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2)

지금 이의관이 지은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를 읽어보고 있다. 지난 시간에 7장까지 읽어보았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머리말, 그리고 추천사까지 읽어보았을 때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기어이 읽고야 말았다. 소설이나 수필이 아닌, 정치인에 관한 평가를 전달하는 책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라는 사람에 대한 인간성 평가, 정치적 평가,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일단 이 책 자체를 평가하자면 정말 엉망진창이다. 맞춤법은 계속해서 틀리고 있고, 줄바꿈은 내용이랑 상관 없이 아무데서나 이루어진다. 오타는 지적하기도 싫을 정도로 많이 발견된다. 한 문단 안에서 갑자기 다른 내용이 나타나고, 각 장의 제목과 관련 없는 내용이 절반 이상 나오고 있다. 즉, 이 저자는 자기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도 파악을 못하고 장의 제목을 붙였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멀쩡한 출판사에 몇번 보내봤지만 편집자가 고쳐봐야 소용없다는 걸 느끼고 거절해서 편집자가 없는 출판사에서 책을 찍어낸것 같다.

8장 제목은 ‘여성지도자의 역사’이다. 이 글을 아직도 읽고 있는 분이라면 이제 이 제목과 별 관련이 없는 내용이 펼쳐진다는 걸 직감하셨을 것이다. 8장의 첫 문장은 ‘나라에 일이 생긴다면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남자, 여자 구분이 없었다.’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 한국 여성들이 한 일로 병원의 간호사, 사무실의 행정요원으로 나서서 국군의 한 축을 형성한 것을 들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여성들이 어떤 활약을 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난 정황을 2쪽에 걸쳐서 설명하면서, 한국 여성들이 한 일은 ‘간호사와 행정요원’이라는 단 1문장을 적어놓고, 결론을 ‘한국전쟁에서 한국여성들의 역할은 컸었다’라고 내고 있으면 읽는 사람으로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여성 지도자의 역사’와는 무슨 관련인가?

다시 말하는데, 8장 제목은 ‘여성지도자의 역사’이다. 한반도에 역사적으로 있었던 여러 나라 중, 여성이 군주였던 적은 몇번 없는데, 삼국시대 신라의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이 황룡사 축조때 어떤 활약을 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진덕여왕의 업적으로는 선덕여왕의 뜻을 이었다는 단 1문장으로 퉁치고 있다. 자, 장 제목이 ‘여성지도자의 역사’라면 일단 여기서 끝내는 게 정상적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에는 그 외의 여성 지도자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이순신, 박정희, 전두환 얘기가 나온다. 음???? 전두환이 성공한 대통령이었다고 하면서, 바야흐로 이제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음?????????? 최근 한국 여성들이 진취적으로 다양한 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건 선덕여왕, 진덕여왕의 덕치에서 출발하고 있다는데, 그 사이에 천년 넘게 여성 지도자 명맥이 끊겼었는데 아니 무슨 ‘시작이 반이다’같은 얘기도 아니고 그 덕치가 어떻게 여기까지 이어졌는지 설명도 없이 신라시대에 여왕들이 있었으니까 이제 여자의 시대라니. 지금 이 글이 이해가 안된다면 정상이다. 나도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고 있으니까.

9장 제목은 ‘여자란 무엇인가?’이다. 그러면서 김용옥이 펴낸 책 제목이 ‘여자란 무엇인가?’였다고 한다. 저자는 구찌 창업주인 로라 구찌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여성CEO의 장점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리더십에 있다’고 한다. 즉, 이 저자가 9장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성의 유연성’인데 그 화두를 꺼내려고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붙였다. 나는 이 저자에게 각 장의 제목을 제대로 붙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것으로 확신하며 일단 계속 읽어보았다. 자, 여성의 힘이 여성의 유연성에 있다고 한다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로는 여성이 얼마나 유연한지, 여성이 유연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그런 내용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 여성이 유연한지, 여성은 전부 유연한지, 그런 사실 판단과는 무관하게 일단 이 책이 말이 되려면 그런 내용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어서 나오는 내용은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유연하지 못한 정치인들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솔직히 여기서 끊었으면 유연함을 유능함과 연결시킬 수 있으니까 아직은 쉴드를 쳐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의 대통령이 포퓰리즘 폭탄을 터뜨리며 그럴듯하게 했던 말들은 악마의 속삭임이다’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악마의 속삭임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아는가?’로 주제가 바뀐다. 여기는 북한 정권의 잔혹성, 소련 정권의 잔혹성 등을 이야기하면서 악마의 속삭임에 속지 말라고 한다. 유연성이랑은 아무 관련도 없고, 이미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장의 제목에서는 한참 어긋나고 있다.

이 부분까지가 이 책의 제목인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하고 관련이 있어 보여서 자세히 읽어본 내용들이다.

그 뒤로도 각 장의 제목과 내용이 별 관련이 없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13장 ‘호남개조론’에서는 호남지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애플의 콜센터를 호남에 유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 20만명 고용이 될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GE와 GM의 콜센터가 인도에 있고, 그걸로 100만명이 먹고산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 저자는 왜 GE나 GM이 인도에 콜센터를 뒀는지 모르는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적고 있는데, 실제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룩한 업적들을 살펴보다보면, 이 저자가 얼마나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책으로써 갖고 있어야 할 기본이 안 된 책이다. 이전에 읽었던 마도서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허무맹랑하기는 하더라도, 각 장의 제목과 내용은 어느정도 맞아떨어졌고, 문단 구성이 의미있었고, 오탈자가 적었다. 솔직히 책이 맘에 안들다보니 글꼴과 글자 크기도 맘에 안드는데, 그 얘기는 하지 않겠다. 이 책은 마도서를 전문적으로 리뷰하고 있는 나조차도 읽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폐급 도서다.

2 thoughts on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2)

Add yours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Proudly powered by WordPress | Theme: Baskerville 2 by Anders Noren.

Up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