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양심

다른 사람이 번역한 책(모 전공서적)을 출간 전에 검토해 달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너무 엉망이어서 좌절했다. 몇 장 읽어보고 든 느낌은, “이렇게 해도 돈을 준다는 건가?”다. 비록 내가 번역 경력이 짧아서 남의 번역에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만, 독자입장에서 그런 책을 읽는다면 출판사에 전화해서 환불해달라고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정도 품질로 번역해도 된다고 하면 지금 작업 속도보다 5~10배는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번역하면서 목표는 독자가 책을 읽었을 때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면서, 또한 독자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 문장에 대해서는 “이게 이렇게 적혀있다고?”라는 의심을 품고 원서를 찾아봤을 때 “정말 그렇군”이라고 탄식할 수밖에 없는 번역을 지향한다. 물론 내가 지금 담당하는 책들이 다들 양자컴퓨터 관련 도서들이다보니 모종의 한계는 있지만.

좀 더 경험과 경력을 쌓다보면 더 알기쉽게 문장을 옮길 수 있게 되겠지. 지금까지 수많은 번역서들을 읽어봤지만, 위에서 말한 정도로 엉망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아마 수많은 편집자들이 갈려나가며 작업을 했겠지. 아무튼 돈도 받고 이름도 걸고 하는건데, 양심의 문제를 넘어서 평판의 문제다. 그리고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그러니까, 내 말은 공짜로 하는 것과 돈받고 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없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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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번역의 양심”에 대한 2개의 응답

  1. goldenbug 아바타

    수능 언어 과목의 뉴턴의 구각 문제가 생각나네요. ^^
    그 문제는 정말 좋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1. snowall 아바타
      snowall

      앗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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