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

2012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들 잘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6년에 비선실세의 존재가 알려지고, 그는 결국 탄핵되었다. 이번에는 박근혜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을 읽어보았다. ‘왜 여성지도자야 하는가’는 이의관이 저술한 책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적은 책이다. 저자의 이전 저술 중에 보면 ‘왜 이명박인가’를 2006년에 출간했었다. 만약 이 저자가 지난 19대 대선 때 ‘왜 문재인인가’를 펴냈다면 대통령 만들기 전문가로 인정해 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이 책의 특징은, 책 머릿말 이후로 추천사가 10개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저자가 유명하더라도 추천사를 이렇게 많이 넣는 것은 드문 일인데, 어쩌다가 10개씩이나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추천사 역시 박근혜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결말로 끝나고 있어서, 같은 내용으로 쓸 거면 굳이 10개나 있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추천사 중 일부를 인용하자면, “20대에게는 꿈을 주고, 30대에게는 희망을 주고, 40대에게는 확신을 주고, 50대에게는 믿음을 주고, 60대에게는 안정을 주는 여성 지도자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의 당선 후 우리나라의 역사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비극적으로 흘러갔다. 박근혜는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이 추천사에서 준다고 했던 것들을 하나도 주지 않았고, 심지어 있던 것들도 빼앗아갔다. 과연 저 추천사 쓴 분은 지금도 저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 그렇겠지만. 그래도 생각이 바뀌었기를 바란다. 추천사를 20여 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 아무래도 교정을 안 받았는지 맞춤법 틀린 부분이 몇 군데 보였다. 2쇄 때는 고쳐졌으면 좋겠지만, 2쇄를 냈을지 어땠을지 잘 모르겠다.

초반부에는 반공의식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박근혜 얘기가 아니라 박헌영, 빨치산, 빨갱이들 얘기가 나온다. 왜 여성지도자여야 하는지는 6장 ‘여성시대’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4.11총선의 시점에 박근혜, 한명숙, 이정희 같은 여성 정치인이 신문에서 보도되고, 독일, 미국, 네덜란드, 브라질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국의 대처, 독일의 메르켈, 미국의 힐러리 등이 잘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도 이제 여성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여성 통치자를 선호하는 이유로 ‘남성에 비해 부드럽고 섬세하며 꿈을 꾸는 점에 매력’, ‘집안 살림하듯 꼼꼼하게 국정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15쪽) 일단 이렇게 말하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게 이 장의 결론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115쪽은 이 장의 끝이 아니라 초반부다. 영국의 대처 수상이 포클랜드 전쟁에서 이겼다는 이야기 다음, 독일이 요즘 잘나가고 있는데 그 중심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집안 살림하듯 꼼꼼하게’ 이끌고 있다고. 일단, 메르켈을 ‘독일 대통령’이라고 쓴 건 좀 이상하지만 (독일은 대통령과 총리가 따로있다.) 메르켈이 독일을 잘 이끌고 있는 이유가 집안 살림하듯 꼼꼼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부드럽고 섬세해서인가? 물론 저자의 의도는 ‘꼼꼼하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있겠지만, 세상에 꼼꼼하게 해야 할 일이 집안일뿐인것도 아니고, 집안일을 여자만 하는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써야했나 싶다.

그리고 갑자기 문단도 나누지 않고 힐러리 얘기를 시작한다. 힐러리가 미얀마에 가서 민주화를 하라고 했다는데. 그 얘기를 하는 건 좋은데, 미얀마에서 독재에 저항하여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국을 ‘버마’라고 부른다. 저자가 미얀마(또는 버마)의 민주화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지표로 영국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위에 오를 때 알 수 있었다고 하는데. 알다시피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두명이고, 그 중 첫번째 엘리자베스는 봉건시대 군주다. 다시말해서, 민주주의랑 상관 없는 독재국가의 수장이었다. 여성의 시대가 오기만 하면 민주주의는 상관 없다는 뜻인가? 굳이 이렇게 비꼬지 않고, 맥락 그대로 읽어보자. 그러면,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왕으로 즉위했을 때, 과연 여성의 시대가 왔는가? 엘리자베스 2세가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남녀평등이나 여성의 시대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왕위 승계권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의 왕은 별 실권이 없기 때문에 그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정치적 영향력이 적다. 여성의 시대가 왔다때고 쳐도,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를 여성 시대의 신호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자, 이게 6장 얘기였다.

7장의 제목은 ‘여성천국 대한민국’이다. 그러면서 시작을 여자 핸드볼 팀이 올림픽에서 우승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감동적이고, 기적같은 일이다. 그건 알겠는데, 이 사건이 대한민국이 여성천국인거랑 무슨 관련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어서 김연아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다 마오를 김연아가 이겼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의 여성은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이건 대한민국이 여성천국인거랑 무슨 관련인가? 그리고 이어서 히말라야의 14좌를 완등한 여성 산악인 오은선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전세계 여성 산악인 중 13좌 완등한 사람까지는 있었어도, 14좌를 완등한 여성 산악인이 바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한국 여성의 강인함, 역동성, 탁월함을 이야기한다. 그럼 이제 대한민국이 여성천국인가???

7장의 제목은 ‘여성천국 대한민국’이다. 이 문장을 왜 반복하냐면, 이어서 새마을 운동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새마을 운동에서 여성이 한 역할이나, 여성 인권의 이야기라든가, 뭐 그런 얘기는 없고 새마을 정신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앞에 나온 얘기는 여성들 이야기이기라도 했지, 7장 후반부는 새마을 운동이랑 여성천국 대한민국이랑 도대체 무슨 관련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7장의 결론은 “열등감을 버리고 도약하자”는 제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너무 길어서 글을 분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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