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웹 사이트가 화려한 이유

우리나라 웹 사이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만큼은 아마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화려한 것이 좋고 나쁘고는 이 글에서 제기하고 싶은 문제가 아니다. 어째서 화려해진 것일까?

이것을 공작이 화려하게 진화한 데서 이유를 찾고자 한다. 공작은 숫놈은 대단히 화려하고 암놈은 그냥 수수하다. 숫놈이 화려하게 진화한 이유는 깃털이 길고 화려할수록 암놈의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실험에 의해서 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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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것은 자연 선택이고, 개체변이에서 화려한 표현형이 살아남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화려하면 암놈의 눈에만 잘 뜨이는게 아니라 포식자의 눈에도 잘 뜨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화려한 숫놈들은 도태된다. 그 결과, 크고 화려한 쪽으로 발달하는 숫놈의 진화 경향이 멈춰졌다. 만약 포식자가 없었다면 엄청나게 길고 큰 꼬리깃털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웹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한눈에 확 들어오고 뭔가 북적북적대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한다. 물론, 나처럼 아주 단순한 웹사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현재 살아남은 대형 사이트들을 보면, 그들이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화려한 사이트들이 선택받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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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리나라의 웹 사이트들은 점점 화려하게 진화하고, 마치 숫놈 공작의 깃털처럼 웹 사이트의 빠른 움직임을 제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웹 사이트는 일단 확실히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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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화려해진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연결속도가 사람들의 인내심 범위 내에서 웹 사이트를 읽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문제는, 저사양 컴퓨터를 이용해서 웹 서핑을 하는 경우다. 플래시로 도배된 사이트의 경우, 1GHz이하의 CPU작동 속도를 가진 컴퓨터에서는 거의 정지해 버린다. 만약 플래시를 이용해서 메뉴 이동을 해야 한다면 그 사이트를 사용하려면 돈을 따로 내고 PC방을 가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은근히 심각한데,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차츰 화려해지는 웹 사이트를 이용하지 못하고, 인터넷의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웹 사이트 제작자들이 저사양 컴퓨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페이지를 따로 제작을 해야 한다. 적어도 플래시로 메뉴를 만드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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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사이트가 화려해지는 것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그로부터 소외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나쁜 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가 고도로 성장해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일 것이다.

  1. 눈먼 시계공에서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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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물론, 공정한 비교는 아니다. 돈을 많이 들여서 만든 회사 사이트인데, 선택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플래시나 그림 하나 없이 텍스트만 있다면 아마 회사 사장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것 역시 선택압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3. 만약 당신이 인터넷 옵션에서 그림, 소리, 동영상 표시하기를 모두 꺼 놓고 웹 서핑을 하면 이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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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 논의는 상당히 제한적인 논의일 수 있다. 좀 극단적으로 말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냥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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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우리나라 웹 사이트가 화려한 이유”에 대한 11개 응답

  1. 
                  snowall
                  아바타

    애니메이션, 이미지, 플래시 모두 끄도록 옵션을 주면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제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사이트들이 제한되겠지만요…;;

  2. 
                 그네고치기
                 아바타

    Pentium-MMX 200 Mhz 노트북 유저로서 너무 심하게 공감합니다. (?!)

    – 가끔 펜티엄 4 센트리노 노트북이 맛이 가면 저 녀석을 켜곤 하는데, 어느 사이트를 가도 정말 답답해 환장하겠더군요; 40MB의 램은 너무 부족해요.

  3. 
                  snowall
                  아바타

    결국은 광고시장의 흐름이 선택압으로 작용한다는 거군요…그런것이었군요. 감사합니다.

  4. 
                 Silvester
                 아바타

    솔직히 트래픽이 포털로 모이는 현상이 그러한 플래시 도배질의 원흉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포털이 검색 이외에는 뻥 비워져 있으니 그 사이로 광고를 받아 광고비를 챙기는 방식이죠. -_-); 지금은 트래픽이 RSS로 몰리니 이제는 RSS 내부에도 광고가 ㄱ-;

  5. 
                  snowall
                  아바타

    허름한 외국 사이트들을 보면 물론 플래시가 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플래시도 없고 허름하지도 않은 국내 사이트를 보면 그것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가령, nvidia.com은 플래시가 없죠.

  6. 
                  snowall
                  아바타

    크게 동감합니다.

  7. 
                 4371
                 아바타

    뭐 지나치다면야 오히려 해가 되지만 단순하다 못해 허름하기 까지 한 외국 (특히 공공기관) 웹페이지들을 볼 때면 차라리 플래쉬 도배해 놓는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 페이지를 IE로 보기” 옵션을 쓰게 만드는 페이지는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요.

  8. 
                 A2
                 아바타

    플래시로 만든 메뉴는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링크를 드래그앤드롭도 할 수 없고 새창, 새탭 띄우기도 불가능합니다.

    거기다가 뿅뿅~ 변하는 바람에 클릭감이 떨어지고 클릭이 되었는지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플래시는 하나의 미디어 컨텐츠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 
                  나난
                  아바타

    snowall님 말씀처럼 플러그인 깔아도 되긴하지만 플레시를 끌경우에 원하는 메뉴로 접근할수 없는 문제가 생기죠..플래시떡칠한 사이트를 볼‹š마다 정말 쓸데없는 짓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10. 
                  snowall
                  아바타

    파이어폭스에는 Flash BLock이라는 플러그인이 있어서 그거 쓰면 괜찮습니다. 인터넷익스플로러에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ActiveX가 있다고 하는데, 뭔지는 모르겠네요

  11. 
                 REDPOST
                 아바타

    공감이 갑니다. 간혹 플래쉬로 떡칠?해논 곳에 들어가면 브라우저가 죽는 경우가 많더군요 ㅡㅡ^ 대표적인 예가.. 플래쉬 광고로 떡칠한 다나와류의 사이트에가면.. cpu, 메모리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느려지다가. 응답없음을 남발하며, 컴퓨터가 주인을 배반해버리죠 ㅡㅡ;; 이런 문제는 좀 생각해서 웹페이지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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