보면, 그냥 풀게 되면 전자의 교환에 대해서 부호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파동함수(1번,2번)은 파동함수(2번,1번)과 앞에 붙어있는 부호가 반대로 바뀌게 된다는 겁니다. 이건 심각한 문제인데, 파동함수의 부호가 바뀌면 원자와 전자들의 특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논리가 맞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전자의 교환에 대해서 부호를 다시 바꿔주는 “무언가”를 파동함수에 곱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도입된 것이 다시 “스핀”입니다.

    상대론이 끼어들지 않은, 비 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는 이정도로 얘기가 끝나게 됩니다. 사실, 전자는 교환에 대해서 부호가 바뀌기 때문에 같은 상태에 전자가 2개 이상 들어갈 수 없습니다. 즉, 상태 하나에 반드시 전자는 1개만 들어가야 합니다. (왜그렇게 될까요??)

    하지만 여기서, 교환에 대해서 부호가 바뀌지 않는 입자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보즈&아인슈타인과 페르미&디락에 의해서 유도되었습니다. 보즈는 교환에 대해서 부호가 바뀌지 않는 입자가 있다면 그 입자는 한 상태에 여러개가 들어가더라도 무방하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리고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게 되면 모든 입자가 바닥 상태로 확 몰려가게 된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것이 바로 보즈-아인슈타인 응축(BEC)현상입니다. 물론 이걸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지는 기억이 안나는군요…)

    이런식으로 교환에 대해서 부호가 바뀌지 않는 입자를 보존(Boson) 입자라고 합니다. 보존 입자들은 그 갯수가 보존(conserved) 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페르미와 디락은 교환에 대해서 부호가 바뀌는 입자에 대한 통계역학을 만들었는데, 이런 입자들을 페르미온(Fermion)이라고 부릅니다. 왜 디락콘(Diracon)이 아닌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무튼, 페르미온들은 같은 상태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응축 현상같은건 결코 일어날 리가 없죠. 페르미온들이 같은 상태에 들어갈 수 없다는 원리를 파울리의 배타원리(Exclusion principle)이라고 부릅니다.

    스핀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들을 늘어놓았는데요, 이제 스핀의 본질에 대한 얘기를 할 차례가 되었군요. 스핀의 본질은 “회전”이 아닙니다. 여러 교양 과학 서적에서 쉬운 이해를 하기 위해서 스핀 1/2인 입자들을 두바퀴 회전해야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으로 묘사를 하고 있는데 완전히 잘못된 겁니다.

    스핀은 정말로 각운동량에 해당하는 양이긴 합니다. 마치 스핀을 가진 입자가 실제로 자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각운동량”입니다. 문제는 그 입자가 정말로 자전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자전하고 있다고 설명해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각운동량을 갖고 있다고 하면 모든 것이 잘 설명되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말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 스핀은 내재적 각운동량(Intrinsic spin angular momentum)이라고 부릅니다.

    각운동량은 아무튼 “회전 축”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스핀이 실제 회전이 아니라고 해도 회전축에 해당하는 것은 존재합니다) 여러가지 재미난 일들이 발생합니다.

    양자역학을 좀 더 확장해서 상대론적인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면 스핀이 단순히 스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헬리시티(Helicity)라고 부르는 좀 더 본질적인 양을 생각해야 합니다. 헬리시티라는 개념은 스핀이 이동 방향에 대해서 같은 방향인지 반대 방향인지를 말하는 값입니다. 양자역학에서의 스핀은 말 그대로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맘대로 방향을 가질 수 있는게 아니라 정해진 값만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해진 값만 가질 수 있는데, 그게 정해져있기만 하면 되고 실제로 어떤 값이냐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그 정해진 값을 잘 정하면 물리학이 굉장히 편해집니다. (무진장 이상한 말이죠? 정해져있다고 해놓고서 우리 맘대로 정해도 상관 없다고 하니까 -_-; 이것은 x=x라는 항등식에 아무거나 대입해도 상관 없다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적당히 두 방향을 정해주게 되는데, 가장 편한 방향이 입자가 움직이는 방향과 같은 방향하고 입자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방향이 되겠죠. 그리고 이 방향과 양 손을 엄지를 펴고 주먹을 쥔 방향과 연관지어서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를 결정하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입자는 전부 왼손잡이입니다. (우주가 좌파다…뭐 이런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이제, 드디어 C, P, T대칭성 얘기가 등장합니다. C는 Charge Conjugation이고, 전하 공액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별건 아니고, 파동함수는 원래 복소수 함수가 될 수 있는데, 이 복소수 함수의 켤레 복소수 함수를 생각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아주 재미있게도, 전하에 해당하는 값들이 부호가 바뀌게 됩니다. 전자기적인 전하가 원래 음수라면 양수로, 원래 양수라면 음수로 바뀌게 되죠. 이것은 전자기적인 전하뿐만이 아니라 다른 “전하량”에 해당하는 것들은 전부 바뀌게 됩니다.

    P는 Parity conversion인가, 아무튼 패리티 반전이라고 합니다. 또는 공간 반전이라고도 하죠. 이것은 거울 대칭성인데, 시공간의 4차원 중에서, 시간을 제외한 공간좌표의 부호를 모두 바꿔주는 겁니다. 즉 x는 -x로 바꾸는 등의 조작을 해 주는 거죠. 이렇게 하면 단순히 공간이 바뀌는게 아니라 운동 방향이 바뀌게 됩니다.

    T는 Time reversal입니다. 시간 역전이라고 하는데, 시간 부분의 부호를 바꿔줍니다. 이렇게 하면 미래로 가던 입자는 과거로, 과거로 가던 입자는 미래로 가게 되겠죠.

    사실, 파동함수를 잘 보면 이런것들을 바꾼다고해서 파동함수가 별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이 대칭성들은 완벽하다고 믿고 있었죠. 하지만 C에 대해서 대칭성이 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즉, 어떤 입자와 그 입자의 반입자가 나타내는 행동 양상이 달라지는 거죠. 이건 물리학계에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물리학자들은 항상 어떤 대칭성이 잘 나타나는 것만 봐 왔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우주의 대칭성이 깨질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하지만 곧, C는 보존이 안되지만 C와 P를 동시에 작용하면 물리학이 별로 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만, CP대칭성도 곧 깨지게 됩니다. CP대칭성이 깨지는건 우리 우주의 역사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에 잠시 후에 설명하죠. 아무튼, 물리학자들의 마지막 보루는 세가지 대칭성을 모두 만족하는 CPT대칭성은 완벽하다고 믿고 있는 건데, 사실 과학자들의 상상력이 여기서 끝날리가 없죠. CPT대칭성은 완벽하다고 다들 믿고는 있지만, 깨진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없을리가 없겠죠. 그래서 CPT대칭성이 깨진다고 가정하고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을 탐구하는 이론 물리학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중 놀라운 결론은 CPT대칭성이 깨지는 것이 로렌츠 불변성을 깨는 것과 동치라는 얘기입니다. 로렌츠 불변성은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인과율”이라는 건데, 이게 깨진다는 건 곧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물리학뿐만 아니라 인류의 모든 학문과 철학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습니다.

    물론 CPT대칭성 붕괴는 아직 관측되거나 증명되지는 않았고, 이론적 가설에 불과합니다. (물론 계속해서 측정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 효과는 0에 엄청 가깝다고 합니다)

    CP대칭성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가 뭐냐하면, 바리온 생성과 렙톤 생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들(별, 은하, 지구, 사람 등등)은 전부 페르미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페르미온에는 두가지 중요한 분류가 있는데, 하나는 쿼크이고 다른 하나는 렙톤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쿼크가 모여서 만들어진 입자를 바리온Baryon이라고 부릅니다. 그중 두개가 모인건 중간자Meson, 세개가 모인건 강입자Hadron이라고 부르죠. 아무튼, 우리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은 바리온과 렙톤으로 이루저여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에너지로부터 어떤 입자가 만들어질 때 반드시 그 입자의 반입자도 같이 생성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주가 처음 만들어지고서 얼마 후에, 대체 우리를 이루고 있는 반입자는 어디서 온걸까? 하는 질문이 생기겠죠.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입자와 반입자는 항상 그 수가 같아야 하고, 얘들은 만나기만 하면 모두 에너지로 전환되어 빛이 되기 때문에 우리들은 존재할 수 없는데, 다들 알다시피 우리들은 지금 다들 살아있습니다. 즉, 우리의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겁니다. 바로 이 문제를 CP대칭성의 붕괴가 해결합니다. 우리가 지금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주 초기에 CP대칭성이 깨져 있었어야만 한다는 거죠.

    그리고 바리온을 만들어내는 CP대칭성의 붕괴만으로는 그 효과가 작아서 현재 존재하는 바리온들의 양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고 하여, 렙톤의 CP대칭성 붕괴로부터 바리온이 생성되었다고 하는 가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쯤 되면 20세기 후반의 물리학 얘기가 됩니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얘기가 됩니다. 쓰고나니까, 엄청나게 많이 요약했군요.

  • 삼십육계

    삼십육계

    1. 삼십육계의 제1계는 ‘만천과해(瞞天過海)’즉 ‘하늘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너간다.’

    2. 삼십육계의 제2계는 ‘위위구조(圍魏救趙)’즉 ‘강한적을 분산시켜 처부수다.’

    3. 삼십육계의 제3계는 ‘차도살인(借刀殺人)’즉 ‘칼을 빌려서 사람을 죽인다.’

    4. 삼십육계의 제4계는 ‘이일대로(以逸待勞)’이다.

    5. 삼십육계의 제5계는 ‘진화타겁(진火打劫)’즉 ‘불난 틈을 이용하여 도적질한다.’

    6. 삼십육계의 제6계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즉 ‘동쪽을 향해 소리치고 서쪽을 공격한다.’

    7. 삼십육계의 제7계는 ‘무중생유(無中生有)’즉 ‘아무도 모르게 지나간다.

    8. 삼십육계의 제8계는 ‘암도진창(暗渡陳倉)’즉 ‘아무도 모르게 진창을 건너간다.’

    9. 삼십육계의 제9계는 ‘격안관화(膈岸觀火)’즉 ‘기슭을 사이에 두고 불을 쳐다본다.’

    10. 삼십육계의 제10계는 ‘소리장도(笑裏藏刀)’ 즉 ‘가슴에 비수를 숨기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상냥하게 상대방을 대하는 전략이다.’

    11. 삼십육계의 제11계는 ‘이대도강(李代逃강 )’ 즉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쟁취하는 전략이다.’

    12. 삼십육계의 제12계는 ‘순수견양(順手牽羊)’ 즉, ‘손에 잡히는 데로 취한다’

    13. 삼십육계의 제13계는 ‘타초경사(打草驚蛇)’ 즉, ‘풀을 막대기로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

    14. 삼십육계의 제14계는 ‘차시환혼(借屍還魂)’ 즉, ‘시체에 힘입어 혼을 돌아오게 한다.’

    15. 삼십육계의 제15계는 ‘조호이산(調虎離山)’ 즉, ‘산중의 호랑이를 산에서 떠나게 하는 책략’

    16. 삼십육계의 제16계는 ‘욕금고종(欲擒姑縱)’ 즉,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

    17. 삼십육계의 제17계는 ‘포전인옥(抛전引玉)’ 즉, ‘벽돌을 던져서 구슬을 얻는다.’

    18. 삼십육계의 제18계는 ‘금적금왕(擒賊擒王)’ 즉, ‘도적을 사로잡으려면 우두머리를 잡아라.’

    19. 삼십육계의 제19계는 ‘부저추신(釜底抽薪)’ 즉, ‘가마솥의 장작을 치우는 책략이다.’

    20. 삼십육계의 제20계는 ‘혼수모어(混水模漁)’ 즉, ‘물을 휘둘러서 고기를 찾아낸다.’

    21. 삼십?같窩?제21계는 ‘금선탈각(金禪脫殼)’ 즉, ‘매미가 아무도 모르게 허물을

    벗어 버리고 날아가는 모습.’

    22. 삼십육계의 제22계는 ‘관문착적(關門捉賊)’ 즉, ‘문을 닫아 버리고 도적을 잡는다.’

    23. 삼십육계의 제23계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즉, ‘멀리 있는 나라와는 손잡고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하라는 뜻.’

    24. 삼십육계의 제24계는 ‘가도벌괵(假道伐괵)’ 즉,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친다.’

    25. 삼십육계의 제25계는 ‘투량환주(偸梁煥柱)’ 즉,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바꾼다.’

    26. 삼십육계의 제26계는 ‘지상매괴(指桑罵槐)’ 즉, ‘뽕나무를 가리키면서 회화나무를 꾸짖는다.’

    27. 삼십육계의 제27계는 ‘가치부전(假痴不癲)’ 즉, ‘잘 떠들면서 경거망동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보인 척하면서 행동을 삼가는 편이 낫다.’

    28. 삼십육계의 제28계는 ‘상옥추제(上屋抽梯)’ 즉, ‘지붕위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운다.’

    29. 삼십육계의 제29계는 ‘수상개화(樹上開花)’ 즉, ‘나무 위에 꽃을 피운다.’

    30. 삼십육계의 제30계는 ‘반객위주(反客爲主)’ 즉, ‘손님의 입장으로부터 차츰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책략이다.’

    31. 삼십육계의 제31계는 ‘미인계(美人計)’ 즉, ‘세력이 강한 적장의 마음을 아름다운 여인을 이용해 교묘히 꾀어내는 수법이다.’

    32. 삼십육계의 제32계는 ‘공성계(空成計)’ 즉, ‘성을 비우는 책략.’

    33. 삼십육계의 제33계는 ‘반간계(反間計)’ 즉, ‘적의 첩자를 역이용하는 책략이다.’

    34. 삼십육계의 제34계는 ‘고육계(苦肉計)’ 즉, ‘자기 몸을 상처내는 책략.’

    35. 삼십육계의 제35계는 ‘연환계(連環計)’이다.

    36. 삼십육계의 제36계는 ‘주위상계(走爲上計)’ 즉, ‘도망가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다.’

  • 게이지 이론

    이번엔 게이지 이론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적어 보려고 한다. 게이지Gauge라는 단어는 뭔가 측정을 하는 도구를 말하는데, 물리학에서 말하는 게이지 이론(Gauge theory)란 전혀 다른 헛소리를 얘기한다. 완전 다르다. 심지어 뭘 측정하지도 않으며 숫자도 아니고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이야기는 게이지 변환 Gauge Transformation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자기학을 처음에 시작할 때, 맥스웰은 4개의 방정식을 적어놓고서 그걸 “맥스웰 방정식”이라며 자기 이름을 붙여놨다. 아무튼 맥스웰 방정식은 수학적으로는 2종류의 벡터 장에 관한 4개의 미분 방정식을 제공한다. 물론 이 맥스웰 방정식을 일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며 과학자들은 그냥 그때그때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자, 생각해 보자. 미분이라는 건 변화율을 계산하는 거니까 미분해서 0이 되는 것들은 모두 “변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맥스웰 방정식은 모두 미분 방정식이기 때문에 미분하기 이전에 해당하는 것들에는 우리가 “변하지 않는”, 즉 “미분하면 0이 되는” 것들을 더해도 상관이 없다. 즉, 맥스웰 방정식이 정확하다면 미분하기 이전의 값들에 우리가 어떤 “미분해서 0이 되는” 항들을 더하더라도 물리학의 실제 현상이 바뀌지 않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건 대단히 중요하며, 이해해주기 바라는 중요한 키 포인트다. 미분해서 0이 되는 것들은 우리 맘대로 더하거나 빼도 된다. 우리가 맘대로 해도 물리학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수학적으로는 “대칭적이다”라고 말한다.

    맥스웰 방정식은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전자기 장치들의 기본 법칙을 알려주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이 방정식을 열심히 풀었는데, 풀다보니 흥미로운 성질을 발견했다. 상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미분하면 0이 되는 항들을 발견한 것이다. 이건 정말 신기한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맥스웰의 미분 방정식이 그냥 단순한 방정식이 아니라 3차원의 벡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벡터는 3개의 방향을 가진 성분으로 되어 있다. 맥스웰 방정식에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x성분을 y성분과 z성분으로 미분하는 항들이 몇개 들어 있는데, 자기장의 y성분을 x성분으로 미분한 것과 z성분을 x성분으로 미분한 것이 전기장의 x성분의 시간 변화율과 위치에너지의 변화율의 x성분의 합과 같다는 식이 있다. 그럼 자기장의 y성분을 x성분으로 미분한 것이 0이기만 하면 되니까 y성분을 y성분으로 미분한건 0이 아니더라도 상관이 없다, 뭐 이런것 등등이 가능해진 것이다.(단 2줄로 설명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내가 하고싶은 얘기는, 여기서 우리가 상수가 아닌데도 미분해서 0이 되는 것들을 맘대로 더하거나 빼는 변환을 두고서 “게이지 변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물론 게이지는 우리가 맘대로 더하거나 빼는 바로 그것이 아니다.

    맥스웰의 방정식을 말로 쓰면 다음과 같다.

    1.전기장의 시간 변화율은 자기장의 꼬임 정도의 공간 변화율curl과 같다.

    2.전기장의 꼬임 정도의 공간 변화율은 자기장의 시간 변화율과 같다.

    3.전기장의 발산율divergence은 전하의 분포와 같다

    4.자기장의 발산율divergence은 0이다.

    한가지 물어보자. 전기장과 전기적 위치 에너지(전위, volt)는 어떤 관계일까? 전기장은 단위 양전하가 받는 힘의 크기를 나타내니까 적분하면 에너지가 되고 따라서 전위는 전기장의 적분이다. 전위는 그냥 숫자만 주어져 있기 때문에 스칼라 포텐셜(scalar potential)이라고 부른다. 벡터와 스칼라의 구분은 고2때 물리 시간에 배울 것이다. 반대로, 전기장은 전위의 미분이다. 그럼, 자기장은? 자기장은 뭔가의 미분이면 안돼?

    자기장도 물론 뭔가의 미분일 수 있다. 당연히 미분이겠지 생각하는 사람들, 맞췄다. 당연히 미분이다. 자기장은 벡터를 미분해서 얻는다. 즉, 자기장은 벡터 포텐셜의 미분으로 나타낸다. 벡터를 미분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그 발산divergence을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꼬임curl을 구하는 것인데, 벡터 포텐셜을 미분해서 벡터인 자기장을 얻으려면 벡터 포텐셜의 꼬임을 구하면 될 것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을 스칼라 포텐셜과 벡터 포텐셜을 이용해서 표현하게 되면 다음과 같다

    전기장 = 스칼라 포텐셜의 발산 + 벡터 포텐셜의 시간 미분

    자기장 = 벡터 포텐셜의 꼬임

    이러면 뭐가 되냐고? 아주 간단하면서도 유명한 정리가 있는데, “어떤 스칼라 함수의 물매gradient의 꼬임은 0이다”라는 것이다. 이건 편미분만 배우면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더 다루지는 않겠다. 아무튼, 위에 적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그렇게 해서 맥스웰 방정식에 대입하면 딱 들어 맞는다.

    예를들면

    전기장의 꼬임 = 스칼라 포텐셜의 발산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시간 미분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시간 미분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꼬임의 시간 미분 = 자기장의 시간 미분

    아주 간단하면서도 유명한 정리가 또 있는데, “어떤 스칼라 함수의 꼬임은 발산이 0이다”라는 것이다.

    그럼, 이제 벡터 포텐셜에 어떤 스칼라 함수의 물매를 더해보자. 그럼?

    자기장(바뀐거) = 벡터 포텐셜(바뀐거)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꼬임 + 스칼라 함수의 물매의 꼬임 = 벡터 포텐셜의 꼬임 = 자기장

    벡터 포텐셜을 바꿔서 넣었는데 자기장이 바뀌기 전과 바뀐 다음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전기장에는 스칼라 포텐셜을 벡터 포텐셜에 더했던 바로 그 스칼라 함수의 시간 미분을 빼주게 되면 마찬가지 결과를 얻게 된다.

    바로, 여기서 벡터 포텐셜과 스칼라 포텐셜을 “적당한 스칼라 함수”에 의해서 더하게 되는 것이 “게이지 변환”이다. 중요한건, 정말로 우리 맘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령 스칼라 포텐셜을 미분해서 벡터 포텐셜이 나오도록 한 다음에, 벡터 포텐셜과 더하면 0이 되도록 정해도 물리학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방금 증명했듯이) 이것은 물리학자들에게 강력한 도구를 주었는데, 바로 그것이 “게이지 장gauge field”이다.

    전자기장을 게이지 변환에 의해서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눈 후, 우리가 맘대로 게이지 변환을 결정해도 되기 때문에 가장 풀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놓고서 문제를 해결한 후, 변하는 부분은 모두 없애버리면(그래도 된다. 왜냐고? 게이지 변환이 보장해 주니까.) 문제는 해결된다.

    전자기학에서 나오는 게이지 장이 가진 대칭성은 U(1)의 대칭성을 갖고 있다. U(1) 대칭성이라는 것은 2차원에서 크기가 변하지 않는 회전에 해당하는 대칭성이다. 2차원에서의 회전은 순서에 상관이 없기 때문에 U(1)대칭성은 가환 덧셈 군(abelian additive group)에 해당한다.

    (예를들어, 시계방향으로 10도 돌리고 20도 돌린거랑, 20도 돌리고 10도 돌린거랑은 아무런 차이가 없이 30도이다)

    문제는 양자역학이다. 전자기학을 양자화해서 만든 양자 전기 역학은 U(1)의 대칭성을 가진 게이지 장을 이용해서 아주 잘 기술할 수 있었다. 파인만이 자랑했듯이, 양자 전기 역학은 인간이 만든 이론중에서 가장 가장 가장 정확한 이론이라고 말해도 된다. 문제는 여기서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물리학자들이 처음에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을 발견했을 때, 뭐 대충 풀리겠지 하고서 대충 풀었을 땐 잘 맞았다. 아싸! 대충 풀어서 맞았으니까 이제 제대로 풀어야지 싶어서 이론적으로 방정식 잘 쓰고 풀려고 하는데, 무한대가 나오는 것이다. 이 무한대는 참 난감해서, 어떻게 다룰 방법이 없었다.

    뭐, 별 수 없다. 무한대는 무한대로 나누거나, 무한대만큼 빼거나 해서 유한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리학 이론에서 문제를 풀었을 때 무한대가 나오면 그건 명백한 오답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답에 끼워맞추려면 유한한 값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서 유한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그것은 바로 가환이 아닌 대칭성을 가진 게이지 장을 도입하는 것이다.

    U(1)의 대칭성을 가지는 게이지 장은 이제와서 밝히는 것지만, 사실 빛이다. 가환이 아닌 대칭성은 SU(2)라는 대칭성이 있는데, 이건 3차원에서 크기가 변하지 않는 회전과 같다. SU(2) 대칭성을 가지는 군은 약한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SU(2) 대칭군을 만들어내는 생성원(generator)는 3개가 있는데, 이 3개의 생성원은 물리적으로 3개의 입자인 W+, W-, Z 입자에 대응된다. (물론 이 세 입자는 “진짜로” 발견되었다. 수학적 대상이 물리적으로 눈에 보인, 뭐 그런 예라고나 할까)

    SU(3) 대칭군은 8차원에서 크기가 변하지 않는 회전과 같고, 물론 생성원은 8개가 있다. 강한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8개의 생성원은 8개의 글루온Gluon에 대응된다.

    이 글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지적 능력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음을 내가 보증한다. 이건 사실 나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으며 아직도 공부하고 있다. 물론 나 말고는 이해한 사람이 아주 많이 있다. (안그러면 내가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물어보겠는가)

  • 죄수의 딜레마, 재탕

    세상을 살아가는데 경쟁과 투쟁과 싸움은 항상 있는 일이다.

    얼마 전에 겪은 일이다. 난 학교 옆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주인집 할머니가 수도 요금이 나왔다고 해서 돈을 내러 갔다.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과는 달리 수도요금은 주인집에만 계량기가 달려있고 각 자취방에서 쓰는 물값이 전부 일괄적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누가 얼마나 썼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사람 수 대로 n등분해서 내게 되고, 이 방법이 대체로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난달까지는 내가 친구랑 같이 살았고 이번달부터는 혼자 산다는 점이다. 지난달 요금은 2인분을 내는게 맞고 이번달부터 1인분을 내는게 맞긴 한데, 주인집 할머니는 우리집을 1인분으로 쳐서 n등분을 했다(약 8천원). 그러더니 2인분을 내라면서 8천원을 더 받아갔다. 나야 수학도 전공했으니 n분의 2가 아니라 n+1분의 2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즉시 깨달았지만, 귀찮아서 일단 냈다. 물론 앞으로도 그거 갖고 따질 생각은 없다.

    자, 그럼 이제 내가 얼마나 더 냈는지 따져보도록 하자.

    우리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이 몇명인지 모르므로 그냥 n명이라고 가정하자. 난 n등분된 돈을 2인분을 냈으니 n분의 2를 낸 것이고, 원래는 n+1분의 2를 내야 한다. 즉, 난 원래 낼 돈의 n분의 n+1을 더 낸 것이다. 약분하면 1과 n분의 1이다. 즉, 내가 낸 돈을 a원이라고 한다면, 내가 낸 돈 a원은 원래 낼 돈을 n등분한 것 중의 하나 만큼 더 낸 셈이 된다. 따라서 내가 원래 내야 할 돈은 a원의 n+1분의 n이다.

    아무튼 이런 수도요금 체계를 가진 상황에서 각 자취방 사람들의 생각을 한번 생각해보자. 이런건 자취방이 2명있고, 수도요금을 딱 절반씩 나눠내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도 일반성을 잃지 않는다.

    예를들어 수도요금이 10000원이 나왔다면 나는 5000원을 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저쪽이 실제로 5천원어치 이상을 썼는데 저쪽은 5천원만 내고 내가 나머지 부분을 낸다면, 이건 억울한 일 아닌가? 확실히 억울하지? 그럼 내가 억울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정답 : 저쪽보다 많이 쓰면 된다.

    문제는 이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쪽이라고 해서 머리가 딱히 나쁠 이유도 없고,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경쟁이 시작된다. 서로 상대방보다 더 많이 써야만 내가 사용한 요금을 상대방이 내 주는 폭이 커지기 때문에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수도 요금은 한도없이 많이 나오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서로가 이것을 미리 생각하고, 서로 협력해서 어느정도 이상을 쓰지 않기로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상대방을 믿을 수 있을까? 한달에 한번도 마주치기 힘든 옆집 사람을 믿는다는건 현대 사회에서 굉장히 드문 일이다. (물론 이런 현실이 안타깝긴 하다.)

    이 상황은 곧장 죄수의 딜레마로 연결된다. 서로 협력하면 둘 다 같은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배신하면 배신을 한 쪽은 큰 이익을 얻고 배신 당한쪽은 손해를 본다. 그리고 둘 다 배신하면 둘 다 손해를 본다. 선택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둘 다 배신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죄수의 딜레마의 변형된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죄수의 딜레마”라는 책을 참고하여 몇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물론 내 맘대로 각색하였다.

    둘이서 수도요금을 나눠 내는데, 더 많이 쓴 사람이 전액을 부담한다면? 이 경우는 서로 수도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는 아무도 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조한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

    반대로 더 적게 쓴 사람이 전액을 부담하는 경우는 내가 처음에 얘기했던 예의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앞서와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다.

    규칙을 바꿔보자. 둘이서 수도 요금을 내야 하는데, 두 사람은 서로 별로 친하지도 않으며 서로 의견 교환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데 고지서가 두 자취방의 공통 대문 앞에 꽂혀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마감일까지 요금 전액을 낸다면 연체료는 없다. 하지만 아무도 내지 않으면 다음달에 연체료가 가산되어 청구될 뿐만 아니라 계속 안내면 수도가 끊긴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을 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딜레마는 “겁장이의 딜레마”의 변형인데, 가장 좋은 것은 둘 다 “동시에” 대문 앞에서 만나서 반반씩 내는 것이다. 그 다음은 어느 한쪽이 확 내버리는 거고, 가장 나쁜경우는 둘 다 안내는 것이다.

    다른 경우도 있다.

    수도요금 중에서 자신이 몇%를 낼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물론 서로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고 요금의 총액만 알고 있다. 즉, 1호실 사람과 2호실 사람이 있으면, 1호실 사람이 “난 10%를 낼 수 있어”라고 선언하고 2호실 사람이 “난 14%를 낼 수 있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물론, 이 선언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 각자 10%와 14%를 일단 낸다. 남은 돈에 대해서 다시 이 일을 반복해서, 낸 돈의 합이 수도요금 총액이 되면 그만 둔다. 이런 경우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까? 아마 50%씩 내는게 최종 결과일것 같긴 한데, 난 게임 이론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정답을 아는 분께 댓글좀 부탁드린다. 이건 “달러 경매”의 변형된 버전이다.

    아무튼, 죄수의 딜레마의 여러가지 변형된 형태들은 실생활에서 이런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물론 수도 요금은 서로 사용한 만큼 내는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