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장비를 얼마나 알아야 하는가

과학은 언제나 실험을 바탕으로 증명되는 학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각주:

1

]


1. 가설을 세우고

2.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한 후

3. 실험을 수행하고

4. 실험 결과가 가설에 의해 예측된 것과 합치하는지 평가하여

5.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한다.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고 한다.







‘과학자는, 실험을 하는 실험의 행위자는 실험을 행하는 대상은 물론 실험을 구성하는 장비들의 작동, 구성 원리를 모두 알고 있어야만 한다.’






http://blackcherrying.tistory.com/332

이 주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관찰자는 어째서 실험 대상뿐만 아니라 장비들의 구동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하는가?

예를 들어, 온도계를 생각해 보자. 그 중에서도, 빨간색 액체가 유리관 안에 들어있는 아주 흔한 온도계를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이 온도계를 사용하여 실내 온도를 측정할 때의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아래쪽의 붉은색 액체가 뭉쳐있는 부분을 손으로 붙잡지 말 것.

2. 눈금을 읽을 때 가급적 붉은색 액체 부분의 끝과 같은 눈높이에서 관찰할 것.

이 두가지 주의사항을 지켜야 정확한 온도를 알 수 있다.

각 주의사항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지키지 않으면 틀린 결과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번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그럼 “실내 온도는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사람의 체온과 같아진다”는 관찰 결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온도계를 사용해서 정확한 실내 온도를 알아내고자 하는 사람들은 1번과 같은 주의사항을 만들어서 지키게 되었다. 또한, 그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얻어진 관측 결과는 의미 없는 것으로 보고 가설을 증명하는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관찰자는 과연 이 주의사항들이 어째서 지켜져야 하는 것인지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그저 철저하게 지키기만 하면 안되는 것인가?

엄밀히 말해서, 이론적으로는(?) 실험장치의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는 한 관찰자가 주의사항이 유도된 과정이나 그 작동 원리를 알 필요가 없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켰으면 온도계의 눈금을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럼 온도계로부터 얻어낸 수치를 믿고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실험 장치가 온도계처럼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서 사용하는 실험 장치는 매우 복잡하고, 여러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의사항을 작성한 사람도 실제로 주의해야 할 모든 것을 알지 못할 수 있다. 만약 실험 결과가 가설에서 예상된 것과 다르다면 이것은 실험 오차가 아니라 실험 장치에 다른 영향이 주어졌기 때문이고, 이 실험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하여 설계된 원래의 실험 방식과 다르므로 실험 결과가 가설을 증명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기 위하여 새로운 실험 장치를 구성하여 실험을 수행하는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오차 원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수많은 주의사항을 미리 작성해 두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 결과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오차 원인이 남아있을 수 있다. 게다가, 원래는 부정되어야 할 가설인데 아무도 알지 못한 오차에 의하여 참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실험자들은 언제나 실험 장치가 적절히 설계되고 작동하고 있는지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실험을 하다보면 하나의 실험 장치라 하더라도 관찰자가 전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CERN에서 수행되고 있는 입자 가속기 실험은 너무 거대한 실험 장치이기 때문에 실험자들이 다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최근에 중성미자의 속력을 측정한 실험에서 처음에는 중성미자가 빛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움직인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오차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실험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http://press.web.cern.ch/press/PressReleases/Releases2011/PR19.11E.html



http://arxiv.org/abs/1203.3433



http://scienceon.hani.co.kr/archives/27791



http://scienceon.hani.co.kr/archives/26988



http://scienceon.hani.co.kr/archives/27082

즉, 이 경우에도 관찰자가 알지 못하는 주의사항이 존재했고, 그 부분을 찾아서 해결하자 실험 결과가 “예상 대로” 중성미자의 속력은 빛보다 빠르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말해서, 그 거대한 입자 가속기에서 발사된 중성미자가 그 거대한 검출기에 도착하는 시간을 측정하는데 측정기에 붙어있는 광섬유 선이 접촉이 불량한 것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주의사항에는 “측정기에 접속된 광섬유 선의 연결이 불량한지 모두 점검할 것”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주의사항은 이미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실험단 전체에서 아무도 그 부분에 접속 불량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결과를 학계에 보고한 것이다.

실험을 하면 당연히 결과를 얻는다. 문제는 그 결과가 믿어도 좋은 것인가이다. 실험 장치의 작동 원리는 앞의 과학 탐구 과정 중 2번에 관련된다. 즉, 실험 내용이 가설을 증명하거나 부정하는데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험을 하는 사람은 실험 결과를 자신있게 내놓기 위하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실험 장치가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항상 검증해야 한다. 이 검증을 하기 위하여 ”



과학자는, 실험을 하는 실험의 행위자는 실험을 행하는 대상은 물론 실험을 구성하는 장비들의 작동, 구성 원리를 모두 알고 있어야만 한다.”

추가.

그리고, 과학자가 실험 장치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모르고 있으면, 그걸 아는 사람이 괴로워진다. 헐.



  1. 모든 과학 교과서의 가장 앞 부분에 서술되어 있지만 그 덕분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과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본문으로]

6 thoughts on “과학자는 장비를 얼마나 알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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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넹, 모르는건 죄가 아니지만 학계에선(특히 역사학에서) 모르기 때문에 빼먹었다던가 하는 경우 웃음거리가 되거든요. 🙂

  2. 이론과 공학 모두 과학에선 중요하죠, 이론만으로 과거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걸 안다해서 그걸 실현할 기술이 없으면 그냥 멋진 이론일 뿐일테니까요. 심지어 그러한 장치가 없다는건 이론을 증명할 수단이 없다는것이기도 하죠.

    과학자들이 공학적 지식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있어야합니다. 위 글에서 말했던것처럼 실험 과정에 오류가 있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결과를 내버리면 학계에선 많은 논란이 있을것이고,틀렸다는게 밝혀지면(특히 그 결과가 엄청난 것이라면) 그 과학자는 불명예를 안게 되겠죠. 물론 언제나 과학자들이 맞는 소리를 한다는것도 아니며 2차 검증등 결과에 대한 반론,반박은 언제나 있기 때문에 불명예라는게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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