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topia 1-12

공주와 아레스가 숲으로 걸어들어가자 한낮의 무더위는 사라지고 상쾌한 숲의 바람이 그 둘의 몸을 휘감았다. 공주는 문득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더 늦기 전에 되돌아 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아까 그 위험한 남자들이 다시 자신을 붙잡아 갈 것 같았기 때문에 마을로 다시 되돌아 가기는 싫었다. 두 사람이 숲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 사람들이 보지 못했기를 바랐지만, 아무래도 그건 틀린 것 같았다.

“저 사람들, 어디까지 쫒아오려는 거지?”

“왜?”

“저쪽에서 아까 그 아저씨들이 오는 것 같아서.”

“공주님 귀 좋네. 난 안 들리는 것 같은데.”

숲으로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용한 바람 소리에 섞여서 사람들의 말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공주는 그들이 뒤따라 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사람들의 말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이제 숲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바스락 소리에 뒤섞여서, 발걸음과 박자가 맞지 않는 다른 소리들이 들렸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숲은 어두울 정도로 햇살을 가리고 있었고, 한낮의 온기에 적응되어 있던 두 사람은 이제 오히려 서늘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안돼!!!!”

“끄아아아아!!!!”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악!”

비명 소리를 들은 공주는 놀란 바람에 그 자리에 귀를 막으며 주저앉았다.

“뭐… 뭐야?”

무서움에 잠시 눈을 질끈 감았지만, 곧 자신에게는 아직 별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천천히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 들어왔을 때 보다 조금 더 어두워졌다는 것 외에는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숲 속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나름 꽤 걸었다고 생각이 드는데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에 또한 불안했다.

“비명소리였어… 괴물이라도 있는 걸까? 누군가 잡아먹힌걸까?”

“그런 얘기 하지 마. 무섭잖아.”

살짝 떨리는 아레스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상상하며 공주는 다시 천천히 일어섰다.

“아… 휴우…”

하지만 다리가 아팠다. 하루종일 도망다니느라 뛰어다녔더니 이제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가 아파왔다.

“흐응…”

분명 어제 밤까지만 하더라도 루카가 이야기해주는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푹신한 침대에 파묻혀 잠들었었다. 왜 오늘은 아무 예고도 없이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옆에 있는 얘는 누구지.

“흑흑…”

공주는 다시 주저앉아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소리내어 울고 싶었지만, 아까 그 비명이 만약 괴물에게 잡아먹힌 사람이 지른 것이라면 소리를 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입을 손으로 가리고 울었다.

“이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공주의 어깨를 툭 쳤다.

“꺄악!”

공주는 드디어 괴물이 자기 울음소리를 듣고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왔을 거라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며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이번에도 팔목을 붙들리면서 좌절되었다. 공주는 다시 한번 손에 쥐고 있던 후라이팬을 보지도 않고 휘둘렀다.

까앙!

“이런 이런, 위험하잖아.”

그 말에 공주는 눈을 뜨고 자신의 팔목을 붙들은 존재를 제대로 쳐다보았다. 일단 사람처럼은 생긴 것 같았다. 그 사람은 공주의 후라이팬을 자신의 손목에 있던 팔찌로 막아낸 상태였다.

깡그랑.

그리고 그 때 후라이팬이 휘어지면서 손잡이가 떨어졌다.

“어맛! 미안해!”

그제서야 공주는 후라이팬을 버리고 그에게 사과했다.

“그건 다시 안 휘두를거지?”

그가 공주의 팔목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공주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일단, 아까 자신을 뒤쫒아오던 사람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환하게 빛나는 눈부신 피부를 아까 그 남자들에게 비교한다면, 그건 그 자체로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는 누구…야?”

“나는 레스톨, 이 숲에 살고 있어. 너희 인간들은 나를 엘프라고 부르지.”

“응? 레스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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