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topia 1-7

서쪽으로 무작정 공주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한 구출대는 빠르게 달리고는 있었지만 맞게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서쪽 문에서 사고를 치고 달아난 마차가 공주를 태운 마차인지 확실하게 확인된 것도 아니었고, 설령 서쪽 문으로 달아났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다른 방향으로 향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루카에게는 마음 속으로 자신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증거가 필요했다. 일단은 반나절 정도 말을 달려서 서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말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다른 말로 바꾸어 가려면 일단 잠시라도 머물러야 했다.

“말들이 지쳤다. 이제 말을 바꿔야 해. 이 마을에 마방이 있으니 들렀다 가자.”

루카가 마을 이름이 보이는 입구에서 일행의 속도를 줄이며 제안했다.

“좋아요. 잠시 쉬었다 가죠.”

“대장, 저기 봐요! 마을 입구가 좀 이상한데요, 원래 저렇게 되어 있는 건가요?”

시에나가 마을 입구의 현판이 깨져서 덜렁거리고 기둥이 부러지고 길이 거칠게 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루카에게 말했다.

“아니, 뭔가 이상한데?”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길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들을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입구까지 말을 타고 온 그들은 말에서 내려서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저, 어르신. 마방이 어느쪽에 있습니까?”

루카가 가까이 있던 할아버지에게 마방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그런거 알게 뭐야. 가봐야 헛일이야 이제.”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마을은 역참마을로 지정되지 않았나요?”

“가보면 알아. 자네들은 어디서 왔는가?”

“저희들은 임무를 띄고 수도에서 파견된 사람들입니다. 마을에 무슨 일이 있나요?”

“그래? 그럼 난 이 마을 이장인데, 국왕폐하께 좀 고해주시게. 억울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무슨 일이십니까?”

“어제, 그 망할 것들이 마방으로 쳐들어 오더니 말들을 바꿔달라더군. 그래서 공무 수행이 아니면 바꾸는건 안되고 말을 새로 사라고 했지. 그랬더니 다짜고짜로 칼을 들이미는거야? 나도 나지만, 이 마을에 무슨 군대가 있어, 아니면 용병이 있겠어? 별 수 있나, 일단 말을 내줬지. 그랬더니 이놈들이 다른 말들을 다 죽여버리고 그대로 어디로 휙 달려가데. 허 참… 내가 오래 산건 아닌데, 아니 살긴 살았는데, 살다 살다 이런 미친 놈들은 이게 처음이야. 우리 마을은 이제 뭐 먹고 살아? 자네들이 좀 국왕폐하께 알려주시게. 이거 억울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아니, 말들은 또 무슨 죄야?”

“아, 어르신…”

루카의 생각에, 그리고 다른 구출대원들의 생각에도, 이건 그 납치범들이 저지른 짓이 맞았다.

“아무래도, 그들이 추적하는 자들을 방해하려고 말들을 다 죽이고 도주한 모양이군요. 여기 입구는 어떻게 된 건가요?”

“낸들 아나.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마차가 들어오면서 다 부수고 들어왔다던데. 난 그건 못봤고.”

“혹시 그 마차가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여기 입구쪽에 있던 사람이 말해줬는데, 저쪽으로 갔다던데.”

이장이 가리킨 방향은 해가 지려고 하기 시작하는 방향이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럼 지금 마을에 말은 더이상 없습니까?”

“마방에 있던 말들 빼고, 집에서 사람들이 키우던 애들이 몇마리 있긴 하지. 그런데 그 말들은 전투용으로 훈련 받은건 아니라서…”

“일단 그 말들이라도 내어 주십시오. 여기 저희 말들을 두고 가겠습니다. 국왕 폐하께는 이 일이 수습되는대로 보고를 올려서 복구될 수 있도록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시죠.”

“알았어. 그럼 일단 그렇게 하세.”

이장이 옆에 있던 사람들 몇몇에서 손짓을 해서 말들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말들을 바꾼 구출대는 다시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서쪽 국경을 넘을 것 같아. 그들이 국경을 넘기 전에 먼저 잡아야 해. 저쪽으로 넘어가면 골치아파진다.”

“알아요. 하지만 국경을 넘기 전에 잡을 수 있을까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는데…”

루카의 말에 시에나가 약간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약 넘어갔다면, 우리도 뒤를 쫒아간다. 국왕폐하께서 공주님을 구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라고 하셨으니 그에 따라야지.”

“하지만, 대장님. 외국에서 구출작전을 하다가 잘못되면 외교적으로도 그렇고 전쟁이 날 수도 있잖아요?”

“납치범들을 저쪽에서 받아주었다면, 이미 그건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야. 지금 누가 납치된건지 알긴 아는거지? 공주님이라고!”

“네… 하지만 너무 큰 일인 것 같아서요.”

“너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이 작전의 책임은 내가 진다.”

물론 루카도 내심 시에나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다. 구출대는 군대 조직으로서 결성된 것이고, 외국에서 허가 없이 작전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전쟁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상황이다. 어떻게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공주를 구출해야만 했고, 특히 납치범들이 저쪽에서 그렇게 중요한 인물들이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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