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택시

광주의 교통편을 모르니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이번달 교통비는 한 20만원 정도 깨질 듯 싶다 -_-;

새벽 3시에 광주에 도착해서 아무튼 택시를 탔는데…

이 택시 기사, 좀 험악하게 생겼다. 그닥 타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낚여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 기사를 “형님~ 형님~”하는 아저씨가 옆에 붙어 있었다. 난 그 사람이 같이 탈까봐 아주아주 쫄아 있는데, 그 사람은 그냥 택시 뒷문을 열었다 닫았을 뿐 타지는 않았다. 난 그 뒷문이 열려 있을 때 누군가 숨어있지 않은가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으니 다행이더라. 택시 강도라도 당하면 난감하잖은가. 돈 뜯기고 집에는 걸어가든가 영원히 못가든가 할테니.

택시를 타 보니, 택시 안의 실내등이 붉은색과 푸른색 LED로 된 나이트 조명이다. 어허허허…뭐야 이거. 그리고 카 오디오가 무슨 100만원짜리… 버튼을 누를 때마다 뿅뿅 소리가 난다. (진짜로 의성어 “뿅뿅” 소리 그대로다.)

아무튼 탔는데, 이 택시 기사가, 아까 그 “동생”이 자기 카 오디오를 뜯어달랬다고 해서 그냥 공짜로 주기로 했다고 마구 자랑을 한다. 그 “동생”이 작업비가 더 들어가는건 생각도 못하고 있다면서 아주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 이런 때, 기사를 기분 나쁘게 해봐야 얻을건 아무것도 없다. 난 사고라도 나지 않으려나 조심하면서 웃는 얼굴로 같이 노가리를 까 주었다.

그러다가, 카 오디오 칭찬을 좀 해줬다. 그 기사가 돈좀 발랐다고 하길래 멋있어 보인다고 얘기를 해줬더니, 이 기사분, 신나셨다. 갑자기 댄스 음악을 빵빵하게 볼륨을 올려버리는 것이다. 난 댄스 음악을 좋아하지만, 청력 손상이 걱정될 정도로 큰 소리로 듣는 것은 싫어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버텼다. 노래 가사를 듣자 하니 “미치겠어~ 정말 미치겠어~” 라는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 내가 미치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해서, 속으로는 초 긴장한 상태지만 겉으로는 태연함을 위장한지 20분정도 달렸을까. 아무튼 광주의 자취방이 나왔다. 집 앞에서 내리는데, 요금이 8160원이 나왔다. 돈을 꺼내는데, 내 지갑에 들어있던 문화상품권을 보고 “어어, 그거 뭐예요? 달러예요? 보여줘봐요” 라고 말했다. 미친…-_-; 아무리 달러가 가뭄이고 고환율이 유지된다지만,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가 달러를 신기해 할 만큼이나 귀한 돈이 되었는가?

아무튼…그 기사, 기분이 너무 좋았는지 160원 깎아줬다. 착한 아저씨였다. 하지만 두번다시 이용하고싶지는 않다.

코멘트

“살벌한 택시”에 대한 6개 응답

  1. 
                  snowall
                  아바타

    2009년이 되면서 택시요금이 인상되었더군요. 13000원 나왔습니다. -_-;

    광주 자체가 크기도 하죠…

  2. 
                 Rainyvale
                 아바타

    8천원이면 도시가 커진 건지 택시요금이 오른건지… ^^

  3. 
                  snowall
                  아바타

    네. 근하신년입니다.

    근데 직접 타보면 식겁해요;;

  4. 
                 마래바
                 아바타

    그 기사분 재미있네요 ^^

    snowall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해피뉴이어~~~~ ^^;;

  5. 
                  snowall
                  아바타

    뭐…그 카오디오는 “동생” 분 주신다고 하였으니, 이젠 떼어 냈겠죠 -_-;;;;

  6. 
                 예영
                 아바타

    고생하셨습니다. 그 택시기사분이 오디오 시스템 애호가인가봐요. 소리가 너무 크다니, 그 분의 청력이 무사한지 걱정되네요.

예영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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