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속의 무한 우주

티끌 속의 무한 우주. 숫자만 갖고 우주를 바라보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일단, 조경철 박사님이 추천사를 쓴 책인데, 조경철 박사님은 ‘인간을 살릴 우주에너지’에도 추천사를 썼던 걸로 봐서, 아무래도 이 분(크흠…)

아무튼, “티끌 속의 무한 우주”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내용으로 적혀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쓴 책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입자와, 분자와, 행성과, 은하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의 크기에 약 10의 30승이라는 계수가 존재하여, 그에 해당하는 각 스케일마다 생명체가 존재하고 의미있는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이 내용이 왜 문제가 되는가? 사실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럼 나는 이 책을 왜 문제삼고 있는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마다 과학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과학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다들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설명은 어떤 형식이어야 할까? “A라는 현상은 B라는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가 적당할 것이다. 물론 B라는 원인이 어째서 나타나는지에 관한 질문이 뒤따라 올 것이며, 그에 대해서 다시 “B는 C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는 설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현상에 관한 설명은 끝없이 이어지고, 그것이 바로 과학자에게 연구 주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제목과 관련 없는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잡다한 내용을 다 빼고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 우주에는 10의 30승이라는 계수가 있어서 그 비율로 우주가 반복된다”이다. 즉, 우리 우주보다 10의 30승배만큼 더 큰 우주가 존재하고 거기에도 생명체가 있으며, 우리 우주보다 10의 30승배만큼 작은 우주가 있고, 거기에도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10의 30승이라는 숫자는 우주에 존재하는 여러 존재들의 크기를 비교해서 유추한 수인데, 책에는 그 수가 유도된 원리가 적혀있지 않다. 10의 30승배만큼 더 큰 우주를 관찰할 방법이 있을까? 없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 법칙 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가 150억 광년 정도인데, 그보다 10의 30승배만큼 더 큰 우주는 관측할 수 없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바깥은 ‘관측 불가능한 우주’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10의 30승배만큼 작은 우주를 관찰할 수 있을까? 물론 그것도 안된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얘기지만 초끈 이론에 의하면 초끈 이론에서 주장하는 여분차원은 원자핵 크기의 10의 22승배 만큼 작은 크기로 작게 축소화 되어 있다고 한다. 즉, 일단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뭔가 실험장치를 만든다면 그 장치로는 초끈이론을 당연히 검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론은 우주의 구조와 입자의 크기에 대해서 10의 30승이라는 비례상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제시할 뿐, 에너지가 보존되는 것인지,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되는지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알다시피 초끈이론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을 포함하는 이론이다. 어쨌든, 초끈이론도 검증하기 어려운데 그보다 1억배나 더 작은 우주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검증할 수 있을까?

작은 우주에 대한 토론은 이 글 http://melotopia.net/b/?p=8159 의 본문과 댓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수집한 마도서 중에서는 그렇게 엄청 위험한 책은 아니다. (“계급 우주론”이라는 책도 있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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