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또

간단한 비유를 들어서 백신이나 방사성 오염수 배출에 관한게 어느 지점에서 문제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또를 사는 경우, 로또를 사는 사람이 어떤 번호를 뽑아서 가져가든 각 번호 세트가 당첨될 확률은 동일하다. 천원 한장을 내고 815만분의 1의 당첨확률을 사는 것이다. 어떤 번호를 사든 확률은 같지만,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방법을 통해서 자신이 구입한 번호가 좀 더 당첨확률이 높을것이라고 기대하고, 당첨금으로 뭘 할지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

이제 로또를 거꾸로 생각해보자. 참가자는 천원씩 받고, 로또 번호를 한 세트 받는 것이다. 만약 당첨된다면, 당첨금 10억원을 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기가 당첨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천원 받아서 맛있는 음료수 한잔 사먹을 수도 있다. 물론 열장, 만원어치 받아서 좋아하는 햄버거를 하나 사 먹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무난한데, 이제 당첨된 사람이 문제가 된다. 어떤 특정한 한 명이 당첨될 확률은 굉장히 낮지만, 로또를 수백만명 수준의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뿌렸을경우, 아무라도 한명 당첨될 확률은 굉장히 높다. 당첨된 사람은 거액의 당첨금을 내야 하니까 굉장히 큰 손해고, 갑자기 인생에 날벼락이며, 이게 무슨 조작이나 음모가 있는건 아닐지, 확률을 속인건 아닐지, 온갖 생각이 들 것이다.

백신의 부작용이나 원전 오염수 배출에 의한 부작용이 바로 이것과 닮아있다. 즉, 본인이 걸릴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큰 거부감을 갖게 한다. 천원 받고 기분 좋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죽을 수도 있는 심한 부작용과 가벼운 부작용에 대해서 그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어느정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접종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확률이 좀 더 참값에 접근할 것이다. 원전 오염수 역시, 삼중수소 또는 거기에 섞여있을지도 모르는 방사성 원소들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을 유의미하게 올리는 건 맞는데, 바로 ‘나’라고 하는 특정 한 사람이 그런 질병에 걸릴 확률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크지 않다. 그걸 두려워 할 정도라면 교통사고나 번개 같은 것들에도 다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런것들도 두려워하면서 외출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률 과정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특정한 한 개인이 걸릴 확률은 굉장히 낮지만, 인구 집단 전체, 즉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 수억명 정도의 대규모 집단에 대해서는 누군가 걸릴 확률은 꽤 높아진다. 재수없는 몇명 정도는 버리고 가자는 인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여기에 해당하는 확률은 낮추는 것이 좋다. 따라서, 백신같은 의약품은 임상시험에서 약이 효과가 있는지보다 사람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관찰한다.

일본이 이제 곧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선언해서 문제가 많은데, 이것도 오염물질이 바닷물에 굉장히 많이 희석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떤 한 명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매우 적다. 따라서 특정한 개인에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따지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방류되었을 때 해양 생태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그리고 그것들이 인류 사회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실험해 볼 수도 없다.

백신 접종을 담당한 보건 당국도 그렇고, 일본 정부도 그렇고, 그럼 여기서 해야 하는건 이와 같은 내용을 당사자와 주변국에게 확실히 알리고, 자세히 알리고, 솔직히 알려서 신뢰를 얻는 것이다. 즉, 여러분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의 위험성이고, 위험성에 비해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다들 받아들여 달라고 해야 한다. 그런 소통의 과정 없이 처리 절차를 강행했을 때 반발이 나타나는건 당연하다.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관건이 아니고, 문제가 없다는 걸 서로 믿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와서 말하기엔 너무 늦었지만, 평소에 서로서로 믿음을 주고 받는 과정이 중요하다. 믿음이 없고, 그나마 있던 믿음도 여러 상황에 의해 잘게 부서지다보니 지금도 계속해서 다툼과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난 정부의 방역정책을 믿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고 나처럼 믿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내 주변 한두명은 어떻게 해볼 수 있어도, 전국민을 내가 무슨수로 설득하나. 그건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다.

내가 방역 관계자는 아니고 그냥 민간인이지만, 다들 말 한마디씩 보태고 있는 이 시국이 답답해서 나도 한마디 얹어보았다.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Proudly powered by WordPress | Theme: Baskerville 2 by Anders Noren.

Up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