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공학

난 언제나 “과학자”가 되기를 원했다. 내가 “물리학 전공”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로보트 태권V”를 만들어 일본을 무찌르자고 한다. 그건 공대생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아니면 국방부에 건의하거나.

이것은 아마 했던 이야기의 재탕일 것이다. 그만큼 가슴속에 깊이 박혀있다는 뜻이겠지. 이 글이 이해가 안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넘어가자.

입으로 실험하는 사람들을 매우 싫어하는, 그런 분이 있다. 구체적인건 하나도 모르면서 “이 실험은 이렇게 하면 되는거 아니냐”라고 말하는 놈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이 장비를 사용할 때 이것과 저것을 그렇게 연결해서 요렇게 하면 이게 되는데, 거기서 저 부분을 실수하면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는 내용을 모르는 인간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실 나도 그런 자세한 내용을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종류의 인간인데. 그분은 나를 오해하고 있다. 난 그런 복잡한 것들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고 내가 관심있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그런 것들은 모두 적절한 사용설명서를 작성해놓고 잊고 싶다. 그런 자세한 내용을 내가 알고 있는건 그게 내 “일”이라서 알고 있는 것이다. 이건 “기술자”라든가 “전문가”의 일이지 “과학자”의 일은 아니다. 실험을 설계하고 기술자에게 넘겼으면 기술자가 된다/안된다 판단하여 답을 주고 된다고 하면 실험을 진행하고, 안된다고 하면 설계를 수정하면 된다.

그걸 모두 직접 하는걸 두고 “나는 다 안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전업 과학자로서는 좋지 않은 태도이다. 실험 장치와 검출기의 어떤 측면이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자가 해야 할 일까지 다 해버리면 그대는 과학자인가 기술자인가. 또한, 그러면서 “나는 바쁘다”고 다른 일들을 놓치고 있다면 그건 더 나쁘다.

그러니 난 그냥 이렇게 저렇게 실험을 하라고 시켜놓고 결과를 받아서 분석하는, 그런 과학자가 되고 싶다.

왜 다들 “과학자”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걸까. 가수, 화가, 소설가, 공무원, 의사, 이런것들이랑 똑같은 직업의 하나이다. 기수가 자신의 앨범을 녹음하는데 녹음 장비와 편집 장비를 잘 다뤄서 혼자서 다 할 수 있으면, 그건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다. 자신의 피와 땀이 녹아들어 혼이 담긴 작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가수가 엔지니어를 고용해놓고서 자기가 녹음과 편집을 다 해버리면 그만한 뻘짓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건 엔지니어를 무시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과학자도 하나의 직업이다. 그러므로 과학자인 사람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여 과학을 잘 연구하면 된다. 자신이 그 밖의 것을 잘 안다고 해서 그 밖의 것을 잘 안다는 사실로 좋은 평가를 받기를 기대하면 안된다. 그 밖의 것을 잘 아는 것은 자신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좋은 연구 결과로 평가받는데 도움이 될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답답하다.

2 thoughts on “과학과 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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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란에서 핵물리학자가 암살 당했을 때 많은 이들은 박수를 쳤었죠.

    한 국가의 국민이 암살당했음에도 박수가 나오는, 그리고 암살 당했음에도 국민이 타국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지각이 없다는 것에서 과학자는 단지 국민도, 인간도 아닌 단순한 도구로써 취급받고 있다는 인식이 여기서 드러났었었지요.

    세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과학자를 직업으로 인정하기 보단 부품취급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게 아닐까요… 과학자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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