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topia 1-3

한편

“야, 좀 내려줘”

“미쳤냐? 지금 넌 이 상황이 파악이 안돼?”

“화장실에 가고 싶단 말이다!”

공주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 지금 급하단 말야. 이거 빨랑 안풀어? 앙? 빨리!”

물론 마차에 화장실이 있을리 없으니 내려달라는 뜻이다.

“이년이 지금!”

“나 급하다고! 여기서 해결할까?”

“야, 놔둬. 잠시 풀어줄 테니까 다녀와.”

“하지만 도망칠 수도 있잖아.”

“여기서? 이런 꼬마애를 놓치면 너야말로 도망쳐야 할 거야. 마차에서 계속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문제잖아.”

“쳇. 알았어.”

지시를 받은 남자는 공주를 묶은 밧줄을 풀고 상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이 순간 난동을 피우고 마차 문을 열고 탈출하면 도망칠 수도 있었겠지만, 공주는 지금 그런 정상적인 생각이 불가능한 매우 급한 상황이라 도망치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이 화장실로 자신을 안내해 주기를 기다렸다.

“빨리 안내해라!”

“이게… 우리가 누군줄 알고 하대냐?”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쨌든, 마차가 멈추자 공주의 손목을 붙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는 어느 시장의 큰 길가에 서 있었다. 눈부신 햇빛 아래서 양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노점상들이 자신의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 지나가는 손님들의 눈과 귀를 유혹하는 그런 흔한 시장이다. 남자는 공용 화장실이 있는 건물로 공주의 손목을 붙든 채 들어갔다.

“어디까지 따라올 거야?”

“도망칠 수도 있잖아. 너 그리고 내가 어른인데 꼬박꼬박…”

“바보야 밖에서 기다려!”

쾅!

공주는 워낙에 급했던지 손목을 뿌리치고 화장실 문을 거세게 닫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야… 에이 씨 젠장.”

쪼르르르륵……

화장실 안에서 볼일 보는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잠시 안심하며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야! 왜 안나와!”

쿵쿵!

문을 두드리며 왜 안나오냐고 안으로 소리를 쳤다.

“기다려 쫌!”

안에서 공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안심하며 일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어서, 물 흐르는 소리가 끝나고,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손을 씻는 소리가 들리고, 이제 공주가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온다.

“야 왜 안나와!”

참다 못한 그가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공주를 발견할 수 없었다.

“어디갔지?”

“이얏!”

퍼억.

문 뒤에 숨어있던 공주가 대걸레 자루로 그의 머리를 내려쳤다.

“우욱! 이거 뭐야!”

퍼억.

뒤를 돌아보려는 사이 한번 더 맞았다.

“너 죽여버릴거야!”

그의 마음을 담아서 공주에게 전달하려고 했지만.

퍼억. 퍽.

집요하게 머리만 때리는 공주의 손놀림은 화장실 청소를 한번도 해본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찌든때를 벗겨내는 청소부의 익숙한 움직임을 닮아 있었다.

“어딜! 에잇!”

맞기만 하던 남자가 드디어 대걸레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가 대걸레를 뺏으려고 잡아당기자 공주는 곧바로 대걸레 자루를 밀어 버리고 화장실 문을 닫았다. 이 남자는 대걸래 자루를 잡아당기려다가 오히려 밀어붙이니 뒤로 벌러덩 자빠졌고, 화장실 문이 닫히자 그제서야 그는 공주의 의도를 알아챘다. 대걸레를 집어던지며 화장실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공주를 발견할 수 없었다. 마차 앞으로 와서 대장에게 물어보았다.

“대장, 공주 봤어?”

“니가 그걸 지금 물어보면 안되지.”

“분명 날 때리고 밖으로 나왔는데…”

“저기 있잖아! 병신이! 빨리 따라가!!”

그제서야 건물에서 나오는 공주를 발견한 대장이 마차에 탄 사람들을 모두 내리게 해서 공주를 추격시켰다.

“쟤 잡아! 놓치면 죽어! 아 젠장 이래서 급조된 팀은 안된다니까!”

아까의 작전에서 국왕을 암살하지 못한 것은 분명 계산 착오였다. 그들은 분명 호위병을 행동불능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옆에 마법대장과 기사단장이 제대로 반격하는 상황은 예측에 없었다. 실패를 직감한 그는 2차 계획대로 공주를 납치했는데 문제는 A급 요원들이 입학식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거나 붙잡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추가로 파견된 요원들을 몇몇 모아서 팀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멍청한 놈들이랑 같이 일하다보니 자기도 같이 멍청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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