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누가 읽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직업으로 삼기로(즉, 공부해서 돈을 벌기로) 작정한 사람으로서 뭔가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만약 이 글을 읽기로 했다면 부디 지루해 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저도 중학교나 고등학교때는 시험공부를 위한 공부를 했었고, 성적은 그럭저럭 받았지만 그다지 상위권에 있지는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재미도 없었고 말이죠. 아무튼,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내가 지금 이 짓을 왜 하고 있는지에 관한 심한 회의감에 빠져서 좌절하고, 심하면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이라든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면 그만 두는게 좋겠죠. 따라서 지금 당신이 공부를 왜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가장 먼저, 당신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랍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인지와 상관 없이 말이죠. 만약 현재 하는 일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마 그 일을 계속하고 싶을 것이고, 하기 싫은 일이라면 언젠가는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떠나고 싶을 겁니다.
자, 그럼 생각해 봅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요?
길지도 않은 인생에 직업으로서, 아니면 경험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쭉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가령, 물리학자가 되려면 대학도 가야 하고 대학원도 가야 하고 영어도 배워야 합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겠죠?
이와 같이, 자기가 한평생 살면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우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나서, 그 일을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세요.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고 고민하는 것은 실제로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이 단지 시간 보내기일 뿐이라면 빨리 그만두고 좀 더 내가 원하는 일에 가까운 일을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단 한가지라도 잘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못하는건 절대로 나쁘거나 부끄러운게 아니죠. 예를들어, 10년간 피아노를 죽어라 연습한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없다면 그 사람은 피아노 치는 것을 그만 두거나 훨씬 더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처음 보자마자 잘 칠 수는 없을 겁니다. 가끔 처음부터 무언가를 잘하는 복받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이 잘하는 그 능력을 원하는가, 그것을 하고 싶어하는가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하고싶은 것을 잘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잘 하는 것을 하고싶게 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우선을 두는 것이 좋을까요? 만약 인생이 한 번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정해야 합니까? 그것은 오직 자신의 마음을 따라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다른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닙니다. 나는 나의 꿈을 따라가야 하고, 다른 사람의 꿈을 따라가면 안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 또 달라져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없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하면 안된다 해도, 적어도 자신의 마음 속에는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분명함이 당신을 그 꿈을 향해 추진시킵니다.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해졌다면, 그 다음 단계는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 어떤 과정들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온라인 게임을 보면, 임무가 주어지고 그 임무를 완수하려면 가상 세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일어나죠. 실제 세상에서도 비슷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꿈을 직접, 곧바로 이루는게 아니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나쳐야 하는 과정이 대단히 많이 있죠. 그 수많은 과정중에서 단 한번이라도 포기해 버린다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여 꿈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죽을 때 까지 포기하지 않더라도 이룰 수 없는 꿈도 있으며, 노력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이루어지는 꿈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그 꿈을 포기한다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설령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포기한 이후에 이루어진 꿈은 더이상 당신의 꿈이 아니고 장래희망이 아닙니다. 당신의 미래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 충분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정해졌고 그 일을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정해졌다면, 각각의 과정을 이루기 위한 목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시 세부적인 것들을 고민해 볼 수 있겠죠.
세부적인 목표들까지 세워졌다면, 이제 시간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과정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이루어질지 추정을 해야 합니다. 저같은 경우,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대학에 가야 했으므로 고등학교까지는 무사히, 그리고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고, 대학교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계획이 세워집니다.
한번에 계획의 자세한 부분을 모두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알 수도 없고, 지금으로서는 그 꿈을 이루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무엇을 신경써야 하는지 알 수도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계획은 세울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면서, 지금 해야 하는 것들을 처리하면서,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밀어붙입니다. 먼 미래에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까운 미래에 어떤 상태에 도달해야 하는지, 목표를 세우고 목적을 분명히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이 세워졌다면, 이제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됩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계획을 조금 수정하거나 약간 여유를 두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하다가 그만두고 싶으면 포기하면 됩니다. 물론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하다가 포기하는 것 역시 쉬운일은 아닙니다.
그럼, 공부는 왜 해야 하냐고요?
위에서 얘기한 것들은 대단히 이상적인 과정입니다. 다 큰 어른들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원하는걸 안다고 해도 그 중간에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고 못한다고 괜히 좌절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하고싶은 소망을 평생 시도하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사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해도 평생을 그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짜 하고싶은 일”이라는 것에 도전하기 전에, 자신의 능력이 얼마정도 되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소설가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맞춤법을 잘 모른다면 좋은 소설을 쓰기 어려울 겁니다.
공부는, 특히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이러한 것들을 하기 위한 괜찮은 기초단계가 됩니다. 솔직히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사회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사교과서의 서술 방식에 관한 문제라든가, 경제교과서의 자본주의 사상 서술에 관한 문제 등등, 대체 이게 진실인지 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외우고 공부해야만 합니다. 더불어, 선생님이 재미 없으면 과목도 재미 없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사회에 나가게 되었을 때, 그런 정도의 기초지식도 없으면 세상은 더 이해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복리 계산하는 방법을 분명히 배우죠. 돈을 얼마를 대출 받고서 이걸 몇년 안에 갚으려면 이자가 얼마니까 한달에 얼마씩 내야 한다는, 뭐 이런 종류의 문제는 시험 문제에도 나오고 수능에도 자주 나옵니다. 이런 문제는 중간고사에서 틀려도 사는데 별 지장은 없습니다. 수능에서 틀린다 해도 죽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어른이 된 다음이죠. 당장 아파트를 구해야 집에 들어가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그러는데 자기 소득 수준에서 대출을 얼마를 받아야 하고 이걸 몇년만에 상환해야 하는데 얼마씩 갚아야 하는지 계산을 못하면, 또는 그래서 사기를 당한다면, 이건 바로 빚더미에 올라앉는 지름길이 됩니다.
사회 과목에서 복지 정책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중고등학교때는 단지 시험문제에 불과하지만, 그게 20년, 30년 뒤에는 당장 자기가 먹고 사는 문제가 됩니다. 중학교 중간고사에서야 틀린다고 밥을 안주진 않죠. 하지만 40살 먹어서 명예퇴직하고 연금 못받으면 밥을 굶어야 합니다.
이렇듯, 중학교때, 고등학교때는 관심없고 재미없어서 수업 안듣고 시험 0점 받아도, 그냥 자기 기분이 조금 안좋을 뿐 밥을 굶는다거나 길거리에서 자야 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다 커서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몰랐다고 용서가 되는게 아니라 정말 굶어야 하고 정말 길거리에서 잠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겁주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 서울역에서 노숙하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몇달 전,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서울역에서 잠을 자야 하고 한끼 먹을거리를 걱정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던 사람들입니다.
자, 그러므로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꿈을 이루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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