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번엔, 내 전공과는 좀 떨어져있지만 현대 과학 기술의 결정체인 반도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일단, 모든 물질은 도체, 부도체, 반도체중의 하나이다. 전기를 잘 흐르게 하면 도체Conductor이고, 전기를 못 흐르게 하면Insulator이고, 그 사이에 있으면 반도체Semiconductor이다.

우선 먼저 도체에 전기가 잘 흐르는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 도체는 대부분 금속Metal로 되어 있다. 금속 원소들은 가장 바깥쪽에 있는 전자가 1개에서 3개정도 된다. 또한, 이 바깥쪽의 전자들은 원자로부터 잘 떨어져 나간다. 이들 전자 때문에 금속 원소들은 금속 결합을 할 수 있다. 금속 결합은 전자가 자유롭게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원자들이 달라붙게 되는 것을 말한다. (왜 그럴까요? ㅋㅋ)

아무튼,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성질은 도체가 전기 에너지를 수송할 수 있는 특성을 준다. 또한, 금속 결합은 물질이 길게 늘어질 수 있는 특성을 주어서 우리는 금속을 이용해서 길다란 전선을 만들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발전소에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여 각각의 집에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체의 경우는 전류의 세기가 전압(전기적 위치에너지의 차이)에 비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것을 “옴의 법칙”이라고 부르며, 이때의 비례 상수가 저항에 해당한다.

이제 부도체에 대해서 알아보자. 부도체는 물론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물질이다. 부도체는, 당연히, 전자가 물질 내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전자는 특정 원자 근처에 속박되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그럼, 부도체에 전압이 걸리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될까? 전류가 흐르지는 않지만, 전자는 자신이 속박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전기장 방향으로 가게 되는 현상을 보인다. 즉, 전자의 위치가 양극쪽으로 편향된다. 이것을 “유전 분극Polarization”이라고 부른다. 극이 생기게 되었다는 뜻인데, 간단히 이해하려면 원래는 음전기인 전자의 위치와 양전기인 핵의 위치가 겹쳐져 있었는데 전기장 때문에 분리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편극의 세기는 전기장의 세기가 커질수록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이때의 비례 상수를 전기 감수율이라고 부른다. 굳이 “전기”라는 말을 앞에 붙이는 이유는 같은 현상이 자석에 대해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전기장이 점점 세질수록 편극은 점점 강해지는데, 이것도 어느정도 일어나면 한계가 된다. 만약 이 한계보다 더 강한 전기장이 작용하게 되면 전자가 속박되어있는 상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이 상태를 유전 파괴Dielectric Breakdown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당연하다. 가령, 줄다리기 경기를 할 때도 어느 한쪽이 끌려가면 승부가 나지만 너무 강하게 잡아당기면 줄이 끊어져 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가? 아무튼, 유전 분극 현상을 이용해서 우리는 축전기를 만들 수 있고, 축전기와 코일을 결합해서 무선 통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드디어 원래의 주제가 되는 반도체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보자. 반도체는 그럼 전자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전류를 반쯤만 흐르게 하는 걸까? 아주 쉽다. 도체는 전자가 떨어져 있었고, 부도체는 전자가 달라붙어 있었다. 반도체는 그 중간에 있으므로 전자가 덜 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게 대체 어떻게 되있는 거냐고?

반도체는 보통 4A족 원소를 이용해서 만든다. 4족 원소는 최외각 전자가 4개 있는 원소들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규소Silicon이다. 수많은 반도체 회로들이 규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규소를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도 아주 많이 있지만, 원리를 이해하는데는 규소와 관련된 몇가지만 이해하면 충분하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규소는 가장 바깥에 전자가 4개 있으므로 최대 4개의 다른 원자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규소들끼리 서로서로 손을 잡고 격자 모양을 이루는 것이다. 규소의 격자 형태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형태를 가진다.


격자란?

아무튼, 중요한건 격자 구조라는 것은 어떤 원자에 대해서도 주변 상황이 똑같다는 것이다. 격자 안에 있는 각각의 원자들은 결합 구조, 주변에 있는 원자의 수, 근처의 전자의 수 등이 어떤 원자를 고르더라도 같다. 물론 이것이 “대칭성”에 해당한다는 것은 앞서의 얘기에서 많이 해봤었다.

이 상태에서는 규소는 부도체이다. 전자가 어떻게 떨어져나갈 구석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3족이나 5족 원소가 몇개 들어가 있는 경우이다. 이러한 원소들이 들어가 있는 경우에는 전자가 하나 모자라거나(3족) 하나 남게 된다(5족). 이 얼마 되지도 않는 남는 자리와 남아도는 전자가 규소 전체의 성질을 확 바꿔버리게 되는데 아주 화려하다.

전기장이 걸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전자가 하나 남는 경우는 아주 이해하기 쉽다. 남아있는 전자가 전기장 방향으로 움직여주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 경우는 전류가 작게 흐르긴 해도 전류가 흐를 수 있다. 전자가 모자라는 경우는 어떨까? 전자가 모자라는 경우에도 물론 전자는 움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빈칸이 있기 때문에 그 빈칸을 옆에 있는 전자가 들어가면서 전자가 원래 있던 자리가 다시 빈칸이 되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 빈칸은 마치 “전자”인것처럼 움직이게 되는데, 실제로 전자와 똑같이 행동하게 된다. 이 빈칸을 물리학자들은 양공Hole이라고 부른다.

이제 4족 원소에 3족을 조금 섞은 것은 전자가 모자라기 때문에 positive형, 즉 p형 반도체라고 부르고 4족 원소에 5족을 조금 섞은 것은 전자가 남기 때문에 negative형, 즉 n형 반도체라고 부른다.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는 각각으로는 별다른 재미를 못 보게 된다. 하지만 p-n접합이나 p-n-p접합을 만들어내게 되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생기는데, pn접합이 정류 작용을 하는 다이오드이고 pnp나 npn접합이 증폭 작용을 하는 트랜지스터가 된다. 여기서는 다이오드에 관한 이야기만 해 보겠다. 트랜지스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다이오드 얘기만 듣고 생각해 보거나, 인터넷을 뒤져보기 바란다.

자,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붙여놨다. 그럼? 적어도 그 경계면에서는 한쪽은 전자가 남아돌고 한쪽은 전자가 모자라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물론 전자들은 최소한 각각의 원자들에게 붙잡혀 있는 상태기 때문에 함부로 전류가 흐르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전자가 모자라는 쪽으로 미리 이동해 버린다면 원래 남던 쪽에 있던 원자가 중성을 벗어나게 되어 전자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전류가 그냥 흐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장이 걸린다면 어떨까?

전기장이 걸리게 되면, 전자는 자기가 있는 위치를 벗어나 전기장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자가 모자라는 쪽에서 전자가 남아도는 쪽으로 전자가 이동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가 모자라는 쪽에서 전자가 남아도는 쪽으로 전자를 넘겨주려면 전자를 억지로 떼어내야 하는데 이건 있는놈이 더 하다고 빈곤층한테서 세금 걷는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 반대는 아주 쉽다. 전자가 남아도는 쪽에서 전자가 모자라는 쪽으로 전자를 넘겨주는건 대단히 쉬운 일이다. 따라서, 전기장이 걸렸더라도 이 방향에 맞춰서 걸리게 되면 전류가 잘 흐르고 반대로 걸리게 되면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 즉, 이 소자는 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서 순방향으로는 저항이 0에 가깝고 역방향으로는 저항이 무한대가 되는 일이 일어난다.

물론 역방향이라고 한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방향인 경우에도, 앞서 부도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절연 파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역방향일 경우에 좀 버티다가 갑자기 다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것을 따로 회로 소자로 개발하는데, 제너 다이오드zener diode라고 부른다

이게 반도체 얘기의 끝인가? 물론 이정도로는 반도체에서 하는 얘기의 시작도 아니다.

좀 더 어려운 Band Structure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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