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양자장론에 관한 설명이다. 원래는 양자광학에 관한 글을 쓰고 비선형 광학 과정의 양자광학적 처리 방법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으나 그걸 다루기 위해서는 일단 양자장론에 관한 초보적인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글을 먼저 쓴다.
양자장론이란 장론에서 말하는 장을 양자화해서 다시 (정확하게) 계산하는 방법에 관한 이론인데, 이게 사실 입자 이론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이나 쓸 것 같아 보이는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거의 모든 물리학 영역에서 사용된다. 양자장론의 파생 분야로 양자전기역학, 양자색역학 같은 주제들이 있고, 양자광학은 양자전기역학에서 상대론을 뺀 분야라고 보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쉬운건 아니고. 또, 포논이나 플라즈몬 같은 준입자를 다뤄야 하는 응집물질 물리학에서도 등장하며 이제 물리학자들의 연구는 쿼크, 렙톤, 글루온 같은 기본입자에서부터 포논, 플라즈몬, 엑시톤, 폴라리톤 같은 준입자까지 모두 양자화해서 입자로 다루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물리학에서 말하는 “장”이란 무엇일까? 이것도 사실 고전장론에서 다루긴 하지만 학부 수준의 물리학에서는 잘 배우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고전역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물리적 대상 중 하나는 조화진동자이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용수철에 매달려서 흔들리고 있으면 조화진동자인데, 이 물체에 대해 시간에 따른 위치의 변화는 간단한 삼각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조화진동자를 여러개 묶어서 질량-용수철-질량-용수철… 이런식으로 여러개의 조화진동자 계를 만들면 장에 대한 간단한 모형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는 경우, 어느 질량 하나가 움직이면 용수철의 흐름을 타고 다른 질량체들이 같이 움직이게 되어서 질량의 움직임이 다른 질량으로 전달된다. 이것이 장에 대한 가장 간단한 모형이다. 이것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 물체는 고체인데, 고체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과 그 원자들을 붙들어 매고 있는 전자기력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물론 이 고체가 깨지거나 변형되지 않는 선에서 한정된다.)
우리가 양자역학에서 사다리 연산자를 배울 때, 처음에 조화진동자를 배우고, 이게 아주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실제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나오는 내용은 x와 p를 a와 a+로 바꿔서 열심히 계산하는 정도의 내용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게 왜 중요한지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그럼 이 사다리 연산자를 위에서 말한 장을 구성하는 조화진동자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조화진동자의 사다리 연산자는 질량이나 용수철 하나에 대해 작용하는 연산자가 아니라 “질량+용수철”이라고 하는 전체 계에 대해 그 상태를 바꿔주는 연산자이다. 물론 사다리 연산자는 질량이 가지는 파동함수(또는 켓 벡터)를 바꾸는 역할을 하지만, 질량이 용수철이 없으면 조화진동자가 아니므로 사다리 연산자의 작용 범위는 질량과 용수철을 포함한 계라고 봐야 한다.
질량과 용수철이 흔들리면, 고전역학적인 계에서는 이 운동이 다른 곳에 있는 조화진동자를 진동시킨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걸 양자역학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특정 위치에 있던 사다리 연산자가 다른 곳에 있는 사다리 연산자를 만들어 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상황에서, 전체적인 에너지가 보존되어야 하므로, 어느 한쪽의 상태가 올라가면 다른 위치는 내려가야 하고,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즉 a와 a+는 항상 같이 등장해야 한다.
양자역학에서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연산자로 바꾸고, 그걸 조합해서 사다리 연산자로 바꾸는 과정을 양자화라고 부른다. 양자장론에서도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연산자로 바꾸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 경우 어느 특정 물체나 운동량을 지정해서 연산자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질량 전체와 용수철 전체를 하나의 장으로 나타내고, 특정 위치에 해당하는 사다리 연산자가 위치마다 분포되어 있다고 하여 그 모든 가능한 조합들의 합으로 나타내는 것이 양자화 과정이다. 이렇게 장을 양자화 시키는 것을 1개짜리 조화 진동자의 양자화 과정이랑 구분하기 위해서 “2차 양자화(Second quantization)”라고 부른다. 2차 양자화라고 해서 양자화를 두번 하는게 아니라는 것이 포인트.
2차 양자화된 장에서 입자의 움직임은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입자의 수를 사다리 연산자의 작용에 대응 시켜서, 생성 연산자가 특정 위치에 작용하면 그 위치에 입자가 1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입자가 움직인다면, 먼저 있던 위치에는 소멸 연산자를 작용시켜서 입자를 없애버리고, 새로 나타난 위치에 생성 연산자가 작용해서 입자가 나타나는 것이 된다. 이렇게 해석하는 경우, 양자장론을 적용하기 전의 양자역학에서 사용하던 파동함수는 사다리 연산자의 분포를 나타내는 함수가 된다. 즉, 파동함수의 값이 큰 곳은 사다리 연산자가 빽빽하게 밀집해 있는 부분이고, 작은 곳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한 후에, 파동함수의 절댓값 제곱을 취해서 확률밀도 함수를 구해 보면, 확률밀도함수의 특정 위치에 그 위치마다 갯수 연산자가 붙어있는 걸 알 수 있다. 즉, 확률밀도함수가 그 위치에서의 입자의 수를 나타내는 함수가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양자역학이랑 해석도 맞고 참 보기에 좋다.
그렇다면, 여기에 양자광학이나 양자전자기학 같은 것은 어떻게 도입되는가?
고전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운동 방정식이나 해밀토니안들이 있는데, 가령 그것이 빛에 대해서는 맥스웰 방정식이다. 그런데 이 맥스웰 방정식을 풀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기장의 크기이고, 빛의 밝기는 전기장의 절댓값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전기장이 곧 빛에 대한 확률진폭함수가 된다.
또, 상대론적인 양자역학 방정식을 풀어서 클라인-고든 방정식이나 디락 방정식을 풀면 그에 해당하는 파동함수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양자전자기약역학(Quantum electroweak theory)과 양자전기역학이 된다. 물론 양자전기역학은 빛에 관한 맥스웰 방정식과 전자에 관한 디락 방정식과 그 결합에 해당하는 걸 모두 포함한 좀 더 복잡한 이론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다음 시간에는 양자광학에서 이론을 어떻게 전개하는지에 관하여 간단하게 해석을 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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