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절대론 – 특수상대성 원리의 수정 (고형석 저)

상대적 절대론 – 특수상대성 원리의 수정 (고형석 저)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제대로 된” 책이다. 저자인 고형석은 수학교육과에 진학했다가 목회학과 선교학으로 전공을 바꾼 사람이다. 사실 종교인이 쓴 자연과학 계열 마도서 중에 종교를 끼얹지 않은 멀쩡한 책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책의 경우에는 종교적인 부분은 전혀 없이 매우 건전하고 체계적으로 특수상대성 원리를 고찰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우리 우주의 물리 법칙과 잘 맞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특수상대성 이론이 틀렸다”이고 “절대적 관성계와 상대적 관성계가 공존한다.”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그렇게 결론을 낸 근거는 “특수상대성 이론의 근본 원리인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는 것이 틀렸다.”라는 것인데, 여기서부터 틀렸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는 “강체 자(rigid rod)”를 이용하면 갈릴레이 변환이 맞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원자시계와 빛을 이용하여 거리를 재면 로렌츠 변환이 맞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즉, 관성계를 구분하기 위한 방법이 두가지가 있으므로 절대적 관성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강체 자”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가인데, 당연히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은 시점에서 그 이후의 논의는 전혀 살펴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어쨌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그게 전부고, 의외로 수식이 많긴 하지만 싹 다 틀린 내용이라 건질만한 것은 없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실제로 여러 물리 관련 학술지에 투고했던 논문을 바탕으로 책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논문 답게(?) 참고문헌도 있는데, 이 책 전체를 통틀어서 참고문헌은 딱 두개다. 하나는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당신이 아는 그 책 맞다)이고, 다른 하나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대하여”(당신이 아는 그 유명한 논문 맞다)이다. 그 문헌들의 내용을 저자가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특수상대성 이론을 제창한 그 논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인슈타인이 “어쩌다가” 빛의 속도가 관찰자에 상관 없이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게 되었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일단 전자기학을 깊이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해 없이 단순히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광속도 불변의 원리”가 틀렸다고 가정하고 논의를 시작한다면 당연히 그 이후의 논의는 다 틀린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는 갈릴레이 변환이 로렌츠 변환의 근사적 법칙이 아니라 둘 다 성립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사실 두 변환은 공존할 수 없으며, 만약 갈릴레이 변환이 성립한다면 로렌츠 변환은 성립할 수 없다. 빛의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우리가 실생활에서 관측할 때는 로렌츠 변환과 갈릴레이 변환 사이의 차이를 구분할 만큼 충분히 정확하게 잴 수 없을 뿐이며, 실제로 우리 우주에서는 오직 로렌츠 변환만이 좌표변환으로 기능한다.

이 저자는 물리학의 근본이 우리 자연을 관찰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수학과 이론물리학의 중요한 차이인데, 수학은 공리계에서 출발해서 그 뒤의 논리적 결과들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충분하며 수학이 실제로 존재하는 자연과 잘 맞아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유클리드의 기하학에서 사용하는 다섯개의 공리(또는 공준)이 수학적으로는 매우 의미있는 결론들을 이끌어 내고 있지만, 평행선 공리는 실제 우리 우주에는 적용할 수 없다. 반면, 이론물리학은 그 연구 과정과 결론을 찾아내는데 수학적인 기법들을 매우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 우주에 실제로 존재하는 자연 현상과 맞아야 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물리학자들이 물리학 이론을 그냥 비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물리학자들은 물리학 이론이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자연 현상과 잘 맞아떨어질 것을 기대하고서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 이론의 채택과 기각은 오직 실험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물리학 이론은 채택되지도 않고 기각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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