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배후에 악마의 숫자 666이 있다

아아…

이번에 읽어본 책은 “인터넷의 배후에 악마의 숫자 666이 있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독일에서 1999년에 출판되었고(=세기말) 2000년에 한국에 번역 출판되었다. 내용은 별로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음모론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이라면 흔히 들어보았을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인터넷은 권력기관이 모든 인류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도구이고, www이란 666과 같고 666은 악마의 숫자다. 그러니까 인터넷을 쓰지말자… 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2000년전에 요한계시록에 예언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럼 666같은 악마의 도구인 인터넷이 개발된지 이제 50년정도 된 것 같은데 선지자들은 대체 지난 1950년동안 뭐하고 계시다가 이제 와서 막으려고 하시는 것인지… 요한계시록은 너무 뒷 부분이라 성경을 안 읽어본건가. 종교지도자들이 이렇게 될 것을, 늦어도 20세기 중반까지, 몰랐다면 신앙심이 부족한 것이고, 알았으면 업무태만이든가 악마와의 타협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을 ‘조금만’ 진지하게 읽는다면, 다시 말해서, 당신이 가장 진지하게 읽을 정도로 빠져들지 않고 그냥 ‘조금만’ 진지하게 읽는다면 이 책의 내용은 개인정보 보호와 온라인 범죄로부터 당신을 지킬 수 있는 여러가지 도움말들이 적혀 있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매우’ 진지하게 읽을 경우 인터넷을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그 ‘짐승(리바이어던)’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게 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 책에 적힌 대로, 20년 후의 미래는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많은 정보가 중앙에 집중되고, 사람들의 개인정보는 탈탈 털리고 있으며, 인터넷에 인간들이 빠져들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요점은 그게 아니다. 이 책의 요점은 바로 그 인터넷의 나쁜 영향이 성경의 요한계시록(묵시록)에 이미(!) 써 있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저자가 지나치게 겸손을 떨고있는 것 같은데. 저자 본인이 20년 후에 있을 일을 굉장히 자세하게 예언을 해 놓고서는 그 공을 2000년전쯤 살았던 요한에게 돌리고 있으니 이건 좀 심하게 겸손한 것 같다.

흔한 음모론은 됐고, 흥미로운 부분들을 소개해보겠다. 일단 수많은 상품과 책에 도입되어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바코드(barcode)에 악마의 숫자 666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품을 나타내는 바코드를 보면 왼쪽 끝, 가운데에, 오른쪽 끝의 세 부분에 길게 두 줄이 나와 있는데, 바로 이 두 줄이 나타내는 것이 666이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666을 포함하고 있는 바코드가 바로 인간을 구속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바코드에 있는 줄들은 개인의 식별에 사용되고, 방금 말한 6개의 막대기를 보면 666이 떠오르니까 인간이 악마에게 세뇌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여섯개의 줄이 666을 나타낸다면, 독일의 유명 신발회사인 아디다스는 한쪽에 3줄씩 한 켤레에 6개의 줄을 그려놨으니 악마의 신발을 만드는 회사인가…이 분은 태극기를 보면 악마의 깃발이라고 주장하실 것 같다. 선생님, 혹시 북한은 가더라도 부디 대한민국에는 오지 마세요.

물론 이 책 뒷표지에는 이 책을 팔아야 하므로 바코드가 인쇄되어 있다. 이 책도 아무래도 악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뒷부분에 가보면 인류가 인터넷에 대항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적혀 있는데, 놀라운 이야기가 적혀 있다. 아니 솔직히 난 엄청 놀랐다. 이 이야기가 여러분도 놀래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있는 것, TV나 컴퓨터에 나오는 정보는 가상적인 상황이다. 이른바 가상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런 가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진짜 정보인 정신적 세계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자아와 의식을 개발하여 영적인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 그러니까, 이 분이 말씀하고 계신 것은, 눈으로 보는 모니터 화면과,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키보드로 입력하는 정보는 다 가짜이고, 머릿속에 존재하는 정신적 세계야말로 실존한다는 것인데…

이렇듯 권력기관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모든 인간은 정신적으로 훈련하고 영적으로 각성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좋은 영향을 주는 집단무의식을 성장시켜야 한다…

아니, 다시 이걸 바꿔 말하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 입력하는 인터넷을 다 갖다 버리고 영적인 집단무의식을 개발하여 … 그럼 그게 정신적인 인터넷이랑 뭐가 다른가????

기술독재라든가, 감시사회라든가, 빅브라더, 그런 무시무시한 용어들이 이 책 전체에 지속적으로 나오며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21세기는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어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요한이 2000년 전에 다 내다보고 “성경에 적어놨다”고 하는건 좀 무리수지 싶다.

가장 뒷부분에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인터넷의 제 8의 기적이라고까지 불린다’ 고 한다. 첫번째부터 일곱번째까지 기적이 뭔지 들어본적도 없는데 어느새 8번째까지 가버린 기적이여. 옮긴이가 지적하고 있듯이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컴맹이라고 불리우며, 정보의 격차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알게모르게 차별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한다 쳐도. 이 책 역시 컴맹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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