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워터의 기적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현상의 근본 물질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온 굉장히 중요한 물질이다. 굉장히 중요한 물질 중 하나이면서, 유일하게 가장 중요한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반박하기 어려울 만큼 중요한 물질이다. 그만큼 물은 우리의 생명과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이 어째서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그리고 물의 어떤 특성이 생명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밝혀내려고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은 자연과학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지금은 물의 특성이 많이 밝혀졌고, 그 특성들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이 비록 물의 특성을 완벽히 설명하고 생명현상을 완전히 규명했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는 있으나, 물의 신비를 밝혀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파이워터란 무엇인가? 파이워터의 정의는 “생체수에 한없이 가까운 물이다”(45쪽) 라고 한다. 이 문장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금증은 바로 이것이다. “생체수와 파이워터는 어떻게 다른가?” 생체수라는 것 역시 잘 정의된 학술적 용어는 아닌 것 같지만,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생명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이나 액체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파이워터는 생체수에 한없이 가까운 물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비슷하길래 “한없이” 가까운 것일까? 예를 들어, 생체수 그 자체는 파이워터인가, 아닌가? 생체수 그 자체가 파이워터라고 한다면 그것을 파이워터가 아니라 생체수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또는, 생체수와 파이워터가 다르다고 한다면 생체수에 한없이 가까운 파이워터는 생체수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생체수의 어떤 물질의 농도가 1%라고 할 때, 파이워터는 그 물질이 1.1%를 포함한 것인가 0.9%를 포함한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렇다 치고, 파이워터의 효능을 살펴보면 동식물의 건전성육, 물고기의 선도보전, 토양개질, 금속의 부식방지, 콘크리트의 강화, 엔진의 연비 개선, 정전기 방지, 수질정화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46쪽)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에 의하면 물에 섞여 있는 철 이온이 우주에너지를 받아서 철 원자의 핵 스핀과 전자 스핀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 결과 높은 에너지 상태가 되고 따라서 그로부터 어떤 종류의 전자파가 방출된다고 한다. (46쪽) 그래서 50쪽을 살펴보면, 뫼스바우어 스펙트럼을 측정해서 뭘 알아낸다고 하는데, 뫼스바우어 스펙트럼은 원자핵에서 일어나는 감마선의 흡수와 방출에 관한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스펙트럼이고, 우주에너지랑은 아무 관련이 없다.

이 책에서는 파이워터가 위에 적은 신비한 현상을 나타내는 그 이유로 물 분자들이 뭉쳐있는 덩어리(클러스터) 크기가 작기 떄문이라고 한다.(39쪽) 그리고 물 속에 들어있는 철 이온이 위에서 말한 에너지 방출 현상을 통해서 물의 수소결합을 끊고, 결과적으로 클러스터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55쪽에서는 생명의 유전현상에 철 이온이 관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DNA의 유전현상에서 실제로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것은 철 원자라는 것이다. 56쪽에서는 이런 것들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례를 하나 제시하고 있다. 무 씨앗은 원래 해가 긴 조건에서 싹이 트는데, 이 씨앗을 파이워터를 이용해서 처리하면 그 씨앗은 해가 짧은조건에서 싹이 튼다고 한다. 즉, 이것은 파이워터에 의해 씨앗의 유전정보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말도 안되는 일이며, 사실이라고 해도 이것이 증명한 것은 파이워터가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씨앗에 끼얹은 정도로 유전물질을 바꾸는 화학물질이라면 그건 분명히 발암물질이다.

이 책에 의하면 파이워터의 효능은 굉장한데, 농작물에 뿌리면 영양분도 많고 빨리 자라고 크기도 커지고 수확도 많아지고 … 흙에 뿌리면 흙이 비옥해지고 토질이 개선되고 … 가축에게 먹이면 가축이 건강해지고 심지어 돼지가 비만을 탈출한다(!)는 부작용이 발생할 정도다. 자동차에 파이워터 시스템을 장착하면 연비도 좋아지고 매연도 줄어들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람이 마시면 모든 질병이 치료되고 암도 낫는다. 여기에 반복적인 실험, 시험 결과라면서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자료 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 실험값은 평균을 제시하고 있을 뿐 표준편차나 실험의 오차, 실험의 구체적인 방법, 실험 장치 등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심지어 저자가 “이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는데도 말이다. 교양서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해도, 학계에 보고된 내용도 없다.  있으면 인용하거나 자랑했을 것이다. 교양서라서 논문이나 전문서를 인용하는 것은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리학 교양서의 대명사인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뒷부분에 참고문헌이 몇 개 있는지 세 볼 것을 권한다.

아무튼, 이런 물 관련 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굉장히 쉽다. 여러분들도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물은 “깨끗한 물을 갈증이 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마시면 된다. 이것 하나만 알고 지키면 여러분은 물과 관련된 건강 지식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깨끗한 물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기관마다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깨끗한 물”이라면 충분하다. 깨끗한 물 보다 더 좋은 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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